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당할 거 아는데 그래도 말하고 싶었어. 좋아해.'
오빠 미안해요.
'네 생각만 하면 막 웃음 나오고 행복하고 그래. 야, 사귀자.'
미안, 나 너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어.
지금껏 고백을 여럿 받아왔지만 사귄 적은 없었다.
좋은 오빠 동생 사이, 좋은 친구 사이 그 이상으로의 감정을 상대에게 가져 본 적이 없었기에.
혹자는 그땐 마음이 없더라고 사귀고 나면 좋아하는 감정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가볍게 한 번 만나 보는 것도 좋다고 말하지만
당시의 내겐 마음도 없는 상대랑 사귄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 나이까지 연애 경험이 없지...
이름 김탄소, 나이 만 22세, 대학생, 외모 평범, 특이 사항 연애 경험 무.
나를 몇 글자로 표현하자면 이 정도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연애 경험이 없다 보니 연애는 하고 싶은데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가볍게 시작하기 또한 꺼려진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사람 또한 없다.
지금 상황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만난 사람, 그게 바로 전정국 너였다.
연애를 가르쳐 드립니다 A
죽은 연애 세포 살리기 프로젝트 written by 화타
이름 전정국, 나이 만 22세, 대학생, 외모 특출, 특이 사항 피시방 죽돌이.
내가 아는 전정국의 정보다. 내 알바 장소인 피시방 단골 손님에 같은 게임을 하는 녀석이라 호기심이 생겼었다.
학교 근처 피시방인데 사는 곳이 근처인지 밤 늦게까지 게임을 했다.
전정국과 알바생과 손님 관계 이상의 말을 트게 된 건 의외로 전정국이 먼저 말을 걸어서였다.
교대를 하고 일일 퀘스트를 하기 위해 던전을 돌고 있는데, 대기실에서 파티를 찾고 있을 무렵 옆에서 머뭇거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처음엔 날 부를 거라고는 생각 못 하고 파티 모집글만 보고 있었는데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또다시 부르는 것에 고개를 돌렸더니 머쓱한 듯 뒷목을 만지며 입을 여는 전정국의 모습에 처음엔 이게 무슨 일인가 상황 파악을 못 했었다.
"태극 가셨어요? 안 가셨으면... 저희랑 같이 도실래요? 역할 한 자리가 비어서..."
그렇게 말을 트게 된 이후 같이 던전을 자주 돌았고 친해졌다.
밤 늦게까지 같이 게임을 하다 늦었다며 데려다 준다는 전정국에 서로 자취를 하는 중이라는 걸 알았고 인연인지
아니면 사람이 원래 많은 서버여서인지 같은 서버였기에 대규모 레이드 파티에도 함께 들어가 게임을 즐겼다.
같은 게임을 하는데 같은 장소에서 게임을 하는 남녀라고 한다면 자주 오해를 받곤 한다.
사귀는 사이냐는 질문에도 우리는 질색팔색을 하며 부인을 하곤 했다.
"어후, 전 발컨이랑은 연애 안 해요."
"누가 할 소린데요. 패턴 다 맞으면서 딜 넣는 거에 목숨 거는 애는 나도 싫어요."
"뭐? 아니, 안 넣어도 될 만한 상황이었으니까 닥딜인 거지. 버프 다 들어왔는데 딜 넣어야지 뭘 하냐고."
와 같은 흐름으로? 아 물론 발컨은 전정국이고.
전정국은 게임을 좋아하는 것과 달리 좋아하는 것만큼 잘하진 못했다.
직업도 서포터 캐릭이었는데 처음 초보들이 키우기엔 좋지만 유틸기가 많아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직업이었는데 덕분에 나한테 욕도 많이 먹었다.
나는 반대로 탱 유저에 딜 욕심이 엄청난 편이었고 그래서 둘이 다니면 날 남자로, 전정국을 여자로 알고 있다가 반대인 걸 알고 놀라는 사람도 꽤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전정국과 내 사이는 돈독해졌고, 과가 다른데 어떻게 친해졌냐고 주위에서 물을 정도로, 평범녀와 존잘남이라는 별난 조합이 되었다.
전정국의 외모를 다시금 실감하게 된 것은 다름아닌 주위의 반응 때문이었다.
잘생겼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전정국과 점심을 먹고 오후 강의를 들으러 가기 위해 공과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동기 여자애가 말을 걸어왔다.
"탄소야, 너 전정국이랑 친해?"
"어? 나름? 왜?"
평소 지나칠 때 인사도 한 적 없는(사실 이름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동기에 얜 갑자기 왜 말을 걸지? 싶었다.
