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 Black Shadow 02
' 가슴은 뜨겁되, 머리는 차갑게 너를 숨겨라 '
Written By, 봉달
그 후로 경수는 몇 번이나 용의자들의 진술을 다시 읽어보고, 곰곰히 생각도 했지만, 나오는 답은 없었다. 오히려 실타래만 더 꼬일 뿐...
" …… "
경수는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하다 그리 마음에 드는 방법은 아니지만, 용의자들의 평소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미행'을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단 첫 번째는, 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사는 세 번째 용의자 ' 김종인 '
이름 김종인
나이 22세
현재 명문 예술대 실용음악과 재학 중
사는 곳은 공원과 10분 거리에 있는 xx아파트
" …… "
경수는 김종인의 프로필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마지막으로 김종인의 프로필이 담긴 파일을 덮고, 서에서 나와 주차해뒀던 승용차에 몸을 실은 뒤, 김종인이 사는 곳으로 갔다.
' 김종인 미행 첫 째날 '
김종인이 다니는 학교에 도착한 경수는 모자를 쓰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종인의 곁을 따라 다녔으며, 종인의 하루를 자세히 관찰했다.
" 과 단합? "
" 응, 단합! 종인이 너도 올거지? 애들이 너 얼마나 기다리는데 "
" 글쎄, 난 딱히 "
" 야, 좀 와줘 진짜... 한 번만 와라, 응? 후배들한테도 너 온다고 얼마나 자랑을 했는데 "
" 나 그날 알바야, 인마 "
경수가 처음으로 본 종인의 모습은 캠퍼스 복도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김종인은 같은 과 학생과 대화를 하는가 싶더니, 그 학생한테 '미안하다' 라는 말만 남긴 채, 바로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김종인 미행 첫째날, 김종인이 집에서 나와 대학으로 가는 길, 대학에서 무엇을 하는지 시간표도 확인하고 하루종일 관찰했지만,
특별히 의심가는 점은 없었다.
그저 다른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똑같이 학교에 와 강의를 듣고, 뭐 그정도?
성격도 나쁜 편이 아니었으며, 주변에서 ' 김종인 '에 대한 이미지는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교우관계, 선후배 관계 역시 완벽했고.
이상한 점보다는 오히려 유머감각이 뛰어나 동기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아 항상 사람에게 둘러쌓여 있었으며, 겉으로 보이는 외모와 목소리로 여후배들한테도 꽤나 인기가 있어보였다.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루동안 학교, 알바, 집, 이렇게 세 곳만 갔고, 수상한 행동 역시 없었으니까.
' 김종인 미행 둘 째날 '
경수가 서에서 수첩과 펜을 가방에 넣고 있으니, 경수 책상 앞 기계에서 율무차를 내리던 찬열은 바쁘게 나가는 경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 요즘 어딜 그렇게 다녀? "
" 어? "
갑작스러운 찬열의 물음에 당황한 표정의 경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충 둘러대긴 했지만, 찬열은 그것마저도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혹시 무슨 단서라도 찾았냐며 경수에게 물었다.
그런 찬열에게 경수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고, 이따 보자는 말을 남긴 후 서둘러 서를 빠져나왔다.딱히 찬열이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으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본다.
경수는 서 앞에 주차한 승용차에 시동을 걸어 서둘러 김종인의 학교 방향으로 차를 몰았고, 조금 늦은 시간에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 …… "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경수는 종인이 다니던 길 반대 쪽에 차를 주차한 후,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대학 정문에 서서 조용히 김종인이 오기를 기다렸다.
원래는 아침부터 봤어야 했지만, 서에서 일처리가 늦는 바람에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해 김종인이 알바를 가는 시간에 겨우겨우 도착을 했다.
솔직히 김종인의 하루는 보는 경수조차 지루할 정도로 학교, 알바, 집만 다녔다.
거의 만나자는 동기나, 선후배의 문자에도 ' 미안하다 ' 라는 답만 내놓았고,
바쁘다는 이유로 거의 약속들을 취소했으며, 마치 사람을 피한다고 생각이 들만큼 김종인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둘러쌓여 있으면서, 막상 밖에 나와서는 사람을 피하는 꼴이라니…
" …… "
그렇게 정문에 서서 조금만 기다리니, 멀리서 김종인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고, 김종인은 평소와 똑같은 길을 걸었다.
분명 예상대로라면 이대로 알바에 가서 저녁까지 알바를 하다, 시간이 되면 집으로 가겠지.
경수는 그런 종인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김종인의 생활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냥 '지루했다'
계속해서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김종인은 저걸 어떻게 버티나 보는 경수가 경이로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 김종인 미행 셋 째날 '
이틀동안 의심되는 행동을 보이지 않던 김종인이 처음으로 학교, 알바, 집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평소처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일 거라 생각하던 경수는 갑자기 길을 틀어 다른 곳으로 가는 종인에 아차 싶었고,뭔가 있나 싶어 그 뒤를 따라갔지만, 김종인은 예상 밖의 장소로 걸어가고 있었다.
익숙한 곳, 얼마 전에도 경수가 왔던 그 곳…
" …… "
왜 김종인이 이 곳에 왔는지 알 수가 없는 경수는 한참을 또 골머리를 앓았다.
이틀동안 김종인의 행동을 보면 전혀 의심가는 부분이 없었지만, 갑자기 왜, 무슨 이유로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작은 공원을 두고, 10분이나 걸어야 하는, 캠퍼스에서는 더 오래 걸리는
피해자가 살인당한 이 공원에 다시 김종인이 찾았는지 경수는 의문이었다.
