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 - Minhyun&JR)
생각해보면 오빠의 남녀를 불문하는 습관적인 쓰담쓰담 이외에는 스킨쉽이 별로 없었다. 물론 내가 계단에서 안긴거 빼고... 내가 아는 모태솔로 순수남 황민현은 주위에 여자도 별로 없었고 그래서 그런지 유독 스킨쉽에 민감했다. 방금 계란찜을 떠먹여준것 같은 그런 사소한것 까지도.
“오빠 이것도 먹어요!”
“이것도, 이것도!!”
그럴때마다 입술을 깨물거나 흔들리는 눈동자가 너무 귀여워 있는 반찬들은 모조리다 오빠입에 넣어준것같다. 오빠는 양볼가득 음식을 오물거리며 “여주, 너 지금 나 놀리는거지.” 하고 째려봤지만 그래봤자 하나도 안무섭다 뭐, 귀엽기만 하구만.
그렇게 밥을 먹고 집에 데려다주는길에 오빠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여주야, 내일 나랑 데이트하자.”
그 말로 인해서 지금 내가 이렇게 열심히 꾸미고 있다는거다. 물론 요즘 오빠와 자주 만났고 그게 데이트랑 다를게 뭐가 있지? 싶었지만 오빠가 그렇게 초롱초롱한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니까 평소보다 더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고 싶었다.
황민현에게 데이트 제안을 받으면 안 설렐 여자가 없겠지? 나도 그랬다. 민현오빠는 내 마음의 틈새에 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고 있었고 그 틈을 통해서 점점 나에게 들어오고 있었다.
결국 어제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백화점으로 향했고 몇바퀴를 돌고돌아 딱붙는 하얀 니트와 벨벳소재의 검은 뷔스티에 원피스를 구입했다. 거기다가 키가 큰 민현오빠니까 조금 높은 굽의 누드톤 힐까지.
그리고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머리셋팅도하고 지성오빠가 클럽화장을 도와줄때 보다는 덜화려하게, 하지만 평소보다 더 화장에 공들였다. 그리고 어제 산 옷들과 베이지색 코트까지 입고는 백을 들고 거울앞에 섰다. 누가 봐도 나 데이트하러 가요! 하는 여자의 복장이었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평소에도 좀 이럴껄 그랬나. 황민현과 데이트하는 여자라면 이정도는 되야할것 같은데 그동안 너무 편하게 다니기만 했나 자책도 들었다.
또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가 집앞 카페에 들렸다. 매번 데릴러와주고 데려다주는 오빠에게 고마워서 음료를 들고 기다릴 계획이었다. 따뜻한 카페모카 하나와 오빠가 좋아하는 자몽에이드를 주문할까 하다가 날씨가 추우니 자몽티를 달라고 주문했다. 이러니까 진짜 더 데이트같아서 마음한켠이 찌르르 울렸다. 그리고 틈만 나면 유리창도, 핸드폰 카메라도 모두 거울처럼 활용해 내 모습을 체크했다.
조금 있으니 집앞에 오빠의 차가 멈추는게 보였고 곧바로 차로 달려나갔다. 오빠는 그런 나를 보고 차에서 나와 조수석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오빠에게 자몽차를, 오빠는 나에게 따뜻한 핫팩을 주었다. 이런 점도 통한것같아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다.
“오늘 너무 예쁘다, 여주야.”
내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민현오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직 출발 전이라 오빠는 “잠시만,”하고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황미년. 우리 컨셉회의하자. 회사로 와.
“어? 나 안돼. 나 약속있어서 나왔어.”
-뭐야. 남자면 버리고오고 여자면 데리고와.
조용한 차 안이라서 그런지 통화내용이 그대로 들렸다. 아무래도 목소리가 동호오빠인 것 같았다. 민현오빠는 계속 안된다고 했지만 동호오빠와 그 이외 오빠들은 자꾸만 오라고 조르는것 같았다.
