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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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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원 전체글ll조회 923





도경수, 뮌하우젠 증후군. 진료기록에 적힌 병명 위로 찍힌 무수히 많은 볼펜 자국들 그리고 한참동안 그 종이만 바라보며 입에 볼펜을 물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백현이의 행동이 거슬려서 결국 탁! 소리를 내며 들고있던 파일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왜 남의 진료실에 와서 끙끙 앓는건데"
"......"
"야, 변백현"
"경수가 요즘에 통 기운이 없어보여"
"그래서?"
"역시 내가 싫은건가..."
"내가 그 우물 좀 그만 파라고 했지?!"




그리고 왜 남 일하는데 와서 방해야? 니 방가서 좀 하면 안되냐?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는 백현에게 가차없이 축객령을 내리자 '매정한놈..' 하고 중얼거리더니 진짜 나가려는건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한손으로 문고리를 잡으며 힘없는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진료실을 나서는 백현이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는 백현이의 행동에 풀었던 인상을 다시 찌푸렸다. 또 왜?




"루한 다시 입원했다며"
"그게 뭐"
"어쩐지 뒤가 좀 구리다?"
"니가 신경쓸일 아니거든?"
"개인 사정 안봐준다며"
"자살기도력 때문이야"
"게이가 아닌걸 알아서가 아니라?"
"너 일없냐? 한가해?"
"......"


빨리 나가보라는 뜻으로 문을 향해 턱짓하자 영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않던 백현이 작게 고개를 내저으며 진료실을 빠져나갔다.


내가 루한을 다시 입원 시키려는 이유는 단순한 동정심도 아니였고 그 루한의 형이라던 김준면의 부탁 때문만도 아니였다. 그가 다시 자살시도를 했다는것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과 책임감의 영향도 물론 있었지만 내가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고자 하는 이유는 좀 더 다른것이였다. 힘없는 얼굴로 멍한 시선을 아무곳에나 던져두며 가만히 앉아있기만하던 그가 나를 보며 지었던 아주 흐릿한 미소, 하얀 손목 위로 단단히 감겨있던 붕대 처음엔 그 모든게 신경쓰여서였다. 그리고 지금 내가 그를 입원시키려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그의 행동 때문도 있었다. 그를 차마 피하지 못했다. 평소의 나라면 기겁을 했을 그 행동을 가만히 받아주었고 나중에서야 거의 습관처럼 밀어내기는 했지만 어색하고 낯설더라도 다른 사람에 비해 역겨울정도는 분명 아니였다.




"신경쓰이니까..."


그래서 옆에 두는것 뿐이야.










뮌하우젠, 뮌하우젠. 병원 복도를 걷던 발걸음이 단단한 무언가에 가로막혀 멈춰지고 말았다. 부딪힌 이마를 부여잡은채 고개를 들자 멍한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찬열의 얼굴이 보였다. 그가 혼자서 병실 밖으로 나오는 일은 흔치 않았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어쩐 일로 내 눈을 똑바로 마주쳐온 찬열이 그대로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저기, 잠깐.."
"역시 숨이 안쉬어져"
"아파? 어디 아파서 나온거에요?"
"당신은..."
"괜찮아요? 저기 잠시만 이 팔 좀..."
"당신은 나한테 거짓말을 믿고싶게끔 만들어"


찬열의 입에서 나오는 의미 모를 말들을 들으며 그에게 끌어안겨진채로 가만히 제자리에 서있었다. 무슨뜻인지는 잘모르겠지만 그냥 그에게 내가 필요하다는 말같아서 천천히 그의 등을 어루만져주었다.




"난 거짓말한적 없어요. 내가 당신에게 한 말은 다 사실이야"
"......"
"난 네 담당의사니까 믿어줬으면 좋겠어"
"그럼.."
"......"
"당신이 나를 떠나지 않겠다 했던 그 말도?"
"응?"
"도망가지 않겠다, 내가 무섭지 않다...그 말도 믿어도 되는거야?"
"그럼요"



잔뜩 움츠러든 어깨를 끌어안으며 고민하던것도 잊어버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 찬열이 자신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는건지 어떤 말을 건내고 싶어하는건지 잘 알지는 못했지만 일단 조금은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것 같아서 그저 고마울뿐이였다.


찬열을 병실에 데려다주고 나중에 보자며 인사를 하고 난 후에야 진료 시간에 늦었다는걸 깨달은 나는 미친듯이 진료실을 향해 뛰어야했다. 만약 민석이가 이런 내 모습을 봤다면 병원 무너지겠다며 그만 좀 뛰어다니라고 소리를 질렀겠지만 지금은 설령 민석이의 잔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기분이 나쁘지 않을것 같았다. 나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오늘도 활기차게 진료실을 향해 달렸다.