혹시나 싶어 공원에 온 김종인을 유심히 지켜봤지만, 전에 네 번째 용의자 루한이 앉아 있었던 그 벤치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뿐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건 있었다.
" …… "
계속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던 김종인이 갑자기 앞을 보더니 조용히 미소지은 것…
그냥 풍경을 보고 웃었다면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김종인의 그 행동이 더 이상했던 이유는
김종인이 바라보면서 웃었던 방향이 피해자가 살해당한 '화장실' 쪽이었다.
' 김종인 미행 일주일 '
하지만 그 때 그 일 이후로 김종인은 4일동안 아무 이상행동도 없었다.
또다시 무미건조한 학교, 알바, 집을 반복하고 있었으며, 여전히 주변 사람들을 피하면서 다녔다.
아직 남은 용의자가 3명이나 남았는데, 그 날 이후로 이상한 점이 없는 김종인을 계속 미행하는 건 시간낭비라 생각한 경수는
오늘을 김종인을 미행하는 마지막 날로 잡았다.
그래봤자 또 학교, 알바, 집이겠지만, 그렇다고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데
오히려 그걸 얻음으로써 경수는 어딘가 끝이 조금 찝찝했다. 차라리 얻지 못한 것보다 더 안 좋은 기분…
" 왜 그 쪽을 보면서 웃었는지… "
수첩에 김종인이 한 그 행동에 대한 내용을 적어두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딘가 찝찝했다.
김종인이 무언가를 일부러 숨기는 듯한 느낌…
" …… 아니겠지. "
김종인이 학교가 끝나고 알바로 간 것을 마지막으로 본 경수는 김종인의 알바가 끝나는 시간에 김종인의 아파트 앞에 주차를 해두고, 김종인을 기다렸다.
" …… "
지금 시각은 정확히 8시 58분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람 발자국 소리에 경수는 몸을 숨겼고, 그 발자국 소리는 점점 더 아파트로 가까워져 갔으며, 역시나 그 소리의 주인공은 김종인이었다.
김종인은 아무 의심도 없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 후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과 동시에 자취를 감췄다.
이제 끝이다 싶어 경수는 김종인에 대한 기록을 끝낸 후 수첩을 가방에 넣고 아파트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도 경수는 이를 갈며, 어떤 영악한 놈인지… 잡히면 얼굴 한번 제대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김종인이 범이이 아니라는 선에서 보면, 어떻게 용의자를 하나 같이 헷갈리는 사람으로 잡았는지…
" 휴… "
경수는 주차장으로 가는 내내 한숨만 쉬었다. 이대로 제 명까지 못 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 경수는
앞으로 비타민 좀 많이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차 문을 열려는 순간
경수의 뒷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한숨쉬면 오래 못 살아요. "
" …… "
경수는 차 문을 열지 못한 채, 그대로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 경수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였고,
경수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놀란 마음에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었으며, 손에 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 …… "
그리고는 천천히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경수는 몸을 다시 뒷쪽으로 돌렸고, 누군지 알 것 같지만, 아니길 바라며 뒤를 돌았는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자 경수는 얼굴이 점점 더 굳기 시작했다.
" 우리 전에 한번 보지 않았나요. "
" …… "
" 저 이름도 기억하는데 "
" …… "
목소리의 주인공은 천천히 경수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조용한 밤 주차장에서는 그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 도경수 형사님 "
" …… "
경수는 온 몸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예상했던 것과 같이 김종인이었으며,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이건 분명
미행을 하다 들켰다는 말이다.
미행을 들켰다는 건 정말 미친 짓이었으니까…
-
서에 도착한 경수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정말 말 그대로 뻗어버렸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온 몸에 소름이 돋았으니까…
" 무서운 놈… "
경수는 방금 전 종인과 있었던 일을 곱씹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 얼마 전부터 계속 저 따라다니지 않았어요? "
" …… "
" 처음에는 착각인가 싶었는데, 계속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늘 한번 잡자는 생각으로 나왔거든요. "
" 저기… "
여유로운 표정을 한 종인은 경수와 좁은 거리를 남겨둔 채 웃으며 말했다.
" 저 이런 거 많이 예민해요. 주변에 누가 있는 게 귀찮거든요. "
" …… "
" 그런데 언제부터 누가 계속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별로였는데, 그게 형사님이라는 건 조금 의외. "
" 그… 사건 때문에… "
솔직히 사건 때문에 김종인을 미행한 건 맞지만, 일단 사생활도 있으니 그것에 대해서는 분명 경수가 잘못한 게 맞다.
만약 들키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들켰다면 말이 다르지.
" 미안해요. "
경수는 마치 잘못을 들킨 어린아이와 같은 얼굴로 당황한 듯 입술을 깨물었고. 그 모습을 본 종인은
경수의 불안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번 웃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 …… 형사님이 미행해주면 저야 좋죠. "
" 예…? 무슨, "
" 글쎄요, 이유는 비밀로… 늦었으니까 빨리 들어가고, 다음에 또 뵈요. "
종인의 말을 마지막으로 회상을 끝낸 경수는 자신의 머리를 헝클었다.
이게 지금 골치 아픈 게 뭐냐면, 김종인은 누군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걸 알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을 수도 있다는 것.
미치겠네 진짜…경수는 마른 세수를 한번 하고 나서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킨 후 다음 용의자의 프로필을 보기 위해서 의자에 기댄 몸을 세웠더니
" …… "
책상에 못 보던 메모지 하나가 붙어 있었다.
' 김종인의 키워드는 안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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