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도 더 된 이야기이지만,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서울로 이사 오기 전까지 촌구석에서 살았다. 흔히 깡촌이라고들 말하는 곳. 비가 쏟아지게 내릴 때면 천장에 생채기처럼 숨어 있던 구멍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집, 부서진 다리 아래 잿빛 물결이 꼭 본 적도 없는 바다처럼 깊어 보이던 강, 연탄 피우는 냄새가 매캐하게 올라오고 밤이 되면 욕설이 낭자하며 술에 잔뜩 취해 걸쭉한 웃음소리와 그를 잇는 울음소리가 들려오던 곳. 나는 내가 사는 곳이 세상의 끝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깡촌을 찾아오는 외부인이라곤 볼 수조차 없었고 깡촌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팔리지도 않는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멀건 흙먼지를 뒤집어 쓰도록 길바닥 위에 늘어놓았고, 아이들은 쌕쌕이며 가쁜 기침을 해댔다. 나는 그곳에서 자랐다.
내가 살던 동네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던 남자아이가 있었다. 남자아이라고 하기엔 나보다 나이는 많았으니, 나에겐 오빠였다. 평범이란 말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긴 했다.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은 어쩔 땐 제 이름 대신 떠돌이라는 조롱 섞인 단어로 더 자주 불렸다. 차라리 이름을 모르면 몰랐지, 심지어는 굳이 떠돌이라는 사족을 덧붙이지 않아도 하고 다니는 행색만 설명하면 사람들은 누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알아챘다. 여름이면 겨울에나 입을 두꺼운 코트나 잠바를 입고, 겨울이면 얇은 셔츠를 입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사람이었다. 물론 그렇게나 의아한 옷차림을 하고 쏘다니는 것은 가끔 가다 있는 일이었지만.
사람들은 오빠가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빠는 미쳤다고 하면 대다수가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멀었다. 나는 '바보 같은 떠돌이'라는 오빠에 대한 입소문에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말이 안 통하는 것도 아니었고, 어린 아이처럼 툭하면 울음을 터뜨린 채 동네를 방랑하는 것도 아니었다. 동네 사람들 중 오빠가 사는 집을 아는 이는 없었다. 그 오빠는 하루의 대부분을 밖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오빠를 향한 사람들의 삐딱한 시선은 오빠를 더욱 수상하게 만드는 듯했다.
이름은 김태형.
나이는 열아홉이었나.
오빠가 존재하는 기억 속, 그 시절의 난 열다섯.
-
오빠를 동네 사람들은 형아, 형아 하고 불렀다. 이름의 뒷글자를 따서 불러 준 것이었다. 나는 오빠의 이름이 퍽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빠는 종종 '강덕이'로 불리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오빠를 왜 그렇게 부르는 것인지 모르는 난 강덕이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장이 열리는 날이면 이 가게, 저 가게 다니며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던 오빠에게 동네 어른들은 자잘한 먹을거리들을 오빠의 손에 꼭 쥐어 주고는, "아이고, 형이 왔나?" 여름이면, "형이 안 듭나?" 겨울이면, "형이 안 춥나?" 하며 반겨 주고 있었다. 조금은 우스웠다. 뒤에선 오빠에 대해 함부로 말할 사람들이었다. 엄마와 장에 갈 때면 나는 매번 치마나 구두 따위를 사달라고 졸라댔다. 깡촌에선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 때였으며 그 시절의 나는 철이 없었다면 없었다. 왜 그리도 무턱대고 졸라댔냐 묻는다면 그 무렵은 한창 예뻐 보이고 싶을 때니까, 하고 변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깡촌에서 누구에게 그리 예뻐 보이고 싶었던 건지. 엄마 손을 꼭 잡고 흔들어 보이며 조르고 있을 때면 어느샌가 태형이 오빠가 한 걸음 다가와서는.
"아줌마, 오늘은 애기랑 오신 깁니꺼?"
