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도르 ;
난 널 위해 죽을 수 있어
스투페파이- 짧고 분명한 음성이 들렸다. 분명히 동혁의 것일테지, 아침 내내 칠면조를 먹고 싶다며 징징대던 이동혁의 목소리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나와 같은 평범한 아이들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위대한 "선택받은 자" 의 발끝에도 따라갈 수 없다. 동혁 반 만큼만 해라, 사감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그렇게 나무랄때마다, 이동혁이 얼굴을 발갛게 붉히며 손을 내저었다. 그-만들 좀 하세요. 그게 더 재수없는거 너 모르지.
이동혁은 조금 있으면 치뤄질 O.W.L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하루종일 스투페파이나 아쿠아에룩토 따위의 주문을 웅얼거리곤 했는데, 그게 꽤나 눈엣가시였다. 왜냐면 이동혁은 연습따위 하지 않아도 늘 완벽했으니까. 연습하는 척이라도 해야 아이들이 저를 재수없는 놈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걸 아는 모양이었다. 그리핀도르 10점! 쟈니 교수님이 박수를 쳤다. 이동혁의 모의 실기가 완벽했다나, 이동혁 옆에서 나재민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좋아해야되는거지?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O.W.L이 다가올 수록 아이들은 점점 예민해졌다. 그에 피해를 받는 것은 오로지 이동혁, 그 애의 몫이었다. 위에선 교수님들의 압박이, 아래에선 친구를 가장한 적들의 가시 같은 말이 그 애를 괴롭혔다. 7년 간 그 애는 나름 잘 참아온 것 처럼 보였으나, 속에서 부터 곪아가고 있다는 걸 잘 아는 나였다. 어느새, 나는 이동혁이 늘 밤 마다 3층 왼쪽 복도 끝 마녀 동상에서 훌쩍인다는 사실 마저도 알아버렸다. 시민, 너 그 애랑 엮이면 골치 아파진다니까? 딱 지금이 좋아. 나재민이 가지 말라며 망토 끝을 부여잡았지만 난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정의로운데, 차라리 후플푸프에 배정해주지.
취침시간이 1시간 남짓 남은, 그러니까 크리스마스가 1시간 남짓 남은 이 시점에서 기숙사 바깥은 한산하다 못 해 고요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동혁의 조그마한 흐느낌이 점점 가까워졌다. 힘들면 말로 하지, 그 대단한 "선택- 받은 자" 면서. 만약 내가 이동혁이라면, 도서실에서 저를 깎아내리는 애들의 말을 듣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모른 체 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불쌍한 새끼, 저 멀리 들썩거리는 조그만 이동혁의 몸이 보였다. 마치, 누가 이동혁에게 디미누엔도를 걸어놓은 것 같았다.
여기서 운다고 뭐가 달라져?
이동혁의 들썩거림이 멈췄다. 그 애의 빨간 머리가 오늘 따라 축 처져 보통의 밝은 빨강이 아니라 적갈색처럼 보였다. 이동혁의 훌쩍거림은 멈췄지만, 나는 그 애의 마음을 도통 가늠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 들켰다는 사실에 수치스러움을 느낄지, 아니면 내게 큰 유대감을 느끼게 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왜 이제 알아준건데? 은은한 등불에 잔뜩 젖은 이동혁의 얼굴이 옅게 빛났다. 왜 이제 알아줬냐니, 내가 안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내가 저를 얼마나 신경썼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동혁을 가만히 쏘아봤다. 7년 동안 내가 죽어가는 걸 알았으면서 왜 먼저 티내주지 않았어? 내가 이동혁에게 한 행동들은 희망고문이었던거다. 슬쩍 챙겨주고, 이동혁을 욕하는 애들을 괜히 응징해줬으니. 그렇지만 그건, 다 이동혁이 답답해서였고, 이동혁이랑 섞이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러니까, 뭘 바라고한 행동도 아니었고, 이동혁이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난 널 위해 죽을 수도 있어.
