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오랜만이야 징어 몰래 얘 아이디로 와봤어
사실 얘가 단순해서 아이디니 비밀번호니 그거 아니면 그거야. 지 집에 도둑들어도 모를거다 걘
세상에 그런데 그런애가 결혼을 했다니.... 진짜 처음엔 그 얘기듣고 비웃었는데 애가 지 반지도 아끼고 나한테 자랑도 하는데 얘도 시집을 가긴 가구나...싶더라
결혼한다는데 괜히 내가 시원섭섭했어. 친하던 친구가 시집가는건데도 저거 잘하려나..싶고 괜히 걔 엄마된것 같고ㅋㅋㅋㅋㅋ
"와, 오징어..진짜.. 오빠, 이것봐요"
"응? 뭔데?"
"얘 드레스입고 이거, 쌍으로 염장지르는거지?"
"...와, 김종인 입이 어디까지 걸린거야"
"...오징어도 마찬가지네"
오빠랑 둘이서 카페에서 시간보내는데 오징어는 웨딩촬영하러 간건지 프로필 사진에 떡하니 지 드레스입고 부장님이랑 찍은사진 올려뒀더라
내가 이것보라면서, 휴대폰 던지면서 짜증내니까 오빠도 빤히 보다가 픽 웃으면서 부장님 입이 찢어진다고 막 놀리는데, 괜히 내가 기분이 이상한거야
나도 사실 별로 결혼에 대한 생각도 깊게 하는 사람은 아니였고, 그냥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다 언젠간 하게 되는거라 생각했는데.
심지어는 꼭 해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막상 친구가 결혼하는거 보니까 부러워지는거야
게다가 부장님은 오빠랑 동갑이고, 징어도 나랑 동갑이니까 상황이 더 비교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
"...부럽다..."
"...뭐가, 결혼하는게?"
"그럼 얘 드레스 입은게 부럽겠어요? 내가 더 예쁠걸?"
"에이, 징어씨도 예쁜데 뭐. 둘 다 예쁘지"
"...이럴땐 좀 그냥 여자친구 예쁘다 하면 안되나?"
"...당연히 수정이가 더 예쁘지"
"...치, 그래서 언제할건데요 우린?"
"뭐가?"
"결혼 언제 할거냐고"
다시 휴대폰들고 징어 사진보면서 부럽다고 하니까 머리 넘겨주면서 뭐가, 결혼하는게? 하길래 내가 설마 드레스 입은게 부럽겠냐고 하니까 둘다 예쁘다고 하는거야
항상 저런식으로 내 편들기 보다는 상대방도 같이 칭찬하는편이라 내가 맨날 뭐라했는데, 역시나 그러길래 째려보니까 눈치보면서 당연히 내가 더 예쁘다고 해주더라
내가 커피마시면서 그래서 우리는 결혼 언제할거냐고 아무렇지 않게 물으니까 당황하면서 되묻는거야
순간 당황한거 보니까 아, 결혼할 생각 없었구나. 싶은데, 계속 내가 응? 언제할거냐고. 하는데도 대답 선뜻 못하길래 진짜 그런가 싶어서 서운해졌어
"...나랑 결혼 안할거예요?"
".....해..해야지"
"근데 왜 대답을 똑바로 못해"
".........."
"...아무리 생각 안해봤어도..아니 진짜 생각 안해봤어요?"
"........."
"...진짜, 이건 좀 서운하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잖아"
"그래서, 나랑 결혼하기 싫다. 이거예요? 나 안사랑해?"
"...그 얘기가 왜 나와. 그게 사랑하는거랑 무슨 상관.."
"그럼 결혼은 하기 싫으면서 나 잡아두겠다는거잖아"
"......그게 아니라...."
