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종인] 갑자기 우리집에 찾아온 연예인 김종인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2/6/c269af32ccfb866e1cf82f5a10bd3358.jpg)
그 날은 토요일 이었다. 일주일 전 애인과 끝나 주말에 약속도 없었던. 그래서 마트를 갔다 오는길에 치킨한마리와 맥주를 사왔다. 늦잠을 자서 그런지 집으로 오는길엔 해가 지고 있었다. 편의점 옆에 있는 골목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우리집이있다. 대문을 열면 마당 한 가운데에 커다랗게 동백나무 한 그루가 있다. 엄마가 동백꽃을 좋아해서 심었는데, 부모님은 지방으로 내려가셨다. 여름이 되면 동백꽃이 떨어져서 처치곤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와 내가 같이 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갑자기 동백나무에게 애정이 생겼다. 그리고 김종인도 우리집 동백나무를 참 좋아했다. 지금은 여기를 떠나 서울 제일 중심가에 살고 있지만.
대문을 발로 툭-치고 마당에 들어왔다. 그리고 동백나무 앞에 김종인이 서 있었다.
"김종인..?"
"예전에는 이게 진짜 큰 줄 알았는데. 내가 키가 커서 그런가..그 때 만큼 감흥은 없다."
"야! 너 왜 여기있어?"
"너 설마 치킨 사왔냐? 이렇게 격하게 맞아주시니 감사합니다-"
김종인은 내 말엔 대답도 하지 않고 내 손에 들린 치킨을 빼앗아 자연스레 우리집으로 들어갔다. 김종인이 대체 여기 왜 있는걸까?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고정출연 중인 예능에서 봤었는데...
"야!너 어떻게 된거냐니깐??"
김종인의 뒷꽁무니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심하게 자연스럽게 거실에서 치킨을 뜯어먹고 맥주를 마시며 캬-하고 소리내는 김종인이 무척 당황스러웠다. 몇 달 전부터 바쁘다고 연락하지 말라고 할 땐 언제고 스케쥴 내팽겨치고 우리집에서 이러고 있다는게 어이가 없었다.
"다리 내가 먹기전에 빨리 앉기나 해."
나는 김종인 옆에 앉아 김종인이 주는 닭다리 하나를 받고 맛있게 먹는 동안에도 김종인을 빤히 쳐다봤다. 아니 대체 여기서 뭐하는거야?
"티비 좀 볼까~?"
김종인이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자신의 뮤직비디오가 보이자마자 다른 채널로 돌려버렸다.
"왜 네꺼 보자!"
"아 시끄러워."
김종인은 열심히 치킨먹는데만 집중했다. 치킨을 다 먹고 맥주도 혼자서 다 마셨다. 그리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너네집 오니까 진짜 편하다. 이모랑 삼촌은 지방에 잘 계시지?"
"우리엄마,아빠가 너 이러고 있는거 알면 참 좋아하시겠다.어?"
"나 여기서 일박이일하고 갈래."
"뭐? 너 스케쥴 없어? 컴백한지 두달밖에 안된주제에. 그리고 너 고정하는 예능은? 그거 내일 촬영 아니야?"
"그만 좀 쫑알쫑알대라 좀. 일 얘기 좀 그만하자."
인상을 찌푸리는 김종인 덕에 갑자기 걱정이 밀려왔다. 진짜 힘든가보구나 김종인...
"무슨 일..있었어?"
"너 내이름 열번만 불러 봐."
"어?"
"아 빨리."
"김종인 김종인 김종인 김종인~~~김종인."
"내가 김종인을 얼마나 듣고 싶었는 줄 알아? 내 이름 불러주는건 너 밖에 없다. 방송국 가잖아?다 카이씨~카이씨~
길거리 지나가도 어?카이다. 카이오빠. 카이야. 카이씨~"
"스케쥴 많이 바빠?"
"뭐 항상 똑같지. 오늘, 내일 스케쥴 다 펑크낼거야. 진짜 너무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애."
"그래. 쉬어라 쉬어. 나도 쉴래. 아 영원히 쉬고 싶다~"
"너 아직도 말단사원은 아니지?"
"평사원이 뭘 바라겠어. 김팀장 한테 치이고 박대리한테 치이고 도경수한테는 차이고..."
"너 도경수랑 깨졌냐?"
"깨진지 딱 일주일째.나 밖에 없다고 할 땐 언제고. 남자다운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책임감도 없이 차버리고."
"와..도경수 그렇게 안봤는데.. 이리와 특별히 이 김종인느님이 안아줘야겠다."
김종인이 내 어깨를 끌어당겼다. 그냥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김종인을 끌어안았다. 어떤 특별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아도 다 알고 이해해주는 그런 포옹이었다. 김종인도 나도 사회생활이 쉬운건 아니니까.. 서로를 위로해주는 차원에서 한참을 말 없이 끌어안고만 있었다. 이렇게 위로받아본게 오랜만이라 나도 몰래 눈물이 나오려는 걸 청승부리는 것 같아 참았다. 김종인이 나를 보고 웃었다. 나도 웃었다.