오랜만에 갖는 휴일이였는데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았다. 잠을 설친것도 그렇지만 아침부터 시끄럽게 귓가를 울려대는 옆건물의 공사 소음 때문에 뭔가를 하려고해도 도무지 집중을 할수가없었다. 예민한 성격탓에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즐기던 나는 머지않아 집을 나와 동네에서 좀 떨어진 조용한 카페로 향했다.



요즘 유행하는 가요는 물론 흔한 클래식 음악조차 흐르지 않는 그저 고요함만이 감도는 카페 안에는 한참동안 작은 타자 소리만 들려왔다. 노트북 위에 올려두었던 손을 내리고 화면을 닫았을때는 이미 이 카페에 온지 세시간이나 지나있었다. 정작 주문했던 커피는 손도 대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어지럽게 널려있던 서류와 종이들을 정리하며 밖에 나온김에 병원이나 들릴까하고 늘어져있던 짐을 챙겼다.


확실히 백현이에게 워커홀릭 소리를 들어도 할말이 없다. 쉬는 날에도 나를 여유없게 만드는건 스스로였기에 일에 치이면서도 불만은 없었다. 다만 지금처럼 조금 피곤할뿐.



병원 안으로 들어서자 프론트에 있던 수간호사가 제일 먼저 인사를 해왔다. 오늘 비번이 아니였냐는 물음에 대충 의미없이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인사를 대신한 나는 곧바로 내 진료실로 향했다. 아까까지 카페에서 정리한 자료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목까지 잠갔던 단추를 풀었다. 확실히 가만히 집에서 노는것보단 이쪽이 편했다. 이것도 몹쓸병이라며 혀를 찰 백현이를 생각하면 조금 웃음이 나올것도 같았지만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지독한 호모포비아에 결벽증까지 가졌으면서 이젠 업무중독이라니 본인이 생각해도 정신과 의사주제에 참 정신병도 많았다.







"뭐야? 진짜 온거야?"


그새 얘길 들은건지 빨리도 찾아온다. 흔한 노크 한번 없이 벌컥 열린 문사이로 고개부터 내민 변백현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늘도 한가해보인다?"
"야 나 오늘 완전 바빴거든"
"그래?"
"넌 하필 오늘같은날 쉬고 난리야"
"그래서 왔잖아"
"헐. 설마 진짜 일하러 온거야? 지나가다가 들린게 아니고?"


의심에서 경악으로 표정을 바꾼 백현이 완전히 내 진료실 안으로 들어와선 내게 삿대질부터 했다. 그리고는 곧 원장에게 추가 수당이라도 받기로 한거냐며 이곳에 온 진짜 이유가 뭐냐고 묻는데 거의 예상했던 반응들이라 어깨를 으쓱이곤 책상 위에 놓인 장갑부터 꼈다.



"지독한놈"
"뭐"
"차라리 너 대신 내가 쉬면 안되냐"
"그건 싫은데"
"너도 진짜 이상해. 그러다가 병난다니까 진짜?"


말투는 장난스러우면서 내뱉어진 말들 속에 진심이 섞여있다. 쓸데없는 걱정말라며 손을 내젓는 내 행동에 몸서리치듯 부르르 몸을 떤 백현이 인상을 구겼다.





"아참 마침 너 온김에 얘기할게있어"
"또 뭔데?"
"도경수 말이야"
"왜, 또 어디 아프대?"
"아니 그런건 아닌데 아무래도 도경수는 니가 봐줘야겠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어제까지만해도 의욕 넘쳐보이더니?"



백현에게 무슨 다른 이유가 있냐고 묻자 그저 자기가 요즘 너무 바빠서 여유가 없을뿐이라며 딱봐도 핑계로 보이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노려보기를 한참. 내 시선을 묘하게 피하던 변백현은 좀 부탁하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도망치듯 내 진료실에서 나가버렸다. 아무래도 저거 켕기는 뭔가가 있는게 틀림없다.






변백현이 나간후에도 진료실에서 계속 업무를 보던 나는 꽤 시간이 흐른 후에야 지겨운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피곤해진 눈가를 손으로 주물렀다. 오랜만에 얼굴도 볼겸 수상하게 굴던 변백현의 꿍꿍이도 알아내기위해 경수에게나 가볼까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오늘은 너무 오래 앉아있었는지 허리가 쑤셔왔다. 메신저에는 자리비움 표시를 해두고 기지개를 키며 바로 진료실을 나왔다.