"...진짜 이기적이다"
안 그래도 제일 친한친구 결혼한다고 해서 기분 묘했는데 애인이 나와의 미래를 그려본적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게 몇배는 더 서운하게 들렸어
나도 모르게 쏘아붙이면서 화내는데 어쩔줄 몰라하면서 변명도 제대로 안하는게 더 짜증났어. 어쩌자는거야, 지금
오빠가 나이가 적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엄청 어린것도 아니고. 아무리 결혼이 현실이라도 이럴땐 빈말이라도 응, 하자. 해줄수 있는건 아닌지
사실 사귀면서도 맨날 내가 더 표현하고, 내가 더 안달난것 같아서 심지어 내가 먼저 고백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저런태도에 억눌렀던게 같이 터졌던것 같아
내가 아무말이 없어지니까 오빠도 아무말 안하다가 "미안해" 하는데 그 상황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더 짜증나게 들리는거야
"뭐가 미안한데"
"...그냥, 다..."
"미안해. 우리 결혼하지 말자. 근데 연애는 계속해? 이거야?"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요"
"...그만하자"
"뭘 그만해요.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이 문제 피하면서 살거야?"
"........"
"나는 그렇게 피하면서 살기싫어. 나는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고. 하고싶은거 많아"
"........."
"근데 그쪽은 그거 아니잖아. 그럼 다른남자 찾으러 다녀도 되?"
"야"
"...아니다, 오빠 진짜 나 사랑하긴 해?"
"....당연하.."
"거짓말"
카페에서 누가 보든지 말든지 언성을 높였어. 감정이 터져서 결국엔 눈물 눈에 고여선 나 사랑하긴 하냐고 하는데 당연하다고 대답하는거 막고 거짓말이라했어
그러니까 아무말 없어지더라. 답답한 태도에 결국엔 울면서 맨날 만나자고 하는게 누구냐고, 맨날 애정표현하는건 누구냐고 말하니까 어쩔줄 몰라하더라
내가 필터링도 안되고 나랑 왜 만나냐고, 뭐가 필요하냐고, 차라리 몸이 필요하면 그 얼굴로 다른 여자 잡으라고 말하니까 순식간에 표정굳어지면서 야. 하고 내 말 막더라
"정수정. ...내가 잘못한건 맞는데, 말이 심한데?"
"..........."
"...내가 너 함부로 대한적 있어?"
"........."
"묻잖아, 지금. 내가 너 싫다는데 억지로 뭐 한 적이 있냐고"
".........."
"...내가 너 진짜 그렇게 대해주길 바래?"
".....짜증나"
"뭐?"
"먼저 갈게요"
내가 아무리 말이 함부로 나왔다지만 내가 바란 대답은 그게 아니잖아. 아니야, 당연히 사랑하지. 이런 말만 해줘도 금방풀릴건데, 그걸 왜 모르는지
내가 그런말까지 뱉어낸 이유는 생각안해주고 그냥 그 말에만 반응하는것 같아서 더 서운하고, 짜증났어
오빠 앞에서 우는것도 자존심 상해서 계속 흐르는 눈물 참아가며 눈에 눈물 고인채로 가방챙겨서 나가는데 잡지도 않더라
카페에서 나오자마자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보든말든 엉엉울면서 걸었어. 어느정도 걷고 나자 그제서야 휴대폰이 울리는데 그냥 꺼서 가방에 넣어버렸어
집에서 꽤 먼 거리였는데도 무슨정신인지 걷다보니 어느새 집 근처더라. 근처 편의점에서 술 엄청사서 집에 문 열고 들어서자마자 마시기 시작했어
다시 휴대폰 켰는데 온 연락은 많은데, 반갑지도 않고 마음이 풀리지도 않더라. 순간 버릇처럼 징어한테 전화하려고 했다가 결혼하는 애한테 무슨짓이야. 싶어서 관뒀어
"...어디가"
"회사 출근하는데요"
"....타, 같이 가야지"
"...싫어요, 혼자 갈래요"
"지금 버스타고 가면 지각해, 그냥 타"
새벽까지 술 마시다, 결국 아침에 버스 타고 갈 시간보단 조금 늦게 집 나섰는데 앞에 익숙한 차가 보이는거야
일부러 모르는척하고 가방정리하는척하면서 지나치는데 금방 뛰쳐나와서 나 잡더라. 자기 차 타고 같이 가자고 하는데 내가 팔 뿌리치면서 계속 잡으면 소리지를거라고 했어
한 번 째려보고 다시 걷는데 진짜 안 잡는거야. 더 서운해져서 괜히 한번 뒤돌아봤는데 오빠랑 눈 마주쳐서 흠칫했는데 아무렇지 않은척 하고 다시 걸어갔어
내가 어린애처럼 고집부리는건가. 아니, 말 한마디 바란게 잘못한건가. 우울하게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데 옆에서 차가 빵빵거리더라
"타, 빨리"
"........."
