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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지, 괜히 두근거려 한숨도 못 잤다고 하면 내 진심 어린 마음보다 걱정을 더 하겠지. 그냥 좋아한다고 한 마디만 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하면 되는데. 이게 이렇게 떨릴 일인지. 두 눈을 꾹 감고 연습실 문을 열었다. 저를 닮은 조용한 팝송이 은은하게 울렸고 이내 고개를 드는 학연의 모습, 어쩔 수 없이 실소가 터져나왔다. 

 

“여기서 뭐 해요. 빈이랑 원식이는 갔네?” 

“정리할 게 아직 남아있어서.” 

“봐도 되는 거에요?” 

“...응.” 

 

언젠가부터 방에 콕 박혀서 양초에 불을 피우고 가만히 앉아있던 너를 지켜보기도 했었다.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외로움이 한구석 존재하는 걸까. 그것조차 알 수 없는 거 같아 마음이 슬프다. 난 글을 계속 써 봐도 악필이었는데, 이 형은 글씨가 점점 예뻐지네. 손도 예쁘면서 글씨도 예뻐지고. 도대체 어디가 더 예뻐지려고... 

 

“근데 왜 왔어?” 

“...” 

“어. 뭐야.” 

“재작년 이맘 때는 콘서트 준비한다고...” 

“...” 

“작년 이맘 때는 형이 너무 아파서.” 

“...” 

“몸 말고 여기.” 

 

심장을 가리켰다. 학연은 미소를 지으면서 재환의 말을 경청했다. 어, 미안한데 말 끝난 거에요. 머쓱해서 고개를 숙이는데, 학연이 재환을 끌어안았다. 몸이 차갑네, 또 밖에서 대사 연습 했구나.  

 

“몇 년을 더 같이 보내야 리허설 안 하고 바로 실전에 들어갈 수 있어?” 

“그건 세월이랑 상관 없는 거 같은데요.” 

“그러면?” 

 

재환이 품을 뗐다. 형 몸까지 차가워지면 어떡해. 화장기 없는 학연의 얼굴도 참 오랜만이다. 우리 이렇게나 바빴어? 화장품 안 묻어서 다행이라고 말해. 둘은 정겹게 마주 보며 웃었다. 재환은 옆에 있던 케이크 상자에서 케이크를 꺼내고 서둘러 불을 붙였다. 그리고 문 쪽으로 달려가 소등을 하고 학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 은은한 나의 천사. 이렇게 볼 때가 제일 예쁜 거 같아. 처음 네게 반했던 그 때가 생각나는 탓인가 봐. 

 

“형...” 

“...” 

“...” 

“듣고 있어.” 

“학연아.” 

“좀...” 

“연아. 연아. 정말 많이 좋아하고, 나 앞으로 더 잘할 거에요. 나중에는 여기에다 반지도 끼워 줄게. 그리고 널 위한 노래를 많이 만들어서 모으고 모아서 선물할게요.” 

“응... 그래.” 

“나와 4년을 함께 해 준 거 너무 고맙고, 나 비록 형의 처음부터 같이 한 거 아니지만...” 

“...” 

“가끔 새벽에 개인 일정 마치고 차 타면서는 잠도 잘 안 자.” 

“...응.” 

“형 생각 때문에, 나 진짜 형을 위해 태어난 거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으니까.” 

“...” 

“너무너무 사랑해요. 학연이 형.” 

 

연습 후 땀을 식히려 틀어 뒀던 선풍기의 바람이 그들을 향해 미세하게 불었고 연습실은 다시금 어두워졌다. 거기에 맞춰 재환이 학연에게 입 맞췄다. 학연의 얼굴 근육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또 우네. 재환은 괜찮다는 듯이 학연의 머리를 제 손길로 아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나의 불행과 바꿔서라도 형은 행복해야 해. 

 

“불 켜줘. 예쁜 재환이 얼굴 안 보이잖아.” 

“조금만 더 뽀뽀하고.” 

 

내가 형을 영원히 지켜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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