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며 인생의 모토가 하나 생겼다면 그것은, [답없는 양아치는 상종하지 말자] 라고 가히 말할 수 있다. 뺑뺑이로 배정받은 고등학교는 동네에서도 특히나 양아치들이 많기로 소문이 자자한 학교였다. 공고를 무시하는 발언은 아니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엔 명하공고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하니 그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공고를 무시하는 발언은 절대 아니다. 말했다시피 과거의 별명일 뿐이니까.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나는 살면서 양아치와 엮여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아치를 상종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유순한 성격에 맞지도 않는 그들과 어울릴 일이 없거니와, 어릴 적부터 줄곧 외쳐오며 지켜온 나의 이상형이 양아치와 거리가 먼 모범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들 다들 그렇지 않은가. 중이병이 아니고서야 우물한 개구리마냥 자신들만에 세상에 갇혀 우월감에 도취해 남들을 깔보고 막돼먹은 행동을 감행하는 인간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미친 인간은 없다고 본다. 난 미친 인간이 아니였으며 그렇기에 엮이지 않았다.
"야, 김탄소."
"……."
"페북 친구신청 대체 언제 받아줄 거야."
"……다음 시험에서 전교 300등안에 들면."
"나 피말리게 하려고 작정했어?"
"우리 학년 전교생 320명인데…."
"왜 자꾸 비싸게 굴어."
"……."
"나야 상관없긴해. 계속 비싸게 굴어야 다른 새끼들이 안탐내지."
하지만 막돼먹은 놈의 징글맞은 추파가 계속되는 요즘, 어떤 연유인지 프리한 18세 양아치와 엮이기 시작했다.
*
민윤기와 엮이기 시작한 것은 자그마치 한달 전, 화이트데이로 전교가 난리 난리 개난리가 난 날이었다.
"김태형 온다."
"헐, 나 지금 어때?"
"평소랑 똑같은데."
"그거 좋은 거야...?"
"…모르겠다?"
"아오! 그럼 어떡해!"
짜증을 내는 입과 달리 몸에 달린 두개의 팔은 분주히 움직여 한 손에는 거울을, 한 손에는 틴트를 들었다. 그것은 곧장 입술로 향해 허여멀건 상태에 가까웠던 입술에 금방 생기를 만들어냈다. 큼큼. 괜히 목소리를 가다듬고, 머리칼을 정리하는 나를 보며, 승완이는 벌레를 보듯 표정을 구겼다. 하지만 그따위 시비는 안중에도 없다는듯 나는 치마의 주름까지 확인하고 고개를 들었다. 나를 이렇게까지 분주하게 만드는 것은, 저 멀리서 단정한 교복차림을 하고 걸어오고 있는 문과반의 전교 1등이자 학생 회장인 김태형의 존재다. 말도 안되는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놈은, 우리 학교의 자랑이자 여학우들 마음 속 어딘가에 불을 지피고 다니는 방화범이었다. -물론 그 불은 끌 수 없는 불이다.- 나, 김탄소. 어릴 적부터 외쳐온 이상형은 얼굴, 스펙, 성격 모든 것이 모범생인 남자. 그 3박자를 고루갖춘 김태형을 처음 본 순간, 내 마음속 어딘가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은 자그마치 화이트데이였다. 물론 검색창에 화이트데이를 검색하면 [남성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사탕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사랑에 있어 그까이꺼 중요하지 않다 이거예요. 새벽까지 엄마에게 욕을 먹어가며 만든 초콜릿을 생각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괜히 지나가는 김태형의 시선을 맞추기위해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를 빙의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옆에서 손승완의 우웩 하는 추임새가 들려왔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사랑에 있어 그까이꺼 중요하지 않다 이거예요.
"……."