잔뜩 구겨져있던 이동혁이 몸을 슬금슬금 일으켰다. 이런 좆같은 상황을 참아낼 수 있었던건 네가 알아주는 것 같아서였다고. 이동혁의 눈이 퍼렇게 빛났다. 아, 이래서 이동혁 꼽 줘본 애들이 지릴 것 같았다고 하는 건가. 이동혁의 양손이 내 어깨를 잡아챘다. 다시 한번 말해줘? 널 위해 죽을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제발 모르는 척만 하지마. 이동혁의 손 아귀 힘이 얼마나 센지, 어깨가 으스러 질 것만 같았다. 그에 반해, 그 애의 눈동자는 너무나도 위태로워보였고 나는 아프다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그저, 이동혁의 검은 눈에 묶여 그 애 눈동자 속에 비친 나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슬리데린 ;
너를 위해서 내가 죽여줄 수 있어
그러니까, 이민형은 그 고귀한 순혈가문의 3대독자였다. 모든 것이 제 발 아래였을것이며, 잡종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것이며, 분명히 집요정 10명은 눈 깜짝하지도 않고 죽였을거라는 소문과 다르게, 이민형은 햇살같았다. 그 햇살은 너무나도 자애로워서, 마법사 취급도 못 받는 머글 출신의 나에게 까지 그 아름다운 빛을 조금씩 나누어주었다. 응달의 곰팡이 핀 벽에 갑자기 너무나도 밝은 햇살이 내리쬐어서, 나는 어찌해야할 지 몰랐다. 곰팡이가 보이지 않게 벽을 닦아야하는지, 아니면 그 곰팡이가 햇살에 의해서 죽게 내버려두어야하는지,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이민형, 그 애가 볼을 붉히면서까지 제 친구들과 마법사 체스를 둘 때, 혹은 슬리데린의 수색꾼으로 활약을 할 때, 난 늘 그 애의 먼 발치에 있었다. 그 애를 동경했고, 어쩌면 아주 조금은 사랑했다. 하지만 난 머글 잡종이었고, 그 애는 순혈 왕자님이었다. 이민형의 1호 팬을 자처한 맨디 맨델슨이 늘 그 애를 오 마이 썬 샤인, 하며 찬양할 때 조차, 나는 그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다른 아이들의 입을 통해 듣는 이민형은 더 아름다웠다. 오늘은, 민형이 내 떨어진 책을 주워줬어. 침실에서 아이들이 그런 얘기를 하며 깔깔거릴 때, 나는 구석진 침대에 누워 그 얘기를 하나도 빠짐 없이 머릿속에 박아넣으려 노력했다. 내가 실제로 그 애의 그런 모습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많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 연휴였다. 아이들은 모두 떠났고, 게리 길버트와 이민형, 정재현, 그리고 나 만이 기숙사에 남아있었다. 이민형과 게리, 정재현은 기숙사 거실에 모여 마법사 체스를 두고 있었고, 나는 도서실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오, 안녕 시민! 이민형은 내 이름을 유일하게 기억해주는 편이었다. 물론 정재현도 늘 내게 인사를 건넸지만, 내가 슬리데린이고, 제가 슬리데린의 반장이라 하는 것 뿐이었다. 그렇지만 게리 길버트를 두고, 난 내게 어색한 인사를 건네는 정재현을 욕할 수 없었다. 이민형의 앞이라, 그 애는 내게 별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 애의 서슬퍼런 그 두 눈동자가 모두 말해주는 것 같았다. 머글, 잡종, 더러운 피, 라고.
게리 길버트, 그 애는 쓸데없이 눈치가 빨라서, 내가 이민형을 좋아하는 것 정도는 쉽게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괜히, 내 앞에서 이민형을 욕하며 내 반응을 떠보는 것을 즐기는 편이었다. 이민형 걔, 호그스미드에서 여자들 다 후리고 다닌다던데?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걔가 이민형의 맞은 편에 앉아, 하하호호 웃으며 마법사 체스를 두는 꼴은 꽤 역겨웠다. 가만히 길버트를 쏘아보고 싶었으나,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이길 바라는 것일테니까. 누구에게나 따사로운 이민형이 안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그 애가 만약 달처럼, 모양을 조금씩 바꾸어가며 따사로웠다면, 게리 같은 애와 친구가 되지 않았을 테고, 나는 그 애에게 마음을 품지 않았을텐데. 그 애에게 모든 일의 원인을 떠넘기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조금 있으면 이 모든 것을 후회할 거면서, 난 이렇게라도 잠시의 평안을 원했다. 내가 널 사랑하는건, 네가 너무 따사로워서야.
크리스마스 연휴의 마지막이었다. 나는 슬리데린 테이블의 가장 끝 자락에 앉아 감자 수프를 깨작거렸다. 저 멀리 그 셋의 모습이 보였다. 이민형은 나와 합석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길버트가 그럴 때 마다 이민형의 말을 잘랐다. 멍청한 새끼, 나는 목구멍 끝까지 올라오는 욕짓거리들을 씹어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나가야, 이민형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을거였다.
썸머, 너도 내가 우습지?
