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467325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커피사 전체글ll조회 478



 
 

[EXO] Dead Dog 01 | 인스티즈








 몇일째 집에 들어가지 못한 세훈의 턱에는 어울리지 않은 수염이 까슬하게 돋아나 괜시리 꼬질한 인상을 주었다. 하루 종일 푹 쉬지도, 자지도 못하고 모
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던 터라 멍한 정신은 겨우 부여 잡았지만 퀭한 몽골에 연신 좀비처럼 꺽꺽, 소리를 내기를 반복하다 이내 곧 무너져내리듯 의자 깊숙
이 기대어 지끈지끈한 두통에 눈을 꼭 감았다. 그것은 차라리 늘어져 있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햇빛 하나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이 구석탱이에 쳐박혀 키보드를 두드린지 몇일이 되었더라, 제대로 된 끼니로 날짜를 계산하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었고, 
그렇다고 수면패턴으로 날짜를 따지기도 애매했다. 차라리 쓸때 없는 이 시간감각도 멍해지는 다른 감각들처럼 둔해지고 멍청해져서 저를 괴롭히지 않았
으면 좋을련만, 눈감아도 뚜렷하게 떠오르는 시계의 초침에 세훈은 다시 또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할 새 없이 모니터 가까이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옆으로는 노트북 한대가 놓여져 있었다. 제법 복잡하게 정리되어있는 창 가운데 유독 짙은 창 하나가 어서 비밀번호를 누르길 재촉하며 요란하게 확인창을 
깜빡이고 있었다.
 

 
  이거 뭐 어떻게 읽어야 하는거야?
 
 

 딱딱하게 주고 받는 호칭 속에서 [그냥 형이라고 불러. 싫으면 형님이라 부르던가.] 살갑게 웃던 백현이 한번은 커핏잔을 내주며 물었다. 그것이 무엇이 되
었던 막무가내로 비밀번호 찾기에만 잔뜩 혈안이 되어 있던 다른 동료들과 달리 백현의 조금은 뜬금없는 질문에 세훈도 정신없이 기계처럼 움직이던 정신
에 [그러게요.] 그가 늘 짓던 웃음처럼 잠시나마 여유가 돌았는지 덕분에 오랜만에 식기 전의 따뜻한 커피잔을 들었다. 그리고 곧 후회했지만. 아, 정말. 단 
커피는 싫다고 매 번 말했음에도 오늘도 쓴 맛은 감춘 달기만 한 설탕물이 세훈을 잔뜩 괴롭혔다. 언제나처럼 말하는데도 늘 단커피만 가져다 주는 백현이 
얄미워 그를 슬쩍 흘겨보지만 저를 놀리기 위해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건지 대신 눈썹을 치켜 올리며 왜 무슨일 있어? 묻는 백현에게 세훈은 작게 고개 저
었다.   
 

 
  글쌔요. 두, 도, 하다 Do? 
  
 

 이름이 뭐 저딴식이야 멋대가리 없게, 세훈은 막연하게 그것이 조직원의 암호명이나 조직명일거라 추측했다. 물론 자세한것은 아직 본 내용을 알지 못하는 
그들이 쉽게 판가름 할 수 없는 일이라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해독을 재촉하는 상사만 보더라도 이 존재가 범상치 않은건 확실했다. 지겹게 봐왔던 화면
의 가장자리 위로 큼지막하게 'D.O' 라는 글자가 미스테리를 더한다. 덕분에 히스테리로 변해가는 제 상사의 꼬락서니를 보자니, 다시 또 머리가 지끈.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까지 그 해의 겨울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 세훈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Dead Dog 01  
 
 
 
 
 
 
 
 
 
