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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관하여 전체글ll조회 150l 1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글입니다.
글 속의 '그'에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를 대입하여 읽어주세요.
.
.
.




그만 웃어도 돼. 이미 죽었잖아, 당신.
그 목소리는 여느때와 같이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대기실로 들어서려던 내 발걸음을 돌려세웠다.

"그게 무슨... 상당히 무례한 발언이네요. 누구시죠?"

처음 보는 어떤 여자였다.
사생. 또 시작이구나. 오늘은 좀 새로운 컨셉이네.
이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숨을 내쉬며 가드를 부르려던 찰나였다, 그건.

"아닌 척 해봐야 소용없어요."

조용하게, 그러나 강렬했다.
그 순간, 나는 그녀가 사생 따위가 아님을 알았다.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저 느낌이 그랬다. 
뭔지 모를 두려움이 일렁였다. 

당신은 이미 지옥에 있는 걸.
높낮이 없이 일정한 음들이 텅 빈 복도의 공기를 진동시켜 내 목을 조여왔다. 사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힘겹게 추켜세우고 그녀가 보고 있을 내 표정을 떠올리며 얼굴을 정돈했다. 행복해보이도록.
나를 내보이고 싶지 않아.

"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천국이면 모를까 지옥이라니. 전 다 가졌는데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처음과 같은 시선으로 날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두려워졌다.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맹수 앞의 작은 토끼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대체 왜. 어떻게.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답답한 공기에 식은땀이 이마를 적셨다. 그때서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알잖아요. 다 가졌기 때문이란 걸."

배는 침몰했고,
그녀가 던진 창은 그렇게 내 몸을 관통하여 사지를 찢어놓았다.





"얘기 좀 하죠, 우리. 당신이 대해서."

혼자 일하는 공간이라며 그녀가 나를 이끈 곳은 서재로 보이는 어느 작은 방이었다. 

"그래서 할 얘기라는 게 뭐죠?"

쇼파에 앉자마자 매섭게 쏘아붙인 내 말에도 그녀는 편안했다. 

"처음엔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겠죠. 노래를 부르면 행복했고, 행복을 쫓아 가수가 됐겠지. 
나를, 그리고 내 노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더 큰 행복을 느꼈을거야. 
하지만 그만큼 공허했죠. 콘서트장에 불이 꺼지고, 빈 객석만이 남은 황량함. 높아진 인기에 길거리조차 마음대로 다닐 수 없어 느끼는 외로움. 자유의 박탈. 
그래도 노래를 부르면 행복했으니 괜찮았겠죠.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른거야. 
난 정말 괜찮을까. 나에게 노래가 일상적인 생활을 앗아가도 좋을만큼 소중할까. 딱 그만큼일까. 힘들어도 힘들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삶이, 정말 괜찮은걸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맹목적인 사랑을 받아도 되는걸까. 분명 노래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노래보다 더 많은 것들을 우선시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흔들렸겠죠. 
정말 내가 노래가 좋아서 시작한 것이 맞을까. 인기가 많아지고 싶어서가 아니고...? 끝없는 질문들을 던지며 상처입었어요.
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죠. 당신은 여전히, 대중앞에 서야하는 인기 많은 가수니까."

"어차피 사람들은 몰랐어요. 사실 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 그들은 화면 속 당신을 소비하기만 하면 그뿐이니까요."

아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몸을 관통하고 있는 창을 뽑아들어 뚫린 구멍으로 바람이 흘러들어왔다. 몇년만에 느껴보는 시원함인가.
아주 오랫동안 그려왔던 순간임을 직감했다. 

살고 싶어. 
하지만 저 사람을 믿어도 될까. 날 과연 일으켜세워줄 수 있을까.

믿음이란 단어는 늘 배신과 함께였다.




"난 오늘 그쪽을 처음 봤어요."
배신으로 아파하기 싫어요

"때로는 낯선 이가 더 가까운 법이죠."
남과의 이별은 쉬워요. '남'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제게 하는 이유는?" 
살려주세요

"당신을 구원하기 위해서죠."
살려줄게요.

"당신이 누구인 줄 알고. 천사라도 된다는 말인가."
당신을 믿어도 되나요?

그 말을 끝으로, 내내 무표정하던 그녀의 얼굴에 처음으로 표정이 나타났다. 
마치 내가 웃긴 농담이라도 한 것처럼 한참을 크게 웃던 그녀가 여전히 웃음을 숨기지 못한 채로 대답했다.

"내가 천사로 보여요?"
아뇨-

그녀의 웃음에 불쾌하단 낯을 한 나를 보며 그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천사는 선하고, 악마는 악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사실 천사보다 나쁜 건 없어요. 희망만 주고 사라져버리거든. 사실은 그 희망이 제일 고통스러운데 말이죠.
만약 내가 천사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전 아마도 악마겠죠."
믿음만큼 어리석은 건 없어요.

"그럼 내가 왜 굳이 악마와 손을 잡아야하지? 어차피 썩은 동앗줄일텐데."
이제는 핏발이 서버린 내 눈에 비친 그녀는,

"그거 알아요?"
그 어느 누구도

티 없이 맑은 얼굴을 하고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
.
.

"악마는 교활해서 썩은 동앗줄을 튼튼한 동앗줄처럼 만든답니다."
믿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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