01. 그딴 말 할 거면 꺼져.
“저, 경수야 미안한데....”
펜을 쥐고 있던 경수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경수가 고개를 돌리며 마주친 김아무개의 시선은 경수의 예상대로 앞쪽으로 옮겨졌고 경수의 시선도 김아무개를 따라 앞으로 옮겨졌다.
“그게, 내가 깨우려고 했는데 내가 갑자기 그, 급한 일이!”
“내가 깨울게.”
자신의 말에 뒤돌아선 김아무개의 어깨가 높이 들렸다 내려가는 본 경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아무개와 자신이 쳐다보던 시선에도 평온한 얼굴로 잠을 자고 있는 남자 앞에 선 경수가 망설임 없이 남자가 누워있는 책상을 높이 들었다 내렸고 그 덕에 남자는 깜짝 놀라 의자에서 튕겨지듯 일어났다.
“너 주번이잖아. 그만 자고 칠판이나 닦아”
“,,,,,,,,,”
경수를 노려보는 남자의 눈빛에 어수선하던 교실 공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고 둘을 쳐다보는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알 수 없는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가서 세수해. 그럼, 잠 깨니까.”
“.......응”
아이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경수를 노려보던 남자는 경수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교실을 나섰고 경수는 그런 남자를 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책 가운데에 껴놓았던 샤프를 집어 들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에 지저분하게 그어진 샤프심들이 눈에 거슬려 지우개로 박박 지워내자 아이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귀에 박혀 들어왔다.
‘우지호랑 도경수 진짜 안 어울리지 않냐?’
‘그러니까. 난 우지호가 방금도 경수 때리려는 줄 알고 쫄았잖아.’
‘우지호 눈빛 진짜 살벌하더라. 난 오늘 살인나는 줄 알았어.’
우지호의 실체를 알고도 저런 소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지우개를 움직이던 경수가 문득, 우지호와의 첫 만남이 생각났다.
처음부터 우지호를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경수도 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마주치면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그런, 우지호의 눈빛에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그런 우지호의 눈빛은 마치 스컹크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 뿜는 지독한 가스냄새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나서는 굳이, 우지호의 눈빛에 쫄지 않으려 힘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편해졌다.
“이거 어떡해?”
“.......닦아.”
“수건 없어.”
“휴지로 닦아 그럼.”
“아- 나 휴지 좀.”
“.......병신.”
바로 이런 거다. 세수를 하고 오랬더니 정말 딱, 세수만 하고 물기는 닦지 않은 얼굴을 자신에게 들이미는 행동. 교실에 뻔히 달려있는 휴지를 보고도 자신에게 이 물을 어떻게 닦아야하냐 묻는 저 바보스러움. 그게 바로 내가 우지호 옆에서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경수는 확신했다.
“세수 했는데도 졸려.”
“......우지호”
자신의 자리 대신 비어있는 경수의 옆자리에 앉은 지호가 책상에 엎드리자 경수가 고개를 돌려 지호의 이름을 낮게 불렀고 지호는 그런 경수의 부름에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고 있는 경수와 눈을 맞췄다. 대답은 없었지만 왜 불렀냐고 묻는 듯이 쳐다보는 지호의 시선에 경수가 말 보다 먼저 손가락을 길게 뻗어 칠판을 가리켰다.
“너 주번이야.”
“알아.”
“어제, 오늘 나 너 칠판 닦는 거 한 번도 못 봤어.”
“졸려서 못 닦겠어.”
“니가 졸려서 못 닦은 칠판이 매 수업마다 깨끗한 게 이상하지 않아?”
“.........그러네, 이상하다.”
마치, 지금 알았다는 듯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지호의 모습에 경수가 한숨을 길게 쉬며 지호의 어깨를 툭툭 쳤다.
“너 때문에 주번 아닌 반장이 계속 칠판 닦았어. 양심이 있으면 이번 시간은 니가 닦아.”
“반장이 누군데?”
“니 짝.”
“내 짝이 반장이었어?”
전혀, 몰랐다는 듯 몸을 벌떡 일으킨 지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지 모른 채 허리를 살짝 굽은 채 앉아있는 반장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물론, 자신의 짝이 반장인지도 모르는 지호가 이름을 알 리가 없었기에 지호는 ‘반장’ 이라는 호칭을 크게 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그런 지호의 모습에 영문을 모르는 반장은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자신을 부른 게 지호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빠르게 안면근육을 굳혔다.
“나, 나 불렀어?”
“반장 너!!!!”
“어!?”
“반장인 거도 속이고, 그리고!!! 칠판!”
“미안! 몰랐어! 정말 미안! 내가 지금 닦을게!”
빠르게 앞으로 걸어 나간 반장이 이내 다리가 꼬여 넘어졌고 꽤 아픈 소리가 났지만 괜찮다는 듯 벌떡 일어나 칠판지우개를 들어 빠르게 칠판을 지워나갔다.
“경수야 쟤 칠판 닦는 거 좋아하나봐.”
“.......”
빨리 보라며 우지호가 가리킨 칠판 앞에는 빠르게 칠판을 닦는 반장의 모습이 보였다. 빠르게 지워나가는 반장의 손길에 감탄이라도 한 건지 박수를 치는 지호의 모습에 정말 너는 반장의 모습이 살기위해 발버둥 치는 거라는 걸 모르냐는 듯 경수가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한숨만 쉬다가 늙어버릴 거 같은 불길한 느낌에 경수가 고개를 흔들며 더 이상 지호에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지만 내심, 우지호가 마음에 걸려 살짝 고개를 들어 지호를 쳐다봤다. 분명, 지호는 반장에게 고맙다 말을 하려했던 걸 텐데 지호의 눈빛에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반장이 안쓰럽기도 하면서 그런 반장의 마음을 곧 죽어도 이해하지 못할 우지호가 불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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