병실에 도경수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있을거라고는 미처 상상도 못했다. 늘 그렇듯 노크를 한 뒤 병실문을 열자 그 안에는 분명 도경수의 병실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기 병실인것 마냥 루한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게 뭡니까?"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 템포 느리게 나간 내 질문에 그저 웃은 얼굴로 나를 바라본 루한은 어깨를 으쓱이며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섰다. 마치 길을 터주는듯한 그의 행동에 더 어이가 없어서 빤히 쳐다보자 루한은 내가 왜 쳐다보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마주볼뿐이였다.




"경수 병실에 왜 당신이 있어요?"
"아...어쩌다보니?"
"병실로 돌아가요"


루한이 있는곳과 반대편으로 물러선 나는 아직까지도 침대에 멀뚱히 앉아있는 경수를 힐끔 쳐다봤다가 다시 벽쪽에 붙어선 루한을 바라보았다. 내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루한은 방금 내가 들어왔던 문 밖으로 쏙 사라져버렸고 문이 닫히고 나서야 작은 한숨과 함께 다시 경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둘이 언제 친해졌어?"
"...누가?"
"방금 그 사람이랑 선생님"
"그건 내가 묻고싶은 말이야. 저 녀석은 왜 여기있던거야?"
"변쌤 따라서 들어오더니 안나가던데"


작은 어깨를 한번 으쓱이곤 어쩐일로 온거냐 눈치를 주는 경수의 눈을 마주쳤다.




"백현이하고는"
"변쌤?"
"안친해?"
"친해야해?"
"담당의사잖아"


내 말에 묘하게 표정을 굳힌 경수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더이상 말하고싶지 않다는 행동에 누가 먼저 담당의사를 바꾸자고 했는지 물어보려했던 질문을 삼킬수밖에 없었다.





"있잖아요 선생님"
"......"
"그거 알아? 여기에는 신용할수없는 애정만 가득하다는거"


경수의 마지막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병실을 빠져나왔다.














종대의 아는 형사라고 간략하게 자기를 소개한 오형사는 딱보기에도 날카로운 인상을 가졌지만 꽤 어려보이는 얼굴이였다. 종대를 형이라고 부르는것을 보니 예상대로 나이는 어렸지만 나이랑은 별개로 범죄자든 누구든 사람 기죽이기엔 타고난 눈매를 하고있어서 참 형사라는 직업이 천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탁하실 일이라는게 뭡니까"
"이번에 저희 관할 지역에서 성폭행 사건이 한건 일어났는데 그 용의자가 정신질환을 주장하고 있거든요"
"그거 참 개새끼네"
"선생님께서 한번 봐주셨으면해요"
"중요합니까?"
"예?"
"제 소견이 중요하냐구요. 무슨 정신질환을 앓고있던간에 범죄자는 범죄자입니다"



그냥 쳐넣으시죠. 아그작, 얼음을 씹으며 인상을 찌푸리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오형사의 표정이 조금 유하게 바뀌었다. 그리고는 '잘부탁드립니다' 하고 예의바르게도 인사를 한다. 아직 도와주겠다 대답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나오면 거절할수가없었다.







"간단한 진료니까 부담없이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싱긋 웃으며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펜을 쥔다. 그 모습을 보며 맞은 편의 남자가 고개를 숙이자마자 바로 표정을 굳혔다. 빠르게 답안을 작성하는 모습이 어쩐지 가볍게만 보인다. 최소한의 죄책감도 없어보이는 행동에 내 표정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졌지만 얼마안가 펜을 내려놓는 소리에 구겼던 표정을 억지로 풀어냈다.



"평소 감정 컨트롤이 안된다거나 흥분을 주체할수없을때가 많았나요?"
"아, 예"
"갑자기 우울해지거나 화가 날때는요?"
"이..있었습니다"
"그때 자기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인지하시나요?"
"아뇨! 하...하나도 기억이 안납니다"
"기억이 안난다?"
"ㅇ...예"
"근데 조서는 어떻게 작성하셨습니까? 범행 재연까지 다 하셨다면서요"
"그건..."
"검사는 이정도면 됐고 이만 나가보세요"


진단서를 쓰는척 볼펜을 끄적이던 나는 내 눈치를 보는 남자를 짜증스런 표정으로 쳐다보다 턱짓으로 문을 가리켰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가 흠칫 놀라 진료실의 문을 열었고 밖에서 기다리던 경찰 두명이 그를 인수해갔다.






"검사 결과는요?"
"지극히 정상이네요"


오형사가 건낸 캔커피 받아들며 말하자 그는 일정거리를 두고 내 옆에 앉았다. 종대에게 내가 가진 병에 대해서 들은건지 처음봤을때부터 나를 대하던 태도가 조심스러웠다.



