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를 졸업한 나는 그냥 미술학원쌤으로 일하고있다. 절대 일할 자리가 없어서 하는게아니다. 그냥 뭐 가르치는게 적성에 맞을뿐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일을 그만두고싶다. 그 이유는...
"아 왓더! 시발 딴생각하다 붓 헛잡음."
앞반 선생 변백현 때문이다. 사실 입시반이라고 하면 변백현이 가르치는곳이 입시반이라고 할수있다. 내가 가르키는 애들은 초등학교부터 고2 정도. 근데 저기가 조온나 시끄러워. 그래서 22살까지 대학못간 박찬열도 이리로왔다. 저긴 시끄러워서 못있겠다고. 하지만 난 다 안다. 지도 일년전까지만해도 저기에서 변백현 못지 않게 떠든걸. 근데 박찬열은 여기로 와도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방이 따로 나눠져있는게 아니라 긴 방에 칸막이가 쳐져서 나눠져있기 때문이다. 그니깐 앞에서 뭘하고 뭘 말하든 다보이고 다 들린다는 얘기다.
"얘들아 여자를 잘만나야되요 여자를."
"맞아요 남자애들은 얼굴만 본다니깐요?"
윤주가 변백현의 말에 동감하는듯이 발끈한다.
"간호조무과 여자애는 만나지마라."
"왜여?"
"왜요?"
거의 일찐이야 일찐. 간호 조무과는 학원에서 공부해서 들어가는거야. 그니깐 같은 간호산데 클라스가 틀리다는거지. 변백현이 열변을 토한다.
"허얼- 대박."
"와 쌤 좀 놀았어요? 왤케 잘알어."
"부천가서 쌤이름만 팔아도 돈 뜯을수있다. 나한테 잘해 새끼들아."
입시 준비하는 애들한테 저런걸 왜 알려줘 쯧... 혀를 차고 찬열이의 그림을 보려는데...
"헐...대박. 내 친구 간호조무과 여자애랑 사귀는데 말해줘야겠다."
"야 간호조무과라고 다 일찌니인줄 아냐? 다른사람 연애 파탄 내지말고 니 그림이나 그려. 대학 안갈껴?"
네네 알게쭙니다... 하며 다시 그림을 그리는 박찬열을 보니 한숨만 나왔다. 참...대학은 어떻게 갈려고...
"얘들아 30분 남았다."
지할말은 다해 놓고 애들 그림 마감시간은 잘지키네.
"야 내가 어제 얘네들이랑 도넛 집을 갔거든?"
아 또 말 터지네. 쟤네 대학 못 가면 다 변백현 책임이야 변백현 책임.
"근데 장사가 존나 안되는지 도넛을 버리더라? 근데 그때 우리가 들어감."
아이들은 웃는다. 하지만 난 웃지 못한다. 쟤네 미래 책임은 누가 지냐고... 결국 옆반에 가 말했다.
"변쌤 애들 중에 몇 명은 내일 실기 봐요. 좀 조용히 하죠?"
"에이 됴쌤도 참-. 야박하게 구시네."
저는 아이들의 비타민이라고요! 하며 웃는 변백현의 쪼인트를 까고 싶었다. 비타민이든 나발이든 쟤네 인생은...?
"맞아요 됴쌤 야박하시네~"
"맞아요!"
얘들아. 너네를 위한 말이야. 너네 중 몇 명은 내일 실기 보잖아. 미친 거니? 아직 현실이 믿기지 않아서 그런 거야? 내일 실기 망치면 어쩌려고 진짜...
"너네 내일 실기다. 응? 좀 닥치고 니네 하는 거 그려."
애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앉아 집중을 한다. 아 좀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시 우리 반으로 돌아가는데. 잠깐만. 왜 정작 쟤네 선생인 변백현은 여유로운데 옆반 선생인 내가 불안해하는 거지?
"야 박찬열 이 배신자야."
"제가 왜 배신자에요!"
"너 시발 우리반 나갔잖어 임마."
그건...변쌤이 너무 시끄러워서... 박찬열이 찌질하지만 솔직하게 말한다. 제 할 말은 다하는 새끼구먼! 그래 장하다 내 새끼! 역시 사내새끼는 지조가 있어야지! 아 근데 변백현 여기 왜 옴?
"도쌤 내가 그렇게 시끄러워요? 나 말수 적은 편인데."
변선생은 분명 반어법을 쓰고 있는 거다. 양심이 있다면 저런 말을 못하지. 암 그럼 그럼.
"반어법이에요?"
"진짠데?"
지금 내가 거울을 본다면 아마 내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있을 것이다. 양심리스 새끼... 갑자기 와서 저런 병신 같은 대답을 하다니... 저건 완벽한 개새끼다.
"중딩들 도쌤 말 잘 들어라 앙?"