"김종인한테 깨질래?"
"........."
"....할말있어요"
깜짝 놀래서 보는데 오빠길래 다시 표정관리하니까 창문내려서 빨리 타라고 하는데 내가 그냥 앞만 보고 걸어가려하니까 다시 급하게 내려서 나 잡고 할말있다고 하는거야
나 보는 눈빛에 조금 풀려서 못이기는척 차에 타니까 다짜고짜 "어제 전화는 왜 안 받아" 하더라
그 말 들으니까 갑자기 맥이 풀리는거야. 애써 화해하려고 부른건 줄 알았는데 첫마디부터가 가시돋힌말투니까 결국 다시 싸울 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어
"받기 싫어서 안받은거예요"
"...걱정했잖아"
"내 걱정을 그쪽이 왜 해요"
"그쪽?....우리 아직 안헤어졌어"
"....아직?"
"........"
"아직이래, 와. 그럼 늘 나랑 헤어질 생각을 갖고 있었나 보네?"
"그런게 아니라, 말이 잘못 나온.."
"본심은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는거래요"
"..진짜, 진짜 아니야"
내가 일부러 거리 두려고 그 쪽이라는 단어 쓰니까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우리 아직 안헤어졌어. 하는데 아직이라는 말이 되게 헛웃음 나오게 하더라
내가 어이없어하면서 나랑 헤어질 마음 항상 있냐고 하니까 당황하면서 말이 잘못나온거라 하는데, 그냥 미워보였어
진짜 실망하기도 했고. 상처받은 눈빛으로 보니까 당황하면서 아니라고 손 내저으면서 변명하는데 내가 말 자르고 그래서, 할말이 이거예요? 하니까 조용해 지더라
"...미안해"
".....뭐가"
"...사랑하는데, 제대로 표현도 못해주고"
"......."
"말로만 잘하겠다고 하고...그런거"
"....또"
"어?"
"....결혼은?"
나한테 미안하다고, 표현도 잘 못해주고 말로만 잘하겠다고 한거 미안하다고 하는데 내가 결혼은? 하니까 다시 당황하는거야
그 태도에 풀릴려고 했던 마음이 다시 얼어붙는데 내 눈치 살피더니 급하게 결혼은, 신중하게..생각해보자 하더라. 그래서, 나랑 하겠다는거야, 안하겠다는거야?
확신없는 애매한 대답에 다시 마음이 심란해졌어. 제대로 화해못한 채로 회사에 갔는데 오징어가 눈치없이...아니, 걔가 잘못은 없지..아무튼 청첩장 나눠주는거야
펼처서 보는데 또 마음이 이상하더라. 물론 축하해주고, 잘 살기 바라는데. 완전한 내 진심은 아닌것 같았어. 부럽다는 마음이 더 컸기도 했고
애써 내 감정 숨기면서 밝게 징어한테 말하는데 애가 왜, 너도 결혼하면 되지. 하는데 순간 표정관리가 안되더라
"결혼? 듣고 있어요? 박찬열? 어? 나보고 결혼하래"
"...결혼 축하헤요"
"네, 네. 박대리님도 같이 꼭 오세요"
"오빠, 나보고 결혼하래. 결혼은 혼자하는것도 아닌데, 그쵸?"
"...수정아, 내가 말했잖..."
