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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넝굴(2) 

 

 

그러나 경의 헤엄은 지호의 잦은 부름으로 길게 이어지지를 못한다. 지호는 쉴 새 없이 경을 뭍으로 끌어올렸고, 끊임없이 그를 할퀸다. 결국 경은 완벽을 요하는 그의 귀 아픈 호루라기 소리에 그의 믹스테이프를 1절 밖에 녹음하지 못한다. 경은 녹초가 되어버린 몸을 겨우 일으켜세운다. 아직 음악은 경에게 힘든 존재인듯 하다.  

 

경은 힘 없이 물이 바짝 말라버린 녹음방에서 고개를 내민다. 어디선가 경의 코를 간지럽히는 알싸한 향이 그를 불러 냈기 때문이다. 경보다 미리 녹음방을 빠져나와 바로 옆에 위치한 자그마한 부엌에서 차를 끓이던 지호가 소리없이 경에게 눈짓한다. 물이 달아오르는 소리가 경을 재촉한다. 경은 기분좋게 코 끝을 스미는 차 향내에 곧장 부엌으로, 아니 지호에게로 발걸음을 옮긴다. 올리브 빛 식탁보로 포근히 덮인 흰색 테이블 위에 방금 달여진 로즈마리차가 천장으로 두둥실 하얀 구름을 뭉게뭉게 피위내고 있다. 그 옆엔 조그마한 갈색빛 비스켓이 접시 위에 다소곳이 앉아있다. 그리고 그 옆에 지호가 베이지색의 쿠션이 놓인 약간은 창백해 보이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찻잔을 조금씩 들이키고 있다. 경은 녹음실에서의 피곤한 기색은 어디로 갔는지, 금새 쪼르르 지호의 옆을 조용히 지키던 텅 빈 의자의 자리를 냉큼 빼았는다. 의자 밑에 웅크린 쿠션이 경은 의외로 포근하다고 생각한다. 지호가 테이블위에 놓인 차를 한 가득 끌어안은 유릿잔을 손가락으로 건드린다. 팅하고 맑게 울린 경쾌한 소리가 경은 무슨 의미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경은 바로 찻잔을 두 손으로 받아든다. 잔을 받힌 두 손이 차의 진한 여운으로 따스해져 간다. 녹음실에서 꽁꽁 언 마음에 엉겨붙은 아픔의 조각들이 조금이나마 녹아내리는 듯 하다. 경은 두 눈을 감으며 그 잔잔한 온기에 다시금 깊게 빠진다. 닿기만 해도 차의 잘반은 벌써 해치운 기분이다.  

 

"먹어봐,로즈마리야." 

 

뜨듯한 경의 마음을 차갑게 벤 지호의 목소리에 경은 다급히 차를 들이킨다.  

 

"앗, 뜨거!" 

 

경의 고통에 찬 비명이 방 안에 밴 차 향마저도 긁어내리는 듯 하다. 지호는 이를 보며 식어버린 찻 물 같은 웃음을 한다. 곁에서 닿을 듯 느껴지는 비웃음에 경은 펄펄 끓는 쇳물에 닿은 듯한 혀를 다독인다.  

 

"아, 형. 웃지마요!" 

 

경의 얼굴이 그의 말투처럼 붉은 기를 띈다. 마치 눈이 쏟아지던 날 밤새도록 뛰놀아 귀 끝까지 얼굴이 시뻘개진 어린아이처럼. 그 모습에 지호는 저도 모르게 깊은 웃음을 뿌린다. 지호의 얼굴을 덮던 진한 덩굴도 그 온기에 몇몇이 죽은 듯 떨어져 나간다. 경도 지호를 따라 웃는다. 이제야 지호가 보이는 듯 해서. 그러나 지호의 덩쿨은 집요하다. 그 열기에 수 없이 손바닥을 얼얼히 데이면서도 지호의 얼굴을 끈질기게 덮는다. 그의 얼굴엔 그 언제나처럼 진한 초록 잎사귀밖에 보이질 않는다. 경의 얼굴에도 그 만큼 짙은 그늘이 스며든다. 경은 그의 얼굴에서 그 질기디 질긴 담쟁일 한 번 더 걷어내보고 싶다. 지호의 본연,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경이 다시 얼굴에 불을 킨다. 그리곤 웃음으로 톡 끊긴 가느다란 말꼬리를 다시 한 번 이어붙인다.  

 

"형, 제 믹테 훅 부분 여자 보컬로 하자고 그랬잖아요, 그 부분 누가 맡아해요?" 

 

"경리라고, 있어." 

 

"예뻐요?" 

 

경의 눈빛이 낯설 정도로 진지하다. 그 모습에 지호게 담배 연기 같이 뿌연 말투로 답한다.  

 

"응, 존나." 

