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분여를 더 달리고 나니 금새 세훈과 종인이 거주하고있는 C아파트에 도착했다. 빨갛게 빛나며 큰 소리를 내는 경고등이 시끄러웠다. 종인이 적합한 장소에 차를 대놓고는 시동을 껐다. 가만히 차창밖을 쳐다보던 세훈이 고개를 돌려 종인을 쳐다보았다. …왜. 근데 아저씨는 나 어떻게 알아요? 종인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세훈이 고개를 두어번 휘젓고는 꼭 매고있던 안전벨트를 풀었다. ' 내사랑 ' 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빨간 목도리도 챙기고, 잠시 불편해 벗고있던 코트도 챙겨입었다. 세훈이 내릴때 까지 기다리던 종인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문을 잠갔다. 또각, 또각 하고 종인의 구둣소리가 지하주차장에 크게 울렸다.
엘리베이터안 22층 버튼에 빨갛게 불이 들어왔다. 3분도 채 되지 않아 도착하던 엘리베이터가 오늘따라 늦어보여 세훈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도착음이 들리자 세훈이 가볍게 한발을 내딛었다. 2205호, 2206호. 세훈과 종인이 두갈래로 나눠섰다. 안녕히 가세요. 어어, 응. 세훈이 도어락을 해제하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있었다. 아마도 ' 내 사랑 ' 의 존재일 가능성이 컸다. 세훈이 빠르게 거실을 향해 걸었다.
" 형! "
" 오세훈. 어디갔다왔어. "
" 아…잠깐 친구만나러. "
세훈이 목도리를 빠르게 풀고는 그에게로 다가가 품에 안겼다. 밖에 너무 추워. 세훈이 몸을 한번 부르르 떨더니 빠르게 방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하얀 피부에 하얀 반팔티가 퍽이나 어울렸다. 그가 앉아있던 가죽소파 옆자리에 자리를 꿰어앉은 세훈이 가만히 앉아 티비를 보다가 그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그가 세훈을 내려다보자, 세훈이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리모컨을 들어 이것 저것 재미있는 티비 프로그램을 찾아보던 중, 문득 배가고파진 세훈이 냉장고 문을 열었다. 김치말고는 딱히 먹을 수 있을만한게 없어보였다. 배고픈데…
" 형아. 찬열이 형아. "
" 왜. "
" 장보러가자. 집에 먹을거 없어. "
늦었어. 지금이 몇신데. 시계를 힐끔 쳐다본 찬열이 다시 시선을 티비로 돌렸다. 마트가 문을 닫으려면 많이 남은 시간이었다. 세훈이 입술을 댓발 내밀고는 찬열의 옆에 털썩 소리내어 앉았다. 배고프다니까… 계속해서 세훈이 우는소리를 내자 찬열이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전화기를 들어 배달음식을 주문했다. 그제서야 표정이 풀어진 세훈이 찬열에게 온갖 애교를 부려댔다. 찬열이 손을들어 강아지같은 뒷통수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귀여운 내새끼. 유독 머리 만져주는것을 좋아하던 세훈이 말을 멈추고는 눈을 살짝 감았다. 자려고? 아니, 형아 더 해줘. 찬열이 웃으며 세훈의 머리카락을 곱게 정리해주었다.
세훈이 그렇게나 기다리던 음식이 온 것은 세훈이 잠들고 난 후였다. 계산을 마친 찬열이 받아든 음식을 식탁위에 얹어놓고는 세훈에게로 다가가 머리를 두어번 쓸었다. 앓는소리를 내며 움찔거리던 세훈이 눈을 살짝 떴다. 일어나봐, 배고프다며. 세훈이 눈을 두어번 깜빡거리더니 몸을 일으켰다. 크게 기지개를 켠 세훈이 의자에 앉았다. 찬열이 부엌에서 컵 두개를 가져와 세훈의 앞에 앉았다. 피자박스를 열자 맛있는 냄새가 솔솔 피어나 세훈의 코를 찔렀다. 세훈이 물을 한잔 마시고는 피자 한조각을 들었다. 잘먹겠습니다. 찬열이 기분좋은 아빠미소를 지어보였다. 예쁜 내새끼. 세훈은 피자 4조각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찬열이 세훈의 컵이 빈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콜라를 따라주었다. 천천히 좀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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