"하도 나오고 싶어해서 함 데리고 왔다이가."
"애기 맛난 거 많이 좀 사 주이소."
곳곳에서 뿌연 연기가 올라오던 가게 사이로 빙글빙글 도는 나를 따라오며 말을 걸었다. 신기하다면 신기할 것이 하나 있었는데, 태형이 오빠는 우리 지역과 다른 지역의 사투리는 물론 때때로 서울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아마 나는 서울말을 오빠에게서 처음 들었을 것이다. 그 말씨를 어디서 듣고 그리 능숙하게 사용했는진 여전히 모르겠지만. 어른들이 오빠를 알다가도 모를 놈-, 이라 하던 것이 조금은 이해될 것 같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중학교 2학년은 어린 애 취급이 질리기 시작할 나이였다. 남들의 눈에 그저 어리게만 보여도 어른이 되고 싶었던 사춘기 소녀는 아이 취급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귀엽다는 말보단 성숙하다는 말을 듣고 싶던 것 같다. 그런데도 그 오빠는 매번 나를 마주칠 때마다 애기, 애기. 어쩌면 저를 마냥 귀여워하며 애기라고만 부르는 오빠에게 괜한 오기가 생겨 그의 앞에선 어린 티를 더욱 벗으려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 애기 왔나?"
"애기 뭐 먹고 싶나, 오빠가 맛있는 거 줄까?"
"애기 왔네."
살짝 부끄러웠기도 하고.
엄마는 다른 사람에게 정을 주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릴 볼 때마다 따라다니며 말을 붙이던 오빠만은 늘 반갑게 맞아 주었고, 엄마 손에 들린 봉투 속 뭐가 들었냐고 묻는 등 시덥잖은 오빠의 물음에 대답도 곧잘 해 주셨다. 쌀쌀맞은 엄마였지만 태형이 오빠를 마주칠 때면 냉정은 온데간데없는 사람이 되었다. 오빠를 향한 한 가닥의 연민이었다. 가끔은 오빠에게 돈도 조금 쥐어 준 뒤 빙그레 웃으시곤 했다. 그러면 오빠도 똑같이 환하게 웃어 보이며 꾸벅 인사하고, 결국엔 내 작은 손바닥 안에 받은 돈을 도로 쥐어 주며 속삭였다.
"엄마 몰래 와서 사탕이라도 사 먹어라."
그런 오빠를 힐끔 보고선, 쏜살같이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럼 오빠도 멀어지는 내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그제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오빠에게선 가끔 옅은 담배 냄새가 났다. 오빠의 옷깃에 배어든 그 묘한 냄새의 정체가 담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 냄새가 아빠에게서 맡은 냄새와 같은 것임을 눈치챘을 때였다. 아빠가 동네의 아저씨들과 한바탕 술판을 벌이고 왔을 때 집 안에 술 냄새와 함께 절어들던 그 독한 향 말이다. 그러나 분명히 같은 향임에도 불구하고 오빠에게서 어렴풋이 나던 담배 냄새는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늘 같은 장소를 서성이는 오빠에게, "오빠는 학교 안 가?" 라고 넌지시 물으면 말 없이 그 담배 냄새처럼 옅은 웃음만 내비쳤다. 적어도 나를 바라보는 오빠의 입가엔 늘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나는 둑 아래의 안개꽃밭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오빠도 내가 그곳을 자주 찾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어김없이 둑 아래로 갔다. 바람에 하얗게 일어 넘실거리는 안개꽃 속에 들어가면 저기 날 따라 들어온 오빠도 보였다, 사라졌다 하며 넘실. 그래, 안개꽃 속 오빠는 환각 같았다. 꼭 안개처럼, 손을 뻗으면 사라질 것처럼. 그때까지만 해도 어린 마음에 이상한 소문이 따라다니던 태형이 오빠는 어딘지 무섭게 느껴졌다. 오빠가 해코지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내게 보이는 관심과 작은 호의들에 고맙다는 마음이 들기보다는 이유를 먼저 묻고 싶었다.