"...알아요, 알아. 또 싸우기 싫어요. 그냥 일해요. 내가 오빠 얘기 다 듣고도 지금 이러는거잖아"
오빠는 어색하게 웃더니 징어한테 축하한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는 결혼을 할건지 말건지로도 싸운 마당에 징어 축하해주는 모습에 괜히 짜증나서 비꼬면서 말하니까 차분하게 나한테 설명하는데, 회사에서까지 싸울것같아서 내가 그냥 일하라고 하니까 한숨쉬면서 일 하기 시작하더라
징어랑 부장님은 날마다 더 행복해보였고.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감정선 끝에 서있기 바빴어
사실 내가 더 틱틱대고, 못되게 말한것도 있지만. 늘 그런문제로 조금이라도 떠볼때면 오빠는 항상 애매하게 답해줬거든
그리고, 그 감정은 징어 결혼식 끝나고 터졌어
안그래도 심란한데 친구 결혼식을 내 두눈으로 본다는게 생각만큼 축복해주기가 어렵더라. 오빠랑 징어 앞에서 다툼아닌 다툼 보여주기도 했고
그래도 진심으로 마음속으로, 말로, 잘 살아라고 몇번이고 말하고 결혼식 끝나고 집에 가는데, 갑자기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보이는거야
옆에서 운전만 하는 오빠도 미웠고, 내 자신도 미웠어. 생각해보면 그까짓 결혼. 싶은데 뭐가 그렇게 안달난건지
결국엔 복잡한 감정에,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에 눈물이 떨어는데 오빠가 보더니 아무말 없이 휴지만 건네주고 "...결혼, 때문에 그래?" 하더라
"...아니에요"
"...울지마..."
"........"
"...근데 결혼을 꼭 해야하는건 아니잖아, 이렇게 결혼이라는 단어에도 며칠을 둘 다 끙끙 앓는데"
"........."
".....꼭 해야할까?"
"....나는 해야해요"
"........."
".....내가 몇번이고, 수백번이고 하고싶다고 말했으면 적어도 빈말이라도 해줄수있는거 아니야?"
"........."
"...나는 오빠만큼 안 똑똑해. 말 안해주면 모르고, 돌려말하면 잘 못알아들어"
"......수정아,"
"....나 때문에 스트레스야? 나 때문에 힘들어?"
"........"
"그럼 헤어지던가"
나 달래려고 한 말인지, 너무 그 문제로 싸우지말자는 뜻인지. 나를 설득하고 싶은건지. 알수가 없는 말이였는데 좋은의도였겠지만 나한테는 악영향을 줬어
꼭 해야할까? 하는 말이, 너하고 꼭 해야할까? 하는 말처럼 들려서.
눈물 뚝뚝흘리면서 말하니까 당황해서 나 달래려고 차 세우고 내 팔 잡으면서 수정아. 하는데 뿌리치면서 헤어지자고 하니까 갑자기 표정이 굳는거야
내가 그 모습보고 왜, 또 보내려니까 아쉬워? 남주긴 싫고, 내꺼하기도 싫다. 이거야? 하고 그냥 차에서 내려버리는데 잡지도 않더라
혼자 흐르는 눈물 닦아가며 택시타고 집에가는데 문자가 한 통 오는거야
나는 그 문자보고 택시안에서 다시 펑펑 울수밖에 없었어
그래, 헤어지자
내가 먼저 말한 단순한 한 문장이 훨씬 더 아프게 들렸어
"...박대리님, 이거 부탁하신거요"
"....고마워요"
이래서 사내연애는 하지말라고 당부하는건가. 우리가 진짜로 서로 헤어지자고 말한 날, 온 몸에 힘이 빠질정도로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로 출근했는데, 엄청 불편했어
그렇다고 일을 안 할순 없는거니까. 최대한 감정뺀 목소리로 말하는데 오빠도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더라
그나마 징어라도 있었으면 다행이였을텐데. 부장님이랑 신혼여행가서 없지, 게다가 오빠랑 자리는 가깝지.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어
징어 없는 동안에 매일 힘없이 회사 출근했다, 일하고 퇴근하고. 단순하게 하루 일과를 끝내고 연락 올 사람없는 휴대폰도 괜히 만지작거려보고
그냥 우울하게, 평범한 헤어진 사람처럼 지내고 있었어. 혼자 술 마시다 쓸데없는 용기나서 휴대폰 들었다가 관둔적도 한 두번이 아니고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내 생활은 되찾았어. 회사에서 오빠얼굴 보는것도 괜찮아졌다, 생각이 들 때쯤에 징어가 오더라. 그것도 아주 늦게.