“내일은?”
-내일 종현이 촬영있어.
종현? 뉴이스트 김종현?! 순간 내눈이 크게 떠졌고 고개가 민현오빠 쪽으로 획 돌아갔다. 종현오빠는 내가 연예인 중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프로듀스 101때도 내가 아이디로 매번 투표하고, 주위사람 휴대폰 다빌려서 문자투표도하고, 오빠가 데뷔못해서 엉엉 울기도 했다고. 분명 동호오빠가 여자면 데려오라고 했으니까... 나도 가도 되는 자리일까?
“오빠, 괜찮으면 같이 가요. 저도 가보고 싶어요!”
-뭐야, 황민현! 여자랑 있네!!!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민현오빠는 더욱더 당황해 결국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냐, 여주야. 내가 데이트하자고 한건데 일부러 그럴 필요 없어. 중요한 회의도 아냐, 다음에 하면 돼.”
“중요한 회의 아니면 저도 가도 되는 자리인거죠? 제가 가보고 싶어서 그래요. “
민현오빠는 그래도 아니라고 했지만 일하는 남자가 그렇게 멋있다잖아요, 보고싶어서 그래요. 하는 내말에 점점 현혹되었고 결국 차는 회사로 향했다.
“오빠, 저 오늘 진짜 예뻐요?”
“어? 응, 예쁘지.”
헤헷, 오랜만에 보는 종현오빠에게 예쁜모습을 보일 수 있다니. 물론 우리 둘의 데이트가 사라진건 아쉽지만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겠어, 민현오빠 미안.
***
회사 내부는 신기했다. 대형 기획사 답게 벽에는 아티스트들의 포스터나 사진이 가득 붙어있었고 나는 연신 감탄하느라 바빴다. 그러다가도 민현오빠를 잡고 “오빠, 나 지금 괜찮아요?” 라고 물었고 오빠는 늘 웃으며 예쁘다 해주었다. 물론 평소답지 않게 자꾸만 그렇게 물어오는 나를 보며 얘가 왜이러지?하고 생각하는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오빠가 한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종현오빠를 포함한 뉴이스트 멤버들이 있었다.
“어! 여주다!!”
“아,뭐야. “
“여자가 김여주였어?”
“와, 황민현이 여자랑.”
각기 다른 반응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종현오빠는 여주다! 하고 달려와 나와 하이브를 하며 반겨주었고 나머지 오빠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뭐 다 필요없다. 종현오빠만 반겨주면 된거지.
“우와, 우리 여주 더 예뻐졌어. “
“정말요? 진짜요?”
“응. 완전 여기 연예인들보다 더 이뻐. 하핫.”
워너원 기획팀 인턴으로 일하고, 다니엘과 함께 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뉴이스트 멤버들도 볼 일이 많았다. 몇번 보지는 않았지만 워낙 착하고 친화력 좋은 오빠들이라 쉽게 친해졌었다. 물론 종현오빠가 있어서 내가 노력한거지만.
오빠들은 일단 좀 앉으라고 권유했고 연습실 맨 뒤편 의자에 모였다. 민현오빠와 나는 의자에 나머지 멤버들은 의자 밑 바닥에 앉았다. 원피스를 입고 앉은 내가 불편해보였는지 민현오빠는 “여주야, 잠깐만.”하고 무언가 가릴것을 찾으러 갔고 종현오빠가 잽사게 자신의 가까이에 있던 담요를 가져다 덮어주었다.
민현오빠는 한발 늦었음을 인지하고 담요를 내옆에다 주며 “추우면 이거라도 덮어..”하고는 쓸쓸하게 말해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종현오빠가 “이런 매너는 기본이지~”하고 놀리듯 말해왔고 나머지 오빠들은 황민현 매너가 없다, 안되겠다, 하면서 작정한듯 오빠를 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잘 떠들고 놀던 오빠들은 일할 때 만큼은 프로였고 종현오빠가 리더답게 아이디어 컨셉회의를 주도했다. 아무래도 7,8년 정도 활동을 했다보니 어떤 컨셉이 창의적이고 괜찮을지 고민이 많이되는 모양이었다.