옆의 다른 동기와 팔짱을 끼고 눈을 빛내며 물어오는데 두 쌍의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고개를 슬쩍 뒤로 뺐다.
"전정국이랑 어떻게 친해졌어? 걔 폰 번호 있어? 좀 알려 주면 안 돼?"
진짜 다짜고짜 전정국의 번호를 알려 주면 안 되냐는 말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니 궁금하면 전정국한테 물어 보면 되지 왜 나한테?
눈치가 없다는 말은 종종 들었지만 이렇게 묻는 것의 의도도 모를 만큼 눈치가 없진 않아서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내가 아무리 만만하게 보여도 그렇지 평소엔 말 한 마디 안 걸다가 지 필요할 때 친한 척?
"어 안 돼. 궁금하면 전정국한테 물어 봐. 내가 걔 허락도 없이 번호를 어떻게 알려 줘."
"그러지 말고, 응? 번호만 알려 주면 내가 다 알아서 할게. 탄소야아~ 알려 주라, 으응?"
친하지도 않은 애가 친한 척 말꼬리를 늘리며 앙탈을 부리는데 내가 조금만 더 성격이 나빴으면 욕을 했을지도 모른다.
뭘 알아서 하는데? 어이가 없어서 진짜.
짜증이 확 치밀어올라 뭐라고 한 마디 해 주려고 하던 때 어깨에 따뜻하지만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며 머리 위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번호는 왜? 나한테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저, 정국아."
"어, 그래서 내 번호는 왜."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럼 나한테 묻지 왜 김탄소한테 내 번호를 물어?"
"아니 그게..."
밑에서 올려다본 전정국의 표정은 내가 지금까지 본 표정 중에서 제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심지어 친해지기 전 손님과 알바생 사이였을 때보다 더. 혀로 볼 안쪽을 훑는 듯 볼이 약간 볼록해졌다가 다시 들어갔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나오는 전정국의 버릇 중 하나였다.
"너랑 친해지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김탄소 귀찮게 안 했으면 좋겠다."
엘베 왔네. 야, 타자. 내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줘 자연스럽게 이끌어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라탄 전정국이 왜 그런 애들한테 잡혀 있었냐며 날 타박했다.
아니, 내가 잡히고 싶어서 잡혔냐고. 다짜고짜 네 번호 묻는데, 나도 완전 당황했단 말이야. 억울한 건 나라고.
입을 삐죽이며 전정국을 올려다보자 전정국이 못생겼다고 놀리면서 낄낄댔다.
"근데 너 강의는? 너도 지금 시간 강의 있잖아."
"나 휴강 떠서. 너네 강의 청강해도 되지? 대강의실에서 듣는 거 아니야?"
"넌 참 할 일도 없다. 뭐, 상관이야 없는데..."
혼자 있으면 심심하다면서 찡찡대는 전정국에 그러려니 하고 같이 강의를 들었다.
청강을 하러 온 게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강의 내내 폰만 들여다보던 전정국이었지만 덕분에 전정국의 얼굴을 좀 더 뜯어볼 수 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하며 동공이 커서 참 부럽다고 생각했다. 입술 모양도 예쁘게 생겼네.
"야, 부럽다?"
"어? 뭐가."
폰 게임을 하면서 대답하는 전정국에 '잘생겨서 부럽다고.'라며 툭 내뱉자 전정국이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웬 칭찬? 너 어디 아프냐."
"아니, 이전까진 별 생각 없었거든? 좀 잘생겼다곤 생각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단 거지. 생판 인사도 안 하던 동기가 친한 척 말까지 걸고."
다시 보니까 진짜 잘생기긴 했나 봐, 너. 빤히 쳐다보니 전정국이 내 눈을 피하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는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강의나 들어 못난아. 웅얼거리며 말하는 전정국에 외모 칭찬에 새삼 부끄러워졌나 싶어서 픽 웃고는 강의를 마저 들었다.
그때의 전정국 귀끝이 좀 붉어졌던 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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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타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남기는 거 같아요
이전에 올렸던 글을 다시 읽어 봤는데 너무 부끄러워서 지우고 개인 블로그로 옮겨놨어요
나중에 좀 더 다듬어서 재업로드 예정입니다 몇 편 되지도 않았지만요...
가독성 있게 배치하고 싶은데 그냥 쭉 붙여서 쓰는 게 좋을지 엔터를 조금 넣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네요
아마 앞으로 몇 편은 배치가 일관성 없을 수도 있으니 양해 부탁드려요
자기만족으로 쓰는 글이지만 같이 즐겨 주실 분이 계시면 좋겠다 싶어서 올려 봅니다
치환 기능 사용법이 미숙해서 당분간은 사용하지 못할 거 같아요 ㅠ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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