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자마자 비릿하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더러운 새끼들.
버러지만도 못한, 밑바닥 놈들. 여기저기서 내 이름을 부르고 조아리듯 인사한다. 징그럽게도 영리하다. 그래, 주인을 알아봐야 훌륭한 개지.
"........"
그럴 줄 알았다.
그중에서도, 그렇지 못한 놈이 한마리 있다. 주인이 들어서든 말든 끈적하고 더러운 추삽질에 정신이 팔려있는 한마리. "....표지훈."
"어, 왔어? 잠깐만... 아 씨발.. 허리도 존나 잘빠졌네." 저 더러운 쓰레기는 개들 중에서도 잡종이다.
말을 통 못알아듣는데다 시키는 일까지 너저분하게 처리해, 버려 마땅할. 흥분에 절어 불쾌한 소리를 내며 아래에 깔린 짐승의 몸을 핥고 탐한다. 하얀 팔이 소파 가장자리에 축 쳐져 움직이지도 않는것이, 틀림없이 약을 먹였을 터다. 버릇을 고쳐야겠다. 좀 더 다가서 그 개새끼가 올라타 있는 소파 곁에 섰다. 아래에서 힘없이 몸을 내어주고 있는 짐승은 그 커다란 덩치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았다.
"표지훈."
"....아, 기다려 보라구 씹.."
".........너,"
짜증 섞인 말투로 받아치는 잡종의 몸 아래로 작은 짐승이 보였다.
그건...
지금, 내가 본건. 초점이 풀려 멍하게 보이는 눈을 가까스로 올려 나를 한번 바라보곤, 숨이 막히는듯 거친 기침을 한
번 토해낸다. "쿨럭....!"
왈칵 하고 희멀건 액이 입을 타고 흐른다.
잠시 몸을 떨더니, 그대로 눈을 감는다. "......우지호..?"
우지호다.
분명히, 우지호가 맞는데...
왜 네가 여기에 있어.
"...표지훈, 나와."
"아, 씨발.. 기다려봐..후우, 나좀 하고."
"나오라고 했다."
"아직 넣지도 않았어, 아 말시키지 말아봐 좀....!"
이 씹새끼가,
-쾅!! "아아악!!!!" "네 더러운 좆 갖다 치우라고."
"허어윽, 아아, 씨..씨발.....!"
개새끼의 뒷통수를 후려친 술병이 깨지며 갈색의 양주가 알싸한 향을 남기며 모두 쏟아졌다.
놈은 바닥으로 떨어져 머리를 감싸고 소리를 지르며 부들부들 떨어댄다. 룸 안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 챙그랑!
손에 남은 길다란 병 입구를 구석으로 집어 던졌다. 근처에 있던 천한 계집애가 작게 비명을 지르며 물러난다.
"아악! 윽, 커헉.. 악!! 허윽...!!"
"네, 주제를, 좀, 알라고, 병신아...!" 가차없이 쏟아지는 발길질에 피가 흐르는 제 머리를 붙잡고 벌벌 떤다. 개새끼는, 결국 개새끼다. 쾅!! 복부를 세게 걷어차여 그대로 벽에 쳐박히고는 꿈틀대며 신음한다. "흐...끄윽,"
"....하아..하아..." 다가서서 그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을 정도의 흥분이 몰아쳤다. 네가, 네 주제에 감히.
콜록,
떨리듯 조그맣게 울리는, 힘없는 그 소리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지호...!
소파 옆에 다가서니 더욱 하얗게 질려 시체같은 얼굴이 보인다.
축 늘어져 의식이 없는 우지호의 볼을 살짝씩 때리고 흔들어봤지만 차이가 없다.
도대체... 네가 도대체 왜 여기에 있어.
"표지훈."
"흐..윽, 아흐.."
"약 뭐 탔어."
"씨..씨발, 그제.. 그제 받은거.. 정수형이 준거..."
근육과 신경을 마비시키는 독이다. 희석한 것이라지만 명백히 치사량은 있다. 저 멍청한 놈이 얼마나 탔을지가 문제인데.. 축 늘어진 팔에 힘이 조금도 없는것이 느껴진다.
"얼마나."
"바..반병.."
