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살고 싶었어.'
'여기가 더 좋을 텐데.'
'그런가.'
내 입이 다물어지자마자 돌고래 한 마리가 허공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열심히 헤엄을 쳤다.
유연하고, 미끈미끈하고 빨랐다.
'부럽다.'
'어?'
'근데 열대어가 없네.'
'.........'
'열대어는 돌고래의 친구가 되어줄 거야, 하지만 둘이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어.'
이홍빈의 말을 끝으로 허공에 열대어 한 마리가 생겨났다.
열대어는 빠르게 헤엄치지 못하고 금방 숨이 멎어 팔딱거리며 죽어갔다.
나와 이홍빈은 똑같은 눈빛으로 열대어를 내려다봤다.
'왜?'
'돌고래는 가끔 빛을 보러 바다 위를 올라가, 하지만 열대어는 죽어버리잖아.'
'돌고래가 안 올라가면 되잖아.'
'빠른 돌고래는, 느리고 조용한 열대어와 평생 함께할 수 없어. 심심해서 죽어버릴 거야.'
그 말을 끝으로 꿈에서 깼다.
"일어났어?"
"...내가 왜 누워있어."
"옆에서 졸고 있길래."
하얀 얼굴에 무거운 웃음이 걸렸다.
"미안, 걱정했지."
"너..."
"무서웠어,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할까 봐."
"왜 그랬어?"
"너한테 폐 끼치기 싫어, 그리고 난 자유로워지고 싶어."
몇 번째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입으로 삼켰던 것을 다시 뱉고, 집어삼키고, 또다시 토해내고.
햇빛이 스며들어와 땅바닥을 적셨다.
문득 아주머니가 스치듯 기억났다.
"아주머니는."
"엄마... 집 갔어."
모든 게 이상했다.
"이홍빈, 왜 그래."
"뭘."
"너 아프잖아, 자꾸 그러는..."
"니가 어떻게 알아."
말 틈새를 날카롭게 파고든 이홍빈의 말투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모든게 엉망진창이야.
돌고래는 물에서 죽을 수 없어 자신의 살을 도려냈다.
열대어와 돌고래 中.
손에 닿자마자 사라지는 대야 속 내 얼굴에 기분이 나쁘다.
그냥 지금은 모든 게 다 싫다.
죽고 싶다.
대야를 꽉 쥔 투명한 손에 핏줄이 솟았다.
그대로 얼굴을 밀어 넣고, 숨을 참는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던 그 남자는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었다고 했지.
나는 사라지는 내 얼굴에 기분이 나빠 순간적으로 얼굴을 담갔다.
돌고래는 자기 자식이 죽으면 바다에 잠겨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돌고래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바다에 잠겨 죽는 열대어가 되는 건가 이건.
아, 집에 오기 전에 이홍빈과 얘기를 나누다가 아까 꿨던 꿈이 생각나 헛소리를 지껄였다.
열대어는 허공에서 살 수 있을까.
이홍빈도 웃겼나 보다, 내 말에 끅끅거리며 옆구리를 움켜쥐며 웃던 이홍빈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멍청아 열대어는 밖에 놔두면 죽어.'
'어?'
'백날 물에 풀어봐, 굶어 죽을진 몰라도 숨 못 쉬어서 죽을 일은 절대 없어.'
"컥..."
산소를 마시면서 사는 열대어는 그렇게 오늘 물속에서의 자살을 포기했다.
'난 있잖아, 꼭 다음 생에 돌고래로 태어나고 싶어.'
'.......'
'돌고래 키울까.'
'그걸 어떻게 키워.'
'그럼 그냥 열대어 키울까 봐, 그 문구점 앞에 아저씨가 판다고 내놓은 거.'
'......그런건 일찍 죽는대.'
'모르지 그것도.'
맑게 웃던 이홍빈의 얼굴이 대야 속에 겹쳐 보였다.
정신 차리자.
뺨을 살살 때리며 대야 속의 물을 쏟아부었다.
이참에 열대어를 사다 줄까.
가벼운 생각이 뇌를 스쳤지만, 그마저도 그만뒀다.
500원, 그 값으로 산 물고기는 일찍 죽을 것 이다.
그럼 이홍빈은 또 우울해하겠지.
어쩌면 또 죽으려고 발버둥 칠지도 모른다.
