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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휘파람 전체글ll조회 589l 2

 

 

#3

20살 봄, 아무것도 변한 건 없었다. 누군가 나이를 물어볼 때 입 밖으로 내어지는 발음이 유난히 낯설다는 것만 빼면 모든 게 다 똑같았다.

20살이 된다고 갑자기 어른이 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난 아직도 세상물정을 너무 몰랐고, 때로 너무 순진했다. 그리고 치기어린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20살의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면서 나는 점점 사람들 사이에 치이거나 복잡한 관계들에 지치고 울고 상처받기도 했다.

예상치도 못했던 것들이 칼날이 되어 나를 공격하곤 했다. 그리고 알고 있지만 피할 수 없는 싫은 일들도 많아졌다.

어른이 된다는 건, 아마 입 밖에 내는 말들에 진실성을 점점 잃는 것인 모양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여전한 건 있었다.

그 스스로는 변했을지 몰라도, 나한테 여전한 건 그 하나였다.

여전히 멋있고, 여전히 좋아 죽겠는 사람. 여전히 내게 똑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 여전히, 내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어른이 되는 사람.

나는 어른인체 하면서도 여전히 그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전혀 자라지 못한 생각만 떠올리곤 했다. 가지마, 오빠. 혼자 가지마.

절대 꺼내볼 수 없는 못된 말들이 먹색이 돼서 차갑고, 단단해진다. 그리고 자꾸 나를 찌르고 할퀴는 거다.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혼자서만 겨우 중얼거리는 작은 소리는 닿지도 못하고 가지도 못하고 그냥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못된 말이 떨어진 바닥이 딱 그만큼 조금 진해졌다. 그래, 못된 말이다. 하면 안 되는 말이라서, 근데 도저히 안할 수도 없어서 정말 그냥 해보는 말이다.

괜찮다. 정말 괜찮은데,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곤 했다.

어쩌면 결론은 참 뻔한 것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를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이미 결론은 정해진 것이나 진배없었다.

내가 그 보다 나은 인생을 살 수도 있고, 더 나은 어른이 될 수는 있어도, 그가 가고 있는 길 앞을 가로막고 나를 보라고 돌려세울 수는 없는 거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돌려세웠을 때 나를 쳐다보는 그는, 내가 바라는 그런 얼굴은 아닐 거라서 할 수 없었다.

전에는,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것보다 곁에 있는 게 더 중요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한번 들기 시작하자 그를 볼 때마다 그 사실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다.

허공으로, 바닥으로 흩뿌리기만 하던 모든 하얗고 빨갛고 노랗고 파랗고 거무죽죽하던 내 마음들이 파편처럼 튀어져 나갔던 그것들이

이제야 돌아와 숨을 쉴 때마다 날카롭게 찔러댔다.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하면, 당신은 어떤 표정을 할까. 그 생각은 더 이상 행복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상상 속에서 당신은 얼굴이 없었다. 사실, 나를 쳐다보는 그의 얼굴이 어떤지 정말 잘 몰랐다.

눈이 마주치면 내 마음이 차마 숨지 못하고 앞 다투어 튀어나갈 것이 두려워 나는 항상 습관인 양 눈을 피했었다.

비가 오고 있었다.

독서실에서 집까지는 5분 남짓한 거리였다. 거세게 내리는 비도 아니었고, 한번쯤 미친 짓 해보자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가방을 웃옷 안으로 주섬주섬 밀어넣은 뒤 독서실 현관 밖으로 반쯤 뛰듯이 뛰쳐나가자마자 팔이 붙들렸다.

 

어떤 연애담 B 下 | 인스티즈

 

  

    -장난하냐.

 

험악한 말과 다르게 비식비식 웃으면서 내 팔을 꾹 붙들고 있던 그는, 너무 놀라 채 숨길 겨를도 없이 정면으로 마주친 두 눈을 곧 눈치 채고 말았다.

습관인 척 항상 피하던 눈을 처음으로 똑바로 응시했을 때, 그 까만 눈. 그 눈에 홀린 양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

그리고 그의 부드러운 머릿결에서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긴 눈꼬리, 우뚝한 코, 웃을 때면 입꼬리가 섹시하게 올라가는 입술 같은 것들이

단번에, 정면으로 나를 향했을 때, 나는 전신을 강타하는 어떤 강한 충격에 떠밀려 허우적거렸다. 심장에서 그르렁거리는 울음소리가 밀려왔다.