퀴디치 경기장 뒷 편의 벤치에 앉아 썸머의 등을 쓰다듬었다. 썸머가 기분 좋은 듯 야옹 거렸다. 이민형과 정재현, 길버트 그리고 다른 기숙사 애들이 친선 경기를 하기로 한 것인지 경기장 안이 시끄러웠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썸머가 내 손등을 핥았다. 그러고 가만히 있으면 이민형이 알아주디? 빗자루를 옆구리에 낀 길버트게 내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또 시작되겠구만, 썸머가 낮게 그르렁거렸다. 길버트 녀석은 내가 제 밑에 무릎 꿇는 것을 즐겼다. 태생이 이민형보다 아래니, 이민형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질투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이민형은 하늘 위 태양이었고, 길버트는 하늘 위 떠가는 작은 먹구름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태양을 잠깐 가릴 수 있을지 몰라도, 제 모든 걸 흘리고 나면 태양에 의해 사라질 존재였다.
난 그걸 잘 알았지만, 길버트 녀석에게 상기시켜줄 생각은 없었다. 왜냐면, 그 애는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열등감에서 허덕이고 있었으니. 웃어? 길버트 녀석의 커다란 손바닥이 내 뺨을 툭툭 건드렸다. 아바다 케다브라나 확 쏴버리고 아즈카반 갈까 생각했지만 이미 길버트 녀석이 내 지팡이를 부러뜨린 후였다. 차라리 크루시오라도 쏘지 그래? 아, 마법 실력이 형편없어 그 마저도 힘든가? 내가 비아냥 대자 길버트 녀석의 큰 손이 이번엔 더 세게 내 뺨을 쳤다. 썸머가 길버트 녀석을 할퀴었지만 그 애의 발길질에 저 멀리 날아갈 뿐이었다. 좀 있으면 그 애랑 퀴디치 경기해야 되서, 난 간다. 좆같은 잡종 새끼. 길버트 녀석이 가래 섞인 침을 내 얼굴에 뱉으며 말했다.
침실에 누워있었다. 필드를 날아다니는 이민형은 아주 아름답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잠에 들 참이었는데, 자꾸 빗물이 창문을 때려대서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연회장에 가서, 도비에게 초콜릿이라도 얻어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침실 밖으로 나갔다. 그때, 기숙사 문이 열렸다. 푹 젖은 이민형이 내 앞에 마주섰다. 경기하는데, 네가 없길래. 왜 안 보러 와. 이민형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아 걱정하지마, 수색꾼은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 안쓰니까. 이민형이 머리를 긁적이며 내게로 슬금슬금 걸어왔다. 넌 매일 이렇게 따사롭지, 멍청하게.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난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너무 아팠어서, 지금의 이 따사로움을 즐기고 싶을 뿐이었다.
뭐야, 왜 그래.
슬금슬금 걸어오던 이민형의 발걸음이 별안간 뚝 멈췄다. 잊고 있었다, 기숙사 거실이 밝다는 것을. 이민형의 눈이 별안간 세모낳게 변했다. 매일 동글동글하다고 생각했던 이민형의 얼굴이 날카롭게 보였다. 누가 이랬어? 이민형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 따사롭던 이민형이 자꾸만 먹구름에 좀먹는 것 같았다. 누가 이랬냐니까! 이민형이 제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내가 이걸 말해야하는 건가, 게리 길버트 그 새끼가 날 쳤고, 그 이유는 널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오늘 아침, 그 애의 맞은 편에 앉아서 칠면조를 나눠먹던 이민형이 떠올랐다. 내가 어떻게 그래. 넌 계속 따사로워야하는데. 내 입이 열리지 않자 이민형이 제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너를 위해서, 내가 죽여줄 수 있어. 이민형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꺾었다. 그러니까, 말해줘. 그 애의 목소리가 너무 나른했다. 게리 길버트, 걔가 그랬어. 나는 열어선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 사담
여러분........죄인 작가입니다.. 흙흙 시험 잘 보고 대학 가겠다고 뜸해질 거라고 얘기했는데.. 내신도 망치고 완전 뜸해져버렸네요.. 인티에도 거의 접속을 안했어서 예전에 써놨던 임시저장글이 다 날아가버렸네요 흙ㅎ글글 크리스마스가 50분 남았지만... 이 글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아주시겠어요..? 아 여러분 내신은 말아먹었지만 11월 모의고사는 아주 잘 봤습니다~~!! 222333이에요 흙ㅎ긁흐극 모의고사 잘 봤으니 전 더 자주 오도록 노력할게요.. 다음 글은 아마
래번클로 ;
우리 둘 다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게
후플푸프 ;
난 너와 함께 죽을게
이 소재로 옴니다..껄껄.. 레번이랑 후플 누구게여?!? 아마 제가 늘 쓰는 그 친구들일 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