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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비















"오랜만에 궐 밖이 보고 싶어졌어."


"꼭 말하는 게, 궐 밖에서 살다 온 사람처럼 말씀하십니다."


"궐 밖에서는 네가 손도 잡아 주었잖아."



내 말에, 살풋 웃는 민형이었다. 도망갈 것 같아, 잡아 둔 것이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전하는 민형에 괜스레 눈총을 보낸 뒤 그 날의 기억을 곱씹었다. 궁 안에서만 자라, 궁 밖의 세상이 너무나도 궁금했었던 나였다. 무사와 함께 나가는 것조차도 쉽게 허락 되지 않았기에 감시하는 눈이 적은 비오는 날을 이용해 빠져 나갈 계획이었다. 비를 맞으며 눈치만 보다, 무사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순간에 궁을 벗어 났지만, 생각한 거리와는 다른 곳에 적잖이 당황하여 거리를 떠돌고 있던 참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라 사람이 없는 것일까, 간간히 험악한 얼굴을 한 사내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누구라도 데리고 나올 것을.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든 나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까지 닿게 되자, 무언가 나를 감시하는 기분에 온 몸이 굳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내 손을 잡아 준 건.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나를 보며 달려 오자, 내 손을 잡아 자신의 품으로 당긴 그였다. 무서움 반, 놀람 반. 얼떨떨한 기분에 눈물이 살짝 맺친 얼굴로 그를 쳐다보자, 안심하라는 듯 웃어 보였다. 궁 밖은 마마가 생각하는 곳과 전혀 다릅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꽉 잡고 있던 손을 놓고서 말했다.





[NCT/이민형/정재현] 여우비 A | 인스티즈



황궁수비대장. 이민형입니다.

















"그때 내가 공주인 건 어떻게 알았어?"


"옷은 갈아 입고 나가시지 그랬습니까."



내가 이 나라의 공주다, 백성들에게 소문 내는 줄 알았습니다. 갑자기 밀려오는 추억 아닌 추억에 민형의 손을 잡고 얘기하자, 내 손을 다시 잡아 쥐며 말하는 민형이었다. 여튼 재미 있지 않냐며 동조를 구하는 내 물음에 그는 잘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좋다는 말 한 번 해 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나도 모르게 툭 튀어 나온 입술은 들어갈 생각 조차 없는 듯 했다.



"이제 그만 돌아 가 봐야겠습니다."


"그냥 내 호위 무사 하면 안 돼? 오래 보고 좋잖아."


"이미 많이 보고 있지 않습니까."


"더 많이 보는 건데?"


"됐습니다."


"난 너랑 있고 싶어."



내 마지막 물음에 동공이 살짝 흔들리던 민형은 전보다 더 튀어나온 내 입술을 아프지 않게 두어번 치고서 나를 일으켜 세웠다. 어차피 이렇게 둘이 대화를 나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민형도 알고 나도 아는데, 왜 내 마음만 이리 급한 것일까. 앞장서 가는 민형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 보다가, 따라 나섰다. 꽃피는 계절이 벌써 열여덟 번이 지났다. 말 그대로, 혼기라는 소리다. 내가 혼기라는 것과, 궁 안에서 내 혼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도 적대적 관계인 나라의 황태자에게. 인 그 밖에 난 부정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민형이 좋았으니까, 나를 향해 처음 손을 내밀어 준, 그 소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01




"마마, 그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따라 하십시오."


"발 끝을 높게 들으셔야..."


"틀리셨습니다."




황궁은 나의 혼사 준비로 날이 갈수록 바빠지고, 시끄러워졌다. 덕분에 혼례의 대상인 내가 혼자 있는 시간도 무척이나 줄어 들었다. 하루 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 가고 있었다. 걸음 연습부터, 술을 따르는 법, 황태자의 말에는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또한 준비가 시작 되면서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입을 조금이라도 열어서는 안 되고, 숟가락과 젓가락은 너무 높이 들지 아니 하며, 골고루 먹 되, 많이 먹지는 말아야 한다. 지켜야 하는 게 이리도 많다니, 혼인 상대를 구하는 건지, 시중을 들 시녀를 구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마, 집중하셔야 합니다."



"마마!"





아침부터 끊임없이 이어진 수업에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버렸다. 내 앞의 상궁은 지치지도 않는 것인지 나를 향해 무어라 말을 걸지만 피폐해진 정신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평소 생활 모습과 다르게 햇볕 한 번 쬐지 못하고 방 안에만 있는 내 신세라니, 평소 같았다면 지금쯤 수련이 끝난 민형과 함께 있을 텐데, 준비가 시작 되고부터 삼 일째 그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마마, 제가 먼저 시범을 보일 터……."