 
 12월의 겨울, 세상이 미치고 날씨도 미치고, 요즘 하늘은 이렇게 추운데도 구름에선 눈이 아닌 비가 쏟아진다. 오색빛으로 찬란히 춤추는 서울의 야경이 빗
방울에 부딪혀 그만 물에 번진 수채화처럼 창가를 수놓는데 그 조차도 너무 아름다워 백현은 거칠게 커텐을 당겨 창밖 세상을 작은 커텐안으로 감추었다. 
 문득 쏟구치는 짜증이 담배를 생각나게 했다. 습관적으로 오른쪽 주머니를 뒤척이다 담배갑 대신 잡히는 묵직한 핸드폰은 입버릇처럼 금연하라 소리치던 
여동생을 생각나게 한다. 이제는 다 큰 어른인 척해도 결국 어린 꼬맹이였던 제 동생은 내색 하지 않으려 노력해도 그녀는 커피보다는 코코아를 더 좋아하
고, 쏘아 붙이던 잔소리도 딸기사탕을 쥐어주면 성에 차지 않은 표정을 짓지만 곧 입을 꾹 다물었다. 밥보다는 빵을 더 좋아한다. 아직도 작은 곰인형을 보
면 시선을 거둘줄 몰라하면서 아닌 척 투박한 케이스를 대신 끼는, 옆에서 보자면 그 모습이 꽤 귀여운 녀석이다. 덕분에 녀석의 취향대로 백현의 입맛도 
애취향이 되어버렸지만, 이럼 어떻고 또 저러면 어때. 
  
 늘 금연에 성공하지 못했던 그였다. 예전도 지금도. 그걸 직접 증명이라도 해보이듯 담배갑을 찾아들은 백현이 담배 한개비를 꺼내들다 말고 아득히 멀어
졌다 가까워지는 빗소리에 이내 못이긴척 다시 주머니 깊숙히 집어 넣는다. 대신 굴러다니는 작은 막대사탕 하나를 입에 물었다. 
 
 내리는 비에 우울한 나날이 반복되는것 같다. 그렇다고 눈을 좋아하는것도 아니였지만 차라리 계절에 맞게 눈이 내리는 편이 그의 기분에 더 나을지도 모
른다. 때마침 같은 임무를 동행하는 준면이 손목 시계를 톡톡 치면서 초를 세다 말고 백현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어쩌냐 요즘 연애할 시간도 없겠다] 
약올리듯 그에게 조용히 묻는데 씩, 웃는 한쪽 입꼬리가 가끔 통제실에서 낄낄낄, 웃던 찬열보다 더 백현의 기분을 긁었다. 그래도 상사인 그에게 [그러니
까요. 저 결혼 못하면 국가에서 책임져야 해요.] 장난스럽게 농담을 건내면서 일부러 더 개구지게 웃음을 보였다. 

 
 
 
"알았어. 이 일 끝나고 사람 하나 소개시켜줄테니까."

 
"선배, 제 감시자로 오셨어요?"

 
"응. 몰랐어? 너 혼자서도 잘 하잖아. 너가 앞 서라고. 실수는 하지 말고"

 
 
 
 장난스럽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하는 준면이 백현을 보면서 문을 향해 턱짓했다. [제가 어디 실수한적이 있었던가요] 어깨를 으쓱, 흔들며 물었던 
사탕을 아작 씹어 막대는 바닥에 툭 버렸다. 그리곤 준면보다 한발 앞서 조심스럽게 낡은 빌라의 문을 여는데 살짝 열린 문에서 준면과 백현이 차려입은 값
비싼 수트와는 전혀 어울리지않은 낡고 오래된 복도가 주차장과 같은 묘한 냄새를 풍겼다. 

 다행이도 복도에는 아무도 없는것 같았다. 백현이 최대한 문에 밀착해서 조금씩 문을 여는데 오래된 문이 삐걱인다. 백현은 재빨리 주변을 경계하며 품속
의 총을 잡았지만 다행히도 규칙적인 발소리가 아직은 들키지 않은것 같았다. 문 바로 옆 벽에 붙어있던 준면이 백현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며 그도 품속에
서 총을 꺼내 들었다. [조심해] 입모양을 하면서. 사실 준면은 몸쓰는 현장보다는 통제실이 더 어울릴법한 인물이였다.
 

