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貞操
written by. 한빛
HIS
네가 나를 추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를 기억만은 하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너에게 있어 어떠한 존재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에게 있어 네가 굉장히 소중한 존재라는 것은 안다. 과거에도 나는 네가 최우선이고 지금도 나는 네가 최우선이다. 내가 너의 전화번호가 있음에도 연락을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네가 불편해 할까봐.
우리의 인연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고2 봄에 내가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우리의 연애도 시작되었다. 여기까지는 너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이제는 나만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너를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다. 소나기 내리던 날, 너는 우산도 없이 1층 로비 소파에 시무룩하게 앉아 있었다. 너의 손은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리고 있었지만 막상 전화를 걸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너에게 다가갔다.
“누구 기다려?”
너는 아무말 없이 나를 올려다보기만 했다. 굉장히 변태같은 발언이지만 그 때 너의 눈망울은 마치 강아지 같았다. 귀엽다. 그냥 너를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날 너의 옆에 우산을 두고서는
“이거 쓰고 가.”
라는 삼류 연애소설에서나 보던 대사를 날렸다. 너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나를 경계심 어린 눈으로 한 번 바라보고서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였다.
그 때부터, 너가 좋아진 것은 아니였다. 그냥 하얀 강아지 같은 너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 것일 뿐이였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내 눈은 너만을 쫓고 있었다. 그리고 알았다.
‘아, 내가 저 조그만 아이를 좋아하나보다.’
라고. 그렇게 너를 바라만보다가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갔고 2학년 반배정이 나왔다. 우리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기에 나는 너랑 같은 반이 된 것도 2학년 반에 들어가고 나서 알았다. 2학년 반에 들어서자마자 펜을 잡고 공부하고 있는 너의 모습에 소리를 지를 뻔했다. 아직은 낯선 아이들의 눈빛에 속으로 참을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같은 반이라는 구실이 생긴 나는 너에게 무작정 다가가기 시작했고, 우리는 사귀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아무리 힘든 공부를 해도 너라는 도피처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어느 순간, 우리는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항상 같이 가던 독서실에는 항상 여주가 먼저 가 앉아있었고, 카페에서 마주보고 수다 떨던 시간도 확실히 줄었다. 나는 그냥 너랑 함께하는 순간이 행복했었는데, 너는 눈앞에 들이닥친 수행평가가, 모의고사가 중요한 것 같았다. 나라고 안 그랬던 것은 아니였지만 나는 네가 더 중요했다. 너와 함께라면 대학에 가지 못하더라도 행복할 것 같았다. 근데, 전교 한 자릿수인 너는 그럴 수 없었다. 너를 향한 선생님의 기대가, 부모님의 기대가 너를 그렇게 만들지 못했을 것 같다. 나는 네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네가 나와 함께 있을 때 짓는 미소보다 네가 대학 합격소식을 듣고 짓는 미소가 더 크다면... 나는 너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부하는 척 했다. 영어 모의고사를 풀어도, 문학 작품을 분석해도 네 얼굴밖에 생각나지 않았었는데 그냥 했다. 너가 이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 너가 무엇을 원할지 떠올리며.
“헤어지자, 여주야”
이 한마디를 위해 몇 달을 속 썩였는지 모른다. 내 마음은 그렇게 너를 놓지 말라고 말하는데, 나를 쳐다보는 네 눈빛이 이별을 바라고 있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다.
자유정조
-한용운-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다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정조보다도 사랑입니다.
남들은 나더러 시대에 뒤진 낡은 여성이라고 삐죽거립니다.
구구한 정조를 지킨다고.
그러나 나는 시대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생과 정조의 심각한 비탄을 하여 보기도 힌두 번이 아닙니다.
자유 연애의 신성(神聖)을 덮어놓고 부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자연을 따라서 초연생활(超然生活)을 할 생각도 하여 보았습니다.
그러나 구의(究意), 만사가 다 저의 좋아하는 대로 말한 것이요, 행한 것입니다.
나는 님을 기다리면서 괴로움을 먹고 살이 찝니다.
어려움을 입고 키가 큽니다.
나의 정조는 '자유정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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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애슐리 가자는데 좀 정떨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