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징어] 아이도저 사용하는 너징과 엑소 06 (부제:배신?)
다음 날에는 박찬열이 안 온다고 했으니까 그냥 편한 복장으로 갔어.
편의점 청소를 하고 있는데 점장님이 창고 안 에서 나오시더라고.
" 어, 점장님 계셨네요? "
좀 젊으신 점장님이신데, 되게 젠틀하시고 다정한 분이야.
그런데 나오시더니 점장님이 나한테 조심스레 물으시더라고.
" ㅇㅇ야, 혹시 오늘만 저녁 열시에서 새벽 세시로 넘어가는 시간대에 대타 뛸 수 있어?
오늘 그 시간대 알바하시는 아주머니가 편의점을 못 나온다 그러더라고. "
솔직히 망설였지.
편의점에서 일하는게 여간 쉽지만은 않은 일이거든,
그것도 두번이나.
그래도 내가 점장님한테 밥 얻어먹은 적도 많고,
솔직히 집에서는 할 것도 없는데 낮잠이나 자고 편의점에 와야겠다고 생각했어.
" 대타 뛸게요. 10시까지 오면 되는거죠? "
그리고 밤에는 편의점에 혼자 있기 위험하다는 핑계로
민규도 편의점에 같이 데려와서 말동무나 하면서 시간 때우려고 했지.
*
" 아, 제발. 응? "
" 너 진짜 장난하는거지? "
" 진심인데? 같이 가자, 응? "
어차피 나랑 같이 나가려고 패딩을 챙겨 입으면서도,
편의점에 가면서도 계속 불평불만을 하는거야.
갈거면 혼자 가지, 왜 자기는 데려가냐는 둥,
너는 얼굴이 무기라서 혼자 있어도 된다는 둥.
나는 다 무시하고 민규 팔만 잡아끌었지. 어서 가자면서.
니트 가디건을 걸치고 나왔는데도 춥더라고.
하긴 초봄인데다가 밤이니까 추운 건 당연한건데
그걸 모르고 하나만 걸치고 나온 내가 바보였던거지.
내가 오들오들 떨면서 걸으니까 민규가 날 쳐다보더니
자기 패딩을 벗어주는 거야.
" 입어, 병신아. "
" 오, 고맙다! "
" 근데 나 내 친구들도 편의점으로 불러도 되지? "
" 니 친구들? 재현이? 종석이? "
" 엉. 둘 다. "
덩치 큰 애들이 오면 편의점 좁을텐데… 하니까 동생이 꼭 부르자는 건 아니고. 하는거야.
솔직히 내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유일하게 내 단짝 친구 지은이랑
민규 덕분에 알게 된 민규 친구들 밖에 없거든.
오랜만에 볼겸 그냥 부르라고 했어.
어차피 새벽인데 사람들도 별로 안오겠지? 생각하고 말이야.
*
" 헐! 누나! "
날 이렇게 반갑게 부르는 애는 종석이라고, 민규 중학교 때 부터 친했던 남자애야.
지금은 모델지망생이고, 좀 애교가 많은 편인데
오늘도 역시 나한테 달려들더라.
" 이종석! 너 안 본 사이에 더 커졌네! "
내가 종석이 볼을 부여잡고 귀엽다는 듯이 막 흔드니까
이젠 자기는 더이상 어린애가 아니라고 인상을 팍 쓰더라.
" 누나 앞에서 어디 감히 인상을 써? "
" 아아아아아아, 누나. 나 안 보고 싶었어요? "
" 뭐야! 소름돋게 애교부리지 말고 저리 떨어져! "
종석이가 나한테 온갖 애교를 부리고 나를 지지고 뭉개고 할때
재현이는 옆에 가만히 서있기만 하더라.
얘도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남자앤데 종석이와 성격이 완전 반대야.
과묵하고 항상 진지한? 분위기를 내는 그런 앤데,
얘도 종석이랑 같이 모델 하겠다고 하더니 그새 포스가 풀풀 풍기는거 있지.
" 안녕. 누나. "
" 이야, 너는 그새 모델 포스 풍기네? "
" 뭔 모델이야. 아직은 이종석이랑 같은 지망생. "
니네 둘은 모델지망생이기라도 하지, 유민규 저 자식은 나중에 커서 뭐가 될지 모르겠어.
맨날 학교나 빠지고 말이야.
내가 한숨 푹 쉬면서 말하니까 종석이랑 재현이가 날 엥?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라.
" 저 병신새끼가 말 안했어? 좀 있으면 데…. "
" 안재현, 넌 좀 닥치고 있어. "
민규가 살벌한 표정으로 재현이가 말하려던 걸 막더라.
" 뭐야… 뭐 숨기는 거 있지, 너네들? "
" 전 모르는 일. "
계속 꼬치꼬치 물어봐도 다들 입을 다물고 있더라고.