"저희에게 큰도움을 주셨으니까 저도 의사 선생님께 도움을 좀 드리고싶네요"
"......"
"종대형한테 얘기 들었어요"
"아아"
"결벽증이 심하다고 그러던데 제가 팁을 좀 알아왔거든요"
"팁이요?"


작게나마 미소를 짓고있는 오형사는 평소와 이미지가 달라보였다. 내 결벽증에 대해 무슨말을 하고싶은건가해서 그를 빤히 쳐다보자 들고있던 캔커피를 한모금 더 마신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희 반장님이 옛날에 엄청 심한 결벽증이셨거든요"
"그래요?"
"경찰인 저희가 경찰서 안에도 못들어갔다니깐요. 깐깐하기는 엄청 깐깐하셔서 부하직원을 완전 두발로 걸어다니는 벌레 취급이였죠. 반장님하고 만약 스치기라도하면 그날은 진짜...와...오우...생각하기도 싫어. 아직까지도 소름 끼친다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고치셨어요?"


반장이라는 분의 행동이 나와 비슷한가 잠깐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오형사님의 행동에 생각을 멈추고 그의 말에 다시 집중했다.




"병원을 다녀도 안고쳐지고 오히려 심해지셨죠. 그런데 어느날부터 완전 다른 사람처럼 달라지더니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하나도 없어지셨어요. 제가 어떻게 고쳤냐고 여쭤보니까 이러시더라구요.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는 있다!"
"예외?"
"그 다음달에 반장님 결혼하셨어요"
"예?"
"닿을수있는 사람을 찾았거든요"


닿을수있는 사람. 오형사의 말이 무슨뜻인지 생각하다보니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뒷말을 잇는 오형사를 바라보며 나는 머릿속에 피어오르는 물음표를 지워냈다.



"부모님도 맨손으로 만질수없던 사람이 갑자기 닿고싶은 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들으니까 저희 경찰서는 완전 난리가 났었죠. 범죄 수사보다 그 사람이 누구일까 알아내는 일에 더 열심히였다니까요"
"그 상대방이 정신과 의사였습니까?"
"아니요. 평범한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어요"
"...이상하네요"
"사모님하고 만나면서 저절로 낫더라구요. 사모님이 주시는 물건을 맨손으로 만지는것부터 시작해서 자기 영역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도 점점 괜찮아졌거든요"



그러니까 선생님도 한번 찾아보세요. 혹시 모르잖아요. 진짜 마법처럼 어느날 확 닿고싶은 사람이 나타날지도?


장난끼 어린 목소리였지만 오형사님의 눈에는 어느정도 진심이 담겨있었다. 피식 웃어버리며 만날수 있다면 좋겠네요. 하고 대답하자 남은 커피를 한번에 입안으로 털어넣은 오형사님이 찾으면 말하세요. 그땐 진짜 맛있는거 사드릴게요.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에 네, 하고 대답하자 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루한이 들어왔다. 진료시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무슨일인가싶어 보던 자료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자 루한은 진료 의자에 앉아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뭡니까"
"너 너무 소홀한거 아니야?"
"......"
"이럴거면 입원하지말걸 그랬어"
"무슨 말입니까 또"
"재밌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원 얼굴보기도 힘드니까 시시해지잖아"
"루한?"


의미를 알수없는 말만 중얼거리는 루한을 빤히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리자 어깨를 으쓱이곤 빙글빙글 의자를 돌려가며 장난을 쳤다. 어쩐지 전에 봤을때랑은 전혀 다른 분위기에다가 말투와 행동까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애초에 당신은 닿지못하니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는 어쩐지 아쉬움이 묻어났다.



"장난은 여기까지입니다. 다른 할 말이 없다면 이만 나가주세요"
"왜 매번 손목을 긋는건지 궁금하지않아?"
"......"
"넌 내 담당의사면서 나에 대해서 너무 몰라"
"당신, 오늘 이상하네"
"나 거짓말한거 있어"
"뭐?"
"사실 나 게이맞아"


싱글거리며 웃는 표정이 어쩐지 한대 확 쳐버리고 싶었지만 마지막 그의 말에 도무지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다. 뭐? 게이라고? 나한테 거짓말을 해?



"그쪽이 날 미워할까봐 거짓말해버렸어"
"지랄..하지마"
"벌써 몸에서 반응이 오나보네? 소름끼쳐? 무서워?"
"당장 꺼져버려"
"그래 이런 눈으로 바라볼게 뻔하니까"
"너 말투가 왜그래? 평소랑 다르잖아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내가 게이인걸 알았으니까 당신은 날 또 내쫓겠지?"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간 루한이 갑자기 박수를 짝 치며 뒤를 돌아보았다. 까먹고있던걸 기억해냈다는듯이 눈을 크게 뜨곤 입술을 꾹 깨물고있는 나와 눈을 마주쳤다.