“여주 너는 어떤 컨셉이 좋아?”
“섹시요!!!!”
아... 너무 기다렸다는듯 대답했나.. 몇초간의 정적후 모두가 웃기 시작했다.
“섹시한 남자가 좋단다. 민현아.”
“우리 민현이 큰일이네.”
“아니,그게...”
“황민현씨, 섹시 가능한가요?”
놀림 가득한 질문에 민현오빠는 눈을 지긋이 감으며 웨이브를 선보였고 모두가 꺄르르 웃었다. 워너원에서 형아미를 담당하던 황민현과는 또다른 모습이 신기했다. 아무래도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더 황민현 본연의 깨발랄한 모습이 자연스레 나오는것 같았다. 물론 그런 모습마저도 매력적이었다.
꼬르륵-
아, 타이밍도 진짜 안좋지. 내 배꼽시계는 시간이 늘 정확했다. 그래도 울릴거면 아까 그렇게 웃고 떠들 때 울리던가 딱 조용해지자마자 울리는 타이밍이란.. 눈치 없는 내 배가 원망스러워 손으로 배를 틀어막고 고개를 들었을 때 오빠들은 모두 우렁찬 내 꼬르륵 소리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귀여워! 배고파? 뭐 먹을까?”
민현오빠는 평소보다 더 격하게 귀여워하며 내 양볼을 손으로 잡고 흔들었고 민현오빠의 그런 반응에 다른 오빠들은 닭살이라며 하나,둘 볼펜을 던졌다지.아무리 생각해도 민현오빠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
점심 메뉴는 짜장면에 탕수육이었다. 이렇게 연습실 바닥에 앉아서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며 내가 꼭 경험해봐야한다고 했다. 모두가 점심을 기다리며 자유시간을 가지자 민현오빠는 내 옆으로 의자를 당겨 더 다가왔다.
“점심으로 짜장면 먹여서 미안해.”
“에이, 이런 경험 어디서 해보겠어요.”
“근데, 너무 좋아한다?”
“하..하....”
“종현이 얼굴 뚫어지겠더라.”
“우리 민현이오빠 얼굴이 닳으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종현오빠를 본거죠...하하하.”
나름의 애교 있는 대답에 민현오빠는 그냥 머리를 헝클이며 넘어가주었고 잠시 화장실을 간틈에 종현오빠가 기다렸다는듯 내게 다가왔다.
“신기하다. 황민현이 여자 데리고 오는거.”
“민현오빠 워너원 이후로도 여자 없었어요?”
“응. 좋아했던 여자만 있었다고 했어.”
“아....”
“민현이랑 몇일이야?”
“네? 아직 그런거 아니에요..”
“헐. 황민현 안되겠네, 오늘 호되게 혼내줄게.”
아니, 그럴필요는 없는데.... 너무 비장하게 주먹을 쥐어보이고 돌아가는 종현오빠의 뒷모습에 차마 말릴 수 가 없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않아 주문했던 짜장면과 탕수육 배달이 왔고 오빠들의 기계같은 손놀림에 금세 세팅이 되었다. 한명 한명 앞에 주문한 음식이 놓였고 내앞에는 동시에 민현오빠와 종현오빠가 랩 비닐을 깐 짜장면그릇을 내밀었다.
아, 난감한 상황이었다. 어떤걸 받아야하는거지...고민하던 찰나에 종현오빠가 씨익 웃어보였고 “내걸 받는다고? 알았어.”하며 억지로 나의 손에 그릇을 올렸다. 그래도 민현오빠의 눈치가 보여 오빠를 슬쩍 쳐다보자 오빠는 “아, 김종현한테 또 졌어.”라고 말했다. 다행이 기분이 상하거나 그렇지는 않아보였다. 그러자 종현오빠는 더 보라는듯 내 왼쪽에 앉아 젓가락으로 짜장면을 비벼주기도 했다. 많이먹어-하는 친절한 미소도 잊지않고.
