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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참으로 이상한 날이었다.

 

 

 

 

재환이형이 나를 깨우지 않고 먼저 나가버렸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상혁은 보기 좋게 학교에 지각을 했고 느즈막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상혁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용히 교실로 들어가 가장 맨 뒤 구석자리, 상혁은 자신의 자리에 가방을 걸고 소리가 안나게 의자를 끌어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은 표정의 변화없이 수업을 이어나가셨다. 열심히 수업을 듣는 친구, 졸고 있는 친구,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친구, 딴짓을 하고 있는 친구. 친구들이 하는 짓을 상혁은 맨 뒤에서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새삼 친구라는 말이 낯선 이상한 날이었다.

 

 

 

 

 

점심시간이었다. 평소라면 같이 점심 먹자며 달려왔을 그래도 하나라고 있는 친구가 오늘은 모두 결석을 했다. 어디 아픈가. 혼자 급식실에 가기는 뻘쭘해서 상혁은 그냥 교실에 남았다. 모든 아이들이 빠져나간 교실은 고요하다. 숨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교실에서 상혁은 자리에서 엎드려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아무도 상혁을 괴롭히는 사람이 없는 이상한 날이었다.

 

 

 

 

5교시, 6교시, 7교시. 수업이 모두 끝나고 종례시간이 되자 상혁은 자리에 앉아 담임 선생님이 오시기를 기다렸다. 오분이면 오시던 선생님이 오늘은 십분이 되도록 오시지 않는다. 자리에 잘 앉아 있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자 웅성웅성 대며 입을 열기 시작했고 결국 반장이 교무실로 선생님을 모시러 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앞문이 열렸을 때 그 곳에는 반장만이 있었다. 뚜벅뚜벅 걸어 들어와 교탁에 선 반장은 덤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선생님 병원에 가셔서 종례는 없대. 청소 당번은 알아서 청소하고 야자할 사람들은 학습실로 가고.

 

 

 

 

반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많은 아이들이 우르르 가방을 챙기고 교실을 나섰다.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던 상혁도 느즈막히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선다.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가는 친구도 없이 상혁은 발걸음을 옮겼다. 택운이형네 카페에 가볼까. 또 핫초코 주겠지. 애한테 커피는 안된다면서. 가면 재환이형도 있으려나. 생각을 마친 상혁은 발걸음을 돌려 택운의 카페로 향했다. 발을 바닥에 붙였다, 떼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 하얀 간판이 보이자 상혁의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어.... 안 열었네.

 

 

항상 쉬는 날 없이 문이 열려있던 택운의 카페였지만 오늘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문 안으로 가게 안을 확인하던 상혁은 택운이형이 타주는 핫초코 먹고 싶었는데 하면서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할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일곱시 쯤이니까 재환이형과 같이 저녁 먹자고 하면 되겠다. 속으로 생각을 마친 상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재환이 형이 보고 싶다. 저 멀리 우리의 아파트가 보였다.

 

 

 

 

경비실 입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하나같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경비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를 품에 안고 계신 앞집 아주머니도 보였다. 언제나 상혁과 재환에게 웃는 얼굴로 남자 둘 사는데 부족하지 말라고 반찬을 가져다 주시고는 했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얼굴에 눈물이 범벅이다. 엄마가 우니까 품 안에 있는 아기도 울고 있다. 울면 안되는데. 상혁은 평소 귀여워 했던 아이라서 달려가서 달래주고 싶은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저 중에는 평소에 상혁과 재환을 싫어하던 반장 아주머니도 있었다. 저 무리에서 가장 열변을 토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경비아저씨는 곤란한 얼굴로 쩔쩔매고 계셨다.

 

 

 

옥상 문이 왜 그랬는지는 저도 모르니까...

집값 떨어지면 책임 지실거에요? 이거 어디 불안해서 살겠나!

 

 

경비아저씨와 아파트 관리인들은 들들 볶고 계신 아주머니를 보고 상혁은 혀를 내두르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는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아까 얘기하던 게 이 얘기 였나. 상혁은 0이 들어와있는 화면을 고개를 들고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계단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운동 좀 해보지 뭐.

 

 

 

 

2층, 3층, 4층.... 끝도 없이 펼쳐진 계단을 틈 사이로 바라본 상혁은 앞으로 남은 층 수를 생각하면서 다시 묵묵히 걸어 올라 갔다. 집이 꼭대기 층이 아니여서 다행이야.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직 재환이 돌아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던 상혁은 일단 재환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오늘 일이 늦게 끝나나. 생각해보니 어젯밤에 재환을 본 기억이 없다. 아무래도 야근하고 오늘까지 일을 하다 오는 것 같다고 생각한 상혁은 아침에 가졌던 섭섭한 마음들을 하나 둘 씩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세상에 우리 편이 얼마나 된다고 재환이 형은 미워하면 안되지. 암.