 

경이 손길을 기다리며 무료해하던 비스켓 하나를 느릿하게 베어물며, 쾌활한 빛을 띈다. 그런 경에게 지호는 바닷물을 들이 붓듯이 말을 시원스레 뱉는다.  

 

"너 절대 안 보여 줄거야." 

 

그 파도에 경은 저 끝까지 세게 휩쓸린다. 그리곤 암초에 머리를 제대로 박는다. 그러나 경은 아프지 않는다. 우지호라는 대어가 앙직도 자신의 낚시대를 끈덕지게 붙잡고 있어서. 경은 축축히 땀이 밴 낚싯대를 붙잡은 손에 다시금 힘을 준다. 그리곤 힘껏 끌어당긴다.  

 

"어어, 왜요? 전화번호라도 줘요!" 

"꺼져." 

"형, 저 여자친구하고 헤어진거 알잖아요." 

"네가 양다리 걸쳐서 그런 거잖아." 

"민하는 서울에서 살고, 혜미는 광주에 살아서 들킬 염려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친척이였어요, 씨발! 추석 때 지들끼리 남자친구 자랑한답시고 제 사진을 같이 보여줬데요! 아, 그때 막 송편 먹다가 전화가 와서 뭔가 했더니! 저 그때 얼마나 놀랐으면 체해서 병원까지 갔다 왔다니까요!" 

 

경의 말투가 마치 용이 방금 내뿜은 화염처럼 시뻘겋다. 그러나 그 정도의 열기쯤은 지호에겐 성냥의 불씨만도 못하다. 지호는 그 옅은 화기를 훅 하고 꺼버린다.  

 

"그래, 너 여자 밝히는 거 아니까, 경리는 만날 생각도 하지 마라. 한심하긴." 

 

경은 지호의 대수롭지 않은 꼬릿짓에 차가운 모랫바닥에 머리를 제대로 박는다. 머리가 얼얼하다. 그러나 이런 고통에도 경은, 지금 이 낚시가 매우 즐겁다. 이건, 월척이니까. 그 넓은 바닷속에서도 지느러미조차도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물고기가 지금 내 낚싯바늘을 머금고 있으니까.그러나 곧 녹음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그의 팽팽한 긴장과 함께 그의 낚싯줄을 대번에 톡 하고 끊어 놓는다. 줄곧 자신과 힘겨루기를 하던 물고긴, 저만치 사라지고 없다. 경은 순식간에 녹음실 문 쪽으로 달려나간 지호의 희미한 뒷모습을 보며 허탈감에 비스킷을 집어든다. 무언가 텅 빈 듯한 느낌에 배라도 채워보려 비스켓을 입에 한가득 넣어 보지만, 맛은 느껴지지 않고 바삭거리는 소리만 경쾌히 남는다. 경은 신경질적으로 낚싯줄의 절반은 날라간 낚싯대를 집어 던진다. 그리곤 그 숨 막힐 듯 흥분에 젖은 순간을 무참히 밟아버린 장본인을 찾으러 걸음을 옮긴다. 지호는 경의 짐작대로 녹음실에 한 남자와 서 있다. 월척을 기다리던경의 기댈 무참히 깨버린 이는 천역덕스럽게도 지호에게 계속 낚싯밥을 던지고 있다. 코 끝까지금새 올라온 옅은 열기에 경은 침입자의 머릴 가볍게 내리친다. 습격의 소리가 녹음실의 적막 사이를 파고든다. 곧 경에게 뒷통수를 제대로 내어준 이가 어색한 공기를 궤뚫고 뒤를 돌아본다. 그리곤 두 사람의 눈이 정확히 맞아든다. 11덬이다. 경이 너털웃음을 한다.  

 

 

 

 

 

-댓글 처음으로 달아주신 분께 먼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부족한 첫작에 아낌없는 칭찬,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그리고 댓글도 많이 달아주세요! 

-보너스:우지호 삼행시 

우:리나라 

지:도는 

호:랑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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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지호 삼행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센스 짱이에요 ㅋㅋㅋㅋ 경이 양다리 걸친거 들킨게 참 웃기네요 ㅋㅋㅋ왜 하필 친척이어가지구 ㅋㅋ 잘 읽고 갑니다!
10년 전
독자2
비비빅 와쓰여ㅋㅋㅋㅋ세상에 이런담담한 문체 사랑흔드구요♥♥겅리 하 세상에 3각구도라니 질투하는 경이 너무귀엽긔~담쟁이 덩쿨이 지호얼굴덮는다는 묘사도 너무 조ㅎ아요♥신알신 와서 급히 달려왔네요 사랑합니당♥감사하다니..뭐ㅜ그런말씀을 눈팅때문에 연재안하실까봐 조마조마했단 말이여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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