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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서른 살"


"응응 그리고?"

"끝이야"

"뭐야 그런게 어딨어요!"


내 짧막한 말에 녀석은 불만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입술을 삐쭉 내민다. 여기서 뭘 더 바라는 걸까.


"무슨 일을 하는지 여자친구는 있는지 이런거!!!"


딱히 답해주고 싶은 질문이 아니다.잠시 머뭇거리다 대충 얼버부렸다.


"그냥 심부름센터"

"아하.. 그렇구나..?"


더이상 할 말이 없다. 대화도 끊어졌고 이 고딩이 제발 집에 들어갔으면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침대가 넓다고 해도 친하지도 않은 녀석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건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가. 말 없이 캔맥주만 들이마시는데 손가락만 꼼지락 거리던 녀석이 또 입을 열었다.


"으음.. 아저씨 애인 있어요?"
 
"아니, 없어."

"헐 대박!"


녀석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별거 아닌 말에 큰 소리로 반응을 하는 데, 나는 녀석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찌르는 듯하는 기분이 들며, 쓸데 없이 큰 반응은 나에게 부담을 준다.

"아저씨 엄청 잘생겼는데 왜 없어요?"

"글쎄.."


낮에는 자고 밤늦게 밖에 나가고 몸에 쇠비린내가 나는 사람이랑 누가 연애를 하고 싶겠나 싶다. 가끔 몸만 살짝 걸친 옷을 입고 천박한 웃음을 지어대며 부담스러운 가슴을 내게 부비는 여자들은 많지만 그 건 누군가를 좋아해서가 아닌 돈이 필요한 여자들이다. 녀석은 가만히 바닥만 쳐다보는 내 눈 앞에 손바닥을 활짝 펴고 손을 흔들어댔다.


"아저씨 아저씨 맥주 한 캔 마시고 취한 건 아니죠?"

"아니, 뭐 좀 생각 하느라.."

"아저씨 걱정 마요 나도 애인 없어!"


딱히 궁금한 부분도 아닌데, 녀석은 쉴 새 없이 말을 줄줄 늘어트린다.


"나 인기 엄청 많아요! 우리 학교 남고잖아요. 근데 막 내 친구들이 내 사진을 가끔 카스에 올리면 여자애들이 막 막 잘생겼다고 그러고! 나 인기 엄청 많은데 여친 없는 거에요! 아저씨도 그렇죠?"


자기 자랑인가.. 그 얘기를 자랑스럽게 얘기를 하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 입술을 힘없이 터뜨리며 싱겁게 한 번 웃었더니 녀석이 '어!'하며 내게 손가락을 겨누었다.


"아저씨 방금 웃었다!"


딱히 웃겨서 한 것도 아니고 생각 없이 내뱉은 것일 뿐인데 녀석은 그게 또 좋은지 박수까지 친다. 아저씨 웃었어요 하며 웃는데, 도대체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건지 영 이해가 가질 않는다. 난 녀석의 반응이 이해가 안 가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었다. 녀석은 내 반응에 머쓱해하곤, 자기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저씨 처음 봤을때도 그렇고 자꾸 안 웃었잖아요.."

"그랬던가.."

"네, 그랬다구요!"


녀석을 만날 때 딱히 웃어야 할 상황들은 아닌 거 같아서 안 웃은것 뿐이였는데, 녀석은 그 게 신경이 쓰였나 보다. 실실 웃으면서 그런 것도 속에 담아 놓고 있었나 보네. 괜시리 미안해져 고개를 숙였다.


몇 마디 한 거 같지도 않은데 갑작스래 피곤이 밀려왔다. 어서 쉴 새 없이 조잘거리는 고딩을 집에 보내고 잠에 들고 싶다.


"이제 집가야 할 시간 되지 않았나? 나도 피곤하고 집에 좀 가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내일 일하러 나가봐야 하거든."

"네? 네.. 내일도 출근하시나 봐요 주말인데"


사람 죽이고 하는 일에 주말이 어딨나. 내 말에 녀석은 아쉬운 표정을 하며, 늦장을 부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고는 현관 문 앞에 섰다. 그리곤 안녕히계세요 하며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하는 녀석이 집에서 쫓겨나는 애완용 강아지같다.


"그럼 내일 또 봐요!"


현관문을 나서는 녀석에게 문을 열어주고 녀석이 나가고 나서 문을 닫고 현관문을 걸어 잠궜다. 오늘따라 더 피곤한 느낌이다. 누군가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한 게 언제였더라.. 오늘은 더 피곤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귀엽네"


집에 가기 전 배꼽 인사를 하는 고딩의 강아지 같은 모습이 생각나 혼자 웃어버렸다.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또 오랜만이네요ㅋㅋㅋ 제가 고기를 먹어서 글을 못 올렸었는데 오늘 풀려서 이제서야 올리네요ㅋㅋㅋㅋ 재빨리 다음 화도 오늘 안에 올리겠습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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