".......이 미친새끼가,"
서너방울만 들어가도 다리가 풀리고 고개를 못가누는 약이다. 병원에서도 피하는 약을 미쳤다고,
"너 버려지고 싶어서 안달이 났지, 어? 표지훈."
"후으.....잘못.. 잘못했어."
손을 목덜미에 가져다 대니 위태롭고 희미하게 뛰는 맥박이 만져진다.
분명 심근에도 무리가 갈 것이다. "이러다 심장 멈추면, 내가 또 무마시켜줄것 같지." "..........."
"씨발.. 말 안 듣는 개는 필요 없어."
"......!"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저에게 불리한 일이 일어날것 같으면 금새 꼬리를 말고 기기 바쁘다.
"태..태운아, 내가 잘못했어. 응? 씨발.. 너 아는 애야? 난, 난 진짜 걔 그냥 처음 보고.."
".........."
"다, 다음부턴 약 안쓸게. 어? 그냥 안쓸게."
"쓸모없는 개새끼 주제에, 폐기처분되고싶지는 않나보지."
"내..내가 그새끼, 누구였지, 씨발 걔 다리도 망가뜨렸잖아..! 네가 시키는건 다,"
.......그래, 안재효. 다리 두짝 못쓰게 만드는정도, 그정도밖에 안되는 새끼가.
"아예 죽여버렸어야지. 그렇게 겁이 많아서 어디 주인 맘에 들겠어?"
"........!"
"일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는 주제에 보상을 바라나?"
"그....."
"너같은 쓰레기한테 먹이는 돈이 아까워. 꺼져."
"......! 태, 태운아,"
"씨발... 이건 또 뭐야."
천천히 상체를 들어올려 목 뒤를 받치자 입술 새로 하얀 액이 줄줄 샌다.
입 안에 고인 채 누워있어 기도가 막혔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약 때문인지 입술은 파랗게 질렸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투명한 양주 병을 닿는대로 집어 엉망이 된 입에 들이부었다. "씨발.. 아주 골로 보내려고 작정을 했구나 네가."
"아, 아니.. 난, 태운아. 잠깐만."
"아무나 저새끼좀 끌고 나가."
"....태, 태운, 태운아...!"
멍하니 보고있던 다른 짐승들이 미친 개새끼를 데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씨발, 이거 놔, 태운아..! 태운아, 잘못했다. 이거 놓으라고, 씨발.. 태운아...! 끝까지 짖어대는 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입에 차다 못해 양주가 흘러내린다.
손가락을 집어넣어 더러운 흔적을 이리저리 긁어냈다.
혀 아래와 목구멍에까지 자리한 끈적임. 훑어내는대로 끊임없이 흘러나는 희멀건 액이 역겨워 인상을 찌푸리고 양주를 더 들이부었다.
마치 소독하는 것처럼, 몇번이나.
개새끼 하나를 잡고 나니 다른 짐승들도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린다.
질척하게 뚝뚝 떨어지는 액체의 울림만이 룸을 채우고, 식어가는 몸은 조금도 움직이질 않는다.
".....또."
"........."
"또 누가 손댔어."
잔뜩 흐트러져서 전혀 의식이 없는 꼴을 보니 그제서야 후회감이 든다.
아까 그 개새끼의 손목을 부러뜨려놨어야 했는데. 질척한 혀를 담뱃불로 지져 없앴었야 했다.
양주에 젖어 번들거리는 입술을 대충 닦아내니 상체에 만연한 붉은 자국들이 눈에 찬다.
"씨발, 대답 안해?!!"
"........!"
-쾅!!
끝내는 들고 있던 양주병 마저도 벽에 박살이 났다.
이제야 심각함을 깨달은 듯한 짐승들은 몸을 바닥에 기다시피 하고 벌벌 떨어댄다. 버려지기 싫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인지, 아무도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본보기가 된 그 개새끼 때문이다.
여기서 버려지면 살 수 없는 것 들 뿐이니까. 뒷배경 없이는 사람노릇 하며 살 수 없는 것들 뿐이다. "......아, 아무도...." 바로 옆 소파에서 정신을 놓은 희멀건 여자 하나를 끼고 있던 놈이 덜덜 떨며 말한다.
"표.. 표지훈만.. 그새끼만 건드렸어요.."
"....넌."
"아, 아무짓도 안했어요..! 각자.. 각자 한명씩 그냥 낚아온건데..!"
