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루민] 비서 루한 X 시력 잃은 도련님 김민석 번외
민석이 시력을 잃기 전은 매우 개구쟁이였다. 다니라던 학교는 늘 빠지길 일 수였고 학교가는 시간, 다른 질 좋지 않은 아이들과 무리지어 다니곤 했다. 그런 민석의 모습에 민석은 시내와 떨어진 외딴 산속 깊숙한 곳 저택에서 비서와 메이드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시내까지 2시간이나 차를 타고 나가야하는터라 가정교사를 고용했다. 일주일동안은 나가려고 지랄을 해대는 민석에 루한이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나 탈출해봤자 길을 잃고 루한에게 전화하기 일 수였다. 그러한 것들이 반복되자 포기한 듯 집에만 박혀있는 민석에 루한이 안도했다. 어느 날이였다. 민석에게 뭔 일이 있겠나 싶어 다른 비서들에게 민석을 잘 보고 있으라 지시하고는 잠깐 민석의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갔다. 그들은 저를 많이 아꼈고 더 잘 부탁한다고 했다. 비서입장인 내가 김민석에게 다른 마음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하겠지. 루한은 쓰게 웃었다.
루한이 집을 가던 중 전화가 걸려왔다. 민석 도련님이 없어지셨어요! 루한은 순간 멍해짐을 느꼈다. 입술을 깨물었다. 저택에서 큰 도로까지 20분. 그 곳은 그냥 숲길이였다 바닥에 돌부리나 나무들이 많아 더 불안했다. 루한이 급하게 차를 몰아 산비탈에 들어섰다. …시발. 속도를 더 내며 올라갔다. 저 끝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자 루한이 헤드라이터를 켰다. 바닥에 주저 앉아있는 민석의 모습에 루한이 바로 앞까지 차를 끌고 올라가 내렸다. 헤드라이터에 비친 민석의 모습이 뭔가 이상했다. 눈을 뜨지 못한 채 울기만했다. 눈과 손에 피가 묻어있는 모습에 루한이 급하게 민석의 어깨를 잡았다.
민석 도련님.
루, 루한? 루한이야?
왜 그러십니까. 침착한 루한의 말투에 민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얀 와이셔츠와 검은 바지에는 어디서 구른건지 흙이 잔뜩 묻어있었다. 눈 주변 역시 작은 나뭇가지와 흙들이 가득했다. 눈 떠보십시오. 민석이 울먹거리며 말했다. 눈이 너무 아파, 루한. 루한이 심상치 않아보이는 민석에 빨리 제 차에 태워서는 차를 몰아 병원으로 갔다.
의사선생님의 말은 충격적이였다. 눈이 나뭇가지에 찔렸다. 눈을 더 이상 쓰지 못할 것 같다.
*
민석은 그 날 술에 많이 취해 있었다. 술에 취해 바깥공기를 마신다며 나간 민석이 따라 나오지 않는 비서들에 눈치를 보며 급하게 산비탈로 내려갔다. 그길은 언제나 차로 만 이동하고 탈출했을 때 역시 그리 멀리 오지 않았기에 눈 앞에 펼쳐진 어두운 길에 민석이 당황했다. 천천히 내려가다 뒤로 저택에서 자신을 찾는듯한 소리에 뛰려다 돌부리에 걸려 굴렀고 나뭇가지에 눈이 찔리고 말았다. 따갑고 아파오는 눈에 민석은 루한만 애타게 불렀다. 민석의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부모님은 오자마자 루한의 뺨부터 내려쳤다. 장난해? 지금 우리 아들이 실명이란게 말이 되냐고! 민석은 눈에 붕대를 감은 채 그저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다.
.
루한, 어딨어.
바로 옆에 있습니다, 도련님.
지금은 4월 맞지?
…네, 도련님.
민석이 루한의 부축을 받으며 테라스로 나가려하자 루한이 제지했다. 테라스가 오래되어 부실합니다, 도련님. 루한의 말에 민석이 입술을 삐쭉였다. 그래? 루한의 부축을 받으며 바로 옆 의자에 앉은 민석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쳐댔다. 메이드가 미지근한 홍차를 민석 앞에 내려놓았다. 루한에게 빨리 나갈 수 있게 만들라는 말을 하고는 아. 하며 고개를 들었다.
루한.
네, 말씀하세요. 도련님.
마당에 내가 쓰던 오토바이랑 자동차 폐차 시키고 옆에 작은 골프장도 없애버려. 나만 쓰던 거잖아.
….
그리고 거기 커다란 벚꽃나무 한 그루 세워졌으면 좋겠어. 벚꽃나무 밑에 테이블과 의자 세워놓고.