결혼식 날에는 화장하고, 드레스입고. 그래서 예뻐 보이는 줄 알았는데 애가 진짜 점점 예뻐지는것 같더라. 오글거리지만 사랑의 힘, 뭐 그런건가
괜히 헤어진거 안들키려고 밝게 인사하니까 눈치 못챈건지 아무렇지 않게 인사받아주는데, 애가 조금 달라진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되게 행복해보였어. ...부럽다.
"신혼여행 재미있었어? 야, 너는 갔다왔으면 뭐 없냐? 선물?"
"니가 뭐가 필요해,니가 우리 시부모님이야? 우리 엄마아빠야?"
"야, 그래도 사람이 센스라는게 있으면 영국가서 좀 사와야지"
"...니가 직접가서 사"
"매정하기는"
"왜, 너도 결혼해서 신혼여행 가서 사"
"....야, 내 앞에서 결혼가라니 뭐라니 하지마"
"....야, 너 왜 이렇게 예민..."
"기집애, 부러워서 그래, 부러워서"
"..어,어...."
내가 일부러 결혼 얘기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눈치없는 오징어는 제대로 못 알아챈것 같았어
괜히 잘못걸리면 괜찮아진게 다시 어지럽혀질것 같아서 부러워서 그렇다고 웃으면서 말하니까 이상한지 고개 갸우뚱 거리면서도 어,어..하고 일 시작하더라
하여튼 눈치없는 기집애. 점심시간에도 해맑게 네명이서 같이 먹자길래 됐다고 하니까 시무룩해졌다가 부장님이 와서 데려가니까 금방 좋다고 따라 나가더라
집에 와서 어느 순간부터 안먹게 된 저녁이라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그래도 징어한테 말해야하나. 싶은거야
내가 괜히 애 바보 만드는거 아닌가 싶고. 그래서 전화 걸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얘 신혼인데 이런얘기 뭐가 좋겠어. 하고 끊으려는 순간 받아버린거야
"어..어, 미안해 징어야. 내가 잘못전화했네" 하고 급하게 끊으려는데 "아니, 잠시만. 수정씨 나 징어 아닌데" 하는 목소리가 들리더라
"...부장님이세요?"
"네. 징어 씻고 있어요. 수정씨라고 하니까 나보고 받으라해서"
"...아, 별건 아니고...그냥..잘못걸었어요, 죄송해요"
"...수정씨 박찬열이랑 무슨일 있죠?"
"..........."
"그 새ㄲ, 아니 박찬열이 지랑 안어울리게 여자복은 많아서"
".........."
"수정씨도 걔한테 벅차요. 그러니까, 수정씨가 좀 더 이해하..기 보다는 잘못하면 좀 때리고 그래요"
부장님이 대신 받으셨던데, 내가 끊으려 하니까 먼저 오빠랑 무슨일 있지 않냐고 진지하게 물으시는데 내가 아무말 없으니까 장난스럽게 잘못하면 좀 때리고 그러라고 하셨어
그냥 아무말 없이 듣고 있는데 갑자기 징어가 야, 김종인! 누가 마음대로 내 전화 받으래! 하는 목소리 들리더니 아, 아프다니까? 남편 아파요, 여보. 하는 소리도 들리고
징어가 "여보세요? 수정이야?" 하는데 옆에서 와, 목소리 바뀌는거 봐. 하는 목소리 들리니까 징어가 다시 시끄러. 하고 "잠시만, 나 방에가서 전화받을게" 하는데,
상상안되는 상황에 멍하게 듣고 있다 내가 길게 통화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아니, 아니야. 나 잘못전화한거야" 급하게 말했어
"...잘못전화한거야? 근데 너 부장님이랑 통화 꽤 오래했는데?"
"아니, 부장님한테 뭐 물어볼거 있었는데. 마침 받으시길래"
"...이상한데.."
"야, 나 바쁘다. 끊어, 내일봐"
"야, 야..!"
