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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추워죽겠네.. 왜 이렇게 안오는거야.. 뒈지고싶나..."  

  

  

  

털모자도 쓰고 코트도 입었건만, 칭칭감은 목도리 사이로 들어오는 칼바람에 짜증이 팍- 난다. 오늘 일기예보에 추울거라고 했는데 진짜 춥네. 이럴꺼면 그냥 차갖고올껄  

  

  

"아씨- 이거 오늘 새로 신은 건데.. 진짜 짜증나게하네.."  

  

  

거기다 내가 질색하는 비까지 쏟아져 장렬히 전사해 버린 내 새 워커를 보니 저절로 위아래 이를 물어 눌린 소리가 난다.  

진짜 오늘 오세훈 잡을꺼다 아오  

  

  

  

"헐 ㅇㅇ아! 아직도 기다려?"  

  

  

어제 준면오빠가 비가 올 것 같다며 사줬다는 우산을 팡- 펼치며 걱정스레 묻는 수진언니. 평소에 나 못지 않게 장난끼 많은 언니가 저렇게 토끼눈을 하고 묻는걸보니 진짜 내가 지금 표정관리가 안되긴 하나봐.  

  

  

"네... 진짜 오늘 오세훈 제삿날이에요 언니~^^"  

  

  

  

"....그..그래, 오늘 세훈이가 많이 늦긴하네..하핳..  

그럼 나 먼저 갈께-"  

'준면씨 빨리가요오-'  

  

  

  

살의를 띈 내 표정이 진짜 무슨 일이 나기는 날 것 같았는지 급히 준면오빠 옆구리를 찌르며 데리고 나간다. 으..응.. ㅇㅇ아 조심히 들어가- 평소에 그렇게 눈치없기로 유명한 준면오빠가 알아서 자리를 피하는 걸 보면 아마 내 표정은 완전 똥 씹은 표정이었나봐...  

  

  

  

"네 언니, 월요일에 뵈요- 오빠도 잘 들어가세요- ^^"  

  

  

  

애써 얼굴 가득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당황한 언니 오빠에게 손을 흔들었다. 수진언니와 준면오빠가 탄 검은차가 바닥의 빗물을 사방으로 튀어내며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그제야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010..2... 아이씨 손도 얼어서 제대로 쳐지지도 않아"  

  

  

  

  

밖에서 오세훈 샛기를 기다리느라 빨개진 내 손가락은 제 주인을 원망하는지 내 말을 듣지를 않는다. 기다려 손가락아, 널 이렇게 만든 놈한테 내가 욕한번 시원하게 해줄테니 조금만 참아 아가들아. 몇번이나 썻다 지워내고 다시 쓰고를 반복해서 겨우 그자식의 번호를 제대로 입력하고 전화를 걸으려는데  

  

  

  

"누나!!!"  

  

  

  

왔네ㅋ 타이밍도 한번 참 거지같네. 올꺼면 전화걸기 전에 오지 아오진짜  

  

  

  

  

  

"누나, 오래 기다렸어? 미ㅇ"  

  

"야!!!!!"  

  

  

  

  

창문을 내리고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급히 미안하다는 오세훈의 말이 채 끊기기도 전에 차 안으로 뛰어들어가 소리를 질렀다.  

  

  

  

"...."  

  

ㅋ 염라대왕이라도 만났다는 표정이네  

오키 오늘 내가 너 지옥을 경험하게 해줄께^^  

일단 문 좀 닫고.  

  

  

탁-  

  

  

  

"너! 내가!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누..누나 내가 미아..."  

  

"우리 건물은 망할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딱 퇴근정시에는 난방이고 뭐고 전기가 다 꺼진다고! 추워죽겠는데! 근데! 너!! 가!! 금방 오겠다고해서 짐 다 싸서 나온 나를!! 45분이나 기다리게 해?! 금방 온다며!!! 진짜 너 오랜만에 여기저기 오독오독 씹혀보고싶냐!??"  

  

"아!!! 아파!! 내가 잘못했어 누나- 그니까 제발 이거쫌-!!"  

  

"이것 좀 뭐, 뭐!!!"  

  

"아악-!"  

