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어김없이 보이는 물잔.
어제 마시다 말아서인지 잔의 바닥에 깔린 투명한 웅덩이를 들여다봤다.
그러다 다시 천장과 눈을 마주치고.
물잔을 보고.
눈을 감는다.
어제 마시다 말아서인지 잔의 바닥에 깔린 투명한 웅덩이를 들여다봤다.
그러다 다시 천장과 눈을 마주치고.
물잔을 보고.
눈을 감는다.
돌고래를 만나러 가야 해.
열대어와 돌고래 上.
어렸을 때부터 이홍빈은 돌고래를 많이 좋아했다.
수영하러 가는 날이면 작고 통통한 손으로 꼭 붙잡고 있던 옆구리에 끼인 통통한 돌고래 풍선이라던가.
이런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택운아, 나 돌고래가 되고 싶어.'
'어.'
'진짜야.'
그다음, 뭐랬지.
분명 쫑알쫑알 평소와 다르게 진지하게 무언갈 말했었는데.
이상하게 그다음은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런데 확실한 건 이홍빈은 그다음 날 자살을 기도했었다.
욕조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더란다.
그걸 이홍빈의 큰누나가 발견했다고 했다.
홍빈이의 누나가 아니었다면 이홍빈은 이미 돌고래로 환생했을까.
"포도 주스."
말없이 작은 손에 각진 포도 주스를 건넸다.
"오, 역시 정택운. 땡큐!"
다 젖은 얼굴로 숨이 넘어갈 듯 울부짖던 홍빈이의 어머니가 겨우 입 밖으로 꺼내시던 말.
택운아, 네가 홍빈이를 보살펴라.
지켜라, 홍빈이를.
내가 부탁할게. 제발.
그렇게 거절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나는 이홍빈의 심부름꾼, 그리고 제일 친한 친구가 되었다.
이상한 게 이홍빈은 병에 걸린 애처럼 자꾸만 돌고래를 찾았다.
처음엔 관심이 모자라서 이러는 줄 알았는데.
그러다가 한번은 정말 화가 나서 이홍빈에게 소리를 지른 적이 있었다.
대답하지 않는 이홍빈에 화가 나 포도를 집어 던지고 이홍빈이 마시던 녹차라떼를 집어 던졌다.
그리고 붉고, 차가운 연두색.
그 얼룩덜룩한 자국들은 그날 코발트색 이불에 번진 이홍빈의 눈물같이 벽지에 그대로 묻어있다.
아무거나 막 집어던진 탓에 힘이 떨어져 헉헉대는 나에게 이홍빈은 조그맣게 말했다.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나 돌고래 기를 거야."
"미친놈."
"엄청나게 큰 어항을 사면 되겠지."
"아쿠아리움을 사면 가능하겠지."
근데 이게 또 푹 삶은 시금치처럼 푹 늘어지는 거다.
"작은 돌고래는 없을까."
"금붕어 키워."
"싫어."
"거북이 기르던가."
"싫어."
"해파리."
"웩."
징그럽잖아, 하며 뒤로 풀썩 눕는다.
또 삐쳤겠지.
안 봐도 이홍빈의 표정이 뻔하다.
아마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입을 내밀고 있겠지, 그리고.....
"아."
얼마 전 요 앞 문구점 앞에 어항이 놓였다.
[열대어-한 마리 500원.]
처음엔 한 열 마리 있던 게 이 동네 아줌마한테 팔리고, 낯선 남자에게, 초등학생들에게 그렇게 팔려 나갔다.
그리고 남은 건 한 마리.
"열대어 어때."
"아, 괜찮네."
그러고 보니 그 열대어는 친구들이 다 떠나고 혼자 3개월 정도를 그 안에서 살았다.
좋은 것인지, 편한 것인지.
아, 그러고 보니 이홍빈.
이홍빈도 그랬지, 곁에 있던 많은 친구가 자살기도를 한 뒤로는 바닷물이 빠지듯 이홍빈의 곁을 떠났다.
'택운아, 애들이랑 연락이 안 돼.'
'....그냥 그런 애들이랑 연락하지 마.'
아, 그 뒤로 부쩍 말수도 줄었거니와, 애가 밥도 안 먹기 시작해서 살도 쪽쪽 빠졌다.
그러면서도 괜찮은 척, 아프지 않고 힘들지 않은 척을 해왔다.
그런 이홍빈은 병신이다.
그런 이홍빈에게 마음이 동한 나도.
"티비 재미없다."
"시끄럽고, 돌고래 키운다는 소리 하지 마 이제."
"왜?"
"아주머니가 자꾸 속상해하시잖아."
이홍빈이 돌고래를 갖고 싶다고 하니 아주머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셨다.
내가 오늘 어떻게 끝을 내야지, 안 되겠어.
"키우고 싶어."
"열대어 어떠냐고."
"모르겠어."
그러면서 다시 배 밑에 깔아둔 베개를 꺼내어 제 머리 밑에 둔다.
예전엔 활발했는데.. . 아, 그렇다고 막 조용하진 않다.
오히려 내가 더 조용하지.
"택운아, 난 네가 조용해서 참 좋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니, 그냥. 난 강아지도 고양이도 좋은데."
