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은 무대를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노래하고 춤추는 그 순간을 좋아했다. 그건 태형의 팬이 아닌 누군가가 봐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대 위에 김태형은 정말, 빛났다.
언젠가 한 기자가 태형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명백히 태형을 노리고 한 질문이었다.
‘뷔씨는 어떨 때 가장 행복한가요?’
태형의 2번째 열애설이 터진 직후였다.
태형은 한참을 생각했었다. 그 질문이 뭐라고. 저는 맛있는 거 먹을 때요. 잠 잘 때요. 길어지는 태형의 침묵 속에서 당황한 멤버들이 흔하디 흔한 대답들을 뱉어내며 태형을 쳐다봐도 스크린 속 그 아이는 한참을 고민했었다.
“저는.”
허공에 시선을 둔 태형은 마치 다른 세상에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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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할 때요.”
힘겹게 대답을 뱉어내는 태형이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아서,
그 순간 그 아이가 삼켜낸 침묵 속에는 무엇이 담겨있었을지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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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MYWAY
어디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한테 입 닥치고 꺼지란 말 들어본 사람 나와 보라지. 아무도 없을걸. 내가 최초야.
시발. 멍하니 합리화를 하던 여주가 욕을 읊조렸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쳐들었다. 이미 자신을 등지고 걸어가는 태형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태형은 뒤통수도 예뻤다. 짜증나. 여주가 복도를 달려 태형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주에게 확인해야 할 것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어디가요.”
이성이 돌아온 여주가 차분하게 말하며 태형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태형이 그런 여주의 시선을 피했다. 태형은, 자신의 팬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보지 않았다. 설마 했지만 지금 이 상황도 다를 바 없었다. 익숙한 듯 그 시선을 받아낸 여주가 한 발짝 태형에게 다가섰다.
“병원가요?”
여주의 물음에 로하가 웃음을 터뜨렸다. 참 쓸데없이 잘도 웃는 애였다.
웬 병원? 오빠, 이 여자 진짜 뭐야? 로하는 태형과 동갑인 여주가 부르고 싶어도 못 부르는 오빠 소리를 잘도 해댔다. 여주는 로하의 모든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최애와 열애설이 난 여자라니, 숟가락으로 밥을 처먹어도 왜 숟가락으로 처먹냐며 욕먹어도 싼 포지션이었다. 자신을 비웃는 로하를 노려보던 여주가 이내 다시 태형을 올려다봤다.
“아프다면서. 병원 가는...”
“김태형!”
옆에 단 여자는 여자고, 태형의 목감기는 목감기였다. 아까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목소리가 간 것 같진 않은데 어딘가 피곤해보이긴 했다. 지금 물어봐야 했다. 어찌됐건 여주에게 가장 중요한건 태형의 건강이었고 지금 태형을 보내면 얘가 병원을 가는지 안 가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건 싫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되는 대로 주절대던 여주가 갑자기 들려오는 존나 크고 화난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 돌았다.
“너, 진짜 적당히 안할래!”
씩씩대며 태형의 앞으로 걸어온 남자가 여주와 로하는 보이지도 않는 다는 듯 태형에게 화를 냈다. 놀란 여주가 슬며시 태형의 앞에서 비켜서자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선 남자는 태형을 노려보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 남자는 방탄소년단의 매니저였다. 여주는 방탄소년단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팬 사인회는 글렀으니까 지금 당장 숙소 들...”
“언제 저한테 신경 쓰셨다고 화를 내세요.”
그래 숙소 가서 쉬, 매니저의 말에 속으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여주가 태형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까, 여주는 태형의 반항어린 그 문장에 놀란 게 아니었다. 끝이 떨리는 태형의 목소리가, 자기 자신을 상처 입히는 것 같아서였다. 자기가 한 말에 자기가 상처받아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아서 여주는 태형의 떨리는 손끝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순간 철썩, 하고 태형의 고개가 돌아갔다.