정녕, 지상계의 얼굴이란 말이옵니까? 분명 저것은 저 멀리 어딘가 타국에 위치한 유명한 미술관에서 볼 법한 얼굴이다. 김태형의 얼굴은 분명히 미술관 어디에 자리잡고 있어야 한단 말이지. 오늘도 자체발광, 자기주장 쩌는 김태형의 이목구비에 감탄을 내뱉었다. 그러는사이 어느덧 김태형과 나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있는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는듯 들고있는 책에 시선을 박은채 휑- 하고 지나가버렸다. 그것에 아쉬워 풀이 죽었다가도, 뭐 어때. 존잘 태형이의 얼굴을 봤는 걸!
"너 진짜 주려고?"
"당연하지."
"쟤 엄청 받았을 거 같은데."
"태형이를 좋아하는 것에 있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아. 보고 있는 걸로도 충분히 행복해."
"그러면서 네 번호 적힌 쪽지는 왜 같이 넣었냐?"
그, 그건…! 근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허를 찌르는 예리함에 괜히 뜨끔해 당황하다, 이상함을 느끼고 되려 소리치니 손승완은 어깨를 으쓱하고 마는 얄미운 행동을 취했다. 그것에 부들부들하고 있다가도 어딘가에 있을 초콜릿을 상상하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승완이에게 말은 그렇게 했다지만 솔직히 기대가 안된다는 건 거짓말이다. 무려 1년을 몰래 좋아한 짝사랑 상대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었다. 새벽까지 만들다 늦게 잠이 들었음에도 7시 정각에 맞춰 깼다. 그만큼, 기대가 될 수 밖에.
"근데 어떻게 주려고?"
"…어?"
"직접 주면 김태형 추종자들한테 끌려가서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텐데."
"사실 이미 줬어."
"엥? 뭔소리야."
"아까 이동수업할 때 태형이 책상 서랍에 넣어뒀어."
너 진짜 여러모로 쩐다. 칭찬인지, 비꼼인지 모를 승완이의 말을 들으면서도 설렘에 주체할 수 없는 몸을 흔들며 자그마한 기대를 마음 속에 품은 채 교실로 향했다. 하지만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마무시한 일이 일어나리란 걸, 몸을 흔들며 교실로 향하던 과거의 나는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
오늘따라 유난히 시끄러운 학교에,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던 윤기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그것은 윤기의 심기가 매우 불편함으로 누구든 건드리면 좆됨을 의미했다. 화이트 데이고 뭐고 시끄러우니까 다 꺼져라, 좀. 그렇게 생각하며 윤기의 미간에는 아까 생긴 주름 옆에 그와 비슷한 주름이 한개 더 생겼다. 윤기의 주변에서 떠들던 아이들도 오늘의 윤기가 평소보다 보통 싸가지가 아님을 깨닫고 5m이상 멀어졌다. 이럴 때 알아서 사리지 않으면, 누구든 윤기의 사냥감이 됐다. 또 담임이 지랄 했나봐…. 소근 거리는 아이들의 추측과 달리 사실 윤기는, 새벽까지 동네 피시방에서 자신의 친구들과 게임을 달렸다. 학생의 신분에 벗어나는 음주가무 또한 즐겼다는 것은, 윤기와 윤기 친구들만의 비밀이다. 아무튼 윤기는 쓰라리는 속과, 욱신거리는 머리, 새벽까지 달린 탓에 쌓인 피로로 몸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을 종합해 빡침 2단계 상태였다. 매우매우 좆같으니 건들면 좆됨. 누군가가 윤기의 의자에 붙여놓은 종이가 윤기의 심리를 아주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아 시발 속아…."