"오랜만에 앨범볼래?"
난 책장 구석에 있던 앨범을 들고왔다. 초등학생때 부터 고등학생 때 까지 엄청나게 굵은 앨범이었다. 이 중에 반은 아마 김종인과 찍은 사진 일 것이다.
"우와 이 때 김종인 완전 못생기고 까맣다!! 군고구마세요?"
"사돈남말하시네. 너는 돼지였잖아."
"야 이게 뭐가 돼지냐? 통통이거든?"
"이게 어딜 봐서 통통이냐? 돼지지. 이모도 너한테 돼지같다고 하셨거든?"
"야 죽을래?"
앨범을 한장, 한장 넘길 때 마다 새록새록 김종인과 같이 했던 모든 일들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입학 후 첫 학예회에서 김종인과 짝이 되어 춤을 추던 것도 어버이날 때 부모님들도 다 같이 모여서 했던 첫 식사도, 수학여행 때 같이 앉은 버스에서 좋아하는 친구 이야기를 했던 것도, 졸업식날 같이 밥먹었던 것, 중학교 입학해서 또 같은 반이라고 짜증냈던것도 데뷔 직전 우리집에서 같이 먹었던 밥도.. 전부다.
"네 앨범인지 내 앨범인지 구분이 안간다. 우리 진짜 사진 많이 찍었었네?"
"나같이 잘생기고 키큰 사람이 너랑 무려 이십년이나 친구 해준 걸 고맙게 생각해.알겠냐? 나랑 찍었던 사진은 가보로 정해야돼."
"옜날에는 나보다 키도 작았으면서?"
"지금은 내가 훨씬 크거든?"
"어?이 사진!!이게 왜 여기 있어!!"
"와 대박이다!진짜 못생겼다. 이 때 막 나한테 연예인 하지말라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치더니.."
"그러니까 왜그랬는지 몰라.. 네 데뷔무대를 눈 퉁퉁부어서 봤었지."
"네 말 지금이라도 들을까?"
"어?"
"나 은퇴할까?"
"미쳤어미쳤어! 네가 가수되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그런 말은 입 밖에 꺼내지도 말아!"
"장난이야 장난- 방송국에 가면 얼마나 이쁜애들이 많은데. 얘기해줬었나? 크리스탈이 대쉬한거?"
"크..크리스탈이? 미쳤어 네가 뭐가 좋아서!"
"나 이런 남자야.하하-"
앨범 구경을 다 하고 나서, 집에 있던 dvd를 꺼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였다. 이미 몇 십번은 봤지만 보고 또 보고 싶은 그런 영화였다. 김종인도 자주 봐서 지겨울 법도 한데 군말하지 않고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소파 좀 작아진 것 같은데?"
"엄마랑 아빠 내려가고 소파 바꿨어."
"어쩐지... 너 다리 바로 해봐."
무릎을 올리고 있던 나는 다리를 바로했다. 김종인은 거실 불을 끄고 와서 시작버튼을 누른 후 내 허벅지에 누웠다.
"여전히 푹신하시군요~"
"죽는다?"
"아 알았어.알았어. 영화 시작한다."
나는 팔을 김종인 몸 위에 올려놨다. 꼼지락 거리던 김종인의 움직임이 줄어들어 밑을 보니 김종인은 완전히 꿈에 빠져있었다. 겉보기에 인상이 강해보여도 잘 때 만큼은 아기같았다. 옜날에는 피부 진짜 좋았었는데, 어렸을 때 부터 화장을 하다 보니 뾰루지가 몇 개 나있었다. 꼭 사춘기 중학생마냥. 오랜만에 제대로 보는 얼굴이었다. 선명한 쌍커풀 선과 그렇게 놀려댔던 두꺼운 입술. 어느새 훌쩍 자라 성인이 되어버린 몸 하며 여러 장르의 춤으로 각잡힌 몸의 선들. 약간은 거칠어진 김종인의 턱을 만져보았다. 보들보들한 피부에 난 까끌까끌한 수염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김종인은 항상 그랬다. 단 한번도 힘들다고 내색한 적 없었다. 모든걸 혼자서 다 해결하려고 하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가끔씩 오늘 처럼 우리집에 올 때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위로를 받으러 온다는 건 그만큼 내가 위로가 된다는 뜻이니까.
김종인이 자기를 만지는 내 손위로 자신의 손을 덮었다. 눈은 뜨지 않고 입으로 웃어보였다. 웃을 때 그 특유의 팔자주름이 있다. 왠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그런 웃음. 우리는 서로 손을 꼭 맞잡았다. 나는 영화를 보고 김종인은 영화를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내일은 뭘 할지 생각하면서.
종인이랑 나는 남,여 사이로서 설레고 이런 것 보다도 그걸 넘어서
가족의 사랑 같은 느낌적인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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