"아 선생님! 왜 우리 반 와서 시비에요!"
"맞아! 변쌤 나가요! 훠이."
세주의 말을 거들은 박찬열은 변백현한테 또 쪼임을 당했다. 넌 나와했던 2년들이 기억 안 나냐는 둥 역시 제자 새끼는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둥...
"도선생님 밥 먹었어? 나랑 같이 먹어요."
"먹었거든요? 선생님네 반 가세요. 애들이나 봐줘."
"걔네들은 내가 없는게 더 효과적일걸요?"
"알긴 아네."
도쌤 전 그럼 이만 제 반으로. 보고 싶어서 울지 마요~ 다시 제 반으로 가는 변백현은 뭘 먹고 저렇게 얄밉나 싶다. 하지만 변백현은 보기와 다르게 서울대를 나왔다. 맨 처음에 변백현을 만났을 땐 진짜 동경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서울대라니... 설대 나왔으면서 왜 여기에..? 의문점이 많긴 했지만 뭐 저 사람도 나와 같은 적성이라 이렇게 온 걸 수도 있으니깐.
띠리링 메시지 왔어요-.
[도쌤 모해?]
[도쌤~ 머하는구에염]
[메세지 보고있는거 다 보이거덩여?]
[쌤 자꾸 답장 안보네면 뽑호 할꺼애여.]
[아 왜 정색하구 그레여ㅡㅡ 넝담~ㅎ]
"아...씨발..."
사실 이 학원을 그만두고 싶은 제일 큰 이유는... 변백현이 나한테 고백을 했기 때문이다. 진짜 내가 별 미친놈을 다보네...
[쌤 제 고백 생각해 봤어요?]
시발 괜히 생각했어. 어떡해! 답장을 뭐로 보내지? 생각해 봐도 아닌 거 같아요. 키패드 자판을 누른다. 문자를 보낸 뒤 앞에를 보니 변백현이 미간을 찌푸리고 문자를 보내는 게 보였다.
[아 난 선생님이 너무 좋다니깐?]
[장난 아니고 진심.]
[아 나 존나 진지하다고!]
[난 쿨하지 못한 남자라 선생님이 거절해도 달라붙을꺼임.]
[제가 그래서 학창 시절에 변 불가 less였다고요.]
그럼 좀 더 생각해 볼게요. 다시 문자를 보내버렸다. 앞을 보니 다시 환하게 웃으며 날 보는 변백현. 사랑해요. 입모양으로 말한다.
[진짜요? 아 도쌤 사랑해!]
"얘들아 선생님 학창시절 별명이 뭔 줄 아냐?"
뭔데요?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변백현을 쳐다본다.
"변 불가리스. 변백현 사전엔 불가란 없다."
그게 뭐야! 그냥 변 잘 나오게 하라고 불가리스 아니에요? 애들이 하나둘씩 웃는다. 저 자식 일부러 저 말 꺼낸 거야.
"진짜거든? 내가 이 오기로 서울대 갔다 이놈들아. 너네도 잘해."
예예. 애들이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변백현은 날 보며 웃곤 밖으로 나간다. 뭐야 왜 나가? 궁금하긴한데 그래도 다시 박찬열을 봐줬다. 야 박찬열 너 그림 다 펼쳐봐봐. 공통점 좀 찾아서 고치게. 박찬열이 엉기적 엉기적 자신의 그림들을 꺼내온다.
"후후 이번엔 저 열심히 한 거 같아요. 하던 대로 하면 세종대 갈 수 있을 듯."
"뭐래... 야 넌 그림을 너무 외우고 그린다니깐? 그게 다 보여. 너 이거 못 고치면 대학 못 가."
어? 그리고 좀 디테일하게 그리라고! 삐죽거리는 박찬열을 열심히 훈계하고 있을 때 변백현이 들어왔다. 도쌤~ 제가 뭐 사 왔게요?
"뭐 사 왔는데요."
짠. 불가리스 히히. 많이 먹어요! 변백현은 검은 봉지를 내게 던져주었다. 불가리스에 양심리스인 새끼... 존나 떠먹고 싶어.
"선생님 저는요?'
"너 같은 제자 둔 적 없다. 이 빅찬열아."
덩치만 졸라크고 하는 짓은 존나 빙구에요. 변백현이 혀를 차며 자신의 반으로 돌아간다. 저 말은 좀 공감. 아니 많이 공감. 진짜 덩치만 크고 빙구라니깐? 키 그렇게 쓸 거면 나한테 나눔 좀.
"선생님 배 안고프세요?"
"왜."
"저 케이크 있거든요."
박찬열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치즈케이크를 꺼낸다. 오 좀 맛있겠는데.
"맛있어요! 한번 잡솨봐."
"오 감사 감사."
먹으려고 하는데 변백현이 막는다. 뭐야 왜 또 왔어.
