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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정택운] 투정 | 인스티즈 

 




밀린 업무를 멈추고 그의 퇴근시간에 거실로 나와 창문을 열었다.

콜록- 집 안의 탁한 공기가 빠져나가고 시린 바람이 들어와 다시 문고리를 잡아당겨 닫았다.

작게 한숨을 쉬며 놀이터 옆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그의 차를 보면서 생각했다.

아무 말없이 귀가한 시각이 늦었음에도 밝은 표정으로 나는 무심한 그를 잡아 한껏 장난치고,

밀어내는 손에도 웃으며 안기면 졌다는 듯한 표정으로 안아주겠지. 요즘 드는 그를 향한 나쁜 생각.

그 때문인가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긴 한숨을 내뱉는다.



" 진짜 권태긴가 봐.. "



며칠 전, 귀찮고 피곤하다. 나쁜 생각 밖에 안 든다. 직장동료에게 넌지시 건넨 내 감정에 그는 대답했었다.

' 그거 권태기 아냐? '

진짜 권태기인가.. 재환의 말이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밀린 업무 때문에 생긴 줄만 알았던 두통이 심해져오기 시작했다.

다시 침실로 들어가 책상 쪽을 향해 몸을 뉘었다.

뿌옇게 김 서린 유리창을 보다가 눈을 감았을 땐 알 수 없는 짜증이 섞인 눈물이 났고, 이런 내가 우스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폭 덮었다.









'삑, 삑, 삑, ... '

비밀번호 키 누르는 소리가 멈췄다. 택운일 것이다. 원래라면 저 소리에 내가 뛰쳐나가 문을 활짝 열곤 했는데 내가 안 보이니까 이상했겠지.

'지이잉- 지이잉-'

협탁 위에 두었던 핸드폰을 가져왔다.



"응."

'어디야?'

"집."

'집?'

"응. "

".. 알겠어. 들어갈게."



다시 키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그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도 무겁고 이 몰골도 보여주기 싫어 잠자코 누워있으니 그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파?"

"...."

"별빛아."



등 뒤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눈을 감고 있으니 침대를 빙 둘러 내 앞에 쪼그려 앉는 듯한 사락사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게서 풍기는 바람냄새, 찬공기에 이불을 쥐고 몸을 웅크리니 차갑고 큰 손이 눈 두덩이를 덮어왔다.



"왜 울었어."

"손 떼. 추워.."

"아파?"



작게 한숨을 뱉으며 이불 정리를 해주곤 몸을 일으키는 택운이를 붙잡곤 몸을 일으켰다.



"왜,"

"..?"

"왜 이렇게 늦게 와."

"......"

"어?"



말끝을 올리며 고갤들어 그를 쳐다보니 빤히 나를 담아내는 눈에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되려 내가 잘못하고 있는 듯한 저 표정.

여전히 택운의 옷깃을 잡고 있는 내 손 위로 크고 하얀 손이 겹쳤다.



"씻고 올게."

"왜 이렇게 늦었냐니까!"

"김별빛."

"내가 성 붙이는거 싫다고 몇 년째 말해, 왜 한번을 내 말에 따라 주지 않는건데, 왜! 왜, 왜!"



이유모를 짜증이 몰려서 화를내고 소릴치고 제 분에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그런 내 모습에도 너는 아무런 미동이 없다.

욕실 바로 앞에서 뒤를 돌아 멀뚱히 쳐다보고 있을 뿐. 그것이 내 눈에 보였고  또 하나, 우리 둘 사이의 거리.

누구도 그 간격을 좁히려하지 않겠지라고 생각했을때,

택운이가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며 내게 다가왔다.











"별빛아."

"........ "

"김별빛."

" 그렇게 부르지 말, "



별아, 하며 나를 제 품에 넣는 택운의행동에 몸을 빳빳히 세웠다. 토닥 토닥, 등 언저리에서 긴장 풀라는듯 달래는 그의 손길에 그제야

그의 어깨에 이마를 콩 박았더랬다.



"재환이한테 권태기 온거 같다 했다며."

"......"

"왜 말 안했어. 나는 그냥 네가 피곤해서 그런가보다하고 일부러 너 놔뒀는데. 우리 둘 사이에 생긴일은 나한테 먼저 말하랬지. 거 봐, 너도 내 말 안듣구."

"......"

"그래서 차 주차시켜놓고 상가에서 너 좋아하는 생크림케익이랑 밀크티 사오느라 늦었어. 단거 먹으면 기분좋아져서 나한테 말하지 않을까하고. 그리고, "



잠시 뜸을 들이는 택운의 품에서 나와 그를 올려다보며 눈을 맞추니 살풋 웃으며 내 머리를 끌어당겨 다시 제 품에 닿게하곤 내귀에 작게 속삭였다.



" 너는 기억 안나겠지만. "

" 응. "

" 저 때 너 많이 취했을때 내가 별빛아-하고 불렀는데 싫다해서 다시 별아,라고 부르니까 너가 토하는 시늉하면서 느끼하다 했잖아. "

" ..내가? "

" 나는 그런거 안 어울린다고 그랬으면서. "

" 잠시만, 운아 이것좀 놔봐. 내가 그랬다고? "



꽉 붙들고 있는 팔 때문에 낑낑대며 빠져나오려고하자 더 힘을 더 주는 택운이. 아마 낯뜨거운 고백에 얼굴이 빨개져 있지 않을까.

풉,하고 웃으니 머리를 콩 때린다.



" 아! 아파- 흐흐.. 너 얼굴 빨개졌지? "

" ...... "

" 정택운- 완전 웃겨! "

" 시끄러워. "

" 뭐라구요? "

" .. 바보야 "


다시 평소의 너와 나로 돌아왔다. 너는 그대로 욕실로 직행했고

나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크게 웃으며 말했다.



"자기야! 깨끗하게 씻고 나와 기다릴게! 아, 아니. 같이 씻을까?! "



이렇게 또 나 혼자 부딪히고 나 혼자 아파하고 마무리는 택운이가 해주는, 

생각해보면 여느 사소한 다툼과 다름 없었던 일이 지나갔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잘보고 갑니다!ㅎㅎ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뭔가 몽글몽글하고 따뜻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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