걘 그냥 그새끼가 어디서 멋대로 데려와서..
비굴하게 빌다시피 하는 녀석을 잠시 쏘아보다 한숨을 쉬었다.
다시한번 울긋불긋한 가슴팍을 내려보았다.
".........."
더럽다.
더러운 흔적이다. 멋모르고 남의 영역을 침범해 남긴 흔적. 붉은 자국이 깨끗이 사라지도록, 차라리 여린 살을 가죽째 들어내버렸으면 싶다. 붉은 자국들 새에 보이는 화상자국.
아물던 중 살이 밀려나 생긴 흉터까지 진하게 자리잡았다.
저 흉터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내가 독점한, 내가 낙인을 찍은, 나의 것.
"......."
애써 떨리는 손을 참아내고 천천히 셔츠를 여민다.
구깃구깃해져 엉망이 된 흰 셔츠 깃에 방금 전 흐른 정액이 눅눅히 배어들어 있다.
".....씨발,"
욕을 내어봐도 달라질 것은 없다.
마음이 급하다. 숨이 너무 느리다. 맥이 너무 옅다.
머리를 숙여 가슴께에 귀를 대어보았다.
심장이 천천히, 아슬아슬하게 뛰고 있다. 우지호. 정신 차려봐....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고 그렇게 속에서 되뇌인다. 정신 차려.
마지막 끝 단추까지 여민 후에, 힘없이 축 늘어진 그 몸을 일으켰다.
이리저리 끌리는대로 흔들리는 머리칼이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씨발, 뭐해. 얘 팔좀 잡아!"
우물쭈물 눈치를 보는 한명에게 소리를 지르니 그제서야 어쩔줄 몰라하며 다가온다.
가볍다. 몸이 축 늘어져 있는데도 이렇게나 가볍다.
간신히 등에 업은 우지호는 그 키에 맞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가벼웠다. 어디에서 뭘하고 지냈는데. 멍하니 그 무게를 느끼고 있자니 허무함이 치솟았다. 나는 너를 찾으려고 매일을 미친놈처럼 살았다.
혹시나 네가 왔을까, 학교에도 늘 확인하러 갔다. 김유권에게 온갖 협박도 해봤고, 그의 집을 뒤져가면서까지 널 찾았다. 분명 네가 있을만한 곳은 전부 안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도 찾아헤맨 너는 정작 이렇게 가까운, 이렇게 더러운 밑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몸을 내어주며. 내가 미쳐 찾던 너는 이렇게나 가볍고 보잘것 없이 약한 존재인데. 나는 왜 이렇게....... 왜 너에게 이렇게나. 걸음을 옮겼다.
어깨에 늘어진 고개, 목 즈음에 닿는 숨이 차츰 더 흐려진다.
"내 돈으로 너희가 얼마나 더럽고 추잡하게 놀던지 신경 안써." ".........."
"단, 언젠가 나한테서 버려졌을때 뒷감당 어떻게 할진 생각해둬야 할거야."
생각이란걸 좀 하고 일을 벌이란 말이야.
아무런 답도 들리지 않는다.
"뒤 봐주는 것도 한두번이야."
만족을 모르는 것들이다.
강도짓이면 강도짓, 강간이면 강간, 살인까지.
한두번 작용한 뒷배경에 저 잘난 줄 착각하고 나자빠지는 것들이 꼭 있다. "문 열어."
"....! 아," 바로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놈이 화들짝 놀라 커다란 룸 문을 연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작게 울리기만 하던 클럽 음악이 시끄럽게 귀를 파고든다.
머리가 띵하다.
"....저기..!" "......."
문을 연 놈이, 걸음을 옮기던 나를 큰소리로 불러 세운다.
마음이 급해 노려보듯 돌아서자 당황하면서도 말을 잇는다.
"그새.. 아, 아니.. 걔요... 형하고 무슨 사인지.."
"......."
"..아, 아니!! 건들겠다는게 아니라요, 저기, 혹시 모르니까 다른 놈들한테 말해두려고..."
가만히 놈을 바라보다가 더 고개를 돌려 바짝 얼어있는 짐승들에 시선을 한번 두었다.
