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재환아
아무도 못 읽을 이 편지를 나는 다시 쓰고 있어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첫 편지를 쓰고 너 생각이 많이 나더라
그래서 오늘은 그냥 추억들을 더듬어볼까 해
우리 같은 반 이였을 때 반 단체로 쌤한테 혼나던 거 기억나?
왜 혼 난건지는 기억도 안 나는데 그때의 너는 선명하다
반 애들이랑 이유도 모르고 서있기만 했는데
그때의 너는 지금처럼 정의로웠다
쌤한테 왜 혼나는지 이유는 알아야겠다고 물었지
근데 그게 쌤이 원하는 답은 아니였었나봐
그 후로 너에게 더 엄격해지셨으니까
추억여행 하면서 너무 주절주절 쓴거같네
너랑 딱지치기 한거, 축구하는 거 구경하는거,
내가 익명문자로 고백한 것도 기억난다
우리 뭐 하면서 놀았는지는 나중에 편지에 또 쓸게
뭐..진짜 너한테 보낼 편지는 아니니까 상관없으려나
우리 추억은 많은거 같은데 글로 쓰려니 이상하다
초등학교 졸업하고는 내가 멀리 떨어진 중학교로 입학해서
너랑 연락도 끊기고 너네 집에도 놀러가지 않게 되었지
가끔 친구 통해 소식 듣게 되면 넌 언제나처럼 축구를 즐겨하고
노래를 자주 불러주는 모습들이 많더라
그러다가 축제무대에서 너가 노래를 한다는 거야
나 그날 너 노래하는 거 보려고 친구한테 정말 많이 빌었다
친구 덕분에 학교에는 잘 들어갔는데 너가 어디 있는지 모르잖아
그래서 혼자 돌아다니다가 지갑도 잃어버리고,,ㅋㅋ그래
암튼 그날 무대 위 너는 정말 멋있더라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어
내 주위의 사람들은 널 응원했고, 너는 무대를 즐기며 웃어줬거든
그 미소에 또 빠져가지곤,,그날 집으로 돌아오며 너 많이 욕했다
그렇게 이쁘게 웃어주면 내가 널 못 잊잖아
너는 내 존재도 가물가물할 텐데 내가 왜 널 못 잊는 건지 참,
엄마한테 너 소식 들어보면 공부도 더 열심히 해서 기숙사고로 간다고 하더라
이제는 정말 널 바라볼 기회도 없어져 버렸으니까
너 생각 안하려고 친구들이랑 많이 놀기도 하고
다른 남자애들 이랑도 연락하고 그랬었어
근데 막상 잊지는 못하겠더라. 그래서 접어놨었어
버리지 않고 이쁘게 접어서 상자에
언젠가 첫사랑이 그리울 때 펼쳐보려고
시작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짝사랑을 6년 만에 정리했어
참 오래도 걸렸다 그치? 뭐,,그만큼 너가 잘났으니까
내 얘기 재미없다,,이제 그만 쓸래
나중에 뜬금없이 연락해도 너가 반갑게 맞아주면 좋겠다
너도 어릴 때 생각난다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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