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그 사진을 보고 나니까 화도 났다가 우울해졌다가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가.. 내 머리 안에서 인사이드 아웃이라고 찍는지 감정이 들쑥날쑥 변했어. 계속 그 여잔 뭘까, 무슨 사이일까 생각이 들면서 제대로 시작도 안 한 짝사랑이 벌써 끝난건가 싶었어. 그렇게 내 맘대로 생각을 하다보니까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있더라. 다시 돌아보니 성운이는 그 누구에게도 친절하지 않았던 적이 없어. 학원에는 날 제외하고도 여자 쌤들이 여럿 계신데 그분들에게도 언제나 웃으면서 친절히 대했어. 솔직히 나에게 해줬던 몇 안되는 친절보다 더더더 과분한 친절을 베풀었지. 하긴, 이제 막 학원에 익숙해진 나보다는 몇 년을 같이 근무한 쌤들이 더 편하고 좋겠지. 그리고 난 그 쌤들에 비해 나이가 세네살 이상 어리고 몸매도 별로고 얼굴은... 됐다. 말 해봤자 나만 우울해지지. 성운이가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서 나와도 난 눈길 한 번 안줬어. 물론 성운이도 데스크에 있는 날 지나쳐 정수기로 가더라. 그럼 그렇지.. 그냥 직장 동료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니까. 나만 괜히 착각하고 좋아했던거였어 하고 생각을 했어. 혼자 별의 별 생각을 하면서 손으로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제멋대로 내리면서 오만상을 쓰고 있었는데, 데스크 앞에서 누군가가 종이컵을 내밀었어. 아무 생각 없이 손만 뻗어 종이컵을 먼저 받고선 고개를 들었는데 성운이가 활짝 웃으면서 서있더라. “ 커피 마셔! “ “ 아... 응. “ “ 오늘 분위기가 왜이래~ “ “ 뭐가~ “ “ 되게 다운되어 있는데? 아닌가? “ “ 아냐. “ “ 아니면 오늘 카페 갈래? “ “ 알겠어. “ 성운이가 나한테 카페를 가자네.. 카페... 뭐, 같이 음료 하나 마시는건데 뭐. 그러고 바로 헤어질텐데 뭐.. 별거 아니라구 생각했어. 암튼 내 대답을 들은건지 만건지 제 말만 신나게 하다가 또 생글생글 웃으면서 교실로 들어가는 성운이를 쳐다봤는데, 역시 난 안되겠더라구. 좋아하는 마음을 어쩌겠어 저 사람 뒷모습만 봐도 좋았는데 그땐.. 말 고작 몇 마디 한걸로 막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그러더라ㅋㅋㅋㅋㅋ 진짜 좋아했어 나... . 그렇게 학원이 끝나고 거의 마지막까지 학원 정리를 하고 나왔는데 문 앞에 성운이가 서있더라구 그래서 나름 뛰어온 척 허겁지겁 경보를 했어. 다가가서 톡톡 치니까 보던 핸드폰을 집어넣고 뒤돌아보더라. “ 많이 늦었나? “ “ 음.. 조금? “ “ ㅎㅎㅎ.. 내가 살까? “ “ 됐어~ 가자 나 커피 너무 먹고 싶어. “ 카페에 들러 음료를 사고 나와서 잠깐 이야기를 하다가 이제 가보겠다며 등을 보인 나를 성운이가 붙잡았어. 어깨를 잡고선 날 다시 부르더니 자기 차를 타고 가라더라. 근데 뭔가 안될 것 같아서 됐다고 오늘은 운동도 할 겸 걸어간다고 단호하게 말했어. 근데 어느새 내 몸은 성운이 차에 있더라. 항상 이런식이지.. 에휴. 체념하고 안전벨트를 채웠어. 이제는 조금 편해져서 가면서 학원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서 갔어. 그리고 내가 물어보고 싶었던것도 물어봤지. “ 성운쌤은.. 여자친구 있지? “ “ 음.. 글쎄? “ “ 대답이 뭐 그래 ㅋㅋㅋㅋ “ “ ㅋㅋㅋㅋ그러는 너는요~ “ “ 나? 난... “ 성운이의 애매한 대답이 날 삐딱선을 타게 만들었는지 막무가내로 대답이 나가더라. “ 난 남자친구 있어. “ 내 대답을 끝으로 더이상의 대화는 없었어. 신호가 걸리면 그저 창밖을 바라보면서 라디오에 귀를 기울일 뿐이였지. 도착해서 내리려고 안전벨트를 먼저 풀고 에코백을 챙겼어. 그러고 인사를 하려다가 갑자기 인스타그램 그 사진이 또 생각나서 무슨 생각인 지 모르겠다만.. 입에서 나오는대로 말을 했어. “ 나 이제 데려다주지마! “ “ 왜? 운동할거야? “ “ 어! 운동할거야 나. “ “ 그래? 그럼 뭐... “ “ 나 갈게~ “ 성운이의 뒷말은 듣지도 않고 그냥 차문을 휙 열고 내려버렸어. 문을 닫고서는 썬팅이 되어있어 난 성운이가 보이지 않았지만 보이는것마냥 손을 휘적휘적 젓고서 집으로 향했어. 내가 차에서 했던 말들이 성운이에게 어떻게 다가갔을지는 모르지만.. 후회는 없었어. . 그 다음날 학원에 가서 나는 정말 평소와 똑같이 행동했어. 성운이도 물론 평소와 똑같았고, 아 아니다. 성운이는 좀 달라졌어. 학원에서 한 번도 나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았고 말도 안 걸었고, 어제처럼 커피를 주지 않았어. 사실 신경을 안 쓰려 했지만 그래도 내가 데스크에 앉아있으면 항상 와서 말을 한 번씩 걸어주고는 했는데... 그런 사람이 이젠 나에게 시선조차 안두니까 불안해지더라. 이 멍청이... 어제 괜히 그런 말들을 해가지고, 간신히 친해졌는데 내가 스스로 이 관계를 무너지게 만들었어. 아 생각하니까 너무 자괴감이 들더라. 학원이 끝나고 내려왔는데 글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요란하게 내리더라. 아, 진짜 싫다 비. 비가 사람이였으면 난 딱 죽기 직전까지 때렸을거야... 어떻게 집에 가야할 지 생각하다가 학원에 아이들이 놓고 간 우산이라도 하나 가져갔다가 돌려놔야겠다 싶어서 다시 학원으로 올라갔는데, 망할... 우산이 하나도 없더라. 자기 우산 다 잘 챙기는구나.. 나만 빼고... 우울감에 빠져서 터덜터덜 다시 내려왔는데 뒤에서 누군가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데 돌아보지 않아도 뭔가 성운이 일 것 같더라고. 역시나, 성운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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