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아들이 군대로 복귀해버렸다.
"......."
"......."
"심심하다.."
"왜 이렇게 조용하냐.집이."
"세훈아."
"응."
"왜 이렇게 외롭냐."
"포옥."
"..포옥."
"맥주나 한잔 하러갈까?"
"됐어.내가 누구때문에 다이어트를 하고있는데."
"장난이지~"
"장난 아닌거 알고있거든."
준면을 잡을 새도 없이 준면은 빠르게 빠져나갔다.
세훈은 벌렸던 팔을 외로이 저가 껴안았다.
"이런게 빈집증후군인가봐.."
니가 한창 망아지처럼 뛰놀던 13살때
"과자는 이만큼이면 된거같은데.아들."
"아냐.웨하스도 사야되고 쿠크다스도 사야돼.살게 얼마나 많은데."
내가 툭 뱉은 말에 넌 가자미눈을 만들어 날 째려봤었다.이제야 말하지만 난 그때 우리 엄마와 쇼핑을 하는 줄 알았다.
"음료수도 사야지."
니가 음료수코너로 달려가자마자 카트 한가득 담겨있던 과자을 조금씩 빼놓는것도 잊지않았다.
"같이가!!아들!!"
"부모님이 늦둥이 보셨구나."
뜨거운 고기를 너에게 먹일려고 호호불던 중 마트직원이 말을 걸었다.
"네?"
"동생아니야?"
"아들이에요."
"아들?아..너무 젊어서 형인줄 알았지."
아줌마는 넉살스레 웃으며 너한테 고기 한점을 건네줬다.
"새댁은 어디가고 둘이서 쇼핑해?"
"아..."
참고로 새댁이란 단어는 김준면이 가장 증오하는 단어였다.저를 뜻한다는 걸 잘도 알고있었나보다.
"엄마는 간장사러갔어요."
너는 천연덕스럽게 잘도 말했다.그리고 얼른 나를 잡아채 그 자리를 벗어났다.
"김찬열."
"......"
"아빠가 부르잖아.얼른 대답 안해?"
니가 무슨 짓을 하던간에 적어도 우리를 부끄럽게 생각하지않는게 난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너를 불러세웠다.
"총각?"
"김찬열.니가 대답해봐.너 엄마있어,없어."
"....."
"대답해!!"
시끄러운 마트에서도 우리는 온갖 시선을 받아가며 묵묵히 서로를 쳐다보고있었고 넌 끝내 입을 열지않았다.
"아들,어디 장사하러가는거야?뭔 과자가 이렇게 많아?"
"아들은 무슨.저런 아들 둔적없어."
"야..."
김준면은 잔뜩 당황해 방으로 들어가는 널 멍하니 쳐다봤다.
"무슨 일 있었어?"
"앞으로 너 요앞에 이마트 가지마."
"왜?"
"방금 나하고 쟤하고 깽판치고왔어."
"..뭐때문에."
"김찬열한테 엄마생겨서."
"뭐라는거야.애한테 무슨 말을 했는데 쟤가 저러고 들어가."
"됐어.너 쟤한테 말걸기만 해봐."
"..편가르고 싸우냐!!초딩아!"
"닥치고 포옥."
"포옥은 무슨."
김준면은 힐링이 절실히 필요한 나를 냅두고 너의 방문을 두드렸다.
"찬열아.배 안고파?밥 안 먹을거야?.."
"냅두라니까."
"어떻게 냅둬!애가 지금 문을 잠그고 들어갔는데!"
"질풍노도의 시기엔 다 그래!!"
"난 안 그랬어!!"
"니가 이상한거지!!"
"둘다 이상해!!!!"
굳게 닫힌 문앞에서 실랑이를 하던 중 니가 잔뜩 화가 나서 나왔다.
"김찬열.너 진짜 혼나."
"아빠들이 더 이상해!!!진짜 이상하단말야!!!!!"
"그만해라."
"왜 하필 난데!!내가 왜 아들이냐고!!!"
결국 나는 너한테 손을 대고말았다.
너는 맞은 뺨을 감싸고 난 화를 못참아 씩씩거렸다.
"..들어가있어.찬열아."
"김준면!!"
"얼른 들어가있어!!"
니가 방에 들어가고 김준면은 나의 어깨를 잡아오며 눈을 마주쳤다.
"김준면.너 뭐하는짓이야."
"가만히 있자.세훈아."
"..뭐?"
"내일이면 아들 첫 수학여행인데 기분상하게 보낼수는 없잖아."
"너는.."
"세훈아.찬열이 말 틀린거 없어."
"뭐가 틀린게 없는데."
"우리끼리 욕먹으면서 살아갈수있는거 우리욕심에 찬열이까지 끌어들인거야."
김준면은 눈하나 깜빡하지않고 그 말을 내뱉었다.
"찬열이는 운 안좋게 게이부부한테 잡혀온거지."
"...할말이 없네."