  하지만 오늘 같이 우울하기 짝이 없는 하루는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없다. 사전에 숨겨두었던 감시카메라는 전혀 그들과 상관없는 호텔에 설치되어 애물단
지로 전략해버린터라 통제실의 중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뿔뿔이 흩어진 요원들은 불필요한 위치를 보고하기 바빠 시끄러운 무전을 빼버린지 오
래였다. 계획대로라면 파티가 끝난후 로얄층 14층, 1407호에서 마약 밀매 현장을 덮치는게 임무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어렵게 꼬여버린건지. 셔츠가 꽉 끼
도록 껴 입은 방탄복이 답답했다. 
 
하나 둘 셋,
 
 준면이 하던 버릇처럼 백현이 그를 따라 셋을 센 후에 활짝 열린 문을 사이를 재빨리 지나쳐 모퉁이를 돌아 섰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놈의 목에 사정없이 
칼을 밀어 넣고 강하게 비틀자 칼이 빠져 나옴과 동시에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피가 백현의 정장을 적셨다. 신경 쓸 겨를조차 없이 곧바로 총의 안전장치
를 풀어 제법 급했는지 주먹부터 가격해오는 놈의 후두부를 강하게 총대로 박차고 그대로 밀치니 총구를 들이밀고 있는 놈의 총을 대신 맞고 그대로 오래
된 나무 판자처럼 털썩, 고꾸라진다. 사정거리 안에 있는 녀석은 총 다섯, 어차피 이제부터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요란하게 시작해봤자 좋을것이 
없다는걸 현장에서 몸을 부딪히며 깨우친 백현은 아껴뒀던 총탄을 하나 둘씩 날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총을 들고 있는 녀석들부터 뒤로 칼을 들고 있는 
녀석까지. 
 
 
 

 
*  *  *
 
 
 
 
 


 
 
 "얼굴 풀어"

 "명령하지마."
 
 
 

  오랫만에 고국의 땅을 밟는 경수는 내내 못마땅한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비행기에 오를 때부터 씨발, 씨발, 욕지거리를 내씹으며 신경질적으로 구는 경수
는 비행기에 내려서까지도 불만스럽게 투정을 부렸다. 평소 느릿했던 발걸음을 지우고 빠르게 출구를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크리스는 결국 지쳤다 듯 
한숨을 뱉고 비행기에서 벗어두었던 코트를 경수의 어깨 언저리에 걸쳤다. 이럴거면 오지 말라니까 맞지 않게 제멋대로 구는 행동에 없지 않아 의아감도 
있었지만 목 끝까지 차올라오는 질문을 삼키고 휴대폰을 확인하니,

 
OK
 

  두시간 전, 그의 동료에게서 온 문자가 반짝인다. 거대한 유리창 밖에는 비가 내린다. 요란맞은 날씨는 마치 전초전을 예고하는 작은 신호탄처럼 굴었다. 
크리스 역시 실로 오랜만에 밟은 한국땅이였다. 사실 그들에게 있어 한국이라는 국가는 볼필요하고, 작고, 주변 국가에 비해 약하기만 한 분쟁 국가였는데 
지금은, 오랜만에 그는 재미난 장난감을 손에 쥔 양 즐거웠다.
 
 

  공항을 나오자 익숙한 차 두대가 그들을 기다렸다. 기다렸다듯 문을 열어주는 녀석은 깍듯이 허리를 수그렸고 그 폼새가 꼭 공포에 쩔어 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웅크리는 짐승처럼 깊숙히 제 얼굴을 감췄다. 아무리 크리스라 해도 제 밑에 얼굴 하나하나를 외울 수는 없는 법, 하지만 백미러로 보이는 운전석의 
남자는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였다. 거울을 통해 가볍게 고개 숙이는 이 남자를 마지막으로 본게 4년 전 미국이였으니까, 그곳에서는 눈에 띄지 않
은 체격에도 유달리 총을 잘 잡아 기억에 남던 놈이였다. 하지만 곧 대수롭지 않게 턱짓하는 크리스는 밀려오는 피로에 시트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더 예민해진 몸이 작은 소리들까지도 직접 귓가에 댄 것처럼 그의 신경을 자극시킨다. 한참을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웅웅 조용히 울리는 노
트북 소리는 눈을 감아도 쉽게 경수의 행동이 모두 보이는 듯 싶었다.   
 