따뜻하니까 거기서 차를 마시고 싶어. 내가 보질 못해도 다른 사람이 본다면 그림은 예술이겠다. 민석이 개구지게 웃었다. 시력잃은 후 그런 웃음은 쳐음이였다. 나무가 커서 밑에 그늘까지 졌으면 좋겠어. 민석이 바로 옆에 서 있는 루한 쪽을 쳐다보았다. 시선은 틀렸지만 제 목소리로 위치를 알아낸 민석에 잠깐 놀라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루한이 문 쪽에 서 있던 비서를 쳐다보았다. 민석의 말을 들은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 방 안에는 민석과 루한 둘 뿐이였다. 그때까지도 루한이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민석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너무나도 추운 2월 이였다. 앞을 보지 못하는 민석에 웃으며 거짓말까지 친 루한이 잠깐 표정을 굳혔다가 끄덕였다.
저는 언제나, 도련님 옆에 있습니다.
민석이 작게 미소지었다. 루한이 민석을 내려다보다 창 밖 풍경을 보았다. 떨어지는 눈송이에 루한은 들어오는 비서에게 집 안 온도를 좀 더 올리라 지시했다. 지금이 추운 겨울이라는 걸 민석이 알면 안되니까. 루한이 짧게 회상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웃을 때마다 휘어지는 눈꼬리의 너, 아니 그냥 김민석 자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주무실 시간 입니다, 도련님. 루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민석의 손을 잡아 길을 안내했다. 침대에 누운 민석에 옆 스탠드를 키고는 방문 옆 스위치를 눌러 불을 껐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도련님. 루한이 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민석이 짧게 대답했다. 잘 자, 루한. 루한이 웃으며 방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바로 앞까지 와있는 민석의 부모님에 루한이 인사했다. 내려가서 이야기 하지. 부모님 뒤를 따라 거실로 내려간 루한이 새로보이는 비서에 얼굴을 찌푸렸다. 괜찮으니까 앉게. 소파에 앉은 루한을 지긋이 바라보던 부모님이 한숨을 쉬었다. 여전히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너를 대신 할 새 비서야.
….
내일부터 일할꺼야, 이제 민석이 옆에 있지 않아도 괜찮아.
….
그 동안 우리 민석이 옆에 있어서 정말 고맙네.
*
민석이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킨 민석이 루한을 불렀다. 그러자 아무 말 없이 다가오는 사람에 손을 뻗었다. 반응이 없자 민석이 얼굴을 찌푸렸다. 뭐해? 안 일으켜 줘? 민석의 말에 아. 하며 민석을 일으켰다. 민석이 일어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한. 부르는 말에 답은 없었다. 루한의 체향이 나질 않자 민석이 뒷걸음 치며 손에 잡히는거 아무거나 잡아 던졌다. 도, 도련님! 민석이 낯익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변백현 입니다, 도련님. 돌아오는 말에 민석이 제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니가 왜 와?
아니, 도련님.
루한은 어디갔어.
일단, 일단 내려가시죠.
민석이 얼굴을 잔뜩 구기며 천천히 걸어나갔다. 도련님, 부축해드리겠습니다. 하며 손을 뻗어오는 백현을 뿌리치고는 난간을 잡고 천천히 내려왔다. 루한, 루한! 큰소리로 불러도 돌아오는 대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백현이 달래며 민석을 거실에 앉혔다. 메이드가 오늘은 미지근한 커피를 타 가지고 왔다. 올라오는 커피향에 얼굴을 찡그린 민석이 백현을 불렀다.
네, 도련님.
루한 데리고 와.
아, 저, 그게.
빨리.
도련님, 루한은 어제부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민석이 놀란 표정으로 보이지 않는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새로운 비서가 왔습니다. 인사드려. 따스하게 비쳐지던 햇빛이 사람의 그림자로 가려졌다. 오세훈이라고 합니다, 도련님. 잘 부탁드립니다. 민석이 말 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부모님이지? 민석의 말에 세훈이 다시 되물었고 백현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민석을 바라보았다. 민석이 일어나 주위 물건들을 더듬으며 걸어갔다. 놀란 백현과 세훈이 민석 뒤를 따라왔다. 나, 건들지마. 민석의 말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던 비서들이 그저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어느 새 현관문 까지 온 민석이 벌컥 문을 열었다. 아, 도련님! 백현이 민석의 행동에 코트를 가져오라 지시했다. 찬바람에 민석이 행동을 멈췄다. 손과 얼굴 주변으로 차가운 것들이 맞닿았다. 백현이 오지 않는 메이드에 자신이 직접 뛰어갔다. 뒤에 서있던 세훈이 민석의 부름에 옆으로 다가왔다. 네, 도련님.
지금이 몇월이지?
2월 입니다.
…눈 내려?
*
민석이 천천히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감았다. 따스한 햇빛, 벚꽃나무 밑 테이블에 앉아있던 민석이 찻잔을 입에 가져다댔다. 루한은 가기 전 바로 다른 비서들에게 지시해서 자신의 오토바이를 폐차시키고는 빠르게 정원이 깎아내렸다. 그리고 민석이 자던 이른 저녁, 벚꽃나무까지 심기를 완료했다. 그 날 부터 민석은 하루도 빼먹지않고 자신의 방 창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루한을 생각했다.
보고싶어, 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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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