숙취가 이렇게 개같습니다, 여러분. 시간이 지날 수록 괜찮아지기는 커녕 빙빙 돌던 세상이 꼬이기까지 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윤기는 자신의 책상을 발로 뻥 밀고 일어섰다. 수업시간 중에 선보인 윤기의 돌발행동에 아이들과 선생님의 시선이 윤기에게 향했다. 하지만 윤기의 시선은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도, 선생님도 아니였다. 자신이 발로 찬 책상에서 툭하고 떨어진 무언가. 리본에 깜싸여져 예쁘게 포장되어있는 무언가. 오늘은 화이트데이였고, 윤기또한 자신의 주변에서 떠들어댄 아이들로 인해 알고 있었다. 그럼으로 저것은 분명. 초콜릿이다. 윤기는 세상이 꼬여가고 있는 와중에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옥상으로 올라온 윤기는 자신이 깔아둔 돗자리 위로 누웠다. 3월의 하늘은 온전히 찾아오지 않은 봄에 불구하고 내려쬐는 태양이 꽤 강했다. 자연스레 오른팔을 들어 햇빛을 차단하니 시선에 드는 것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작은 상자였다. 까먹고 있던 것을 깨달았다는 듯 윤기가 흐음 소리를 내며 상자를 흔들었다. 달칵달칵. 무언가 상자 안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나고, 윤기는 그것을 코 주변으로 갖다댔다. 상자에선 달달한 냄새가 배여있었다. 설렐법한 상황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는 듯이 윤기의 표정은 올곧은 좆같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을 좋아하고 있던 누군가의 진심을 매정하게 모른 채 할 수는 없을 노릇이었다. 그것은 상태가 개같음을 넘어서 좆같다 할지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킬 줄 아는 윤기를 뜻했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은 윤기가 예쁘게 매듭져있는 리본을 간단히 풀었다. 뭔 포장을 이렇게 꼼꼼히 해놓고 지랄이야. 곳곳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일일히 떼내던 윤기가 옥상 아래로 확 던져버릴까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결국 포장지를 벗기는 것에 성공했다. 간단히 열리는 상자를 뒤로하고 보이는 것은, [태형 I Love U] 라는 멘트와 웃는 얼굴이 박힌 커다란 하트 모양의 초콜릿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윤기의 표정이 빠르게 일그러졌다.
"태형 아이 러브 유?"
"……."
"이게 뭔 개지랄이냐."
자신이 선보일 최대한의 인내심을 사용해 힘들게 포장지를 벗겨냈더니만 주인을 잘못 찾은 하트가 자신을 향해 방긋 웃고 있었다. 이게 뭔 개지랄이냐. 진심을 뱉어낸 윤기가 상자를 뒤집어 탈탈 털어내자, 밑에 깔려 보이지 않던 흰색 쪽지가 함께 떨어졌다. 그것을 집는 윤기의 손엔 머뭇거림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태형아 안녕? 넌 분명 초콜릿을 많이 받았겠지...ㅜㅜ? 나는 2학년 3반 김탄소야. 믿기지 않겠지만 1년동안 널 좋아해왔어! 초콜릿 꼭 맛있게 먹고 밑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줘>.〈 010-2013-0613 ♥]
삐뚤빼뚤, 구불구불. 진심을 담아낸 쪽지를 찬찬히 읽어가던 윤기의 표정이 좆같음에서 사그라들어 색다른 표정을 띄어냈다. 그것은 윤기가 사냥감을 발견하고 어떻게 조질까, 혹은 어떻게 갖고놀까를 고민할때 자주 띄우는 웃음이었다. 남이 본다면 진작에 도망가고도 남을 표정을 짓고 윤기는 자신의 손에 들린 이 발칙한 쪽지를 어떻게 할까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던 중 윤기의 시선은 쪽지 마지막 줄에 써있는 번호로 향해 박혔다. 어느덧 윤기의 세상은 빙빙 돌지도, 꼬이지도 않았다. 윤기가 해맑게 웃어보였다. 그것은, 꽤 위험한 웃음이었다.
[초콜릿 맛있더라.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학교 끝나고 체육관 뒤쪽으로 나와줄래?]
윤기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
[초콜릿 맛있더라.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학교 끝나고 체육관 뒤쪽으로 나와줄래?]