"걔한텐 다정하면서 나에 대해선 하나도 안알아주니까 심술나서 이러는거잖아. 나 보기보다 좀 어린애 같거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진료실 문을 열고 나가버린 루한의 뒷모습을 마지막까지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내가 알았던 루한과는 조금 다른 모습에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쳐버리겠네..."

이제서야 움찔거리며 움직이는 손 때문에 확 짜증이 치솟았다. 진짜 짜증나 재수없어. 책상 위를 나뒹굴던 진료기록들 중에서 루한의 이름이 적힌것을 낚아채듯 집어들었다. 성정체성장애라고 타이핑 된 글자 위로 검은색 볼펜으로 찍찍 그어버린 자국이 보였고 그 밑으로는 자살기도 이유 불명이라고 적혀있었다. 루한의 말대로 난 억울하게도 그에 대해서 아는게 별로 없었다.






다음날이 되자마자 진료 시간이 되기 전에 먼저 405호로 향했다. 밤새도록 생각해봤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거짓말이였다고? 그럼 자기가 진짜 게이란거야? 도대체가 나갈때는 왜 또 뭐가 심술이 났다고 중얼거린거냐고!



"이봐, 당신...!"


노크도 없이 박차고 들어간 병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아무도 없는줄 알았다. 빈 병실을 보고 또 어딜 싸돌아다니는건지 병실을 나가버리려던 찰나 침대의 하얀 시트 위로 얼룩진 검붉은 핏자국이 보였다. 피의 색을 보아선 이미 꽤 시간이 지난것 같았다 황급히 침대맡으로 다가가자 반대편 창가에 몸을 움츠리고 앉은 루한이 보였다. 흐릿한 눈동자엔 초점이 잡히지 않았고 손목에는 말라비틀어진 핏자국이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또 였다. 또 스스로 손목을 그었다.


'왜 매번 손목을 긋는건지 궁금하지않아?'

어젯밤 그가 나에게 했던 말이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다.


"도대체 왜...손목을 그은건데!"








다행히라고 해야할지 그의 상처는 크지 않았다. 자살이 아닌 자해에 가까운 행동이였다. 치료를 받는 동안 지켜본 그의 손은 말로 할수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그의 손목을 가까이에서 본건 처음이였다. 늘 나를 배려해서 멀리 떨어지려고만하던 사람이라 제대로 닿아본적도 없어서 알지못했다.

징그러울 정도로 양쪽 손목에 크게 남은 흉터들이 이 사람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나에게 외치는것만 같았다. 어째서 알아주지 않는거냐고 자신에게 묻는 흉터를 손끝으로 쓸어내리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렇게 아픈짓을 왜 하는거야..?"
"...글쎄"


루한의 눈은 여전히 감겨있었지만 그는 이미 깨어있었던듯 내가 묻는말에 천천히 대답했다. 손목에 닿아있던 손을 떼고 시선을 돌렸다.



"괴로우라고..."
"뭐?"
"다음날 깨어났을때 괴로우라고"
"무슨말이야?"
"애초에 죽을 생각은 없었어 그럼 결국 자기 손해니까"
"어제부터 계속 못알아들을말만 하지마"
"내가 어제 무슨 말을 했는데? 넌 알아? 아까 간호사 누나한테 물어봤는데 오늘 날짜가 이상하더라 난 잠깐 잠이든것뿐인데 왜 이틀이나 지나있을까"
"......"
"기분이 거지같다고...이딴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루한은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자기가 손목을 그은것도 기억하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어제와는...다른 사람이였다.











"먼저 연락이 올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묻고싶은게 있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래요?"


루한의 형이라던 이 사람은 여전히 여유롭기 그지없는 웃음을 지으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 이번에 또 죽으려고 했다더군요"
"죄송합니다. 의사로서 책임을 다 하지못한점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아니요. 이젠 익숙해서 별로 감흥도 없는걸요"
"......"
"설마 그 사과를 하려고 부르신건 아닐테고"


손에 들고있던 나이프를 가지고 장난을 치던 준면에게 정말 묻고싶은 질문을 하기위해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마 이 사람은 알고있는것 같으니까.



"루한의 병은 뭡니까"
"헤에? 의사선생님이 저한테 묻는겁니까?"
"이미 알고있는데 숨기는거 같아서요"
"와, 날카로운데? 어떻게 알았어요?"
"성정체성 장애로 입원한 환자라 애초에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은적이 없어요. 자살기도를 했을때도 간단한 우울증 검사만 했을뿐이지 다른 검사는 받지도 않았고 보호자라는 사람은..."
"당신은 루한을 본적이 몇번이나 있어요?"
"무슨...?"
"진짜, 내 동생을 본 적이 몇번이나 있는지 묻는겁니다"


김준면의 말에 하마터면 들고있던 컵을 떨어뜨릴뻔 했다. 지금 무슨말을 하고있는건지, 정신과 의사인 나는 단 하나의 의미로 밖에 받아들여지지가 않아서 그의 물음에 정신이 아찔해지는것만 같았다.