움찔, 하며 고개를 숙이는 꼴이 익숙하면서도 역겹다. 다시 문 쪽으로 몸을 돌리고, 어깨 위로 흘러내린 우지호의 얇은 팔을 한번 봤다. 길게 이어지는 매끈한 손가락은 하얗다 못해 시체의 그것같이 질려있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 가까이에 있지만 녀석의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로 답했다.
".....아무 관계없는, 남이야."
----------------------------------------------------------- 어떻게 차를 몰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친듯이 속도를 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던 내 방 침대에 우지호를 눕혔다. 이마에 손을 대어 보았다. 차다. 급하게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잠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이름을 찾았다.
-여보세요.
"나야. 우태운."
-...뭐야, 연락하는일 없게 하자고,
"그럴 때 아냐. 우지호가 아파."
최대한 냉정하고 빠르게 말하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이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말의 끝자락에 감정이 배어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뭐?
"당신밖에 없어. 좀 도와줘. 약을 먹었는데.."
-침착하게 제대로 말해. 지호가 어떻게 됐는데!!!
"근육, 신경계 마비가 심해. 보틀리누스 톡신 약품 희석액을 마셨어. 의식이 안돌아와."
-....최대한 몸 따뜻하게 해놓고 시선떼지마!
지금 갈테니 기다려. 그의 성격답지 않게 나만큼이나 떨리는 목소리로 당부하곤 전화를 끊는다.
이민혁은 우지호를 아낀다.
그것을 알기에 전화했다. 나를 원망하면서도 그는 한달음에 달려올 것이고, 그를 살려놓을 것이다. 차가운 그 몸 위로 이불을 끌어 올려 덮었다. 이불조차 차가워 도무지 열이 돌 생각을 않는다.
두툼한 이불 한장을 더 꺼내 봤지만 소용이 없다. "정신 차려..."
그렇게 찾아헤맸는데, 왜 이런 식으로 돌아왔어.
침대 맡에 무릎을 꿇고 그 얼굴을 천천히 만졌다.
손이 나도 모르게 덜덜 떨려 그 흰 피부에 불규칙적으로 접촉한다. 얼굴 역시, 차갑다. "정신 차려봐..."
팔을 뻗어, 그 몸을 살짝 끌어당겼다.
몇번이나 이 몸을 탐했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우지호는 너무나 낯설다. "제발, 눈좀 떠..."
팔에 힘을 줘 끌어안아보지만, 내 몸의 체온은 좀처럼 나누어지질 않는다.
이렇지 않았었다.
내 몸에 닿은 네가 이랬던 적이 없는데... 단 한번도. 설령 의식을 잃은 채였어도, 언제나 따뜻했었다.
아득한, 그러나 잊지 못할 그 옛날의 너 역시 늘 그랬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품 안의 너는 단 한번도 이러지 않았어.
비워내기로 마음먹었었던 너의 예전모습까지 긁어모아가며 나는 널 품에 안고 두려움에 울었다. ------------------------------------------------------------------------------ 1. 양김이에용 우태운이 요즘 스피드 멤버로 활동을 하고 자주 보게되다 보니.... 죄책감이 더 심해졌어요..........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아무리 생각해봐도 친형제...내가 쓰면서도 많이 그래....근데 좋아.....나....쓰레기....큐... 2. 알바하던데 짤리고 다른데로 옮겼어요.. 접시를 열개 가까이 깨니까 사장님이 도저히 안되겠다곸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옮긴데는 요리만 해서 그릇 안깸!!!! 3, 김유권 뭐하고 있니? 4. 다음화부터는 우태운의 과거 스토리가 진행될거가틈.. 우리들의 싸이코 태운성님 어린시절로 돌아가봅시당 5. 이쁜 표지 선물해주신 꽃사슴님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 잘쓸게요!! 분위기 있고 퀄리티 ㄷㄷ해 하트하트!!! ![[퓨전/태운지코] 그것만이 내 세상 - 25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3/2/d32863c8c8db4e389dbbe38a8dd453cf.jpg)
요거!!!! 6. 설날 떡국 많이 드시고 귀염지게 토실토실해져서 만나요 우리!!^0^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대들이 있어서 힘을 냅니당 ![[퓨전/태운지코] 그것만이 내 세상 - 25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d/e/7de056061918d8d3e9bfbda6ca150f59.jpg)
↑우리 암호닉 독자들ㅎㅎ 짱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