생각을 접고 수건으로 얼굴을 벅벅 닦았다.
머리카락으로 막힌 하수구에 고인 물에 거품이 고였다.
바다 거품, 그래.
바다 거품 같은 찌꺼기들은 조금씩 하수구로 빨려들어 갔다.
저렇게 조금씩이나마 치우고 싶다, 없애고 싶다.
우릴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을.
오늘도 변함없이 머리맡에 둔 물컵 속 웅덩이와 눈을 맞췄다.
잘잤니, 넌 썩지도 않고 그대로 잘 지내는구나.
하긴, 찌꺼기가 없으니 쉽게 썩지 않겠지.
오늘도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쥐었다.
상단 바에 걸린 편지모양의 아이콘이 눈에 띄었다.
[오늘은병원에오지마]
[왜]
[오지말라면오지마ㅡㅡ]
왜 또 이래.
그 와중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이홍빈의 문자가 거슬렸다.
몇 번이나 보기 싫어 고치라고 해도 고치지 않는 이상한 습관이었다.
왼손잡이, 삐뚤어진 글씨, 떨어져 있지 않은 글자들.
이홍빈은 항상 그랬다.
몸을 일으켜 이불은 대충 발로 걷어차 반으로 접어놓았다.
진짜 가지 말까.
안가면 아주머니가 걱정하실까.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오늘은 돌고래를 위해 먹이를 준비해볼까.
아니, 먹이는 이상해. 음, 선물?
선물.
그 단어를 곱씹으니 또다시 열대서 한 마리가 머릿속에 나타났다.
그리고서 겹쳐지는 이홍빈의 목소리.
'열대어는 돌고래의 친구가 되어줄 거야, 하지만 둘이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어.'
아무래도 열대어를 선물하진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홍빈은 느리고 조용한 열대어보다는 활발하고 잽싼 돌고래를 좋아할 테니까.
손을 주머니에 넣으니 무언가 손에 걸렸다.
얼마 전 열대어를 사려 저금통에서 꺼낸 500원.
관두자.
생각해보니 아쿠아리움을 사야만 기를 수 있는 돌고래와 겨우 오백 원으로도 기를 수 있는 열대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여기가 더 좋을 텐데.'
'그런가.'
내 입이 다물어지자마자 돌고래 한 마리가 허공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열심히 헤엄을 쳤다.
유연하고, 미끈미끈하고 빨랐다.
'부럽다.'
'어?'
'근데 열대어가 없네.'
'.........'
'열대어는 돌고래의 친구가 되어줄 거야, 하지만 둘이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어.'
이홍빈의 말을 끝으로 허공에 열대어 한 마리가 생겨났다.
열대어는 빠르게 헤엄치지 못하고 금방 숨이 멎어 팔딱거리며 죽어갔다.
나와 이홍빈은 똑같은 눈빛으로 열대어를 내려다봤다.
'왜?'
'돌고래는 가끔 빛을 보러 바다 위를 올라가, 하지만 열대어는 죽어버리잖아.'
'돌고래가 안 올라가면 되잖아.'
'빠른 돌고래는, 느리고 조용한 열대어와 평생 함께할 수 없어. 심심해서 죽어버릴 거야.'
그 말을 끝으로 꿈에서 깼다.
"일어났어?"
"...내가 왜 누워있어."
"옆에서 졸고 있길래."
하얀 얼굴에 무거운 웃음이 걸렸다.
"미안, 걱정했지."
"너..."
"무서웠어,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할까 봐."
"왜 그랬어?"
"너한테 폐 끼치기 싫어, 그리고 난 자유로워지고 싶어."
몇 번째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입으로 삼켰던 것을 다시 뱉고, 집어삼키고, 또다시 토해내고.
햇빛이 스며들어와 땅바닥을 적셨다.
문득 아주머니가 스치듯 기억났다.
"아주머니는."
"엄마... 집 갔어."
모든 게 이상했다.
"이홍빈, 왜 그래."
"뭘."
"너 아프잖아, 자꾸 그러는..."
"니가 어떻게 알아."
말 틈새를 날카롭게 파고든 이홍빈의 말투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모든게 엉망진창이야.
돌고래는 물에서 죽을 수 없어 자신의 살을 도려냈다.
열대어와 돌고래 中.