  

  

분에 못이겨 다다다 뱉은 다음 아직도 안 풀린 화에 순간 눈에확 들어온 오세훈의 어제 염색했다던 회색머리를 쥐어잡고 흔들었다. 망할놈!!!! 잘못했어, 안했어. 어? 아아- 진짜 잘못했어 누나아- 진-짜-로- 진짜 진심으로 잡아버린 머리채가 꽤나 아픈건지, 아님 진짜 미안한건지 모르겠지만 평소라는 순순히 안나왔을 오세훈의 사과에 일단 손을 놨다.  

  

  

  

"아- 아 진짜 누나 악력 장난아니네.  

진짜 으-"  

  

  

  

오세훈이 내가 쥐어뜯은 부분을 손으로 벅벅 문지르며 궁시렁거렸다. 저 자식이?  

  

  

"...출발할게-"  

  

  

  

조용히 째려보니 또 꼬리를 내린다.  

또 늦기만해- 씨- 개색기 이럴꺼면서 왜 늦게와-  

결국 아무말없이 차를 운전하는 오세훈 .오늘 뭐 재밌는거 안하나? 네비게이션 화면을 누르며 dmb를 틀었다.  

  

  

"뭐 안하네?"  

무작정 채널을 바꿔보고 있는데  

  

  

카톡-  

  

네꺼야? 아니, 난 알림음 바꿨어. 누나껀가본데? 그런가? 주머니를 보니 코트 속 휴대폰 화면에 빛이 들어오는 걸 보니 내껀가보다.   

  

  

  

  

차녀리: 어디야? 오후 8:56  

  

  

  

  

  

어, 박찬열이네. 망할 오세훈이 늦게 데리러 와서 방금 막 출발했다는 카톡을 전송하고 다시 디엠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어. 아빠 어디가 재방하네. 이거 봐야짛  

  

  

  

  

"아, 근데 너 왜 늦었어?"  

  

"오늘 우리 여보 오랜만에 만나니까 멋있게 보이려고 더 신경쓰느라 그랬지이- 어때? 나 오늘 좀 멋있어?"  

  

  

묻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능글스럽게 대답하며 실실 웃는다. 얘가 진짜 왜이래 징그럽게..  

  

  

"어우 닭살.. 제발 남들 앞에서는 그렇게 하지마라-  

그 우리여ㅂ.. 여튼 그거 그렇게 부르지마 진짜 듣는 사람 토나옴. 우웩"  

  

"아오- 진짜. 하여튼 예쁜말을 하는 법이 없어-"  

  

  

"그리고, 오랜만이라고 해봤자 일주일만이구만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 너 요즘 너무 능글맞아졌어. 박찬열 닮아가냐?"  

  

"치-"  

  

  

  

  

조금 뭐라 했다고 또 입 댓발나와서 투덜거리는 것 좀 봐.  

으휴- 얘가 진짜 박찬열 닮아가나? 완전 능글맞아졌어. 운전이나 빨리해- 지금 이 누나 너 때문에 배고파서 돌아가시겠다. 니예니예, 누님이 그러시다면 그래야지요- 깐족거리며 대답하다가 결국 팔뚝을 한 대 더 맞고서 조용히 운전을 한다.  

고럼. 그렇게 나와야지. 빨리 집에가서 치킨이나 뜯자 아가얗  

  

  

  

  

  

  

***  

  

  

  

  

  

  

  

  

  

  

  

  

"우리왔어!!"  

"나왔ㅇ.."  

  

  

  

  

집에서 고운자태로 나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 치킨을 상상하며 기쁜 마음으로 싱글벙글 문을 빡-열고 들어왔는데..  

  

"...!"  

  

  

  

"니네뭐하냐?"  

  

  

  

  

전혀 예상치 못한(그리고 빡치는) 상황에 안그래도 낮은 목소리가 더 낮게 착 깔린다. 야-야- 빨리 원위치해라아.. 오세훈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개미만한 목소리로 놀라서 멈춰 있던 정현이와 박찬열의 손을 떼어 놓는다.  

  

  

  

  

  

"아니...우린 그냥 너네가 너무 늦게 오길래.."  

  

  

  

  

"...."  

  

  

  

  

"...야!! 그리고 우리가 뭐 못할 짓 했냐?!"  

  

  

  

  

"어쭈. 당당하지?"  

  

  

  

  

빡치는 기분에 메고있던 가방을 팍. 던졌다. 동시에 움찔하는 김정현과 박찬열.   

  

  

  

  

"에이.. 누나!! 그러지말고~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지금이라도 많이 먹고 화풀어~^^"  

  

세훈이가 애써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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