이거 진짜 실화냐? 수업이 끝나고, 핸드폰을 열자 처음보는 번호로 문자가 와있었다. 뭐지? 싶은 마음에 문자를 열었는데 이게 웬걸. 김태형의 답장이었다. 사실 김태형의 번호인지 확실치 않지만, 답장의 내용을 보면 김태형의 문자임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그것에 놀라 미, 미, 미친! 하고 소리치자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박혔다. 우리 학교 여학우들 대부분이 김태형의 추종자였으니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는게 신상에 좋았다. 날씨가 너무 좋잖아…? 되도 않는 소리를 하며 어색하게 의자에 앉자, 또라인가봐. 아이들의 시선이 금새 떨어져나갔다.
"관종이냐? 소리는 왜 질러."
"야…! 승완아. 너 진짜 놀라지 마라."
"이미 네가 소리쳐서 놀랐는데 뭘 더 놀라겠어."
"진짜 초대박, 아니 걍 존나 대박이야."
"…뜸 그만 들이고 말이나 해."
"…귀대봐."
아무래도 공개된 장소였고, 아이들이 우리에게 1도 관심이 없다한들 조심해서야 나쁠 것 없었다. 순순히 자신의 귀를 열어준 승완이에게 다가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자, 승완이의 입이 떠억- 하고 벌려졌다. 진심 망개떡 하나도 그냥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대박이지? 개쩔지! 그 표정에 놀리듯 소리치자 승완이가 내 어깨를 퍽! 하고 때렸다.
"진심 대박이야. 존나 인정."
"어떡해? 너무 설레."
"근데 왜 체육관 뒷쪽이지? 거기 양아치들 아지트잖아."
"…몰라? 아무렴 어때. 태형이가 만나자는데."
아이들이 들을까, '태형이가' 를 말할땐 소근소근 데시벨을 낮췄다. 그런 나를 또 한번 벌레보듯 쳐다보다가 암튼, 너 진짜 여러가지로 쩐다. 엄지를 척하고 꺼내보인 승완이에게 어깨를 으쓱했다. 시간은 달리고 달려 어느덧 종례시간을 가르켰다. 주체할 수 없는 설렘에 몸이 절로 붕떴다. 차렷. 경례. 선생님께 인사. 반장의 인사에 고개를 대충 끄덕이고 교실의 문을 빠르게 벗어나려하자, 순간 누군가가 나를 붙잡았다.
"후기 꼭 들려줘라."
나를 붙잡은 것은 당연하게도 승완이었다. 그것에 고개를 끄덕이니 나의 등을 힘껏 밀어주었다. 우르르 내려오는 아이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계단을 벗어났다. 저 멀리 체육관이 보였다.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1년동안 감춰온 짝사랑이 어쩌면 이루어질 순간이었다. 그것도, 만인의 김태형을 상대로. 상상이나 했겠는가. 물론 상상정도는 해봤지만 망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나또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이상 망상이 아니였다. 달리고 달려 체육관에 도착해, 거울을 꺼내어 휘날린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은 입술에 다시 한 번 틴트를 덧발랐다. 아주 예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의 몰골은 됐다. 어... 안녕? 아, 아냐. 바보같아. 안녕, 태형아? 이건 너무 친한 척 하는 거 같지 않나? 이참에 꺼내든 거울을 상대로 인사를 연습하자, 지나가는 아이들이 힐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든 되겠지. 체육관의 뒷편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막상 오긴 했는데. 너무 들떠서 빨리 나와버린 건지 아무도 없었다. 승완이의 말대로 양아치들의 아지트라 그런지 희미하게 담배향이 깔려있었다. 담배냄새를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표정을 절로 찌푸리고 손을 휘휘 저었다. 으, 담배냄새 개씹극혐이요.
"콜록! 콜록!"
"……."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고 지랄이야, 지랄은?"
"……."
"어휴, 양아치놈들. 태형이만 아니였으면 올 일도 없지!"