"박찬열 선생님은 안주냐? 응?"
"선생님이 저 같은 제자 둔 적 없다면서요!"
"사내새끼가 뭐 그런 거 가지고 삐쳐!"
같이 나누고 사는 거다 나누고! 변백현이 포크를 들고 야무지게 먹는다. 잘 먹네. 그렇게 변백현이 지 먹을 것만 쳐먹고 간 뒤. 불가리스가 눈에 띄었다. 저거나 그려볼까...
"어 도쌤 그림 그려요?"
"저리 가요 변쌤."
"아 좀 보여줘!"
"싫다니깐?"
열심히 스케치북을 사수했지만...
"어 불가리스 그리고 있었네?"
뺏겨버렸다. 아 쪽팔려.
"왜 그리고 있었어요~?"
"그... 그냥요!"
"그냥?"
"심심해서! 제가 입시생 꺼 그릴 순 없잖아요!"
"아? 그런가? 믿어줄게요~ 어얼 도쌤 잘 그리네."
믿어줄게가 아니고 진짜라니깐요? 답답하다! 누가 보면 지 생각나서 그리는 줄 알게... 그러고 보니 나 왜 저거 그리고 있지?
"와 이 정도 실력이면 나랑 같이 서울대 나왔어도 되는데."
"저도 서울대 가고 싶었거든요?"
"그러게 서울대같이 다녔으면 내가 예전부터 열심히 구애했을 텐데."
어어? 도쌤 귀 빨개진다! 부끄러워요? 아 짜증 나게! 왜 옆에 와서 낮 뜨거운 말만 해대는 거야?
"아니거든요? 빨리 변쌤 반이나 가시죠?"
"네네~ 오늘 수확은 걷었습니다."
넘실넘실 뛰어서 지네 반으로 가는 변백현 뒤통수를 때리고 싶었다. 뛰는것도 지같이 뛰어요.
"이야 얘들아 상훈이 그림 좀 봐라."
가관이지 증말? 야 김상훈 니 그림은 폭력성이 너무 첨가되있어. 변백현이 이제서야 선생질을 한다.
"대포는 왜 그리냐? 대포성애자여?"
야 말나온김에 니 그림좀 다 가지고와봐. 변백현이 상훈이에게 이제 좀 선생같은 지시를 내린다.
"여기요."
"이거 봐. 다 폭력성이 첨가되있잖어. 좀 아직 학생같은 풋풋하고 귀여운. 그림을 그려야된다니깐?"
저기 세진이 그림좀 봐. 귀엽고 풋풋하잖어. 아니면 우리 도쌤 얼굴좀 봐.귀엽잖아. 변백현이 갑자기. 날 가르킨다. 미쳤나봐.
"에이 뭐에여!"
"웩."
애들의 야유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변백현은 신경도 안쓰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김상훈 너가 그리는 그림은 완전 박찬열 얼굴이야. 늙은 입시생 그림."
"헐. 충격."
야 김상훈 넌 왜 충격받어! 박찬열이 그림 그리다 말고 벌떡 일어선다. 찬열아 신경쓰지마. 찬열이를 잘 타일러 다시 앉혀놨다.
"변쌤 완전 미워여! 저도 마음만은 19살 이거든여?"
아직도 삐졌는지 툴툴 거린다.
"봤지 상훈찡? 빨리 고쳐버렷."
변백현과 애들이 웃는다. 더러웠냐? 왜 웃어. 변백현이 실실 웃으며 애들을 친다. 선생님 51분이나 남았거든요? 니가 넬이냐 인마. 애들이 또 웃는다. 51분 전은 넬 노래 잖아... 참 저런 발상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뭐 저런 발상으로 서울대 간 건가? 실실 웃으며 다시 휴대폰을 하는 변백현. 쯧 저 봐라 저. 원장님이 저걸 보셔야 하는데... 김준면 원장님 바보...
띠리링 메시지 왔어요-.
[도쌤 나랑 동양화 그릴래요? 원장 선생님이 같이 하쟤!]
[동양화는 느낌이 틀리데! 재밌다는데..]
생각해보니.
[별로 변쌤이랑 같이 그리고 싶은 마음 없는데요]
[에이 도쌤 내가 잘할게요. 응? 같이 하자?]
나는 변백현을 제대로 거절한 적이 없었다.
[네네 그러던가요.]
[내일 나랑 같이 꼭 그려요!]
변백현의 말과 행동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
[선생님이 나한테 뿅 가게 그림 존나 열심히 그려야겠다. 내 그림 보면 여자든 남자든 반하거든.]
변백현에게 불가란...
"도쌤이랑 나랑 내일 동양화 그리기로 약속했다! 도쌤 내일 무르기 없게 너네가 다 증인!"
없는 거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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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싸지르는 글..★☆ 동양화도 그리고 너네 뜨거운 밤도 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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