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 따끔
더 아프기 전에,
더 상처 받기 전에,
그만... 헤어집시다, 우리
[EXO/징어] 헤어집시다, 우리 (부제: 지키지 못한 약속) 16
" ..응, 집 왔어. "
' 밥은, 먹었고? "
" ..먹었어. "
' 또 안먹어놓고 거짓말 하는거 아니지? '
" 아니라니까. "
' 알았어, 나 녹음들어가. 나중에 연락할게. "
" 응. "
길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외투가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연애. 나는 찬열과 연애를 하고 있었다. 찬열이는 매일 여러통의 전화를 했으며 자주 메시지를 보내왔다.
연습을 하다가도 몰래 빠져나와 나를 보러오기도 했으며, 나의 타박에 시무룩한 얼굴로 다시 돌아가고는 했다. 주말을 집에서 보낼 때면 갑작스럽게 나를
불러내어 머리부터 발 끝까지 완전무장을 한 체 어디론가 끌고가기도 했다. 찬열이는 많이 웃었고, 행복해했다.
' ...이게...'
' 그냥...보는 데 이뻐서. 샀어. '
문득, 얼마 전의 일이 생각나 왼쪽 손을 들어보았다.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심플한 실버링. 수줍은 듯,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면서 나에게 반지를 건네던 찬열이가
생각났다. 단순히, 보는데 이뻐서 샀다고 말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를 위해 찬열이 얼마나 고심 끝에 골랐을 반지일지.
반지. 찬열이의 손에 똑같이 끼워져있는 반지를 바라보자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매만지던 모습에, 찬열이가 얼마나 나와의 이런 일상을 기다렸을지가 느껴져서,
찬열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숨이 막혔다.
" ...하아.. "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안다. 누군가를 잊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이용한다. 얼마나 잔인한 행동인가. 찬열이는 나에게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나도 찬열이에게 어떤 마음도 내색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든 자기 합리화를 위해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그게, 될 수 있을 리가 없는대.
이기적인 선택은 늘 대가를 동반한다.
순간의 선택, 나약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내 선택으로 인해 상처받을 찬열이의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그리고 그는.
베란다의 커텐 옆으로 몸을 숨긴 징어가 창 밖을 내려다보았다. 캄캄한 골목 가운데 환한 가로등 불 빛 아래, 서 있는 인영이 익숙했다.
" ........ "
루한은 매일, 늦은 밤 집 앞에 저렇게 서 있다가 가고는 했다. 전화를 하거나 그 무엇도 하지 않은 체로 그저, 서 있다가, 징어의 방에 불이 꺼질 때 즈음 걸음을 옮기곤 했다.
" ...나도, 모르겠다. "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
샤워를 마치고 나온 징어가 거실에서 티비를 보던 엄마의 외침에 고개를 들었다.
" 어머, 징어야. 눈 오네? 올 해 첫눈 아니야? 첫 눈 치고는 살벌하게 내리네. 징어야 밖 좀 봐. 펑펑 내려. "
눈.
첫 눈.
" ..루한! "
다급하게 방으로 올라간 징어가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루한이,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입술을 깨문 징어가, 재빨리 의자에 걸려있던 외투를 집어들었다.
머리가 축축하게 젖어있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방 문으로 나가려는 찰나, 책상위에 올려져 있던 붉은 색 목도리를 쳐다보던 징어가 다시 목도리를
집어들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 얘, 징어야. 늦었는데 어디가니?!! "
" 잠깐이면 되요! "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뒤로하고 현관문을 박차고 나온 징어가 슬리퍼차림으로 마당을 가로질렀다. 내려오는 눈과 낮아진 기온에 금방 발이 시렸다. 대문을 다급하게 열어젖힌
징어가 바로 앞에 서 있는 루한과 시선을 마주했다. 모자 아래로 드리워진 루한의 두 눈이 커졌다. 성큼성큼 다가간 징어가 루한에게 소리쳤다.