지겹다. 너무 지겹다. 오늘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를 보아야 할 것만 같아, 수를 놓고 있던 천을 내려 놓고 무작정 전각으로 달려 갔다. 상궁과 시녀들의 애절한 부름이 들렸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민형이 보고 싶었다. 그는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더라고 해도, 나는 오늘 꼭 그를 봐야만 한다.























[NCT/이민형/정재현] 여우비 A | 인스티즈




아직 수련이 안 끝났던 것인지, 연무장에 찾아온 나를 본 민형은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들고 있던 칼을 제 자리에 넣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왜 지금 여기에 있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방금 온 나를 다시 데려다 주겠다는 말까지. 보고 싶었다는 말 한 마디 먼저 해 주면 더 좋았을 텐데. 연무장을 먼저 빠져나간 이민형은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듯 걸음을 멈추고 날 쳐다보았다. 왠지 모를 이질감에 이민형을 올려다 보자, 그는 공교롭게도 애써 화를 참는 듯한 얼굴을 내보였다. 이질감이 느껴진 이유였나. 오랫동안 보았던 그였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그가 처음 내보인 표정이었다. 이내 내가 보고 있는 것을 알았는지 몸을 돌려 다시 걸어가는 그였다.




큰 키와 걸맞게 보폭이 큰 그는 순식간에 내 앞에서 사라져 갔고, 나는 그 뒤를 열심히 뒤쫒아갔다. 데려다 주겠다면서 뒤 한 번 돌아보지 않는 그가 조금 미웠다. 누가 보게 된다면 수근대도 할 말이 없을 듯한 장면이었다. 수업을 받고 있어야 할 공주가, 호위무사도 내팽겨두고, 황궁수비대장을 쫄래쫄래 쫒아가는 장면이라……. 참 우습고 추했다.




"마마."




얼마나 걸었을까, 사람이 없는 전각 앞에서 멈춘 그는 나를 향해 뒤돌아섰다. 다시 본 그의 얼굴은 아직도 화가 나 있는 건지,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내게 말했다.




"혼사 준비로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찾아오지 마십시오."




그 입술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말이 나오려나, 궁금했던 생각들이 무색하게 그 원인은 모두 나였다는 것을 알게 되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말……."


"마마 생각만 하지 말아 달라는 소리입니다."


"한 번이라도 제 생각을 했더라면,"





그러시지 말았어야 합니다. 민형은 화를 꾹꾹 누르는 듯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단호한 그의 말투에 애써 참았던 눈물이 떨어졌다.





"결국 마마는 적국으로 갈 터인데,"


"혼자 남을 제 생각은 안 해 보신 거겠죠."





나와 눈을 마주치자 어깨를 미약하게 떨던 그는 고개를 숙이고서 나를 지나쳐 갔다.



















그게 그의 첫 진심이었다.
























안녕하세요 헤브예요 '6'

첫 글이라 아직 많이 미숙하지만 예쁘게 봐 주셨으면 좋겠고 봐 주실 분들이 한 분이라도 계실진 모르겠지만 앞으로 열심히 쓸 테니 예쁘게 봐 주세요 내용 지적, 맞춤법 띄어쓰기 지적 달게 받겠습니다!! 오래 봬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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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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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대작 예감입니다... 브금 너무 글이랑 찰떡 궁합이에요 암호닉 받으시면 신청합네다...
쏭쏭으로요... 진짜 최고다뤼,,,,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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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
헉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쏭쏭 님 기억할게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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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34
브금 최고.. 저도 대작의 스멜을 느꼈읍니다,, 넘 조아여 작가님 최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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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
저두 비회원 님 체고... ㅎㅎ 대작이라니 ㅠㅠㅠ 앞으로 제가 써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아서 막막하지만 열심히 써 볼게요 감사합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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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51.84
아 어떡해요 글 너무 아련해요ㅠㅠㅠㅜ 브금도 찰떡이고 작가님 사랑해요... 비회원이지만 끝까지 함께할게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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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
아련한 느낌을 내고 싶어서 진짜 많이 노력했는데 독자님께 닿았다니!!!!!!! 행복합니다 비회원이셔도 끝까지 기억할게요 ♥ 감사합니닷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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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ㅜㅜㅜㅡㅜㅜ브금대박ㅜㅜ
다음편 기대할게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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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
그쵸!! 브금 고르느라 힘 좀 썼습니닷... 감사합니당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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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억 대박ㅜㅠㅜㅜㅠ 명작의 스멜이 느껴집니다.. 신알신 신청하고가욥?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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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
허거덕... 명작이라뇨 ㅠㅠ 독자 3 님의 댓글이 저에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닷... 글 열심히 쓸게요 감사합니당!!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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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7.149
넘넘조아요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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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34.85
벌써 너무 슬퍼요,,,흑 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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