"내 동생말고도 그 몸에는 다른 인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왜 진작 말하지 않은겁니까?!"
"저희 어머니는 단순히 배가 다르다고해서 루한을 경멸하는게 아니에요. 싫어하는것보단 무서워하는게 더 강하죠"
"루한은 단순한 환자예요!"
"그 인격이 아는 사람이라면요?"
"...하?"
"어머니는 루한을 싫어하는게 아니라 루한의 몸에 들어있는 그 다른 인격을 싫어하는거에요"



여태까지 계속 웃기만했던 그의 표정이 처음으로 한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그 후로 그에게서 들은 루한에 대한 이야기는 도무지 믿고싶지가 않았다. 괴로우라고...다음날 깨어났을때 괴로우라고...병원에서 루한이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서, 가족들한테 버려진거라는걸 알고있었으면서...자기 잘못이라고 탓했을 그 사람이 가여워서...나도 모르게 돌아가는길 내내 눈물을 흘릴수밖에 없었다.






"루한에게는 친형제가 있었습니다. 둘이 쌍둥이였죠. 호모포비아인 당신에게는 되도록이면 밝히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전 게이입니다. 그리고 루한의 형이 바로 제 애인이였죠. 제가 처음 당신을 만났을때 했던 말 기억합니까? 루한은 게이가 아니에요. 게이는 그의 형이였죠. 지금 루한의 몸에 있는 다른 인격은 제 애인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죠.



"어머니는 죽은 사람이 루한의 다른 인격으로 존재하고 있다는게 무서우신겁니다. 귀신이 씌인거라고 생각해서 루한이 아닌 루한의 형을 성정체성장애라는 병으로 병원에 넣은거죠"


"루한이 다른 인격을 만들어버린건 아마도...그가 제 애인을 죽였다고 자책해서일겁니다. 쌍둥이니까 얼굴이 같다면 이대로 자신의 형이 자기 대신 살아도 될거라고 생각했겠죠"




'다음날 깨어났을때 괴로우라고...'

그럼 그를 괴롭게 만드는게 형이라는 소리야? 자기가 죽였다고 생각해서 그의 인격을 자기 몸안에 만드는 사람이 어딨냐고 그 멍청이는...!


'왜 매번 손목을 긋는건지 궁금하지않아?'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그 얼굴이 도무지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 날 나를 찾아온 사람은 루한의형. 아니, 루한의 형과 닮은 인격임에 틀림없었다.







어느새 하늘에선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예약했던 진료만 마치고 병원에서 뛰쳐나온거라 내 발걸음은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애초에 병원까지 먼거리도 아니여서 머리도 식힐겸 천천히 걸어가는데 가랑비에 옷젖는다고 어느새 내 머리카락은 잔뜩 물을 먹어 축쳐졌고 마치 내 머리카락처럼 기분마저도 발아래로 떨어진것만 같았다. 그의 말이 맞았다. 난 정말 그에 대해선 하나도 알지못했다.



"늦었네"


병원 앞에 놓인 카페 앞에서 익숙한 모습이 몸을 일으키는게 보였다. 거참 우리 병원은 얼마나 허술한거야 환자가 이렇게 멋대로 돌아다니도록 냅두고. 방금까지 계속 내 머릿속에서 맴돌던 그가 눈앞에 나타나자 무슨말부터 꺼내야할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기다렸어?"
"응"
"비오는데 우산도 없이 뭐야"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자리에서 일어난 루한은 나못지않게 젖어있었다. 물이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대충 손으로 털어낸 그가 느릿하게 내 앞으로 다가섰다.


"만나지말랬잖아"
"......"
"그 새끼가 너한테 무슨.."
"당신 루한이 아니지?"
"음?"
"내가 당신 애인을 만나서 기분이 나쁜거야?"
"뭐..?"


망설임없이 내 앞으로 다가오는 루한을 바라보며 말하자 당황스러움 뒤로 짜증을 담은 눈빛이 언뜻 비췄다.