"나도 그래."
"좆같게 틀린 말이 없어."
정말로 할말이없다는게 문제였다.
"똑똑하다.자기야."
"나도 알아.자기야."
잘생긴 게이부부는 진지할줄몰랐다.
"아들.아침은 먹고가지."
"배 안고파요."
"....헐."
그날은 니가 처음으로 우리에게 존댓말을 한 날이였다.
"앉아.김찬열."
"배안고파요."
"아침 먹일려는거아니니까 앉아."
새끼..김칫국은..
"아들."
"...네."
"게이 아들이라고 해도 돈은 펑펑 써야지.가슴을 펴라.아들."
"....."
"가슴은 없다만."
나중에서야 김준면이 그 말은 안했으면 더 좋았을거라고 했다.
일찍 말해주지.
"너 근데 찬열이한테 얼마 쥐어줬냐."
"십만원."
"..우리가 이건희라도 돼?초등학생한테 십만원을 쓰라고하게?"
"이건희보다 더 잘났다는걸 보여줘야지."
"이건희보다 개념이 없다는거거든."
"야,그건 생각못했다.돌아오라고할까?"
"아냐.그건 너무 없어보여."
"그렇지?"
"그러니까 니 용돈 깜."
"자기야."
"헛소리하지말고."
"내 윗도리를 까는건 괜찮지만 내 용돈을 까는건 용납못해."
"그럼 니 정강이를 까는건 어때."
까였다.아주 정석으로 잘 까였다.
"알아서 잘 놀겠지."
김준면 손에서 떨어지지않던 핸드폰을 잡아채었다.
"전화가 지금 오겠냐.한창 놀 시간에?"
"그래도.."
"준면아."
"..왜 그렇게 불러."
"우리 둘이 있는게 얼마만인데 이걸 이렇게 썩힐거야?"
곧 천국이 펼쳐졌다.
"흐응..자,잠깐만..."
"받지마."
"나와봐.얼르은.."
"....."
찬열아.그때의 수모를 난 잊지않을거다.
"여보세요?"
"아들?"
준면이가 말없이 끄덕거렸다.
"응,괜찮아?,,다행이네.밥은 잘 먹었고?진짜?"
"나도나도!나도!!"
"가서 뭐했는데?..재밌겠네.응."
"뭐라는데???뭐래?뭐래!!!"
"아니아니,벌써 먹었지...맛있는거 먹었어."
"..김준면 나쁜 년아."
"자."
드디어 나에게 수화기가 왔고 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응."
"아빠."
"왜."
"아빠 아들이 진짜진짜 사랑해."
그렇게 수화기 너머 니 친구들의 야유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었다.
"뭐래??"
"....."
"아들이 뭐랬냐ㄱ...너 우냐?"
"세훈아."
"......"
"세훈아?"
"......"
"..너 왜 우냐."
다시 생각해도 감동적이야.으어허어ㅓ허ㅓ엉.
찌질하다며 휴지곽을 던져주던 준면이가 전화벨소리에 핸드폰을 집어든다.
"여보세요?..아들!?!?"
"아들이야?!?!흐흡..아드을!!"
"찌질아.꺼져.아들하고 통화하게."
"아들!!!나야!!니 아빠!!"
준면이 콧물 질질 흘리며 달려드는 세훈을 발로 까고 찬열과의 통화에 집중하기시작했다.
"어떻게 전화했어?"
'아들 짬밥이 얼만데 통화도 못할까봐.'
"하긴..잘 복귀했어?"
'응.잘했어.걱정마.'
"다행이네.춥진않아?"
'참을만해.아빠들은 잘 있지?'
"응.난 괜찮은데.."
준면의 바지가랑이를 붙들고 우는 세훈의 정수리로 한심하단 시선이 박힌다.
"아들."
'응?'
"자원봉사한다치고 통화 한번 해라."
'..응?'
준면이 수화기를 세훈에게 건네준다.
"좋은 말할때 그쳐라."
"흡...ㅊ,찬녀라.."
'아빠..?'
"으헝허어어엉!!아들!!사,사랑해!!!"
'나도 사랑해..'
"아들 탈영해!!탈영해버려!!"
"이 새끼가 아들 영창 보낼려고.."
그리고 찬열의 귀로 세훈의 비명소리와 찰진 마찰음이 들렸다.
"아빠?"
'..아들...'
얼마가 지나고나서야 세훈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똑바로 하라는 준면의 목소리도 조그맣게 들려왔다.
"아빠.괜찮아?"
'괜찮다.이거에 무너질 아빠가 아니야.'
"...이제 끊어야겠다."
'벌써???'
"응.많이 한거지.이것도."
'아들 몸조심해..'
"아빠도."
'아들 사랑한다.'
"나도 사랑해.아빠."
세훈의 울음보가 또 터졌다.
준면은 턱받이를 사야될거같다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브금은 랜덤이다.
들으거면 들으시고 말거면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