체육관 뒷편 어딘가. 양아치들의 아지트이자 윤기의 아지트이기도 한 이곳은 널부러진 책상 어딘가에 윤기의 잠자리가 있었다. 윤기는 그곳에서 대부분을 지냈다. 그 말은 즉, 탄소에 타도 담배냄새! 외침을 윤기가 듣고 있을 가능성이 100중에 100이란 소리였다.
"……."
저 또라이는 뭐야. 싶은 표정의 윤기는 사실, 탄소가 걸어오는 소리에 진작 몸을 일으키고 앉아있었다.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이 펴놓은 담배냄새를 자각한 탄소가 코를 막는 모습, 눈을 찌푸리는 모습, 손을 휘휘 젓는 모습. 그 모든 행동을 바라보고있던 윤기가 자신의 입에 걸쳐있는 불도 붙이지 않은 장초를 빼내곤 저 멀리 어딘가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무언가가 사라진 빈 손은 윤기의 핸드폰이 들어있는 주머니로 향했다.
[010-2013-0613]
거침없이 번호를 누른 윤기의 손가락이 전화를 거는 버튼을 누르기 까지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뚜루루. 신호음이 가는 소리를 확인한 윤기가 탄소를 바라보았다. 신경을 쓰고있지 않은 사이에 거울을 꺼내든 탄소가 다시 한 번 태형을 향한 인사를 한창 연습하고 있던 중이었다.
"개또라이네."
그것을 본 윤기가 고개까지 끄덕이며 탄소를 개또라이라고 단정지을 즈음, 자신의 주머니에서 신나게 울리고 있는 핸드폰의 진동을 감지한 탄소가 거울을 집어넣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헉."
"……."
"헉!"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연신 헉!하는 감탄사만 내뱉는 탄소였다. 그도 그럴게, 무려 태형님의 번호였다. 벌써 '태형이'라는 이름으로 저장까지 마친 탄소의 화면엔 정말로 태형의 번호가 -실은 윤기.- 박혀있었다.
'"큼큼! 아아!"
목을 다듬던 탄소가 이내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 손가락을 슥 움직였다. 울리던 진동은 더이상 울리지 않고, 탄소는 떨리는 마음을 뒤로한 채 핸드폰을 자신의 귀로 갖다댔다.
"……."
"…여보세요?"
"……."
"…태형아?"
전화를 받았건만,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탄소의 머릿속엔 물음표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을 바라보던 윤기의 표정은 가히, 인생 최고로 즐거워보이는 웃음을 가득 띄운 채였다. 미련없이 전화를 뚝 끊어버린 윤기가 자신의 잠자리에서 내려왔다. 땅에 닿은 윤기의 발걸음이 끊어져버린 핸드폰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탄소에게로 가까워졌다.
"야."
"……."
"2학년 3반 김탄소?"
자신을 부르는 낮은 음성에 끊어져버린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던 탄소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근데 왠 처음보는 남자가 서있었다. 처음 보는 것은 맞지만, 모를리 없는 얼굴. 전교에서 유명한 양아치 민윤기를 단번에 알아본 탄소가 다른 의미로 헉! 소리를 내며 입을 벌렸다.
"김태형 기달려?"
"응… 어? 뭐?"
"김태형 기다리냐고. 초콜릿 줬잖아, 걔한테."
"……."
"미안한데 김태형은 2학년 4반 10번이 아니라, 9번이야."
"……."
"초콜릿 맛있더라. 태형 I Love U만 없었으면 딱인데."
바야흐로 움츠리던 꽃들이 하나, 둘 만개하기 시작한 3월, 프리한 18세 양아치와 사냥감 김탄소가 엮이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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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 잠깐 썰 풀듯이 올렸는데 반응이 생각치도 못하게 좋았어서 글잡에..! 오게되었습니다
양아치 윤기의 적극적인 추파를 기대해주세용
두근두근 나도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
잘부탁드려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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