 

 

 

자정이 다 되도록 재환은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연락을 해도 받지 않아 상혁의 속은 타들어갔다. 일단 내일 학교는 가야 하니까 재환에게 장문의 문자를 남겼다. 다음 날은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상혁은 알람을 맞추고 잠에 들었다. 안타깝게도 상혁이 보낸 메세지는 전송 실패라는 표시가 계속 해서 떠올랐지만 오늘 여기저기 걷느라 피곤해서 금방 잠에 들어버린 상혁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아침에도 재환이 들어온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서운한 마음이 떠오른 상혁은 그 마음을 꾹꾹 누르며 학교로 향했다. 교복에 뭐가 묻어 얼룩진 것이 보여 물로 닦아보았지만 잘 닦이지 않아 하는 수 없이 그대로 학교로 향했다. 이거 언제 묻은 거지.

 

 

 

 

 

자리에 앉은 상혁은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려면 얼마나 남았을까 뒷문이 열리며 핼쓱한 얼굴의 친구가 들어왔다. 어제 왜 안왔냐고 물어보려고 자리에 일어서려고 했던 상혁은 때마침 울리는 종소리와 교실로 들어오는 선생님을 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따 물어봐야지.

 

 

 

고개를 크게 끄덕이다가 괴고 있던 팔꿈치가 책상 아래로 떨어졌다. 상혁은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지만 고개를 돌려 상혁을 확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괜히 민망해진 상혁은 큼하고 헛기침 소리를 내며 시계를 확인했다. 얼마나 졸았던 걸까. 벌써 점심시간이 지나 있었다. 나를 안 깨우고 밥을 먹으러 간거야? 상혁은 고개를 돌려 친구의 자리를 확인했다. 친구의 자리는 어제 그 날처럼 비워져 있었다.

 

 

 

 

다들 우울해하지 말고. 기운 내자. 미안한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거야. 집에들 가라.

 

 

 

졸고 또 졸다 보니 벌써 종례였다. 상혁은 비몽사몽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을 들으며 잠에서 깼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욕을 읊조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침울한 표정이었다. 몇몇은 고개를 돌려 방금 잠에서 깬 상혁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방금 잠에서 깨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상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도 아이들은 한참이나 앉아 있는가 싶더니 한 아이가 일어서자 다들 따라서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갔다.

 

 

 

상혁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교실을 나갔다. 점점 해가 늦게 진다. 운동장 한가운데를 가로 질러가던 상혁이 생각했다.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다. 나와 재환이형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없고. 벌써 이틀 째 재환이 형을 못 봤네. 내일이면 3일 째네. 내일은 볼 수 있을까.

 

해가 많이 져서 였을까. 운동장을 걸어가는 상혁의 발 밑에는 그림자가 없었다.

 

 

 

 

 

 

 

 

 

 

그 얘기 들었어? 게이라는 옆 반 왕따 있잖아. 어제 자기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대. 자살이라던데?

 

 

 

 

 

 

 

 

 

 

 

BGM:) 316 - 네가 없는 오후도 햇살은 비친다 (The Afternoon Still Shines Even After You`re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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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1등!!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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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코쟈니))중간중간 이런거 자꾸 가지고 오시면...저는 또 좋아서 우럭..ㅜㅜㅜㅜㅜㅜㅠㅠ사실 처음에는 상혁이가 그냥 왕따인 줄 알았는데 중간에 선생님이 기운내라고,미안한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거라고 했을때 혹시 죽은건가..예상하긴 했는데 진짜였네요ㅜㅜㅜㅜ혁아ㅜㅜㅠㅠㅠ마지막에 혁이 발밑에 그림자가 없었다는부분때 소름 돋았어요..상혁이 너무 안타깝다ㅜㅜ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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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소오름!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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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레오눈두덩에염ㅠㅠㅠㅠㅠㅠㅠ
우와ㅜ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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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그림자가없었다는부분에서ㅜㅠㅜㅜㅜㅜㅜㅜ와ㅜㅠㅜ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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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헐..상혁이죽은건강‥ㅠㅜㅜㅜㅜ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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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상혁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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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치즈볶이*헐...... 그럼 상혁이는 귀신이였던거에요??ㅠㅠ 어떡해ㅠㅠㅠ 재환이는 살아있는거에요? 재환이 혼자남겨져서 불쌍해서 어떡해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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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어머..상혁이그림자가없다는건상혁이가죽은건가요?ㅜㅜ그럼재환이는어디있는거죠?ㅜㅜ택운이도ㅜㅜㅜ뭐지ㅜㅜㅜ뭘까ㅜㅜㅜㅡ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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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생깃다
보통 장례는 3일 동안 진행이 되죠. 그래서 이틀째까지 재환이는 집으로 오지 않은거고 상혁이가 내일은 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거예요.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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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아..우와작가님필력짱!!♥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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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생깃다
부끄럽습니다...★☆ 감사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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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헐 난 재환이가 어떻게 된줄알앗어요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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