"그 새끼가 다 말할줄알았다니까"
"당신은 이름이 뭔데요?"
"바보야? 루한이잖아"
"그 사람말고 그쪽이요"
"그러니까 걔도 루한 나도 루한"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루한이라고 말한 그는 무표정한 내 얼굴 앞에 손을 두어번 흔들더니 내가 아무런 반응도 없자 다시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난 그 사람 애인이 아닌데?"
"뭐라고?"
"그 재수없는 새끼랑 그 아줌마가 뭔가 착각하고있는거야. 물론 그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든건 나지만. 이야~ 진짜 믿을줄은 몰랐단말이야? 내가 이녀석의 형이라니 그럴리가 없잖아"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야?"
"하나같이 자기 잘난맛에 사는 녀석들 마음에 안들잖아. 조금 놀리고 싶어서 그 사람들 앞에서 이녀석 형인척 행세를 좀 했어. 그러니까 다 깜짝 놀라서는 뒤집어지더라고 특히나 '내가' 나올때면 애인이라던 그녀석 표정이 꽤 볼만하거든"
"다 장난이란겁니까"
"나말고 '루한'을 괴롭힐수있는 사람은 없어. 이녀석은 내꺼니까"
"손목을 긋는것도 당신이죠"


꽉 말아쥔 손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세게 주먹을 쥔 나는 대답할까 말까 망설이는 그를 노려보며 속으로 끓어오르는 화를 가라앉혔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장난스러웠다. 루한에게도 그 가족에게도 어쩌면 상처가 될 부분을 아무렇지 않게 파고들고 있으면서 그걸 즐기다니 참 잔인한 인격이였다.



"내가 '루한'에게 남기는 흔적이야"
"흔적? 어째서?"
"내가 다녀갔다는 흔적말이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지"
"가학적인 행동이네"
"물론 당신도 날 알아주길 바랬어. 그래서 내가 힌트도 줬잖아? 넌 나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젖은 머리카락이 유난히 무거웠다. 이젠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할까. 내 눈으로 직접 이 사람에게 다른 인격이 존재한다는걸 확인했다. 왜 자살 시도를 하는건지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이번엔 모르는척해줘 사실 널 마중나온건 내가 아니라 니가 아는 그 루한이거든 여기서 날 본건 비밀인거야"
"그래서 기억이 끊겨있던거군 니가 나와있을땐 루한이 기억 못하는거지?"
"아아, 맞아 하지만 난 다 기억하지 예를들면 니가 진료실에서 깜빡 잠들었을때 루한이 몰래 니 입술을 훔친거라던지..? 이야, 아무리 또 다른 나라지만 그건 진짜 치사했다니깐? 게다가 키스도 아니고 뽀뽀가 뭐냐고"
"농담 그만하고 할말없으면 돌아가"
"농담같아? 그런가? 난 전혀 아닌데"
"이봐, 너!"
"그 놈의 결벽증 좀 어떻게 해봐, 응? 도대체가 만지고 싶어도 만질수가없어. 니가 무슨 바람 불면 날아갈까 손에 닿으면 깨질까 금이야 옥이야 하는 어린애도 아니고"


어디 한번 해볼테면 계속 해보라는 눈으로 쳐다보자 마치 내 표정을 따라하기라도하듯 뾰로퉁한 얼굴로 똑같이 나를 노려본 루한이 성큼성큼 내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튕기더니 얄밉게 혀를 내밀었다.



"장난하냐?"
"미안하지만 난 우리집에서 막내야"
"그쪽 진짜...!"
"아까부터 거슬리던건데 내가 분명 말했지만 난 루한이야. 니가 아는 그 사람만 루한이 아니라고 나도.."
"나도?"
"아아, 더이상은 안돼 여기까지야"
"뭐?"
"나에 대해서 더 알아줘 이건 의사인 너한테 하는말이야 힌트는 천천히 줄테니까"


끝까지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어딘가 급해보이는 모습이였다. 천천히 눈을 감는 루한을 보면서 그의 팔을 붙잡으려던 나는 멈칫 다시 손을 거두었다. 그러고보니 아까 그의 손이 내 이마에 닿았었다.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았었지. 아니야, 그건 그냥 너무 정신이 없고 울컥해서...!


'닿을수있는 사람을 찾았거든요'



우연일뿐이야.


'혹시 모르잖아요. 진짜 마법처럼 어느날 확 닿고싶은 사람이 나타날지도?'


마법같은 소리...하필...그럴리가 없잖아.





쓰러지듯 잠들어있는 루한을 내려다보면서 분명 그의 손이 닿았었던 이마를 매만졌다. 빗속이라서 그런거뿐이였다. 그래, 단숨에 물에 씻겨버리니까 그래서 더럽지않다 느낀거뿐이야. 그냥, 그런거뿐인거야.













며칠동안은 루한을 만나지 않았다. 사실 보려고 했어도 볼수없었다. 비에 쫄딱 젖은채 정신을 잃었던 그는 아직까지도 감기로 끙끙 앓고있었고 나는 꿋꿋하게도 진료실에 앉아 오늘도 일을 하고있었다. 아프고싶지 않았다. 아프면 자꾸 비에 젖은 그때가 생각이날거 같아서 그럴수가 없었다.