틈틈히 민현오빠가 단무지나 탕수육을 챙겨서 내 그릇위에 올려주면 그 몫은 종현오빠의 몫이었다. 종현오빠는 애처럼 민현오빠가 나에게 주는건 다 뺏어먹고 똑같은것을 나에게 직접 먹여주었다. 그럼 나는 눈치를 보면서도 그걸 받아먹을 수 밖에.
먹고난 뒷처리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사람이 치우기로 정해졌다. 그냥 내가 치우겠다고해도 안된다며 뜯어말리던 오빠들은 결국 내가 가위바위보에서 지니 갑자기 자세를 거만하게 바꾸며 얼른 치우라고 재촉했다. 다들 안본사이에 더 이상해진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그릇을 하나씩 정리하자 어느새 옆에서 그릇을 함께 치워주던 민현오빠가 “손에 묻어. 내가 치울게.”하며 내가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빼앗아 갔다. 그래도 엄연히 나의 벌칙이라서 이번만큼은 나도 고집있게 끝까지 치우고 있었다. 다들 워낙 깨끗하게 그릇을 싹싹 비워서 그냥 그릇을 밖에 놔두면 될것같았고 그릇을 밖에 놔두려고 일어서자 다른 오빠들이 나를 불렀다. 또 착한 민현오빠는 가보라며 웃으며 보내주었고.
“여주야, 내가 미녀니 웃긴 짤 완전 많은데 보여줄까?”
“정말요?”
“대신, 웃으면 안돼. 웃는 그 순간부터 안보여 줄꺼야.”
“장담하는데 1초안에 웃는다.”
웃으면 안된다기에 혼자 진지한 생각은 다 하면서 감정을 잡았지만 도저히 안웃을수가 없는 짤인걸. 당연히 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고 예상대로 1초안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지만 옆에서는 웃지말라던 종현오빠는 세상이 떠나가라 웃으며 계속해서 사진을 옆으로 넘겼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그릇을 밖에 두고온 민현오빠가 뭔가 이상하다는걸 느꼈는지 우리쪽으로 다가왔고 종현오빠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웃음을 멈추지못하는 나를 숨기려 애썼다. 폰은 빠르게 잠금을 걸었지만 계속해서 웃고있는 나는 가리려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종현오빠는 안돼!하고 소리치며 나를 땅에 눕히듯 눕혀 오빠의 몸으로 안듯이 나를 가렸다.
나는 종현오빠에게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않았지만 “놔라”,”싫어”와 같은 실랑이가 계속해서 오갔다.
“삐진것같지?”
“당연하지.”
그 뒤로도 오빠들의 장난은 엄청났다. 황민현이 처음 관심있는 여자라며 장난의 수위는 점점 올라갔고 결국은 민현오빠가 연습실로 들어오지않는걸로 보아 단단히 삐졌거나 화가난것 같았다.
손금을 봐준다, 손크기를 재보자 하며 일부로 오빠들은 내 손을 잡아왔고 그 이외에도 나를 안거나 하는 스퀸십들로 민현오빠의 열을 올렸다. 삐진 민현오빠를 달래기 위해 혼자 녹음실에 있는 민현오빠를 달래러 가는건 나 혼자만의 몫이 되었지만.
오빠를 따라 녹음실 안을 들어왔음에도 오빠는 가사를 쓰는건지 무언가에 열중해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결국 내가 먼저 오빠의 옆구리를 손으로 쿡쿡 찔렀다.
“오빠-“
“..........”
“오빠 삐졌어요...?”
“아니야.”
“에이, 다들 장난친거 잖아요.”