-
원래 내가 장에 가고 싶어하던 이유엔 엄마에게 떼를 써 얻게 되는 새 구두 말고도 장터 구석 길가에 매일같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동네 또래 친구들이 있었다. 깡촌에 놀거리 따위 있을 리 없었다. 외동이었던 나는 엄마아빠가 멀리 공장에 가고 나면 널브러진 이불 위를 뒤척거리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혼자는 싫었고, 놀거리라곤 동네 아이들과 하는 고무줄 놀이나 공기 놀이가 다였다. 매일 똑같은 놀이를 해도 그땐 그것들이 나의 세상에선 가장 재미있는 놀이였다. 나를 비롯해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아이들이라면 모두가 같았을 것이다.
그게 그렇게 재밌어서, 그래서 왔던 건데. 오빠는 나의 세상을 망가뜨렸다. 건넛집의 앞뜰에 수선화가 필 무렵, 난 내가 아이들과 놀고 있으면 여느 때처럼 슬그머니 옆에 다가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던 오빠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서야 우리들이 뿔뿔이 흩어지던 오후에, 집에 돌아가며 춥다는 혼잣말을 작게 중얼거리는 내게 제 외투를 조용히 건네주었다. 딱히 오가는 대화는 없었지만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나서야 뒤를 돌았다. 오빠는 언제나 그랬다. 처음부터 오빠에게 온 신경이 쏠리던 것은 아니었다. 어느샌가 내가 밖에 나오는 일은 그 아이들과 노는 것보단 늦은 저녁까지 항상 내 곁에 있어 주던 태형이 오빠를 보러 오는 일이 되었다. 오빠는 천천히 나의 세상을 잠식해나갔다.
나는 더 이상 오빠가 무섭지 않았다.
학교를 마치면 곧바로 가방을 내팽개치고 나와 오빠를 만날 수 있는 길로 향했다. 그저 이 길에 나와 가만가만 날 기다려 주는 오빠를 보고 싶은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있었다. 장소는 항상 같았다. 오빠와는 고무줄 놀이도, 공기 놀이도 하지 않았지만 따분하지 않았다. 그냥, 이유 없이 보고 싶었다.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태형이 오빠는 늘 나보다 먼저 길가에 나와 있었다. 우리의 사이에 반갑다는 인사는 없었다. 인사는 커녕, 오빠를 만나면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 마음에 눈 한 번 제대로 맞춰보지 못했다. 그런 나를 보며 오빠 역시 미소를 띄운 채 손을 흔들어 주는 것으로 안녕이란 말을 대신했다.
"애기 강아지 좋아하나."
"...무서운데, 강아지는."
"얘 좀 봐라. 이쁘다, 니 닮은 게."
아, 강아지를 처음 안아본 것도 오빠 덕분이었다. 날이 좋던 어느 오후였을 것이다. 오빠는 나와 달리 길에서 마주치는 강아지들을 거리낌없이 안아 들었다. 자주 있는 일인 듯 익숙해 보이는 그 모습을 멀찍이 바라만 보는 나를 돌아보며 손짓했다. 안아봐라, 임마는 순하다. 무서운 마음을 아주 떨쳐내지 못해 주저하다 낑낑대는 강아지를 겨우 내 품에 안았다. 처음으로 안아본 강아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가만히 강아지를 쓰다듬는 서툰 나의 손길을 바라보는 오빠의 눈빛도 한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오빠는 늘 나를 따라왔다.
이유도 없이.
나를.
유독 추위가 매섭던 중학교 3학년의 겨울방학까지 오빠와 함께 있는 것은 당연한 나의 일과였다.