징어가 나한테 소리지르는것도 무시하고 매정하게 끊어버렸어. 징어는 모르고 부장님은 아시는게 이상하긴 하지만, 알게 뭐야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아무생각없이 잠들고 싶다. 하고 혼자 말하는데 휴대폰이 울리는거야
당연히 징어라 생각하고 눈 감은채로 받아서 "징어야, 진짜 잘못건거라니까" 하는데 아무 대답이 없더라
순간 이상해서 눈 뜨고 번호 확인하는데, 며칠동안 나한테 연락 오지도 않았던. 내가 보려고 하지도 않았던 그 번호더라
"....여보세요?"
"....보고싶어"
"....회사에서 보잖아요"
"...내가 잘못했어"
"...취했어요, 내일 후회하지말고 끊어요"
"...후회안해"
"........"
"...나, 결혼하고 싶어졌어"
"........"
"....매일 곁에 두고 보고싶어"
다짜고짜 살짝 발음안되는 보고싶다는 말에 내가 딱딱하게 회사에서 보잖아요. 하니까 무시하고 자기가 잘못했다고 하더라
내가 취했다고, 내일 후회하지말고 끊으라니까 갑자기 또렷하게 발음하면서 후회안한다고 하는거야
내가 가만히 듣고 있으니까 결혼하고 싶다고, 매일 곁에 두고 보고싶다고 하는데 평소같으면 오글거린다고 싫어했을 말들이 왜 그렇게 애틋하게 들리는지
뭐에 홀린듯이 내가 어디, 지금 어디예요 하니까 집 앞. 이라는 말에 그냥 전화 끊고 집 앞으로 나갔어
"...수정이네, 수정이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빨리 들어가요"
"....나 되게 밉지"
"........."
"....내가 나쁜놈이다, 그치"
"...응, 나쁜놈이야"
"....나는 종인이 아니야. 부장도 아니고. 솔직히 당장 너 먹여살릴만큼 능력 없어"
"........."
"....되게 실망할수도 있어. 나란 사람에 대해서"
"........"
"....언제든지 지금처럼 다시 싸울수도 있어. 성격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으니까"
"........"
"....그래도, 내가 좋아?"
"...응...좋아"
"....내 옆에 있어줄수 있어?"
"....네"
"...그럼, 같이 살자"
내 눈 똑바로 보면서 말하는데 같이 살자는 말에 울컥 뭔가 속에서 터지는 느낌이였어. 저 말을 듣고싶어서 얼마나 기다린건지
결국엔 울음이 터져서 어쩔줄 몰라하니까 품에 안아주면서 천천히, 준비하자. 사랑해. 하고 내 귀에 말해주더라
며칠동안 어지럽던 마음이, 신경쓰이던 무언가가 없어지는 순간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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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분들은 댓글 보이는대로 추가 해드릴게요!
푸딩이두 분이신걸 이제야 알아서...ㅠㅠㅠㅠㅠ죄송합니다... 일단 나중에 신청해주신분은 푸딩2로수정해뒀어요!ㅠㅠㅠㅠ
분량도 많지 않은데...... 숙제든 뭐든 딴짓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가는것 같아요... 저 사실 저번화 다시 읽어보다 혼자 놀랐어요ㅋㅋㅋㅋㅋㅋ 아무생각없이 적었던 장면이 엄마아빠 모습이라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바쁜데도 아빠는 밍기적밍기적...결국 엄마한테 "맞을래요? 진짜" 소리 듣고서야 움직이시져...) 카징이 결혼하면서 캐릭터들이 어무니 아부지 성격을 너무 많이 닮아가는데...큰일났는데.... 저희 부모님은 달달하기보다는....티격태격....그래도 카..카징이 하면 달달할거예요....끄응... 부모님 성격 너무 많이 나올땐 살짝살짝 달게 바꿔야겠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사랑하는거 아시죠? 하트하트 부장님은 내일!!! :) 끄앟 이거 쓰는데 왜이렇게 오래걸린거죠...
암호닉 정리했어요! http://instiz.net/writing/443798여기로 다시 신청해주세요! :)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습니다! 위 링크로 들어가셔서 해주세요!
오타나 표현 지적은 거침없이 박력넘치게 해주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