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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꼬맹이 전체글ll조회 1002



도라지





얘!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백현이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손짓한다.
아직 풀 베는 일이 끝나지 않았기에 그런 백현을 잠시 뒤로 접어두고는 하던 말을 마저 끝내려고 하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자꾸만 가슴이 간지러워 일을 도무지 못하겠다.

 
 
"경수야!"

하며 쪼르르 내려오는 백현을 말려보지만
그 말을 들을 거 였다면 오지도 않았다며 논 두렁까지 내려온다.
질퍽질퍽한 진흙탓에 곱디고운 백현의 비단바지가 흙색으로 물든다.
말도 안듣는 도련님. 바지가 더러워졌으니 돌아오는 야단은 이제 다 제 몫일거다.
그런 경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좋다고 헤실헤실웃는 백현의 모습에 속으로 깊게 한숨을 쉬는 경수였다.

 
"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 정말. 또 그런다. 경수 네가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모른척 하니."
 
 
오늘 경수가 혼자 이 넓디 넓은 밭의 풀을 혼자 베고있는 것이 백현 때문이라는것도 모르는
철없는 도련님 탓에 경수는 오늘도 속으로만 열을 식힐 뿐이었다. 
 
 
 
그저께 백현과 함께 읍내 시장에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백현이 재차 거절하는 경수의 손에 억지로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약과를 쥐어주며 도망가다
빗물이 흥건한 바닥에 미끄러져 철푸덕 하고 넘어진 일이 있었는데,
이 때 일을 알게 된 마님이 경수를 크게 꾸짖으며 벌로 이 밭의 풀을 모조리 베어 놓으라고 한 것이었다.
그런 속사정을 모르는 백현이 재차 약과는 맛있었어?라고 물어오지만
약과는 입에 넣은 적도 없는 경수가 그걸 대답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들어가세요. 저 바빠요."

하며 백현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하는 경수에 백현은 입을 삐죽이며 치, 치, 하는 소리를 낸다.
그저께는 잘 놀았으면서 오늘은 왜 이런데? 치사하게.


중얼거리는 백현의 말에 헛웃음만 나오는 경수다. 놀기는, 저만 신나게 놀았으면서.


백현이 본격적으로 밭에 들어오려 바짓단을 걷어제끼는 모습에 경수가 기겁을 한다.

"아이고, 도련님은 나를 죽이려고 그런대요?"

 
"같이 놀자니까!"


"아니면 나를 내쫓을려고 작정을 했대요?"
 
 
"내가 도와줄게! 빨리 끝내고 놀러가자!"
 
 
아이고. 어쩌다 이런 도련님에게 걸려서 이 꼴이 되어버렸을까.
백현과 한번 더 놀러간다면 그땐 풀 베기가 아니라 산 옮기기정도의 벌을 받게 될 것만 같아 경수는 고개를 휘휘 내젓는다.
 
 
그런 경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현은 밭으로 발을 한발 내딛는다. 그 탓에 흰 고무신이 흙빛으로 변한다.

 

"들어오지 마세요! 저 혼자 다 할 수 있어요!"
 
 

"혼자 하면 아마 보름은 걸릴걸."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백현이 도와주는거면 사양이다.
백현은 일을 더 크게만 만들 뿐이니까.

 

"아이고, 오늘은 도련님때문에 일 다 했어요."
 

"그럼 이제 노는거야?"

하며 밭에 걸쳐놓은 한발을 다시 뒤로 슥 뺀다.
백현은 사실 밭에 들어 올 마음이 없던걸지도.
 

 

"오늘은 어디갈까? 극장? 읍내? 아님 전철타볼래?"
 
 
"오늘은 그냥 여기서 놀랍니다."

하며 바닥에 철푸덕하고 눕는 경수의 모습에 백현은 뭐가 그리 좋다고 헤헤 웃으며 따라눕는다.
 

그렇게 나란히 풀꽃들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있자니 가슴이 간지러워 미칠 것 같아
경수는 백현을 등지고 누워버린다.

그런 경수를 가만히 쳐다보던 백현이 경수의 등을 툭툭치지만 아무 대답이 없는 경수에
백현은 경수의 앞으로 가 다시 눕는다.
 

"경수야."
 

"예."
 
 
"많이 힘들지?"
 
도련님 때문에 더 힘듭니다.
하는 말을 겨우 삼킨 경수가 고개를 휘휘 내젓는다.
 

"별로 안힘들어요."
 
백현이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착하네, 우리 경수. 하는말에 경수의 귀가 새빨개진다.
 
  

"경수야. 이것 좀 먹어봐라."

하며 제 옷 품 속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꺼내는 백현이었다.
 
 
"이게 뭔데요."
 

"도라지야. 이게 그렇게 몸에 좋대."
 
라며 뿌듯하게 도라지를 건네 주는 백현의 모습에 웃음만 나오는 경수였다.
부엌에 몰래 숨어들어 팔팔 끓을 준비를 하고있는 도라지를
아무도 모르게 노심초사하며 건져내는 그의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도련님 드세요."
 
 

"별로 귀한것도 아니더라. 냄비에 엄청 많더라니까. 그중에 하나만 몰래 건져왔으니, 난 나중에 원없이 먹을 수 있어."
하며 경수의 손에 빠르게 도라지를 건네주는 백현이었다.
 
 
경수가 백현의 눈치를 살피고는 도라지를 입에 넣고는 우물거리자
백현은 또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거리며 경수를 쳐다보다
경수의 입에 제 입을 쪽 하고 갖다대고는 먼저 일어나서 도망친다.

 
도라지.


그것은 달콤쌉싸름한 첫 사랑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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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 마음이 간질간질거리네요ㅜㅠ이런 백도 좋습니다 잘읽고갑니다!
11년 전
대표 사진
봄꼬맹이
감사합니다!!!!!!!!!!!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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