오빠는 무언가 말 할듯말듯 입을 우물쭈물 하더니 결국 의자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알아. 그것 때문이 아니라, 나는 여주 너 바라만 봐도 떨리고 함부로 만지지도 못하겠어. 근데 왜 다른 사람들은 안그렇지? 내가 연애를 못해서 그러는걸까?”
“에이, 아니에요.”
“너한테 잘보이기만 해도 하루가 부족해. 이 나이 먹고 연애에 능숙해도 모잘란데 나는 너무 서툴잖아. 그래서 네가 실망할까봐 걱정도 되고....”
이 남자, 늘 예상 밖이다. 그게 본인의 매력이건데. 혼자서 그런고민을 하고 있다는게 너무 귀여웠고 늘 오빠미 가득하던 황민현이 내앞에서 축 쳐진 모습으로 입술 툭 내밀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이렇게 귀여운 모습까지 가지고 있으면 어쩌라는건지.
“그게 오빠 매력인건데.”
그제야 오빠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오빠 특유의 순수함이 오빠 매력이라구요. 이렇게 얼굴,피지컬,성격 다 가진 사람이 연애도 잘해봐, 당연히 선수라고 생각한다구요. 그래서 순수한 오빠가 더 좋은건데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면 어떡해요? 하긴, 이런 고민하는것도 매력이다.”
이번엔 반대로 내가 오빠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그저 서로 바라만 보고있을 뿐인데도 서로의 심장 소리가 쿵쿵 들리는것 같았다.
서로를 바라볼수록 입가에 걸린 미소는 점점 짙어져갔다. 오빠는 갑자기 내가 앉은 의자를 댕겨서 나를 안아왔다. 제법 나를 안은 힘이 강해서 몸이 터져라 꽈악 안는다는 기분이 이런거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오빠는 오히려 자신의 행동에 놀랬는지 깜짝 놀라며 나를 안던 손을 풀었다.
이런 순수함이 매력이라는거다. 그리고 그런 순수함은 결국 나도 한발짝 다가가게 만들었다. 오빠는 여전히 손을 풀고 어정쩡하게 있었고 내가 먼저 오빠의 품에 안겼다. 오늘 따라 유난히 오빠의 품이 더 포근하게 느껴졌다.
“오빠, 잘보이려고 노력하는 하루말고 나랑 같이 보내는 하루는 어때요?”
“어..?”
“나 지금 인정하는건데! 내 마음에는 이미 오빠가 들어왔다고.”
“여주야...”
“솔직하게 나 안흔들릴 자신은 없어요. 되게 나쁜말인데, 안흔들리게 오빠가 옆에서 나 잡아주면 안돼요?”
오빠의 따뜻함에, 오빠의 순수함에 녹아들었다. 민현오빠라면 흉터가득한 내 마음도 더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을것 같았다. 물론 다니엘에 대한 내 마음도 확실하지 않았다. 다니엘 생각을 할 때 아려오는 마음이, 내 생활속에 깊이 베여있는 다니엘을 다 걷어내버렸다고는 할 수 없없다. 이기적이겠지만 민현오빠와 있을 때 만큼은 그 고통이 덜해서, 고통은 잊고 다른 설렘을 내게 준 사람이라서 그래서 무작정 오빠 곁에 있어보기로 했다. 마음이 가는대로.
내 질문에 대한 답 대신에 오빠의 심장 소리만 쿵쿵 들려져 왔다. 오빠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문득 불안함이 몰려왔다. 오빠는 아직 나랑 사귈마음은 없는데 내가 김칫국을 원샷하고 혼자 들이댄건가..? 아니면 이렇게 들이대는 여자가 별론가?
불안한 마음에 오빠의 품에서 살짝 빠져나와 오빠를 바라보았을 땐, 오빠의 두눈은 정확히 나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두눈이 마주치자 오빠는 보는것 만으로도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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