로하가 깜짝 놀라 태형에게서 떨어졌다. 태형의 입술이 터졌다. 붉은 피를 찍어내는 태형의 손끝이 여전히 떨렸다. 씨발, 허탈한 듯 터진 입가로 흘러나오는 욕에 매니저의 손이 다시 한 번 올라갔다. 태형은 맞는 것이 두렵지 않은 듯, 아니 익숙한 듯 그대로 서있었고, 매니저는 태형이 항상 얼굴을 스크린에 비춰야 하는 아이돌이란 사실조차 잊은 것 같았다. 상황파악이 안되어 멍하니 태형의 손끝을 바라보던 여주가 본능적으로 태형의 앞을 막아섰다. 여주의 등장에 놀란 매니저가 허공에서 손을 멈췄다. 여주가 매니저를 노려봤다. 김태형이 맞았다. 그 사실만이 여주를 감쌌다. 울컥, 울음이 올라왔다. 안 그래도 아프다던 태형이가 맞았다.
“아저씨가 뭔데.”
여주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저씨가 뭔데 함부로 애를 때려요. 안 그래도 아픈 애를 왜 때려요.”
순간 울컥 올라오는 울음을 삼킨 여주가 그 와중에도 고갤 숙여 태형의 손끝을 바라봤다. 힘없이 늘어진 손은 떨림이 멎어있었다. 다행이다. 그 순간엔 참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여튼 시발, 난 닳을까 함부로 건들이지도 못하는 태형이를, 왜 김태형 얼굴보다 더 클 것 같은 손으로 때리냐 이 말이었다. 김태형 얼굴은 왜 작아서 한 번 맞았다고 피가 나, 시발.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눈물을 여주가 소매로 벅벅 닦았다.
“...뭐야, 넌.”
“애가 아프면 병원을 데려가야지. 왜 때리긴 때리냐고!”
황당한 듯 터져 나오는 매니저의 말에 다시 한 번 울컥한 여주가 끅끅대며 울음을 삼키다가 소리를 지르며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누가 보면 여주가 맞은 줄 알 상황이었다.
여주가 매니저와 태형 사이를 가로막은 덕에 여주의 뒤에 서 있던 태형이 당황한 듯 여주의 입을 틀어막았다. 여기서 여주의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온다면 태형에게만 불리한 상황이었다.
“야, 입 닥쳐.”
태형의 험한 말에도 여주는 입을 틀어막은 손을 잡으며 알지 못할 울음을 터뜨리는 중이었다. 해석해보자면 뭐, 똑같았다. 네가 뭔데 태형이 얼굴에 손을 대. 진짜 매니저고 뭐고 지구 끝까지 쫒아가서 저주할거야. 라는 뉘앙스일 것이었다. 여주의 저주를 멍하니 듣고 있던 태형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급작 울리는 태형의 웃음소리에 여주가 놀란 듯 말을 멈추고 뒤에 있는 태형을 쳐다봤다. 저도 모르게 나온 웃음 덕에 터진 입가가 쓰라린 지 태형이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여주의 입을 틀어막았던 손을 내렸다. 히끅, 그 순간 여주의 딸꾹질이 복도를 울렸다. 히끅, 태형아, 입술 마니 아파? 히끅. 눈물범벅이 된 체 태형을 올려다보며 여주가 중얼거렸다.
“저 진짜 개만도 못한 새끼...히끅,”
킁킁대며 울음을 삼키면서도 매니저를 향한 원망은 그치질 않는지 여주가 태형의 입가를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대신 아프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런 여주를 내려다보던 태형이 웃음을 터뜨렸다.
![[방탄소년단/김태형] MYWAY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10/04/20/72e004cab97c39299a9bf0ff5280934d.gif)
“아, 너 진짜 가지가지한다.”
태형이 웃었다, 김태형이. 활짝 벌어진 네모난 입가가, 여전히 3년 전과 같아서 여주는 다시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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