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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디] 선생님, 선생님. 도경수 선생님! - 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3/8/e/38ee6a10c0bf533a8eaee64693184e1a.jpg)
선생님, 선생님. 도경수 선생님!
1
[수학 과외]
1: 1 학습 코칭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기초부터 쉽게 가르쳐 드립니다.
010-2012-0408 로 연락주세요!
"하아..."
아파트 단지를 전부 돌았음에도 품 안 가득 남아있는 종이들을 허무하게 내려다 보았다. 해는 점점 저물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족히 2시간은 더 돌아야 할 것이었다.
빨개진 코 끝을 움켜쥐며 그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수족냉증이 있는 터라, 한 겨울에는 쉽게 손과 발이 붉게 부르텄다.
이대로 돌아갈 순 없어. 아직 절반도 못 붙였잖아.
찌릿하게 저려오는 손을 주무르며 고등학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예상대로 하교하는 학생들이 줄지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전봇대, 담벼락 보이는 곳에는 닥치는 대로 스카치테이프를 뜯어 덕지덕지 붙였다. 빨리 집에 돌아가 감각조차 없는 손과 발을 녹여야 했다. 오늘따라 바람이 유독 매서웠다.
부우우웅- 끼익
바람소리겠거니하며 흘려넘겼건만. 빨리 끝내려 했던 게 오히려 화를 불렀다. 눈 앞으로 A4용지들이 붕 떴다 후드득 떨어졌다. 차가운 길바닥에 쿵하고 나가떨어진 모습이 꽤나 추할 것임에도 쉽사리 일어서지 못했다. 꽁꽁 언 발목이 말을 듣지 않았다. 꽉 끼는 교복바지의 남학생이 귀찮다는 듯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껄렁거리는 폼이 양아치들끼리 무리지어 몰려다니는. 뭐 그런 애들인 것 같았다. 무려 세 대의 오토바이에서 나오는 불빛이 전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아이씨, 거기 아저씨!"
가래가 잔뜩 낀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행새가 꽤나 험악해서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저벅 저벅 걸어오는 학생의 발 밑으로 더럽게 구겨지는 전단지가 보였다.
"왜 길을 막고 지랄이야."
남학생의 키는 나보다 족히 한 뼘은 더 커보였다. 당당한 기세에 주눅이 들어 고개만 푹 수그리고 있자, 땅에 떨어진 전단지를 주워 들며 지들끼리 낄낄대며 웃어댄다.
"어이쿠, 선생님이셨어요? 수학 선생님?"
고개를 들어 학생들을 바라보자 나를 내려다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웃고있었다. 그렇게 웃고 있는 학생은 총 네명이었다. 맨 오른쪽에 있는 학생 빼고.
유난히 눈에 띄었다. 훤칠한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단번에 눈에 들어오는 키. 약간 검은 듯한 피부가 차가운 인상을 주는.
"......"
제 친구들이 시덥잖게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 꽤 맘에 들지 않는 듯 했다. 말없이 까맣게 얼룩져가는 전단지를 쳐다보더니 성큼성큼 걸어와 전단지를 전부 쓸어 모았다.
나도, 그 날라리 학생들도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먼저 터져나온 것은 친구들의 욕지거리였다.
"야, 김종인. 니 뭐하냐?"
"미친 새끼. 지만 존나 착한 척 하는 거 봐."
친구들의 야유에도 묵묵히 종이를 그러모으던 그는 탁탁 소리를 내며 종이를 가지런히 정리하더니 내 코 앞으로 쑥 들이밀었다. 추위에 반사신경이 둔해져, 허둥대는 내 모습을 그저 조용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고, 고마워요."
더듬더듬 종이를 품에 넣고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났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내 앞에 서 있던 학생은 잠시 뒤를 돌아보더니 턱으로 전단지를 가리켰다.
"과외. 하세요?"
감정도, 억양도 없는 목소리가 뿌연 입김과 함께 나른하게 울려퍼졌다. 새카만 눈동자에서는 무슨 의도가 담겨있는지 도통 알아낼 수가 없었다.
"네. 수학 과외."
깨끗한 전단지를 골라 슥 내밀자, 주머니에서 손을 빼 받아 들고선 쉽사리 시선을 떼지 않았다.
혹시라도 관심 있으면 밑에 번호로 연락줘요. 카톡도 되고.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민망해서 몇 마디 덧붙였다. 뭐, 진짜 과외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닐테지만.
끈질기게 시선을 놓지 않던 학생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다가 이내 고개를 까딱 하고선 몸을 돌려 휘적휘적 제 무리로 섞여 들어갔다.
멍하니 그 뒷 모습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담벼락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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