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장난해요?"
그가 내 손목을 세게 쥐어왔다.
....아프다. 나는 뭐라고 생각했던 걸까.
이런 상황까지 와서도 승현이는 나를 보고 웃어줄거라고 근거없는 착각을 했었다.
"미안해.."
울면서 말이 뭉개졌다. 안경 너머의 그의 눈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그래서."
화를 참듯이 이를 악무는게 눈에 훤히 보였다.
내 몸이 점점 떨려오고 힘이 빠져 금방이라도 땅에 주저앉을것만 같았다.
"권지용이랑 같이 있었어 안 있었어."
"있...었어...."
크리스마스, 그때 작은 모텔에서 나는 그와의 약속을 깼다.
다른 남자와 있었고 그의 존재는 잊어버렸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신뢰도 깨졌고 우리 둘 사이도 깨졌다.
"당신 되게 나쁜 여자에요."
승현이 늘 그렇듯 다정한 손길로 내 목도리를 둘둘 말아 정리해준다.
이미 눈물 범벅이 된 추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면 힘빠진 얼굴로 웃는 그가 보인다.
"따뜻하게 입고 다녀요. 앞으로는 내가 못 챙겨 주잖아."
그 말만 남기고 최승현은 역 쪽으로 점차 사라져갔다.
안녕, 내 남자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