"....."
"돌고래나 열대어, 뭐 그런 게 더 좋더라. 조용해서."
얘가 왜 이러지.
평소에 이런 진지한 말은 하지도 않던 이홍빈이라 더 그랬다.
뭔가 불안하면서도, 좀 답답하고.
"오늘은 나 일찍 간다."
"응, 들어가."
별 대답 안 하고 뒤를 돌아 그대로 이홍빈의 방을 걸어 나왔다.
아, 그러고 보니까 애 약을 안 먹였다.
우울증 때문에 먹어야 하는 약들.
그것들을 입안에 욱여넣고 불덩어리를 삼키듯 괴롭게 삼켜내는 이홍빈.
다시 이홍빈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면 또다시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는 이홍빈이 있고, 난 또 그러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어?
"아, 이홍빈 약...."
빨간 물감이 도화지 위에 퍼지듯, 그런 움직임이었다.
아주 많은 물감, 진하고 끈적거리는.
"이홍빈...?"
이홍빈의 두 번째 자살 시도였다.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나 돌고래 기를 거야."
"미친놈."
"엄청나게 큰 어항을 사면 되겠지."
"아쿠아리움을 사면 가능하겠지."
근데 이게 또 푹 삶은 시금치처럼 푹 늘어지는 거다.
"작은 돌고래는 없을까."
"금붕어 키워."
"싫어."
"거북이 기르던가."
"싫어."
"해파리."
"웩."
징그럽잖아, 하며 뒤로 풀썩 눕는다.
또 삐쳤겠지.
안 봐도 이홍빈의 표정이 뻔하다.
아마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입을 내밀고 있겠지, 그리고.....
"아."
얼마 전 요 앞 문구점 앞에 어항이 놓였다.
[열대어-한 마리 500원.]
처음엔 한 열 마리 있던 게 이 동네 아줌마한테 팔리고, 낯선 남자에게, 초등학생들에게 그렇게 팔려 나갔다.
그리고 남은 건 한 마리.
"열대어 어때."
"아, 괜찮네."
그러고 보니 그 열대어는 친구들이 다 떠나고 혼자 3개월 정도를 그 안에서 살았다.
좋은 것인지, 편한 것인지.
아, 그러고 보니 이홍빈.
이홍빈도 그랬지, 곁에 있던 많은 친구가 자살기도를 한 뒤로는 바닷물이 빠지듯 이홍빈의 곁을 떠났다.
'택운아, 애들이랑 연락이 안 돼.'
'....그냥 그런 애들이랑 연락하지 마.'
아, 그 뒤로 부쩍 말수도 줄었거니와, 애가 밥도 안 먹기 시작해서 살도 쪽쪽 빠졌다.
그러면서도 괜찮은 척, 아프지 않고 힘들지 않은 척을 해왔다.
그런 이홍빈은 병신이다.
그런 이홍빈에게 마음이 동한 나도.
"티비 재미없다."
"시끄럽고, 돌고래 키운다는 소리 하지 마 이제."
"왜?"
"아주머니가 자꾸 속상해하시잖아."
이홍빈이 돌고래를 갖고 싶다고 하니 아주머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셨다.
내가 오늘 어떻게 끝을 내야지, 안 되겠어.
"키우고 싶어."
"열대어 어떠냐고."
"모르겠어."
그러면서 다시 배 밑에 깔아둔 베개를 꺼내어 제 머리 밑에 둔다.
예전엔 활발했는데.. . 아, 그렇다고 막 조용하진 않다.
오히려 내가 더 조용하지.
"택운아, 난 네가 조용해서 참 좋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니, 그냥. 난 강아지도 고양이도 좋은데."
"....."
"돌고래나 열대어, 뭐 그런 게 더 좋더라. 조용해서."
얘가 왜 이러지.
평소에 이런 진지한 말은 하지도 않던 이홍빈이라 더 그랬다.
뭔가 불안하면서도, 좀 답답하고.
"오늘은 나 일찍 간다."
"응, 들어가."
별 대답 안 하고 뒤를 돌아 그대로 이홍빈의 방을 걸어 나왔다.
아, 그러고 보니까 애 약을 안 먹였다.
우울증 때문에 먹어야 하는 약들.
그것들을 입안에 욱여넣고 불덩어리를 삼키듯 괴롭게 삼켜내는 이홍빈.
다시 이홍빈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면 또다시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는 이홍빈이 있고, 난 또 그러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어?
"아, 이홍빈 약...."
빨간 물감이 도화지 위에 퍼지듯, 그런 움직임이었다.
아주 많은 물감, 진하고 끈적거리는.
"이홍빈...?"
이홍빈의 두 번째 자살 시도였다.
| 일냈드앙..ㅎㅎㅎ |
하던 작품이나 계속 하지 이게 뭐하는겨...싶으시져... 쓰고싶은 글은 많은데 갤럭시워 끝날때까지 다른 글들 안쓰면 갑갑할것 같아서ㅠㅠ 얼마전부터 조금씩 쓰던 택콩 조심스래...질렀습니다 네...;ㅅ; 예쁘게 봐주세요 내 독자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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