동네 아이들은 언제부턴가 오빠와 내내 붙어 있는 나를 뾰족한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오빠의 존재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듯 보였다. 저들끼리 오빠를 마주치면 어떻게 골탕을 먹일지 히히덕대며 궁리하는 꼴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나더러 들으라는 듯 ㅇㅇ도 강덕이처럼 바보라며 놀렸고, 놀림은 곧 따돌림으로 이어졌다. 늘 따돌림의 원인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기 마련이었다. 내가 태형이 오빠와 어울린다는 사실이 그 아이들 딴엔 이유라면 이유였다. 나는 오빠가 무섭다거나 싫지 않았다. 다만,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무섭고 싫었다. 오빠는 그 아이들의 생각처럼 바보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빠는 이 동네 안에서만큼은 눈이 가고 불쌍한 사람으로 통했다.
어느 날, 골목을 통해 집으로 돌아가던 길 위에서 마주친 짓궂은 같은 반 남자아이 둘이 날 밀쳐 넘어뜨리고 상처에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을 보며 비웃었다. 그 아이들은 꼭 어릴 적 그림책 속에서 본 험상궂은 악당들처럼 보였다. 무슨 이유로 나를 밀쳐낸 것인지 알 수 없어 인상을 찡그리며 손바닥에 묻은 모래를 털어냈다. 크고 작은 모래자갈이 깔린 길바닥 위로 쓸리는 것은 생각보다 아팠다. 우리 집 천장에 난 구멍처럼 내 무릎에도 생채기가 나버린다.
"ㅇㅇㅇ 니는 강덕이 형이랑 결혼도 할 거제? 맞제?"
"남수가 그랬다. 니랑 강덕이랑 신랑신부 할 거라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지만, 그동안 참아오던 눈물이 왈칵 터졌다. 핏방울이 맺히는 무릎을 감싸기보다는 눈가를 훔치기에 급급했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마구 소매로 닦아내면서도 이 눈물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고작 상처가 아파서 우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다, 그런 오빠랑 내가 왜 결혼을 해!"
태형이 오빠는 저 아이들이 놀릴 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난 마음 속 한 구석에 위태롭게 서 있던 오빠를 벼랑 끝으로 밀어냈다. 부끄러웠다, 오빠가.
"니네 왜 ㅇㅇ 괴롭히노."
오빠의 낮은 목소리가 그날처럼 낯설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보는 오빠의 모습이 낯선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그 둘 역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오빠를 마음 속에서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오빠는 번번이도 눈앞에 나타났다. 난 정말 마법처럼 나타나는 오빠가 환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초점을 잃어 얼어붙은 눈빛으로 둘을 내려다보는 태형이 오빠의 말 한 마디에 날 놀리던 아이들은 조용해지고, 결국 울음이 터져선 냅다 집으로 달려갔다. 한순간의 일이었다.
날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내민 오빠의 손을 보고 머뭇거리다 끝내 그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손을 잡지 않자 조심스레 무릎을 굽혀 더 가까이 손을 내미는 오빠로부터 뒷걸음질치다 나 역시 도망쳐버렸다. 울며 달리는 내 모습이 조금 전 그 아이들과 겹쳐 보였다. 그토록 울 만큼 무릎이 아팠다면 난 뛸 수 없었을 것이다. 정말 무릎이 깨져서 우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도 내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을 오빠의 공허한 얼굴이 자꾸만 눈앞을 흐렸다. 내 자신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미워지기 시작했다. 방금 내가 한 '그런 오빠'라는 말, 분명히 들었을 거야.
그 뒤의 이야기는 썩 좋지 않다.
