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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디] 선생님, 선생님. 도경수 선생님! - 3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3/8/e/38ee6a10c0bf533a8eaee64693184e1a.jpg)
선생님, 선생님. 도경수 선생님!
3
♩♪♩♪
재고 넣느라 바빠 죽겠는데 누구야, 대체.
빠른 손놀림으로 딸기우유를 한번에 쭉 밀어넣고서 울려대는 핸드폰을 확 뽑아들었다. 수신전화. 김종인. 010-1994-0114.
머리 위로 물음표를 둥둥 띄운 채 화면을 가볍게 슬라이드했다.
"김종인 학생?"
"궁금한게 있어서요."
앞 뒤 말 다 잘라먹고 용건부터 나온다. 김종인 다운 어투라고 생각했다. 밤이라 그런지 한껏 내려앉은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몽롱했다.
어깨와 귀 사이에 핸드폰을 낀 채, 초코우유 한줄을 집어 쭉 밀어넣었다. 응, 뭔데요.
"과외 몇시 시작이에요."
풉.
하마터면 핸드폰을 놓칠 뻔했다. 간신히 초코우유를 집어넣고 오른손에 핸드폰을 쥐었다. 찬 바람이 나오는 냉장고 앞에 쪼그려 앉아 남은 것들을 한손으로 마저 집어넣었다. 터진 웃음은 좀처럼 멈출 생각을 안했고, 가슴께를 간질거리며 자꾸만 푸슬푸슬 새어나왔다.
"그거 물어보려고 전화한거에요?"
아무말 없는 휴대폰을 살짝 힐끗거리며 피식 웃었다. 수화기 너머로 입술을 달싹이며 우물쭈물 하는 것이 느껴져 자꾸 웃음이 나왔다.
"7시부터해서 10시에 끝나요. 야자는 안하죠?"
네. 하고 짧게 대답한 그는 잠시 말이 없더니 그럼 그 때 뵐께요- 라는 매우 예의바른 말투를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사람은 얼굴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간단한 진리를 다시금 깨우치고 있었다.
첫인상이 너무 강렬했다는 핑계를 억지로 내세우며 구부러진 허리를 쭈욱 폈다. 재고정리가 끝나고 곧 교대할 시간이었다.
카운터에 달린 조그만 시계는 여섯시를 향해 째깍거리고 있었다.
짤랑-
"어서오세요. ㅇㅇ편의점입니다."
"그래, 어서왔다. 너보려고."
천연덕스럽게 농담을 던지며 유니폼을 찾는 그는 내 다음 파트를 맡고있는 박찬열이었다.
이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박찬열은 늘 교대시간이 되기 삼십분 전에 칼같이 출근을 했다. 덕분에 점장님께 꽤나 이쁨받고 있다. 칼퇴근한다고 구박받는 나완 다르게.
"나 이제부터 여섯시 전에 퇴근할께. 점장님한테는 니가 말 좀 잘 해주라."
"왜. 싫어. 안돼. 왜. 뭐 때문에."
대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던 박찬열이 미간을 확 찡그리며 묻는다. 나는 손바닥을 코 앞에서 마주모은채 고개를 푹 숙였다. 부탁할께.
"싫어."
입술을 쭈욱 내밀고서는 괜히 심통이다. 제 파트도 아닌데 삼십분을 무료로 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당연히 짜증나겠지 싶다.
"미안해. 이번에 과외를 하나 맡았는데 여기서 버스타고 쫌 가야되서."
"그래서."
"부탁한다구. 내가 나중에 한번 거하게 쏜다니까?"
그 말만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요. 빈정대며 대걸레를 박박 문지르는 찬열이 한숨을 푸욱 내쉰다. 찬열아, 미안해. 사랑해! 앞치마를 곱게 벗어놓은 채 편의점을 재빠르게 나섰다. 뒤에서 박찬열이 뭐라고 궁시렁 거린것 같은데. 유리문 너머로 손을 들어 머리위로 붕붕 흔들며 인사를 하고선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과외 경력 2년. 제자를 기다리게 할 순 없다는 신념으로 과외 시작 10분 전에는 도착 해 있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돈 받고 일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게 내 나름의 신조였다.
띵동-
몇 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마당을 가로지르며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늦지 않았다. 교재를 꺼내 품에 안으며 힘차게 발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어, 교복입었네."
다시 한번 느끼지만 김종인은 교복 발이 산다. 교복이 김종인 발을 받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평범한 회색교복을 몸에 딱 맞게 줄여서 밋밋하지가 않았다. 이렇게 제대로 보니까 알겠네. 몸 좋구나.
상 위로 교재를 주르륵 펼치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오늘부터 나갈 책이구, 이건 다음 달부터. 얘는 부교재니까 계속 쓸꺼에요. 얘는 과제용. 그리고 이 책은...
"저기."
말을 뚝 끊고서 빤히 눈을 마주쳐온다.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사람의 눈동자가 이렇게 새까말 수도 있구나.
새삼 김종인의 눈동자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대뜸 몸을 앞으로 숙이는 바람에 얼굴이 확 가까워졌다.
"물어볼 게 있어요."
"어... 그래."
"그 쪽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그냥 편하게 불러. 선생님. 쌤. 아니면 경수쌤.
"대학생이에요?"
김종인의 질문이 이해가 가지 않아 입을 다물고 눈을 굴렸다.
"응. 당연히 대학생이죠. 고등학생이면 종인 학생이랑 친구게."
"왠지 그래 보여서."
눈을 내리 깔고 조그맣게 속삭이는 김종인은 속눈썹이 참 길었다. 여자들이 붙이는 인조속눈썹처럼 짙고 풍성한 속눈썹.
그러고보면 얼굴 윤곽이나 콧대는 남성적인데, 속눈썹이나 입꼬리 같은 건 또 엄청 여성스럽다.
참 묘한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저번부터."
"어?"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왜 자꾸 쳐다봐요.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는 게 나름 귀여워서 흐흐 하고 웃었다. 이런 거보면 또 고딩같다.
말없이 웃는 내가 답답한지 인상을 살짝 찌푸린다. 웃음을 참으며 교재 맨 앞쪽을 폈다.
"아냐, 아무것도. 수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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