언젠가는 내가 꼭 알아낼거라고 다짐했지.
" 오케이. 일단 이건 나중에 얘기하고 지금 밤이라서 물건들 빠진 진열대 많을테니까, 빨리 채워넣자. "
창고는 내가 다녀올테니까 너네는 카운터 좀 봐.
한 명은 대걸레질 좀 하고.
그 말을 하고 창고에 들어갔지.
슬쩍 창고 문에 달린 조그마한 창문으로 애들을 보니까
그새 재현이가 대걸레질을 하고 있고,
종석이랑 민규는 카운터 안에서 둘이 떠들고만 있더라고.
그래도 애들이라도 와서 분위기가 좀 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
이게 얼마만에 느끼는 가족같은 포근함이야.
곰곰히 생각해보니 엄마아빠가 우리를 버리다시피 해외에 나가셔서 따로 사시면서
동생이랑 같이 살게 된게 벌써 2년이 넘어가더라고.
민규도 고등학교 1학년, 가장 적응하기 힘든 시기이자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던 나이였어.
그 때엔, 나는 내 학교생활 (앞에서 말했던 그렇고 그런 일들) 때문에 힘들어서
동생을 챙겨주지 못했지.
아, 민규가 나를 챙겨줬었다면 모를까.
매일 제 친구들은 내팽겨치고 내 반으로 올라와서
다른 남자애들이 해코지 못 하게 붙어있어주기도 하고,
방 문을 잠그고 남몰래 울면
어떻게 그건 귀신같이 알아서
문 앞에서 문 열으라며, 다독여주기도 하고.
솔직히 난 아직도 내 부모님을 원망해.
해외출장이라며 우리를 감정에 목마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서는
자기들은 잘만 살아가니까.
그래도 아이도저로 채워지지 않는 감정들을 이렇게 직접 채우니까
그나마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갑자기 느껴지는 감사함에 청승맞게도 눈물이 나오려고 하더라고.
앞으로도 내 주변 사람들과 계속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물론 될 수 있다면 박찬열도 함께.
어제 아주 잠깐 얘기해본 게 다인데, 좋은 사람이란게 확 와닿더라.
" 정신 차리자, ㅇㅇㅇ. 왠 눈물이야.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진열대에서 빠진 물건들 체크하면서 창고에서 꺼내고 있는데
밖에서 편의점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렸어.
민규랑 종석이가 잘 할 수 있겠지?
하긴, 그냥 바코드만 찍고 거스름돈만 건네주면 되는 건데
못할게 뭐가 있어.
그래도 신경 쓰여서 창문 너머로 손님이랑 애들 보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손님이 뭐라뭐라 말을 하시더라고.
카운터랑 좀 떨어져 있는 거리여서 그런지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어.
들고 나가려던 박스들을 다 내려놓고 꼭 생쥐처럼 숨어서 엿보고 있었지.
귀기울이니까 뭐라고 대화하는지는 대충 알아 들을 수가 있었어.
손님이 뭘 고르시더니 재현이를 지나쳐 카운터로 가서 민규랑 종석이한테 그러는거야.
" 알바생 바꼈나봐요? 원래 좀 나이드신 아주머니였던 것 같은데. "
" 바뀐 건 아니고, 저희가 대타 뛰는 거예요. "
" 아주머니 아들? "
" 아니요. 오전시간 알바생 동생인데 대신 뛰어주고 있어요. "
손님이 좀 까칠한 말투긴 했는데, 민규는 좀 굳어있고
종석이가 그래도 친근히 잘 대답하더라고.
그런데 목소리가 참 낯이 익는거야. 누구지?
내 주변에는 말투가 까칠하고 공격적인 사람은 별로 없는데. 했는데
손님이 다시 한 번 말을 하는 순간 누군지 알겠더라고.
" 말보루 라이트랑 이거랑 같이 계산해주시면 좋겠는데. "
박찬열이더라.
지금 박찬열이 왜 여기 있는지 이해가 안되서 벙쪄서 쳐다보고 있었어.
왠지는 모르겠는데 몸이 덜덜 떨리더라고.
종석이는 말보루 라이트 꺼내고 민규가 물건을 집어들어 바코드 찍으려고 하는데 좀 당황하는거야.
" 왜요? 계산 안 해요? "
박찬열의 시비적인 어투에
민규가 좀 표정이 굳어서 종석이가 건넨 담배랑 물건 바코드를 찍기 시작했어.
박찬열은 민규랑 종석이를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더니
거스름돈이랑 물건을 건네주니까 망설임 없이 편의점을 나가더라.
뭐야?
뭐지?
이 시간에 왠 편의점? 왠 담배?
스케줄도 없나?
정신을 추스리고 가지고 나가려던 박스 몇 개를 들고 문을 벌컥 열었어.