-
울며 달아났던 그 아이들은 태형이 오빠가 사실은 엄청 무서운 형이었다는 말을 떠벌리고 다녔다. ㅇㅇ와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윽박질러 겁을 줬다는, 오직 나만 믿지 않을 나쁜 거짓말로 부모님께 일러바친 듯 했다. '이상한 사람'이라는 사람들의 경계 어린 시선을 품고 있던 오빠에겐 그 이야기가 이 좁은 동네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오빠는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고, 화를 낸다 해도 이유 없이 얼굴을 붉힐 사람이 아닌데.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것인지 이미 엄마는 내가 매일같이 오빠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엄마는 누구에게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오셨는지 내게 조용히 말씀하셨다. 태형이랑 가까이 하지 말아라, 하고. 오빠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내 말은 들은 체조차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내가 거짓말을 한다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동네 사람들은 오빠를 '가만히 있던 아이들을 울린 정신병자'라고 수근대며 탐탁지 않게 여겼다. 나는 며칠 동안 외출을 금지당하기까지 했다. 태형이 오빠를 만나는 일은 그만두라는 의미였다. 가슴 속에선 너도 태형이를 멀리하라는 엄마의 당부에 반항심이 들고, 급기야 미움이란 검은 감정까지 싹트고 말았다. 그런 거짓말을 믿는 동네 사람들도 엄마도 싫었다. 오빠는 바보가 아니니 사람들이 바보가 아닐까.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내려앉던 초저녁에 무작정 집을 뛰쳐나온 것은 꽤나 충동적이었다. 내가 갈 곳은 뻔했다. 굳이 목적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하지 않아도 내 발은 절로 장터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오빠를 만나야만 했다.
용돈은 넉넉하지 못했다. 초저녁부터 무작정 나와 밖에 있으려니 입맛이 없단 핑계로 도시락도 먹지 않았던 내게 먹음직스러운 냄새들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마땅히 가진 것도 없이 서성이다 가게 앞에 진열해둔 빵들 앞에 멈췄다. 장에서 파는 빵은 엄마와 함께 온 날에나 먹을 수 있던 것이었다.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 다시 집에 들어가는 것은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이었다. 군침만 삼키고 있는 내 옆에 여전히 환각 같은 누군가가 다가와 섰다.
"이거 먹고 싶구나."
며칠 만이었나, 그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우물쭈물 서 있으니 오빠가 내 손을 끌어 제 뒤로 당기고 진열대 뒤에 선 아저씨에게 끝이 조금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세 개만 주이소."
주머니에서 100원짜리, 500원짜리가 섞인 동전들을 한꺼번에 꺼내 건네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우두커니 서서 나를 내려다봤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여전히 부드러웠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작다면 작았지, 크지는 않았던 나에게 오빠의 눈은 한참 위에 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달아오른 얼굴을 찬찬히 훑는 시선이 느껴져 손에 들린 빵에만 시선을 고정하니 오빠도 진열된 빵들 사이로 퍼지는 뿌연 수증기로 초점 없는 눈을 옮겼다.
멍하니 서 있는 오빠를 조심스레 이끌고 도착한 곳은 아이들도 해가 져서 집으로 돌아가 아무도 없는 텅 빈 길가였다. 나란히 낮은 돌계단 위에 앉아 올려다보는 하늘은 파랗지도, 그리 검지도 않은 오묘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문득 오빠의 마른 손등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오빠는 배고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작은 목소리로 고마워, 하며 아직 김이 채 가시지 않은 갈색 봉투에서 빵을 하나 꺼내 오빠의 눈치를 살폈다. 난 됐다, 씩 웃는다.
주홍색 불빛 아래로 오빠의 옆얼굴이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어두웠지만 오빠의 얼굴만은 밝게도 보였다. 흐릿한 불빛 아래서 그 조그마한 얼굴이 밝게 보이는 것도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그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같은 눈높이로 오빠의 얼굴을 담은 것은 처음이었다. 군데군데 옅은 상처도 조금 새겨져 있던 그 얼굴.
