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말해버렸다. 등에 있던 매니저형의 손이 멈췄다.
"민석아 뭐라고?"
".. 흐윽.."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지?"
형의 말에 뭐라 대답할 수 없었다. 매니저형은 진짜냐며 재차 확인했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행동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형은 갑자기 일어나 내 방에서 나갔다.
"김준면,크리스 이리 와봐"
문틈으로 매니저형의 고함이 들렸다. 시끌 번쩍하던 거실이 조용해졌고 매니저형이 준면이와 크리스를 데리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김준면 네가 말해봐"
"형 갑자기 무슨"
순간 매니저형이 준면이의 뺨을 때렸다. 형의 행동에 맞은 준면이와 옆에 있던 크리스와 나는 놀래서 형을 말렸다.
"형.. 그러지 마세요.."
"김준면 아직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
"크리스 네가 말해봐, 왜 그랬어?"
크리스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매니저형은 한번 애들을 쳐다보고 나보고 나오라면 나를 부축해 거실로 나왔다. 애들은 상황이 안 좋다는 걸 아는지 모두들 가만히 있었다.
"다 들었지? 말해봐. 민석이한테 왜 그랬니?"
"형 갑자기 무ㅅ"
"끝까지 말 안 하겠다는 거지?"
"..."
매니저형은 알겠다며 그만 나가자며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형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올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좀 만 참으면 그냥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탈퇴할 수 있었던 일을 나 자신이 오히려 더 힘들게 만들었다.
"형.. 죄송해요.."
"미안하다."
"형이 왜 미안해해요.."
"미안해.. 형이 몰라줘서 미안해"
형은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했다. 형의 사과에 결국 나는 멈췄던 눈물이 다시 터졌다. 결국 나 때문에 형까지 힘들어졌다. 매니저형은 나를 안아주면서 울지 말라며 계속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나와 형은 차안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서로에게 미안함만 느꼈다.
*
"당분간은 가족들과 함께 있어"
"... 저 형.."
말한 적이 없어서 인지 형은 내가 부모님 없다는 걸 모르고 계신 거 같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들어봤다. 연습생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가수가 되었을 때 새 가족이 생겨서 정말 기뻤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모두 옛날 일이 되어버렸다.
"저 고아예요"
"... 뭐?"
운전하던 형이 놀라서 순간 나를 쳐다봤다. 나는 '형!! 앞에 보셔야죠!'라며 소리쳤다. 형은 당황하다가 다시 앞을 보고 운전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계셨잖아.."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 왜 말 안 했어.."
"말할 틈이 없어서요.. 죄송해요.."
형은 네가 뭘 죄송하냐며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형은 그럼 어디로 가야 되냐는 걱정스러운 물음에 나는 예전 살던 집으로 데려가달라고 했다. 내가 엄마랑 같이 살던 곳, 지금 그곳에는 아무도 없지만 그 집을 쉽게 팔 수는 없었다. 엄마와의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에 남겨두고 싶었다.
*
"연락할게, 푹 쉬어"
"조심히 가세요!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형"
"아냐, 들어가."
"안녕히 가세요 형~"
형이 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익숙한 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왔다.
"다녀.. 왔습니다.."
사람의 접촉이 한참 동안 없어서인지 냉기가 가득한 집안에서 내 목소리는 가볍게 가라앉았다. 불을 켜고 집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엄마의 흔적 위로 먼지가 쌓여있었다. 어느 정도는 청소해야겠다며 창문을 열고 청소기를 밀고 걸레질 정도만 했다. 다리가 안 아팠다면 금방 끝낼 일인데 다리 때문인지 평소보다 2~3배는 더 걸렸다. 어느 정도 정리된 거실에 나는 이불을 깔고 티비를 틀었다.
[시우민씨가 안 보이는데 어디 가셨나요?]
[시우민형이 지금 다리가 다치셔서 조금 쉬고 계세요~ 금방 나을 테니 팬 여러분 걱정 마세요!]
[엑소 분들 역시 팬 생각해주시고 멋지세요! 시우민씨도 얼른 나으세요!]
티비를 틀자 절묘한 타이밍에 애들이 나왔다. 아마 며칠 전에 촬영한 인터뷰인 듯 내 얘기가 있었다. 이렇게 보면 하나같이 잘생기고 착해 보이는데 나한테 왜 그러는 걸까? 그리고 나는 왜 저 모든 게 거짓말이고 연기인데 왜 이리 진짜 같다는 생각이 왜 드는지 모르겠다.
*
"여보세요"
새벽 중에 전화가 울려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자고 일어나서인지 목소리가 갈라졌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번호를 보니 발신자 표시제한이 돼있었다. 대답이 없는 걸 보아하니 사생팬이 장난으로 전화한 거 같아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민석.."
크리스였다. 원래 말이 별로 없는 성격이라서 나랑도 원래 말을 잘 안 해서 그다지 악감정 없는 유일한 멤버였다.
"어... 왜?"
"어디"
"......."
말해주면 이곳으로 올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조용한 정적 사이로 크리스 전화 너머로 애들 목소리가 들렸다.
[형! 누구랑 통화해요? 여자친구?]
[여자예요? 올 올]
"아냐. 저리 가"
"크리스... 너는 리더니깐.. 좀 더 책임감 가지고.. 나 같은 멤버 안 나오게.. 해줘.."
"무슨 말하는 거야? 어디"
"민석!!! 어디야!!"
루한이 크리스의 전화를 뺏은 건지 갑자기 크게 들린 소리에 놀라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전화 속에서는 다른 애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어디냐는 질물들이 쏟아져 나는 전화를 끄고 전원을 꺼버렸다. 애들이 찾아올까 봐 겁났다. 나를 찾아와 다시 돌아가자며 끌고 데려갈까 봐 무서웠다. 달아난 잠을 다시 청하려고 했지만 결국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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