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쿵쾅쿵쾅!
01
w. 만년필
입학식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된지 벌써 반이 지나가고 있었다. 벌써 기말고사라니 너무 고된거 아니야? 한숨을 쉬며 도서관에 쳐박혀 있는 찬열에게는 더이상 OT날 이상했던 그 아이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머리속을 잘 뒤져도 기억 날까 말까했던 것이다. 이름도 몰랐으니 당연한 거겠지. 소문난 마당발인 찬열임에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얼굴은.. 하얗던 것이 기억났다. 정말 하얀것이 변백현이라도 되는줄 알았쟈나. 키득키득 웃던 찬열은 백현에게 눈총을 받고서 슬그머니 도서관을 나섰다. 집중도 안되는 것이 산책이라도 갔다 와야 겠다.
삑
" 2000원이요. "
아 비싸.. 투덜거리며 꼬깃꼬깃한, 흡사 바지와 같이 세탁된 지폐를 조심스레 펼치던 찬열이 슬그머니 편의점 알바생의 눈치를 보았다. 까무잡잡한 이 알바생은 자신보다 조금 어려보이는게.. 중딩은 아니겠지? 조금만 깍아주지는 않을까 애처롭게 지폐를 펼쳐보이던 찬열은 알바생의 눈썹이 꿈틀 거리는 것을 보고는 잽싸게 손에 쥐어주고 편의점을 나섰다. 에라이, 편의점이라고 안깍아주는게 어딨어? 애초에 편의점에서 깍는다는 자체가 상식이 아니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찬열은 투덜거리며 빨대를 꼽고 쪽쪽 바나나우유를 마셨다. 아,공기좋고 그냥 시간 때우다 똥백 집에 갈 것같을때 들어갈까? 인적이 드문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던 찬열은 깜박 잠이라도 들 것 같다며 한껏 물오른 감수성에 심취해 있었을까, 건물 뒤편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 야, 이렇게 하라고? "
" 어, 정수정이 시켰다 그래. "
" 존나 독하다 너도ㅋㅋ "
벤치가 나무그늘에 가려져서인지 찬열을 발견못한 아이들이 한 여자아이를 중심으로 이것저것 뭘 묻히고 벗기고(?)있었다. 뭘 하는걸까, 꽤 재밌는 광경에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것도 잊고 쳐다보던 찬열은 얼마안가 저 멀리서 한명이 다급하게 뛰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 야 왔어왔어! "
작게 속삭인답시고 외친 소리에 그새 엉망진창이 된 여자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 끼야아아아악! "
아 무슨, 입에 고주파 확성기라도 달았나. 표정을 썩힌 찬열이 잠시 귀를 막다 또다시 들려오는 발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쪽쪽, 바나나우유도 맛있고 볼거리도 재밌고. 금상첨화로구나!
" 지,지연아! "
뭐?지연? 얼마전까지 나랑 썸타던 박지연?
" 얘,얘들아.. "
수,수정이가..수정이가..! 흐느끼는 소리에 직격타를 맞은 듯이 바나나우유를 흘린 찬열이 와, 입을 벌렸다. 언뜻 봐서는 정수정이란 애가 다 일을 꾸민듯이 벌려놓고 우는 꼴이 기가 막혔다. 대체 걘 뭔 잘못을 했길래 쯧쯧, 혀를 차던 찬열은 괜히 아까운 내 우유나 흘렸다며 신경질적으로 우유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공리에 연극을 마친 지연과 깜박 속아넘어간 관객 일원들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정수정, 언뜻 어디서 들어 본 이름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
다음날 학교는 꽤 시끌벅적했다. 축구는 젬병인 똥백을 제외하고 친해진 성재와 둘이서 공을 굴리고 있었을까 피구를 하던 여학생무리가 언뜻 시끄러웠다.
" 야 뭥미? "
" 아 뭐래 가서 봐봐 "
슬슬 축구를 하던 아이들도 모여 다가가니 옆반과 피구를 하던 아이들이 한 아이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뒤에서 보니 늘씬한 재규어마냥 잘도 피하는게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큼 흥미진진했다. 자신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옆에서 연신 휘파람을 불던 성재는 박수를 치며 응원까지 하고 있었다. 흘긋 본 찬열의 반 여자아이들에는 박지연을 비롯한 어제의 그 무리들이 남아있었다. 눈에 아주 독기가 차올라서 던지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쯧쯧, 그럼 지금 혼자 막고있는 애는 정수정이란 애인가? 귀를 파며 돌아가자고 말하려던 찬열은 지연과 눈이 마주쳤다. 안절부절 못하며 말리는 척 웃고있던 얼굴은 어디가고 찬열을 보자마자 총총 뛰어오는 폼이 가식적이였다.
" 차~녈아~! "
웩, 토를 하는 시늉을 보인 성재와 언제 온 것인지 달려온 종대가 둘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 꺼져라!(짝) 꺼져라!(짝)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똥백새끼 존나 약았어 "
" 니가 캄보디아 캄캄새끼야ㅋㅋㅋㅋㅋㅋㅋ "
" 짜~뇨라~~ 후잉후잉~ "
화를 참는 듯, 얼굴이 일그러진 지연이 호호 웃으며 둘을 무시하고는 찬열에게 달려와 팔짱을 꼈다. 아, 나 팔짱끼는거 싫어하는데. 별로 내색하지 않으며 웃은 찬열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1대 다수는 너무한거 아닌가, 그새 넘어진 수정에게 공이 날아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피하던 수정이 얄미웠는지 둔탁한 소리를 내며 공이 수정의 머리를 치고 굴러갔다. 잠시의 정적이 지나가고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어떡해,아프겠다. 조롱하는건지 걱정을 하는건지 모를 소리틈에서 수정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굴러간 공이 어느새 수정의 곁에 자리잡아 있었다. 수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는 사실도 모른 채 키득거리던 아이의 뒤통수로 공이 세차게 날아갔다. 퍽!
" 으,은정아! "
" 아 누구야?! "
순식간에 웅성거림이 잦아들고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전개에 찬열이 수정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재밌다.
" 난데? "
어느새 은정의 앞으로 다가간 수정이 다시한번 공을 들어올렸다. 씩씩거리며 수정에게 달려들려던 은정은 컥 소리를 내며 다시 주저앉았다. 수정이 은정의 뒷 무릎을 발로 찬 것이다. 웅성거림이 잦아들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야! 은정의 분에 이기지못한 목소리가 앙칼지게 수정을 향했다. 잠시 코웃음치던 수정이 한없이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비틀린 입매가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 때리고 싶으면, 앞에서 때려 병신아."
통, 다시 한번 공이 수정의 손에서 떨어지고 낙하했다.
" 악! "
" 으,은정아! "
수정을 올려다보던 은정의 얼굴로. 야,야 코피! 코피나! 아이들이 은정을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언뜻 본 지연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표독스럽게 수정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 쟤 진짜 재밌네. 뒤에서 벙찐 채 어느새 박수 치는 것도 잊은 두명을 두고 찬열의 시선이 수정의 뒷 모습을 쫓았다. 아무렇지 않게 유유자적히 운동장을 벗어나는게 강하게 뇌리에 박히면서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 탓이였다.
" 뭘 봐? "
그래, 저 얼굴.
" 정수정. "
앞으로 재밌을 것 같았다. 학교생활이.
*
엇ㅋ 조낸 짧네요ㅋ 핳ㅋ..
다음편은 길게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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