내가 다 먹을 때까지 한참을 옆에서 가만히 기다리다, 이윽고 빵 봉투가 비워지자 조금 다급한 목소리로 뜬금없게도 나더러 거기 서 있으라 했다. 내가 여기서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가라는 말과 함께. 그 뒤 오빠는 주춤주춤 일어나 이윽고 멀어졌다. 이번엔 정말 손을 뻗으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때는 오빠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몰랐다. 덧없는 시간이 흐르고 돌이켜보니, 저와 어울려 눈초리를 받고 있던 나를 위함이었다. 결국엔 나를 위해서 따로 돌아가자는 것이었음을, 그의 조용한 다정함을 너무도 뒤늦게 깨달아버렸다.
그 날 밤 집에 돌아가자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냐며 무작정 큰 소리로 캐묻는 엄마가 여전히 미웠다. 나더러 답답한 집구석에 갇혀 있으란 것도 아니고. 그저 당장 눈 앞에서 나를 가로막고 추궁하려드는 엄마를 향한 반감만 들 뿐이었다. 그래, 오빠를 만나고 왔다는 사실은 숨길 생각이었다. 그러나 홧김에 사실대로 태형이 오빠와 같이 있었다 고백했고, 난 처음으로 엄마에게 맞았다. 고개와 함께 돌아간 뺨이 그렇게 얼얼할 줄은 몰랐다. 정말로, 두 번 다신 오빠와 함께 있을 수 없을 것이라 하셨다. 결국 다친 것은 부어오른 왼쪽 뺨이 아니라 마구 찢겨진 가슴이었다.
-
거울 속 벌건 뺨을 보며 괴로워하던 날 뒤로 나는 엄마를 따라 장터에 나와 오빠를 만나도, 눈이 마주쳐도 고개를 떨궜다. 내가 먼저 오빠를 피했다. 내게서 쉬이 떨어지지 않던 그 눈은 아팠다. 잠깐 눈이 마주쳤을 때 스친 오빠는 내게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어느 날, 그렇게 내가 계속 오빠를 피하던 어느 날이었다. 엄마와 꽃집 앞의 분꽃을 구경하던 내 손목을 턱, 붙잡는 손길이 있었다. 깜짝 놀란 내가 뒤를 돌아보자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태형이 오빠가 서 있었다. 오빠를 본 내 눈은 혼란으로 가득찼다. 엄마도 화들짝 놀라 내 손목에 감긴 오빠의 손을 내리쳤다. 계속해서 아프게 내리치는데도 잡고 있는 손목을 놓진 않았다. 엄마는 다짜고짜 오빠를 내리치던 손을 내 어깨로 옮기며 소리치셨다. 그동안 무슨 짓을 하고 다녔던 거냐고, 정말 동네 사람들 우스갯소리처럼 강덕이랑 결혼이라도 할 생각이냐고.
"애기 아픕니더, 때리지 마이소."
만류하는 오빠의 말을 들은 엄마는 오빠를 매섭게 쏘아보며 뿌리쳤다. 니 ㅇㅇ랑 말도 섞지 마라. 엄마는 멍하니 서 있는 나를 이끌고 화난 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돌아갔다. 그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유난히 길었다. 먹구름이 잔뜩 껴 별도 달도 가려진 볼품없는 하늘이었다. 오빠와 보는 하늘은 항상 별로 촘촘히 수놓여져 있었는데. 도착한 집에 무거운 공기만 흐르던 중, 체념한 목소리로 엄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사 간다."
"......응?"
"니 아버지 아프다 카더라. 이런 시골에선 고칠 수 있는 병도 아니라드만, 서울로 가야 한단다."
말끝을 흐리고 조용히 흐느끼는 엄마를 보자, 떨어지려던 입술이 굳게 닫혀버렸다.
"내도 안다, 태형이 금마 나쁜 놈 아니라는 거."