" 잘 계산했어? "
" 야, 저 새끼가 박찬열이냐? 나 닮았다던? "
모른다고 그러더니, 딱 박찬열인지 알아챘더라고.
" 어… 그런 것 같은데. 이 밤중에 왠일이지…. "
" 너랑 사귀는 거 아니지? "
" 당연히 아니지. 왜? "
" 아까 저 사람이…. "
재현이가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민규가 정강이를 냅다 차는거야.
" 말하지 말라 했다. "
" 아 시발, 아파! 그 말 하려던거 아니였거든? "
내가 무슨 소리야? 저 남자가 왜? 하고 물으니까 종석이가
" 히, 전 진짜 몰라요. 아! 담배 사가는 것 같던데, 담배피는 남자랑은 절대 친하게 지내지 마요. "
저는 담배 안 피는데, 저 남자말고 저 어때요 누나? 네? 응?
하면서 또 달라붙더라고.
종석이가 뭐라 하긴 하는데
아무 소리도 안들리고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점점 불안해지는 거야.
자꾸만 답답하고 화가 나는데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박찬열이 나한테는 오늘 바빠서 못 올 것 같다고 말했는데
한밤 중에 편의점에 들려 담배를 사가고,
애들은 또 눈치를 주고 받고.
뭐야, 이러니까 내가 박찬열한테 집착하는 거 같잖아.
여자친구도 아닌데.
.
.
.
숨겨진 이야기.
남자가 편의점을 나가니 이종석이 뜬금없는 말을 했다.
" 야, 저 남자 완전 당당하다. 나도 저런 남자가 될꺼임. "
" 꺼져. 여자도 없으면서. "
제게 달라붙어 뭐라뭐라하는 종석을 재현이가 떼어냈다.
이종석은 힝힝거리더니 갑자기 나를 보며 눈치를 본다.
" 왜? 나 ㅇㅇ누나랑 사귈거야. 물론 결혼 전 까지는 저 남자 같이 안할게. "
내가 꿈도 꾸지 말라며 따끔하게 말하니까 이종석은 그저 실실 웃기만 한다.
그런데 저 남자 엑소? 박찬열 같은데.
물론 집에서는 누나한테 모르는 척 했지만 온 방 구석에 포스터나 사진을 붙혀놔서
기억을 안할래도 안할 수가 없었다.
어제 누나가 박찬열 봤다 그러더니, 이 편의점 자주 오나보다.
근데 아이돌이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나? 라고 생각했다.
" 근데 저 남자 너랑 존나 묘하게 닮았어.
그래도 저 남자가 니보다 더 잘생김. "
" 아이돌이라 그래. "
" 뭐? 진심? "
나한테 왜 진작 얘기를 안했냐고 이종석이 또 찡찡댄다.
아, 사인받을 수 있었는데! 유민규 개시발놈!
" 뭐래. 근데 저 남자 얘기 우리 누나한테 하지마. "
" 왜? "
" 저 새끼랑 우리 누나랑 썸타는 것 같애. "
어우, 우리 ㅇㅇ누나 아이돌이랑도 썸 타? 능력 좋네.
재현이가 생각없이 말을 툭 내뱉었다.
잠깐동안 정적이 흘렀는데 이종석이 갑자기 까무러치며 소리쳤다.
" 헐. 잠깜만. 그럼 뭐임? 아이돌에다가 우리 ㅇㅇ누나랑 썸탄다며.
그럼 개쓰레기네? 왠 콘돔? "
이종석이 길길이 날뛰면서 저딴 사람이 있냐는 둥, 하는데 누나가 문을 열고 창고에서 나오며 물었다.
" 잘 계산했어? "
.
.
" 야, 저 새끼가 박찬열이냐? 나 닮았다던? "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요즘 머리가 멍해요.
무슨 얘기를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벌써 슬럼프가 온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래도 항상 응원해주시고 기대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글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많이 귀찮으실텐데 댓글 일일이 달아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해요!ㅎㅎ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마지심슨
꽃게랑
루와니
듀듀
쿨럭
쮸쀼쮸쀼
터진 호빵
레인보우 샤베트
알라뷰
비누
세둥이
롱이
훈이
망고
목선
레몬라임
조화
맨럽
핑크
우왕굿
꿀꿀
미키마우스
요거트스무디
암호닉 빠지신 분들은 댓글에 빠졌다고 달아주세요.
브금질문이 가끔 있던데 나중에 한번 싹 정리해서 올려드릴게요 *'ㅅ'*
저번 편에서 제가 찬열이랑 행쇼시켜드린다고 했었는데
실망하지 마세요! 원래 찬녀리랑 행쇼하는 씬이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럼 너무 길어져서 이야기를 두편으로 나눴어요ㅠㅠ
( 그리고 글을 쓸데마다 너무 한 멤버에게만 이야기가 쏠리는 것 같아서
다른 멤버들 이야기가 중간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혜리도 곧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