" 정말, 왜, 그래요!! "
" ......... "
" 눈이,내리면, 가야지...왜, 왜 이러구 있어요.. "
" ...징어야. "
" ...바보같아. "
" ....... "
" 왜 이렇게 미련해요. "
" ........ "
" 나는, 난... "
징어가 입술을 깨물었다.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치던 징어가, 이내 입을 꾹 다물고는 숨을 삭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징어를 내려다보던 루한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 머리도 안말리고... "
" ......... "
" 춥겠다. "
손을 뻗어 징어의 두 귀를 감싼 루한이 말했다. 징어가 다시 한 번 입술을 짓이겨 물었다.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귀를 감싸오는 루한의 두 손이,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
징어가 이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귓가를 감싸던 온기가 사라졌다.
" ...더 이상, 찾아오지 말아요. "
" .......... "
" ..나, 힘들어요. "
" ......... "
" 뭐가, 뭐가 달라지겠어요. "
" ....징어야. "
문득, 그 때 생각이 났다.
루한을 볼 때 마다 알게 모르게 두려움에 떨었던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며 괴로워했던 루한.
" 우린, "
" ....... "
" 함께 있어도, "
" ........ "
" 늘, 먼 사람들이였잖아요. "
나를 바라보는 루한의 눈이, 슬퍼보였다. 징어가 오른 손에 들고 있던 붉은 색 목도리를 천천히 루한의 목에 감기 시작했다. 루한은, 그저 아무말도 않고
징어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따뜻하게 루한에 목에 목도리를 감은 징어가, 다시 루한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 ...잘 가요. "
징어가 등을 돌렸다. 루한에게서 등을 돌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떨어지는 눈물에 징어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날씨가 추웠다. 몸이 떨려왔다.
*******
" 뭐 먹을래? "
" ..아무거나. "
" 그런 대답 싫다니까. "
" 정말이야. 콕 찝어서 먹고 싶은게 없네. 너 먹고 싶은거 먹자. "
" ..그래. "
찬열이 메뉴판을 이리저리 뒤적이다 주문을 했다. 이제 막 오후가 되었음에도 내리는 눈 때문인지 거리가 어두웠다. 징어가 창 밖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구석에 앉은 자리라, 창 밖의 풍경과는 거리가 있었다. 요 몇일 간, 매일 그렇다. 매일 눈이 내렸다.
" 징어야. "
찬열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던 징어를 불렀다. 응? 징어가 찬열을 바라보았다.
" ..그냥. "
" 뭐야, 싱겁게. "
오늘따라 찬열의 분위기가 유독 가라앉아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여전히 자주 웃고, 말을 건네는 말투는 밝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이기도 했고,
이따금 시선이 마주칠 때면 눈을 피하고는 했다.
" 찬열아 ,너, 무슨.. "
그 때 였다. 조용하게 반복적으로 울리는 진동소리에 징어가 말을 하려다 멈추고는 가방을 뒤적였다.
- 민석이 오빠
액정에 뜬 이름에 당황한 징어가 전화를 받으려다 멈추었다. 무슨 일이지. 그러다 이내 다시 전화를 받으려고 하는 순간,
" 받지 마. "
" ..응? "
" 전화 받지마. "
" 왜 그래? "
" 안 받으면 안되? "
찬열의 말을 듣는 사이, 울리던 진동이 끊겼다. 뭐야. 휴대전화를 바라보던 징어가 말했다.
" 너, 왜그래? "
" ...그냥, 오랜만에 데이트잖아. "
" ........ "
" 방해받기 싫어서 그래. "
징어가 다시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때, 탁자위에 올려놓았던 휴대전화가 다시 진동했다. 찬열을 바라보던 징어가 휴대전화를 집었다.
" 받지 말라니까!! "
찬열이 소리쳤다. 갑작스런 고함에 놀란 징어가 찬열을 바라보았다.
" 너, 정말, 왜이래! "
" 그냥 내 말좀 들어주면 안되? "
찬열의 목소리가 다급한 것 같기도 하고, 잔뜩 불안함에 젖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진동이 계속해서 울렸다.
" ..두 번이나 오는 거 보면 급한 일 같아. "
" .......... "
" 미안해. "
징어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찬열이 얼굴이 굳어가는 것 같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민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 오빠. 저예요. 무슨 일이예요? "
' ...안 받으면 어쩌나 걱정했어. '
" ..무슨 일인대요? "
문득, 불안감이 솟구쳤다.