-
이웃집 경은이네 아빠가 가는 길의 중간까지 태워다 주겠다며 트럭에 시동을 거셨다. 트럭 뒤에 쌓인 짐들이 덜컹거렸다. 벌써부터 멀미가 나는 기분이었다. 이사를 한다는 깜짝 놀랄 선언을 들은 날 이후로, 난 또 다시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에 따라 오빠를 볼 수도 없었다. 이따금 학교 친구들로부터 "그제 니 집 앞에 찾아갔는데, 니네 엄마가 쫓아내셨다." 하는 오빠에 대한 소식을 간간히 몇 번 전해 듣기만 했을 뿐. 오빠가 나를 찾았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이고, 우리 ㅇㅇ 예쁘네."
나름의 기념이라는 명분 하에 장터에서 샀던 원피스와 아끼는 구두를 신고, 엄마에겐 마지막으로 동네 한 바퀴만 돌고 오겠다는 말을 전했다. 후딱 갔다 오그래이! 파란 트럭 위로 짐들을 마저 묶어 실으며 나를 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와 이래 무겁노, 어깨를 주무르며 중얼거리는 엄마를 힐끔 돌아보고 발을 떼었다. 많이 정들어버린 이곳을 걸으며 보이는 것들을 눈에 담았다. 기억은 언제나 추억이란 이름으로 미화된다. 떠나고 싶었던 곳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했으나 막상 정말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날 무의식적으로 장터 거리에 갔던 것은 간절히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바람에서 유래됐으리라. 나도 모르게 향하는 발걸음마다 그 누군가를 눈으로 좇으며 찾고 있었다. 무언가를 태우는 냄새가 어렴풋이 맴도는 조용한 길로 들어서 한참을 걷다, 곁눈질로 저 앞의 땅에 긴 그림자가 지는 것이 보였다.
"애기 가나."
"......!"
비로소 내가 왜 이 길을 찾아왔는지, 간절히 만나기를 바랐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깨달았다.
"ㅇㅇ야."
"……."
"가나, 이제."
그림자의 주인공은 태형이 오빠였다. 느릿하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옷 이쁘다. 보고 싶었던 오빠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린다. 나도 오빠를 따라서 작게 웃었다. 웃을 일은 그 무엇도 없었지만. 저 앞에 서 있던 오빠가 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망설임 없이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는, 일렁이는 눈으로 내 머리 위에 큰 손을 얹었다. 오빠 손이 이렇게 컸었나. 머리 위로 손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끝이 퍽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고선 반대손으로 점퍼 주머니를 잠시 뒤적이는데, 갈색 봉투를 꺼내 슥 건넸다.
"갈 때 먹어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이었다. 오늘 가는 건 어떻게 안 것일까. 손에 전해오는 종이 봉투의 온도로 보아 산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보였다. 봉투에서 공중으로 피어오르다 맥없이 흩어지는 허연 김을 잠깐 올려다보던 중, 내게로 향한 오빠의 두 눈이 들어오자 난데없이 시야가 흐려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우는 모습을 보이는 건 한 번으로 족했다. 오빠에게서 한 걸음 떨어지려 뒤로 돌자 오빠는 등 뒤로 나를 와락, 껴안았다.
오빠의 어깨가 작게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끼쳐오는 담배 냄새가 짙었다. 나 이제 가야 되는데, 차오르는 눈물에 짓눌려 엉망이 된 목소리로 오빠를 밀어내보려 했지만 오빠의 품은 참 아득하고 단호하게도 나를 감쌌다. 결국 엉엉 소리를 내며 그대로 안겨 있었다. 언젠가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포옹하자 화면이 느리게 흘러가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순간만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오빠와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어느새 원피스에 붙어 있던 브로치가 떨어진 것도 알지 못했다. 나 역시 울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오빠는 나를 더 세게 끌어안고. 계속, 그렇게.