 
"플랜은?"
 

"A"
 
 
 
  전원이 들어온 노트북의 화면에는 회색선과 푸른선이 단조롭게 엉키다 점차 난잡하고 정신없게 뒤엉켜 화면을 가득 채우고, 그 선들은 곧 'D.O' 라는 글자
를 새기다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플랜 A라면 경수에겐 덧없이 좋은 최고의 골든 카드, 지금까지 실패해본적 없는 블랙카드였다. 시작이 좋았다. 미
국, 러시아, 일본 등 중복되는 수많은 국기들 사이로 유일한 한국 국기 하나가 화면 가장자리에 떠올랐다. 한국 서버를 직접 열기는 처음이였기때문에 한참
을 명령어를 두드려야했지만 그 손길은 다른때보다 더 가벼웠다. 
  잠깐이나마 눈을 감는 크리스가 노트북 화면에 비치어 경수는 괜한 짜증이라도 내볼까, 손을 뻗지만  비행기에서 간간히 눈을 붙였던 자신과 달리 긴 시간
동안 두터운 서류를 보던 그가 생각나 고개를 저었다. 밤하늘에 달리는 고속도로는 저 멀리 알 수 없는 검은 소용돌이를 향해 달려가듯이 끝이 보이지 않았
다. [무전 볼륨 좀 줄여줄래요.] 그래도 기왕 신경쓰는것 얕은 잠에 든 크리스를 배려하며 볼륨을 줄이고 아슬하게 걸친 그의 자켓을 좀더 어깨에 끌어 당
겼다.
 'D.O' 그것은 경수를 부르는 말이였지만 무수히 많은 수식어만 있을뿐 진짜 이름은 경수또한 알지 못했다. 누군가는 '디오' 라고 부르지만 누군가는 '도' 라
고 부른다. '그림자' 라 부르는 기관이 있는 반면 그를 '그림리퍼' 라 부르는 기관도 있었다. 타켓마다도 각기 다른이름으로 활동하던 경수는 그렇게 잡힐 
듯 말 듯, 그들에게 보이지 않게 존재했다.
 크리스는 그를 경수라 불렀다. 한국어의 '경수' 가 그의 정신을 어지럽히는 유일한 자극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도경수'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할 때에
도 자신의 이름만은 똑똑히 발음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젠 그에게 이름을 가지고 화내기에도 지치고 유치해져 버렸지만 여전히 경수는 차라리 디오라
는 부르는 편이 더 나았다.
 달리는 거리를 돌아 보니 볼품없는 작은 서울의 외곽, 그 중에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낡은 건물이 시간을 얼추 마춘것 같았다. 드디어 프로그램의 모든 보
안을 해제한다는 경고창을 떴다. 확인 버튼을 누르는 손길에는 망설임은 없고 되려 자신만만하게 탁, 눌렀다. 
 

 
 
 "이제 곧, 저 건물은 폭발할 거에요."
 
 
 

 타이머는 이제 28초가 지나고 있었다. 27, 26, 25.
 

 
 
 "불꽃놀이 좋아해요?"
 


 
  백미러를 통해 눈이 마주친 남자에게 경수가 물었다. 남자는 묵묵하게 [네] 라고 대답했지만 경수는 우습다듯 집요하게 남자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크리
스의 큰 코트는 이제서야 제 몫을 하는지 점차 등이 후덥해져 오는 감이 든다. 경수는 불꽃놀이를 좋아했다. 아름답고 화려하고, 별하나 찾아볼 수 없는 요
즘같은 하늘을 예쁘게 그림 그려 넣는 그 불꽃을. 하지만 땅에서 피어 오르는 불꽃은 다른 불꽃들보다 더없이 매력적이다. 아름다운건 가까울 수록 좋잖아.
 