손에 닿자마자 사라지는 대야 속 내 얼굴에 기분이 나쁘다.
그냥 지금은 모든 게 다 싫다.
죽고 싶다.
대야를 꽉 쥔 투명한 손에 핏줄이 솟았다.
그대로 얼굴을 밀어 넣고, 숨을 참는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던 그 남자는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었다고 했지.
나는 사라지는 내 얼굴에 기분이 나빠 순간적으로 얼굴을 담갔다.
돌고래는 자기 자식이 죽으면 바다에 잠겨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돌고래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바다에 잠겨 죽는 열대어가 되는 건가 이건.
아, 집에 오기 전에 이홍빈과 얘기를 나누다가 아까 꿨던 꿈이 생각나 헛소리를 지껄였다.
열대어는 허공에서 살 수 있을까.
이홍빈도 웃겼나 보다, 내 말에 끅끅거리며 옆구리를 움켜쥐며 웃던 이홍빈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멍청아 열대어는 밖에 놔두면 죽어.'
'어?'
'백날 물에 풀어봐, 굶어 죽을진 몰라도 숨 못 쉬어서 죽을 일은 절대 없어.'
"컥..."
산소를 마시면서 사는 열대어는 그렇게 오늘 물속에서의 자살을 포기했다.
'난 있잖아, 꼭 다음 생에 돌고래로 태어나고 싶어.'
'.......'
'돌고래 키울까.'
'그걸 어떻게 키워.'
'그럼 그냥 열대어 키울까 봐, 그 문구점 앞에 아저씨가 판다고 내놓은 거.'
'......그런건 일찍 죽는대.'
'모르지 그것도.'
맑게 웃던 이홍빈의 얼굴이 대야 속에 겹쳐 보였다.
정신 차리자.
뺨을 살살 때리며 대야 속의 물을 쏟아부었다.
이참에 열대어를 사다 줄까.
가벼운 생각이 뇌를 스쳤지만, 그마저도 그만뒀다.
500원, 그 값으로 산 물고기는 일찍 죽을 것 이다.
그럼 이홍빈은 또 우울해하겠지.
어쩌면 또 죽으려고 발버둥 칠지도 모른다.
생각을 접고 수건으로 얼굴을 벅벅 닦았다.
머리카락으로 막힌 하수구에 고인 물에 거품이 고였다.
바다 거품, 그래.
바다 거품 같은 찌꺼기들은 조금씩 하수구로 빨려들어 갔다.
저렇게 조금씩이나마 치우고 싶다, 없애고 싶다.
우릴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을.
오늘도 변함없이 머리맡에 둔 물컵 속 웅덩이와 눈을 맞췄다.
잘잤니, 넌 썩지도 않고 그대로 잘 지내는구나.
하긴, 찌꺼기가 없으니 쉽게 썩지 않겠지.
오늘도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쥐었다.
상단 바에 걸린 편지모양의 아이콘이 눈에 띄었다.
[오늘은병원에오지마]
[왜]
[오지말라면오지마ㅡㅡ]
왜 또 이래.
그 와중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이홍빈의 문자가 거슬렸다.
몇 번이나 보기 싫어 고치라고 해도 고치지 않는 이상한 습관이었다.
왼손잡이, 삐뚤어진 글씨, 떨어져 있지 않은 글자들.
이홍빈은 항상 그랬다.
몸을 일으켜 이불은 대충 발로 걷어차 반으로 접어놓았다.
진짜 가지 말까.
안가면 아주머니가 걱정하실까.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오늘은 돌고래를 위해 먹이를 준비해볼까.
아니, 먹이는 이상해. 음, 선물?
선물.
그 단어를 곱씹으니 또다시 열대서 한 마리가 머릿속에 나타났다.
그리고서 겹쳐지는 이홍빈의 목소리.
'열대어는 돌고래의 친구가 되어줄 거야, 하지만 둘이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어.'
아무래도 열대어를 선물하진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홍빈은 느리고 조용한 열대어보다는 활발하고 잽싼 돌고래를 좋아할 테니까.
손을 주머니에 넣으니 무언가 손에 걸렸다.
얼마 전 열대어를 사려 저금통에서 꺼낸 500원.
관두자.
생각해보니 아쿠아리움을 사야만 기를 수 있는 돌고래와 겨우 오백 원으로도 기를 수 있는 열대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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