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는 무슨 데이트를 이런 데서 하자고 그러냐? 아저씨가 그렇게 능력이 없어 보여?" 아니요, 저 애인이랑 동물원 오는게 소원이었거든요! 너무 좋지 않아요 아저씨? 내 물음에 애인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뭐 좀 구리긴 한데 괜찮네 라며 내 어깨를 감싸오는 아저씨의 손이 느껴졌다. 나이차가 꽤 많이 나는 연인을 둔 탓에 아저씨도 나도 서로 불안하긴 피차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제일 보고 싶은 동물이 뭐라고?" 얼룩말이요. 왜 얼룩말은 다루기 힘들다잖아요. 아저씨랑 얼룩말이랑 좀 닮은 것 같아서요. 해맑게 웃어보인 나에게 뭐라 하기가 좀 그랬는지 내가 다루기 힘드냐 니가 더 다루기 힘들지. 하며 괜히 툴툴 대는 아저씨다. 나이만 많지 속은 나랑 동갑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계단 조심해 내 손 잡고 내려와." 큰 손을 나에게 내밀며 다정하게 말하는 모습이 참 좋다. 미소를 지으며 손을 꼭 잡았다. 얼룩말이 어느 쪽에 있다는 거야 도대체? 이리저리 팻말을 찾으며 살피던 아저씨가 얼룩말 우리를 찾았는지 내 손을 잡아 이끈다. "이 쪽인 것 같은데.." 기린을 지나고 사자를 지나서 드디어 얼룩말이다. 항상 드는 의문이지만 얼룩말은 하얀 바탕에 검은 줄무늬일까 검은 바탕에 하얀 줄무늬일까? 아저씨,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뭘 어떻게 생각해? 얼룩말이요. 검은바탕에 흰 줄무늬?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 "난 검은바탕에 흰 줄무늬." 에이 뭘 모르시네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 아녜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동물박사도 아니고. 하긴 그렇네요. 아저씨! 아저씨는 보고 싶은 동물 없어요? 어..난 그다지 없어. 야 솜사탕 먹을래? 왠 솜사탕?
"너 단거 엄청 좋아하잖아. 기다려 내가 핑크색으로 사 올게." 아저씨 난 연두색이 좋은데-헤헤. 귀찮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사줄거 다 알거든요? 그나저나 우리 아저씨 뭘 봐야 좋아할까? 요 근래 아저씨가 저를 보고 하얗고 볼도 댕글댕글한게 아기 북극곰처럼 생겼다고 말했다. 그래 다음은 북극곰을 보러 가자! "야 연두색은 없더라. 그래서 니꺼 분홍색 사 왔어." 거짓말! 내가 다 봤는데? 아냐 진짜로 없었어 내 머리카락 걸고 진짜. 또 그놈의 머리카락 걸고가 등장했다. 요즘 뭐만 하면 머리카락을 걸겠다고 드는아저씨인지라 진짜 머리를 잘라야 할 뻔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게 누가 머리카락을 걸라고 했나. "ㅇㅇ아 저거 너 닮았다." 기념품관 앞에 서 있는 북극곰 인형 탈을 보곤 날 닮았다고 해서 아저씨는 공룡 닮았어요! 라고 소리치고는 미친듯이 도망을 왔다. 공룡이 어때서! 나를 따라오는 아저씨가 티라노 사우르스 마냥 쿵쾅거리며 따라왔다.
"하..하..달리기만..하..빨라가지고..!" 역시 나이는 숨길 수 없나 보네요! 난 이렇게 쌩쌩한데- 늙은 애인 둬서 좋겠다? 어후 그럼요 말도 마세요 너무 잘생겨서 글쎄 후광이 막 그냥~ 내가 장난하는 투로 말을 하자 그런 나를 귀엽다는 듯 쳐다보더니 애기는 애기구나 하며 내 볼을 잡고 짧게 여러번 입을 맞춘다 쪽쪽쪽! 하는 소리가 울리고 혹시나 누가 보진 않았을까 주위를 살피는데 아저씨가 내 턱을 잡아 자기를 보게 한다. "남 눈치 보지 마. 내 눈치만 봐도 힘들잖아?" 이번엔 조금 긴 입맞춤이다. 할 때마다 서투른 나와는 다르게 아저씨는 연륜인지 뭔지 엄청나게 잘 한다. 사실 이럴 때는 좀 마음이 안 좋기도 하다. 나 말고 다른여자를 사귄 아저씨는 상상하기도 싫다. "ㅇㅇ아 다음에는 이런 데 말고 나랑 신혼여행이나 가자. 디즈니 랜드 정도면 만족 할래?" 아저씨 저 아직 미성년잔데요? 난 아저씨라면 디즈니 랜드는 무슨 그냥 집에 있어도 좋아요. 나도 사실 그냥 너만 있으면 돼. 근데 아저씨 지금 나한테 결혼하자고 한 거예요? 응 내 나이가 몇인데 결혼 생각도 해야지. 난 아직 결혼은 먼 이야기 같은데. "미안해. 나한테 코 꿰여서 다른남자도 못 만나보고 어린나이에." 아저씨가 왜 미안해요! 난 내가 좋아서 아저씨랑 만나는 거예요. 미안할 필요 없어요. 결혼은..음..조금만 생각 해 볼게요. 나는 아직 결혼을 이야기하기에 너무 어려요. 그래 나는 어른이니까. 참을 줄 아는 사람이니까.
솔직히 난 아저씨 말고 다른 남자애들은 눈에도 안 찬다. 매번 아저씨가 어리고 예쁜 애인 둬서 고생이라고 한탄 할 때마다 난 정말 걱정 말라고 해 쥬고 싶지만 생각처럼 잘 안 된다. "ㅇㅇㅇ씨 우리 이제 어디로 갈까요." 뭐야 왠 존댓말이래요. 으으 아저씨 안 같아. 그냥 니가 나랑 동갑이거나 2살정도 차이였으면 이런식으로 대화하지 않았을까 해서. 그러면 나랑 존댓말 서로 쓸래요? 난 이미 쓰고 있으니까. 아저씨 팔에 매달려 한 때 내 로망이었던 연인사이 존댓말을 이뤄보려고 온갖 애교를 떨어댔다. 관심 없는 척 하면서 좋아 죽으려고 하는 거 다 안다. "안 돼. 난 28살이고 넌 18살이야." 그게 무슨 상관이래. 흥 됐어요 그냥 나만 쓰지 뭐. 아니면 나도 반말할래. 너 반말 하잖아 '그거'할 때.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확 들었다. 아저씨 진짜! 반말 하고 싶으면 하던가. 대신 나도 내가 널 어떻게 할지는 모른다? 티격태격 오늘도 달달하지만 툴툴대기도 하는 데이트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아저씨가 나를 갑자기 끌어 안았다. "내가 이런 말 잘 안하는데 말야. ㅇㅇ아, 알지? 내가 너 많이 좋아하고 사랑해." 알아요. 나도 아저씨 많이 좋아하고 사랑해요. 그니까 나한테 잘 해요 어린애인 도망갈라. "잘 할게. 그러니까 볼에 뽀뽀" 결국은 이거구만? 짧게 뽀뽀를 해주고 아저씨 품에 안겼다. 진짜로 많이 좋아해요. 여태까지 좋아했던 애들 따위는 가짜인 것 같을 만큼 * 독방은 소재의 무한함을 보여주는 공간인 ㄱ것 긑당...독방 짱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