 

 
" 앞으로는 내앞에서 거짓말은 하지 않는게 좋아요."
 
 
 

 쇳소리 섞인 목소리에 나즈막히 말하던 경수도 피곤한 두 눈을 꼭 감았다.
 
 
 
 
 
*  *  *
 
 
 
 
 피에 젖은 정장이 점차 딱딱하게 굳어오는 감이 느껴졌다. 비싼 양복 인데 다 버렸네, 아쉬운 맘도 없지 않았지만 그보다 답답한 마음 언저리에 그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복도쪽은 이미 널부러진 시체들이 맥없이 여기저기에 나뒹구는데, 재빨리 놈들을 처리한 백현덕분에 할일이 없어진 준면은 여유롭게 빼두
었던 무전기를 다시 꼈다. [이제 문 하나만 남기고 있다.] 통제실에 보고도 잊지 않으면서. 
안전한 통로를 따라 열리는 문 바로 오른편에 서있는 그가 오늘따라 얄미운짓만 골라한다는걸 알고 있을지, 백현은 문고리를 잡으려다 말고 조용한 방 건
너편에 귀를 기우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은 저 쪽 건너편으로 놈들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을 확률 90% 하지만 복도에서 동료의 비명소리나, 총소리를 
들었을텐데도 아무 기척없는 방안이 수상쩍었다. 이미 도망이라도 간 것일까, 아님. 
 

 
- 드디어 풀렸어요! 실장님! 노트북 패스워드가 풀렸습니다!
- 뭐?
 
 

 오늘따라 통제실은 어수선한게 정신없다. 때마침, 백현도 문을 열고 곧바로 총구를 뻗는데.
 
 

 
 "선배.." 
 
 

 
 안은 이미 한바탕의 폭풍이 지나간것처럼 방 안은 피투성이였다. 꽉막힌 공간에서 피비린내가 기분 나쁘리만큼 지독하게 진동했다. 주변을 경계하며 쓰러
진 놈들 가까이 가는 백현의 뒤로 여유로웠던 준면도 재빨리 그의 뒤로 따라붙어 방안 구석구석 총구를 겨누는데 사각지대가 없는 방 안은 책상과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단조로운 구도였다. 준면은 곧 총을 내려놓고 굳은 표정으로 백현에게 눈짓하며 남자를 가르켰다. 백현은 애써 침착하게 그들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대보지만 이미 싸늘한 몸뚱아리는 숨이 끊긴지 오래였다. 일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지, 방안을 살펴보아도 이렇다 싶을것이 없을 정도로 
완전한 밀실상태의 방이였다. 제 3의 침입자가 습격한것이라면 안에서 잠긴 창문과 복도와 통하는 문밖에 입구는 없었을텐데, 복도는 무식하게 몸을 날리
던 그들의 부하가 지키고 있었고. 그럼 내부에서 싸움이 났다는건가? 제일 설명이 되지 않는 가설이였다.  
 
 

 - 방안은 이미 모두...
 

 
  이 중요한 상황에도 통제실은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워낙 짜증내던 일 없던 준면의 이마에 잔뜩 주름이 잡혔다. 백현은 준면의 눈치를 살피다 다른 시체에 
다가가 목덜미에 손가락을 올려 놓지만 이 자 역시 숨이 끊긴지 오래였다. 상대가 누군진 몰라도 정확히 급소만 노린 공격이였다. 상당히 숙련된 자였고, 
처음부터 죽일 생각으로 무기를 휘둘었을 것이다. 한 가운데 책상, 한 가운데 창문. 그리고 뒤로는 이어지는 가로등 사이로 고속도로가 보였다. 백현의 시
선은 다시 준면에게로 갔다. 
 낡은 전구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사내의 반지에 준면은 바지가 진득한 피에 젖는걸 알지 못하고 재빨리 남자의 손을 살폈다. 피에 붉게 번져버린 남자의 손
목에는 낯익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어디서 봤더라, 복잡한 생각들을 모두 잊을만큼 강하게 뒷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그 문양을. 어디서 보았더라. 옷 소
매를 올리고 피묻은 팔을 문지르자 붉어진 피부 위로 붉은 날개가, 아니, 드라큘라의 이빨인가 준면은 입술을 꾹 깨물며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문양을 매만
졌다.
 