나는 지금까지 숨겨왔던 것이 괘씸하다는 듯한 그 짐승의 습격을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동시에 간질거리는 그 덜 자란 어린 짐승의 감촉이 온 몸을 타고 돌아다녔다.

, 그래. 도저히 변명할 수 없는 표정, 눈빛일 것이었다. 양 볼, 목덜미, 귓볼이 순식간에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가 붙잡고 있는 팔은 화끈화끈해지다가, 어깨를 타고 심장으로 번져 온 몸의 맥박이 미친 듯이 달음박질쳤다.

다 끝났다. 는 생각에 그렁그렁해진 눈에서는 서러워서인지 설레여서인지 모를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는 몹시 놀라고, 심하게 충격받은 게 확실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돌처럼 굳어선 꼼짝도 못했다.

그 모습을 보자 온 몸을 이리저리, 온 마음을 마구 헤집던 사랑이 순식간에 심장으로 모여들었다. 그 거대한 파도가 심장에 집약되자, , 심장이 터질 것 같이, 아팠다.

온 몸은 뜨거운데 손발은 차게 식었다. 싸늘한 불안감이 발목을 잡아채 뒤로 물렸다. 나는 그대로 이끌려 주춤주춤 물러나다가, 결국 찬 비 아래 놓여졌다.

얼음장 같은 비를 만나자, 정신이 번뜩 드는 것 같았다. 그대로 내달렸다. 특별하지 않은 결말, 은 차치하고서라도. 말 한마디 못하고 결말을 볼 줄은 몰랐다.

그는 절대 몰랐을 리 없다. 그 순간 주체하지 못하고 뻗어나가는 외침들을, 못 알아들었을 리가 없었다.

당신이 좋아, 좋아요. 너무 사랑해서 죽을 것 같아요. 눈을 통해 그를 관통했을 그 말들을.

 

 

#4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지만 안 될 것이다. 핸드폰을 꺼놓는 단순한 행동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될 리가 없다는 걸 알지만, 내내 분리해두었다.

그러나 아침은 왔고, 나는 나가야만 했다. 현관문 앞에서 아슬아슬해질 때까지 망설이다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낚아채졌다.

, 하고 우리 집 현관문이 닫힘과 동시에 옆집 현관문도 열렸다, 닫혔다. 물론 그 안에 내가 들어와있었음은 당연했다.

 

길쭉길쭉한 손가락들이 손목을 놓더니 긴 다리로 휘적휘적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어이가 없어 잠시 서 있자, 다시 휘적휘적 걸어오더니 뭐해? 얼른 들어와. 하는 것이다.

 

 

어떤 연애담 B 下 | 인스티즈

    그래도 내가 꼼짝을 않자 가만히 쳐다보는 얼굴이 사나웠다. 안 그래도 앙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꽤 사나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길게 찢어진 눈매는 독특하기도 하고, 매섭기도 했다. 한참 쳐다보더니 대뜸 옆으로 와서 가방을 열어보기에, 다급하게 떨어지며 뭐해! 하는 말에도 대답도 없었다.

아예 못 움직이게 팔을 붙잡더니 가방을 다시 열고 책을 한 아름 꺼내 옆에 내려놓는다.

그러고도 한참 무거운 가방을 무게를 가늠하듯이 살짝 밑을 받쳐보더니 짜증스럽게 몇 마디를 궁시렁댔다.

 

 

어떤 연애담 B 下 | 인스티즈

-너 이제 키 더 안 크지?

-...당연하지. 내가 몇 살인데.

-그래? 몇 살인데?

 

  무슨 의도로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어 눈만 끔뻑거리자 몇 번 뭐라고 말할 듯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얼굴은 약간 짜증나보였다.

-***. 이제 키도 더 안 크고, 핸드폰도 막 꺼놓고. 다 컷네. 그치? 그렇게 가놓고 핸드폰을 꺼놔? 넌 내가 어제 어땟는지만 생각하면 진짜 어떻게 나도 확 잠수타고 싶은데..

