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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내가 살던 집에 불이 났다.  

집 안에서 난 불이지만 나로 인해 발생한 화재가 아닌, 누군가 몰래 집에 들어와 집안 곳곳에 기름을 부어서 라이터를 기름 범벅인 바닥에 던져 불을 지른. 그런 고의적인 화제.그러한 화제로 인해 내 집에 불을 지른 그 누군가도 우리 집 안에서 분신자살을 했다. 그 누군가는 검은 재가 되었고, 경찰들의 수사로 인해 결국 그 누군가가 누군지 알아냈다. 경찰들은 그 죽은 사람의 가족관계과 그와 관련된 간단한 사항 그리고 주변인들을 알려주며 내게 고소를 할 것이냐 물었고, 나는 그 것을 거절했다. 난 내가 살던 집에 불을 지르고, 자신 또한 분신 자살을 한 그가 누군지 알기 때문이다. 경찰들이 내게 시체의 모습이 아닌 살덩이가 붙어있는 멀쩡한 모습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난 그의 얼굴을 희미하게 기억했다.  


 

그는 나로 인해 인생을 망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얼마전 감당할 수 없는 빚 때문에 도망을 했다. 그리고 난 빚 때문에 도망친 그를 잡아다가 빚쟁이 앞에다 데려다 줬으며,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직접 사창가까지 데려다 줬었다. 물론 내 자의로 한 짓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의뢰 심부름을 받고 따른 것 뿐이며, 죄책감 따위는 느끼지 않지만. 그 남자의 작고 어린 고등학생 딸에겐 아주 작은 동정을 느꼈다. 그리고 그 동정은 곧 뱀에게 잡아 먹히는 작은 쥐에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나는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집. 남들이 입 떡 벌어지는 그런 집이 아니라, 그냥 조용하고 잠만 편안하게 잘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집은 구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번 이사한 집은 저번 집과는 거리가 좀 있는 곳이다. 단독주택이 아닌 빌라이긴 하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는 동네도 아니고, 그렇게 소문이 좋거나 좋은 건물이 모여있는 곳이 아니라서 내게는 저번보다는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5층짜리 빌라에 제일 윗 층에 있는 위치해 있는 집이고, 엘리베이터 하나 없어 계단으로 하나하나 올라가야 한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게 힘이 들거나 하는게 아니라, 피곤함에 쩔어 있는 내가 계단을 타고 5층까지 올라가는 게 귀찮을 뿐이다. 그 귀찮음도 윗 층에 누군가 있어 내가 잠을 잘 때 방해가 되는 것 보다는 더 낫다고 생각되어 귀찮음도 멀리하고 제일 윗 층에 집을 마련해 놨다. 


 


 

* 


 

집 앞에 도착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누군가 내 뒤를 따라온다. 피곤함에 쩔어 느린 걸음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내 뒤 발걸음 때문에신경이 곤두섰다. 그냥 이 빌라 사는 사람이겠거니 하며 무시하려고 하지만 서도 4층까지 올라왔는데도 아직도 발걸음 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멈추면 없어지는 발걸음 소리. 내가 걸음을 빨리하면 그 발걸음 소리도 빨라졌다. 그냥 주민이라고 하기엔 늦은 시간 새벽 2시다. 


 

5층에 도착했지만, 아직도 내 뒤에 있는 누군가의 발걸음은 나를 따라온다. 현관 앞에 도착해 도어락 슬라이드를 올렸다. 그럼과 동시 날 따라오는 발걸음이 내 옆에서 멈췄고, 나를 따라온 것으로 의심되는 자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 너, 어떤 새끼가.. " 


 


 

" 아, 옆집에 새로 이사 오신 분인가 봐요? " 


 


 

" 뭐? " 


 


 

" 503호 새로 이사 오신 분이세요? 그 집 원래 아기엄마랑 아기랑 둘이 살고 있었는데 이사를 갔거든요~ 같이 말할 사람 없어서 심심할까 봐 걱정됐는데 금세 옆집이 채워져서 다행이에요! " 


 


 

의심가는 녀석은 아닌 거 같아 찡그렸던 인상을 피고 녀석을 쳐다봤다. 녀석은 나보다 살짝 작은 키로 동그란 눈으로 날 올려다 보며, 내가 대꾸도 하지 않는데 혼자서 재잘재잘말을 해대는 게 생긴 거와 똑같게 영락없는 어린애새끼다. 


 


 

"저기.. 말을 못하시나? 아씨,나 수화 못 하는데 큰일났네.." 


 


 

"아니, 말할 줄 알아." 


 


 

혼자 이상한 착각을 하기 전에 답을 했다. 시선을 내려 교복에 달려있는 명찰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다. 


 


 

" 이..현우? " 


 


 

" 아? 네! 명찰 보셨구나? 저는 이 동네 근처 고등학교 다녀요. 도기공 아세요?" 


 


 

" 도기공? " 


 


 

" 딴 동네에서 이사오셨나? 도연기공! 도연기계공업고등학교요! " 


 

" 그 학교는 알아. " 


 

학교의 이름과 교복, 위치 따위를 모를리가 없다. 다만, 학생들이 줄여 말하기를 알아 듣지 못할 뿐이다. 요새 젊은 녀석들은 몇마디 씨부리는게 귀찮아 별 거 아닌 것도 전부 줄여 말하나 보다. 그 것도 짜증나지만 쉴새 없이 조잘대는 녀석이 시끄러워 또 한 번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해맑게 웃으며 말을 하던 녀석은 내가 더이상 대화를 듣기 싫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강아지 새끼 마냥 눈꼬리를 내리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 아.. 제가 피곤한 분 너무 길게 잡은 거 같아요.. " 


 

" 괜찮아. 딱히 할 말도 없는거 같은데 이만 말 끊지 그래." 


 

" 저기요!" 


 

도어락에 번호를 찍고 문을 열어 발을 내딛는데 나를 멀뚱히 쳐다보던 녀석이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말 없이 고개만 돌려 녀석을 쳐다봤다. 


 

" 옆집 이웃인데 왜 이름을 안 알려주세요! " 


 

귀찮은 새끼. 


 

" 김수현 " 


 

짧게 내 이름을 말하고 녀석이 또 뭐라 말을 걸거 같아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잠궈 버렸다. 밖에서 뭐라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침대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 피곤하다.. " 


 

시끄러운 동네, 떠들기 좋아하고 헛소문을 퍼트리는 아줌마들, 과하게 친절하거나 오지랖이 넓은 주민. 나를 성가시게 하는 것들 중 하나가 내 옆집에 사는 것 같다. 


 


 


 


 


 


 


 


 


 



더보기

하하.. 안녕하세요.. 모르시는 분들도 있고, 아시는 분들도 있을텐데. 
 

절 아시는 분들에겐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글을 쓰려고 했는데 글 문체가 너무 웃기고 수현의 말투가 너무 이상해서 좀 수정해 봤어요..  

보시면 모르실 수 있지만 내용이 쬐까 바뀌였습니다. 일단 6층 살던 녀석들이 5층으로 내려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층엔 주인이 산다는 설정을 하려구요.. 

빨리 여태 써왔던 픽들을 수정해서 올리고 새 화도 올리겠습니다. 수현우의 인기가 사라졌다고 해도 전 꼭 꼭 완결을 내겠습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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