- 당장 그 건물에서 나와 함정이야!
- 그건 또 무슨소리야!
- 패스워드가 풀렸어! 자세한건 시간이 없어 당장 나와. 15초 뒤 그 건물을 폭발한다고!
 

 
 
 씨발,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번쩍 일어나 놀란 두눈으로 교차하는 두 시선이 복잡하다. 일이 어덯게 꼬여가는건지 생각할 겨를 없이. 엉켜버린 실을 풀다 잘 
정리 된 실뭉치가 사실은 거대한 실들이 엉킨 채 뭉쳐 있었던것처럼 당황스러움으로 순간 흡, 하고 거친 숨이 몰려 왔다. 15초, 개같네. 여긴 2층이라고. 백
현이 입술을 꾹 깨물다 말고 유달리 밝은 고속도로의 가로수의 불빛을 따라 창문가에 다가갔다. 창문, 건물 바로 아래는 군데군데 마른 잔디가 난 흙길로 
주차된 두대의 차들이 보였다. 
이판사판이지만 방법은 이것밖에 없어 보였다. 부디 내린 비에 젖은 땅이 푹신하길 빌면서. 하지만 걱정은 준면이였다. 

 
 
 
 "씨발. 뭐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선배!"
 
 


 
 그래도 그 역시 최소한의 훈련을 거친 요원이다. 15초. 시간이 없었다. 백현이 먼저 창문을 눈짓하니 준면이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헝클었다. 창문을 열
고 뛰어 내리는 높이는 생각보다 훨씬 높았고 그와중에 씨발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친 생각과, 한순간 멀어졌다 순식간 가까워지는 
거리에 잠깐이라도 눈깜박할 새 없이 재빨리 몸을 돌리고 회색 자동차 천장 위로 굴러 떨어졌다.
곧이어 준면을 찾는 백현의 눈빛이 초조하기 짝이 없었다. 아찔한 타이밍에 폭발과 같이 떨어진다면, 폭발하면서 일으켜지는 폭풍에 아무리 2층이라 해도 
무수하지 못할 것이다. 
  뛰어내리면서 부딪힌 다리가 아파왔지만 백현은 제 몸 상태를 알아차릴 틈없이 몸을 일으켰다. 너덜 너덜해진 불편하기만한 양복 자켓을 벗어던지고 자리
에서 일어나지만 팔도 성치 않았던 것인지 어깨 근육까지 저릿하다. 다행이도 그때 털썩, 떨어지는 소리가 나무가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헐레
벌떡 절뚝거리는 다리로 뛰어가는 백현이 다행히도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면서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는 준면을 찾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최
대한 건물에서 멀어져야만 했기 때문에. 여전히 정신을 놓을 수 없었다. 나무가지에 군데군데 상처가 난 준면의 팔을 끌어다 제 어깨에 걸치는 백현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온힘을 다해 뛰었다.
 
 



 
작가말

커피사...입니다.... 오랜만이에요 ㅠㅠ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ㅠㅠ 우선 전 글을 좋아해주시고 기다려주셨던 분들에게 감사한다는 인사과 죄송하다는 사과를 드립니다 ㅠㅠ 

맨인블랙은.....언제 완성될까요......

...저도 모르겠어요.......

느와르물을 써보고싶어서 시작했었는데 처음 쓰는 장르인 만큼 점차 멘붕이 @.@ 

백도로 마음 잡았지만 결국 됴총이 될것같은 지극히 작가취향적 글입니다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5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3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