뭐라고 해야 하는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계속 쳐다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당신이 어땠는데? 같은 물음은 당연히 꺼낼 수도 없었다.

왜 화를 내냐고, 나에게는 어젯밤이 아주 길고 지독하고, 징그럽게 아팠던 밤이었다는 말 같은 것도 당연히 할 수 없었다.

다만 나는 어떤 밤 내내 불안에 떨면서, 다시는 보지 않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 얼굴과 그 모습만 눈에 가득 담았다.

처음으로 당당하게 쳐다보고 있는 그 모습이 어찌나 설레고 멋진 지, 별 생각도 들지 않고 너무 행복해서 계속 보고만 있고 싶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던지 말던지 멍청하게, 홀린 것처럼 쳐다보고만 있자 그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팔짱을 꼈다.

그래도 나는, 마치 처음 보는 신기한 어떤 것을 보는 사람처럼 정신없이 그를 눈에 담기만 했다.

잠시간 그런 나를 관찰하는 것처럼 아무 말도 없이 쳐다보고 있는 모습,

그러다 슬금슬금 입꼬리가 올라가고 동글동글한 광대가 불쑥 올라오고, 눈이 점점 가늘게 접히는 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웃음이 피어나는 얼굴을,

지금 보면 다시는 못 볼 얼굴인 냥, 계속 눈에 담았다.

 

어떤 연애담 B 下 | 인스티즈

 

     문득 정신을 차린 건 내 귀 옆에 대고 박수를 쳐대는 그 때문이었다.

동시에 내 행동에 대해 자각해 어쩔 줄을 몰라하는 내 앞에서, 그는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더니 또 대뜸 핸드폰 내봐. 하는 것이었다. 말은 했지만 대답을 기다려주는 텀 같은 건 없었다.

주머니로 쑥 들어오는 손에 화들짝 놀라 파르르 떨자 놀란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피식 웃는다. 배터리를 찾아 한손에 쥐고, 다른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찾아 꺼낸다.

곧 반짝이며 액정이 켜지고, 그걸 확인하더니 주섬주섬 여기저기를 눌러보고 남자, 여자, 선생님, 가족. 으로 간단하게 분류되어 있는 연락처를 내게 한번 보여주고,

내 눈앞에 내 휴대폰을 들이댄 그 자세 그대로 대뜸 남자그룹을 다 지워버린다.

그러고는 돌려주지도 않고 자기 주머니에 슥 밀어넣는 것이었다.

-? 내 핸드폰..

능청스럽게, 들은 채도 안 하고 식탁 의자에 걸려있던 외투를 둘러 입고 내 책을 한 손에 들고 등을 떠민다.

무슨 상황인지 채 파악하지도 못했는데, 어김없이 그 손이 닿은 자리가 화끈거렸다.

-너 늦었지? 아버지 차 놓고 가셨어. 가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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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잘 읽고가요! 제가 글을 평가할 뭔가가 되는 사람도 아니고 이러기엔 제 표현력도 부족하지만 세 편 읽는동안 집중도 잘 되고 글이 담백하다고 해야할까요. 떠오르는 감정은 있는데 그걸 글로 나타내기가 애매하네요..ㅠㅠ 제 어휘력이 부족한 탓일까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너무 읽기 편하고 좋았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0년 전
휘파람
어우 댓글은 예상치도 못했는데ㅠㅠ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댓글도 감사하고 고마워요ㅠ.ㅠ
10년 전
독자2
오늘 저도 마침 독서실을 다녀와서 그런지 몰입이 더 잘되네요. 글이 정말 끊는 텀과 분량도 적절하고 표현력도 좋으신것같아요. 잘 읽고갑니당 :D
10년 전
휘파람
고맙습니다ㅠㅠ 댓글은 진짜 생각도 못하고 그냥.. 기대도 안했는데ㅠㅠ 고맙습니다. 복받으실거예요!
10년 전
독자3
잘읽고갑니다! 진짜 소설 한편 보는 기분이었어요
분량 표현 모든게 다 좋았어요!

10년 전
휘파람
앗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칭찬도 정말 넙죽 받아 담아둘게요!ㅠㅠ 고맙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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