"그 사람 상태는 어때?"
"왜 나한테 물어?"
"한가해보이길래 그 사람 병실에 갔다왔을거 같아서"
"그냥 그렇지 뭐 어제 저녁에 열 다 떨어지고 지금은 그럭저럭 살만한가봐"
"간호사랑 경비한테 주의 단단히줘. 환자가 마음대로 밖에 나돌아다니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네네, 알겠습니다"


이미 자기가 한바탕 하고왔으면서.

백현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못들은척 고개를 돌려버렸다.




생각해보면 매순간 다른 사람같기는 했었다. 처음 이 병원에 왔을때 난 그를 보지 못했지만 그는 그날 손목을 그었었다. 그러니까 그 날 병원에 온건 '그쪽'이라는 얘기겠지. 그리고 그 다음에 얼굴을 처음본게 아마 병원 옥상에서였지...그땐 아마 진짜 루한쪽이였을테고, 내가 자고있을때 진료실에 들어와서는 게이 아니니까 싫어하지말라고 말한 사람은...그래, 이것도 '그쪽'이겠다. 나한테 게이 맞는데 아니라고 거짓말했었다고 그랬으니까 그때 거짓말한것 역시 '그쪽' 김준면, 자기 형을 만나지 않으면 안되겠냐고 했던 것도 '그쪽' 그러면...진짜 김준면 그 사람 말대로 내가 진짜 루한을 만나적은 몇번이나 될까...



"너 고민있지?"
"아니"
"얼굴에 티나는데"
"별로"
"그 사람 신경쓰이면 니가 직접 가보지?"
"싫어"
"사실 너 찾았었어"
"......"
"그러지말고가봐"


거의 등떠밀려 진료실 밖으로 나온 나는 거기 내 진료실이라고 소리쳐봤지만 한번 닫혀진 문은 도통 열리지가 않았다. 나참, 변백현 저것도 엄청 막무가내라니까.



별수없이 찾아온 405호.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머뭇거려졌지만 어쩔수없었다. 이대로 돌아가는것도 웃기고 무엇보다 난 의사니까.


"몸은 어때요?"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러길래 우산도 없이 뭐하러 나와요"
"아..."
"혹시 기억 안나요?"
"조금"


역시 그렇구나 기억 못하나보네. 안타까운 마음에 살짝 표정을 구겼다가 곧 아무렇지 않은척 고개를 돌렸다.



"형한테서 전화가 왔었어요"
"김준면?"
"이제 알았다면서요? 어제 비를 맞은게 내가 아니라는것도 알고있을텐데..?"
"......"
"절대 알게 하고싶지 않았어 다른 사람들이 어떤시선으로 날 보는지 많이 겪어봤으니까"
"난 의사잖아요"
"당신이 날 고칠수있을까? 사실은 말이야 대충 예상하고있었어 내가 아닌 그가 당신 앞에 나타날거라는거"
"무슨 말입니까"
"내기를 하나 했거든요 내 안의 또 다른 나랑"


당신은 이 병을 고칠수없어요.


내 쪽으로 뻗어오는 손을 장갑을 낀 손으로 차게 내쳐버렸다. 그래, 닿고싶을리가 없잖아. 이렇게나...소름이 끼치는걸.



"당신도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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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i 완결 이후 쓰고있는 작품입니다.

weare1에 연재하다가 연재초반에 몇번 인티에 글을 남긴적이 있는데

까먹고있다가 다시 올려요.

이 뒷편은 홈에는 연재되었지만 인티에는 계속 올릴까말까 고민중입니다.

이전편까지 읽고 뒷편을 기다려주신분이있다면 늦어서 죄송하고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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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끄으 ㅠㅠ 홈에 있다니 그 홈이 어디져....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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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어디서 봤나했더니 인티였어요!!! 오모오모 너무 반갑다 오모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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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신알신도 해놨었는데...(((제 기억력)))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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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대박!! 저 5편에서 독자3이였어요ㅠㅠ 독자3에서 답글계속달린것도 저였구요! 저 이글 진짜 기다렸는데 홈이 어디인지 알려주실수있나요? 진짜 찾아가서 읽고싶어요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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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드디어오셨네요ㅠㅠ!!와..진짜오랜만이네요ㅜ.ㅜ맙소사....홈이라니요..감사해요..홈이라니ㅜㅜㅠㅠ제발좌표알려주세요작가님...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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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으아아나ㅏ홈찾았어여!!글이너무재밌네요ㅜ잘읽겠습니다ㅎ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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