' 사실, 너한테 말할 까 말까 고민 많이 했어. 준면이는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네가 알아야겠다 싶어서. '
" ...무슨.. "
' 너, 찬열이랑, 같이 있지? '
민석의 물음에 징어가 찬열을 힐끔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 ...네. "
'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인 거 보니..찬열이가, 말 안했나보네. 뭐, 그럴거라고 생각했어. '
" ..무슨, 일인대요? '
' 사실, 오늘 새벽에 루한이 응급실에 실려갔다 왔어. '
가슴에 쿵 하고 요동쳤다.
' 루한이....불면증이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부쩍 심해지더라고. '
" ......... "
' 그런데 약이 내성이라도 생긴건지 몰라도..미련한 자식이 수면제를 다량으로 입에 털어 넣고 자버린거야. '
" .......... "
' 거기다 무슨 정신인지, 술까지 먹고...그래서, 새벽에 실려가서 위세척하고...'
" ......... "
'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더라. '
" ......... "
' 병원에 계속 있기에는 기사라도 나면 큰일이잖아. 워낙 자극적인 일이고, 뭐라고 기사가 나올지. 숙소 앞에도 팬들 많아서 뭐라고 소문날 지 모르고. '
" ........ "
' 그래서, 루한이 개인 오피스텔이 있거든? 거기에서 회사 주치의 선생님이 링겔이랑 해주고 가셨는데..'
" ........ "
' 후우, 이게 잘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
" .......... "
' 나는, 적어도 네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
" ...거기가... "
' .......... '
" ..어딘데요? "
휴대전화를 붙잡은 손이 떨려왔다.
' ...내가 주소랑 비밀번호 카톡으로 보내줄게. '
" ...네.. "
전화가 끊겼다. 겨우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징어가 떨리는 손으로 물잔을 들었다. 찬열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징어는 찬열을 바라보지 않았다. 징어가 다급하게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징어의 의자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밀려났다.
" 가지마. "
찬열이 말했다. 징어가 찬열을 바라보았다.
" ...가지마. "
찬열이 애원하듯 말했다.
" ..가지마. "
" ........ "
" 부탁이니까, 제발, 좀, 가지,마! "
" ..찬열아. "
" 좀,내가,이렇게, 부탁, 하는데, 안가면 안되? "
" ..왜 말 안했어. "
" ...하.. "
" ...왜,말,안...했어. "
찬열이 헛웃음을 지었다.
" ..이렇게 가버릴거라는 거 알고 있으니까. "
"........ "
" 그래서 그랬어. "
" ......... "
" 잊고 싶다며. 내가, 잊게 해준댔잖아, 그러면, 너도, 좀! 잊어보려는 노력을 보여주면, 안되? "
찬열의 목소리가 탁하게 갈라졌다. 목이 메여오는지 띄엄띄엄 말이 내뱉어졌다.
" ..그러니까, 제발, 가지마, "
찬열이 흐느끼듯 말했다. 찬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징어가, 이내 입술을 깨물고는 등을 돌렸다. 딸랑. 종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징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 ...하... "
찬열이 두 손을 들어 얼굴을 파묻었다. 입가로 소금기가 느껴졌다. 숙여진 고개와,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 암호닉 ♡ |
피자 님/ 형광팬 님/ 루루 님/ 김치만두 님/ 요지 님/ 지우개 님/ 씅 님/ 불낙지 님/ 만두 님/ 준짱맨 님/ 크림치즈 님/ 찡 님/ 비타민 님/ 원주민 님/ 치킨 님/ 라바 님/ 슈밍 님/ 민트초코 님/ 양념 님/ 소고기돼지고기 님/ 진리 님/ 히동 님/ 뽀또 님/오이지 님/ 파파야 님/ 한나두울세엣 님/ 잇치 님/ 별똥별 님/ 이리오세훈 님/ 로운 님/ 6002 님 / 그린티라떼 님/ 곰돌이 님/ 카메라 님/ |
암호닉 빠지신 분 꼭 말씀해주셔요 !!
+) 사담
오늘...3편 올리려고 그랬는대...망했다..(훌쩍)
많은 분들께서 빈이의 아버님을 궁금해하시던대......조만간 나옵니다.(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