그토록 아끼던 구두엔 크고 작은 눈물 방울이 떨어지고, 내 어깨엔 여전히 오빠의 팔이 감겨 있었다. 한참을 말 없이 안겨 있던 중 멀리서 누군가가 두런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인기척에 오빠가 나를 끌어안고 있던 팔에 조금 힘을 풀었던 그때, 난 마지막으로 오빠에게서 달아났다. 아직 어깨에 오빠의 손이 닿아 있는 것 같았다. 난 늘 작별 인사도 없이 일방적으로 오빠를 떠나보냈다. 늘 나의 뒷모습만 지켜보던 것도 오빠였다. 나는 끝까지 매정했다. 다시는 오빠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쯤은 눈을 감고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내가 본 오빠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나중에서야 우연히 엄마와 옛 동네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태형이 오빠의 이야기가 있다. 오빠의 어머니는 오빠가 어릴 때 돌아가셨다고 했다. 어릴 적 의문이던 것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왜 '강덕이'로 불렸냐면 강해지라고, 덕이 많은 아이라고. 그래서 강덕이라고. 어머니께서 오빠에게 붙여 준 태명이었단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였을까, 홀로 남아 오빠를 기르시던 오빠네 아버지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다. 그렇게 오빠는 혼자가 되었다. 곁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된 태형이 오빠 역시 충격으로 찾아온 자폐에 정신이 불안정해진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오빠는 벌레도, 귀신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했다. 오빠에게 있어 유일하게 두려운 것은 외로움이었다. 오빠가 밖을 그렇게 나돌아다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오빠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답답해진 가슴 속은 걷잡을 수 없이 쓰려왔다. 꽤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나를 자책하기도 했다. 왜 그 시절의 나는 어렸을까. 왜 오빠를 조금 더 이해하고 보듬어 주지 못했을까. 지금의 나라면 그 시절의 오빠를 안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그렇고 그런, 옛날 이야기가 돼버렸지만.
나는 태형이 오빠가 정말 이름 모를 나라의 왕자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 속 개구리 왕자처럼, 어느 날 멋진 옷을 입고 내 앞에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그 상상 속에서 늘 오빠의 공주님은 나였다. 시간이 흘러 처음으로 사귄 남자친구에게 선물받은 꽃다발에 자잘하게 섞인 안개꽃을 보고 넘실거리는 안개꽃밭 속 오빠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안개꽃은 오빠를 떠올리기에 가장 이상적인 대상이었다.
뭘 하고 지내는지, 살아는 있을지 모든 게 미지수였다. 오빠가 사 줬던 빵과 똑같은 빵을 먹어봐도 그때처럼 맛있진 않았다. 이젠 옛날 사춘기 시절의 흔한 기억으로 묻어둬야겠지. 오빠나, 이 기억들이나.
생각해 보니, 오빠는 나의 첫사랑이었다.
***
더보기 |
* 재업로드 글입니다.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17/13/bcf2a49b3ff22efcb61a11976c950332.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15/17/a109727e0a0a6ebf7b63a5d898592c70.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7/20/2/3ab293f3ee438b3f2b62d05fb3e2e43a.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8/19/20/8f090beaa625794214913d10586e2a3e.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22/20/c642bf6a3fec1998632fc8750590e429.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20/12/3c464da6db0387cbf626ed24f9c4f3d5.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22/20/0b3b95b64815363dcba0b860ef949a18.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22/21/53d3265a5c3003fd3a0baeac2f00d307.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8/17/0/1843e55258ddd5fa70aa4668087c07ea.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11/07/22/b37cbbf379e31014085e35c0dc829e2f.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17/15/8933925e520217e0005542db3d27e2de.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17/15/c6cc9a528944d42dff5b824774c908e8.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20/12/e80758401b7ea3d223cd3792efb8ffb7.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8/18/0/731adddeb09624ea30089dabba5bab59.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17/15/747bc900de55fe5ac20ef64b8060efb2.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9/30/16/50ab45ecbab24eae4bd2724d9e4ef8a9.gif)
![[방탄소년단/김태형] 그때, 이상한 오빠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20/16/632c104b1783bd6745a344ebfe1348dc.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