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가 피겨 선수한테 공개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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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해피~어나더! 오늘 모신 게스트는요... 이야~ 우리나라의 쇼트트랙, 피겨의 자존심을 지켜 준 선수들입니다.!"
"이야~ 아니 운동선수들이 이렇게 잘생기고 예뻐도 되는 건가요?"
"자자, 일단 시청자분들은 이렇게 가까이 우리 선수들을 보신게 처음이실수도 있으니까 한 분씩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 안녕하세요,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에서 맏형인 민윤기입니다."
"김남준입니다"
"김태형입니다"
"막내 전정국입니다"
"아 저는 국가대표 피겨 선수 김여주입니다"
"아 그런데 왜 여주씨랑 정국씨랑 따로 앉았어요?"
"그러게~ 둘이 완전 화제였잖아요!"
"하하하..."
"그래서 두 분이 오늘 여기 해피어나더에서 러브스토리를 들려주신다고 합니다!"
여기는 해피어나더라는 TV 프로그램이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출연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지만 워낙 짓궂은 곳들이 많아서 결국 해피어나더를 선택하였다. 역시나 전정국과 나의 연애에 관한 질문이 나왔고 이 일의 주원인인 전정국은 그저 특유의 습관인 솜털을 뽑으면서 웃기만 하였다. 그리고 전정국과 같은 국가대표팀인 오빠들의 표정은 벌써부터 우리를 놀릴려는 것인지 웃고 있었다.
"아니~ 일단 주위 분들은 뭐, 알고 있었어요? 둘이 막 좋아한다. 이런 기류요?"
엠씨 중 한분이 나머지 오빠들에게 질문을 하였다. 오빠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웃더니 누가 말할 지 정하다가 결국 제일 말을 잘하는 남준 오빠가 입을 열었다. 남준 오빠를 믿는다. 평소에도 차분하고 말을 잘하는 오빠니까.
"아~ 사실 뭐 알고 있었어요. 진짜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저 둘 낌새가 이상한건 다 알고 있었죠"
"맞아요. 뭐였지 전정국은 여주가 경기 준비하는 동안 못본다고 엄청 짜증냈었어요. 둘이 사귀기 전인데도 이랬는데 사귀고 나니까... 어휴..."
"말 안해도 다들 아실꺼라 믿습니다. 정말 힘들어요. 커플들 사이에 끼는건"
믿었던 남준 오빠에게 뒷통수를 맞고, 입을 어떻게 털까 불안했던 태형 오빠에게 공격을 당하고 입을 열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윤기 오빠에게 발등을 찍혔다. 이들의 폭로에 엠씨분들은 서로 빅뉴스라며 열광을 하였다. 그 중 엠씨 한 분이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정확히는 나와 전정국에게.
"아 그런데 그 여주 선수가 인터뷰 중에 쇼트 경기 하기 전에 정국 선수가 고백을 했다고 이야기를 하셨던데 그 이야기 좀 자세히 해주세요!"
전정국과 나는 서로의 눈치를 보며 누가 말할지 계산을 하고 있었다. 결국 내가 입을 열었다.
"음... 그때는 정말 친구였어요. 그냥 저 혼자서만 정국이 막 마음에 두는 줄 알고 엄청 스트레스 받고 있었거든요? 저희는 친구였으니까...
거기다가 경기를 압두고 정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관리를 하느라 정말 예민해져있는데 정국이가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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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정확히 나의 쇼트 경기 전 날로 돌아간다. 사실 정말 이때의 나는 예민 그 자체였다. 올림픽 때문에 몸매 관리를 엄청 열심히 하느라고 예민해져 있었으며 오랜 연습에 한참을 지쳐있었다. 거기다가 심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바로 내가 전정국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올림픽때문에 선수촌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전정국을. 10년 넘게 알고 지냈던 친구인 전정국을 좋아하게 된 사실을 깨닫고 나는 큰 충격에 빠졌었다.
아마 그 뒤로 전정국을 계속 피해다녔다. 뭐 사실 만날 일이 없었다. 전정국은 전정국대로 경기 연습을 하느라 바빴으니까 그저 밥 먹을때 빼고는 만날 수가 없었는데 나는 그나마 그 밥도 따로 도시락을 만들어서 먹었으니 만날 일이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요즘 시대에 스마트폰은 있었다. 쉬고 있을 때 sns에 들어가서 여러 동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배들의 일상 속에 댓글을 달고 있었다. 그때 전정국에게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눈에 박힌 이름에 나도 모르게 거절 버튼을 눌렀다. 그냥 무시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자 곧바로 전정국에게서 문자가 왔다.
'어쭈? 문자 씹냐? 방금까지 너 혜성 선수 인스타에다 댓글 달았잖아. 죽을래?'
내가 방금까지 인스타를 하고 있었던 건 어떻게 알았는지 금새 나를 압박해 오는 전정국이었다. 전정국은 그 뒤로도 '빨리 답장해', '어쭈 안해?', '너 찾아 간다?' 라는 식의 문자를 보내왔다. 아니 나는 지금 너를 볼 수가 없다고... 나는 절망했다. 그리고 전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정국은 나의 전화를 기다린건지 바로 받았다.
"나 지금 연습가야하니까 전화 하지마"
"야! 너는 이제서야 전화해놓고 뭐? 연습?"
"문자도 하지마. 끊는다."
후폭풍이 두려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나에게는 올림픽이라는 커다란 도전이 남아있고 이걸 잘 마무리하기에는 전정국을 봐서는 안된다. 잠깐 목소리를 들었을 뿐인데도 심장이 떨렸다. 억지로 전정국을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하여 스케이트화를 들고 스케이트 장으로 향했다.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살짝 쉬다가 창 밖을 보니 밝았던 하늘이 어느새 별들이 살짝씩 보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연습을 하기 위해 스케이트를 탔다.
"아!"
아까부터 계속 같은 곳에서 넘어졌다. 이번 쇼트에서 선보일 연기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나는 바로 일어나 다시 연습을 했다. 역시나 또 넘어졌다.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계속 이러니까 속상하고 불안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게 바로 이번 올림픽이었다. 그 기대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힘을 내고 한번 더 점프를 하였지만 넘어졌다. 다른 부분은 다 성공인데 이 부분만 실패다.
"그 동작 할 때 고개가 너무 경직되어 있네"
"...전정국?"
"혼낼려고 왔는데 안쓰러워서 말해준다."
"...도와줘"
언제 와 있던 건지 관중석에서 일어나서 나에게 말을 하는 전정국이었다. 왜이렇게 전정국이 듬직해보이는지 설레었다. 전정국을 좋아하는 것을 깨닳고 난 후 처음보는 전정국의 얼굴이었다. 보고있는데도 더 가까이서 보고싶어서 나도 모르게 도와달라는 말을 하였다. 전정국은 장난스럽게 웃더니 나에게로 걸어왔다. 전정국은 나의 자세를 잡아주었고 전정국의 도움을 받고서 나 혼자 시도하니 성공을 했다. 그 이후로 한 5번을 연습하였는데 모두 성공이었다. 그렇게 연습장을 나와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전정국과 같이 걸었다.
"고마워. 전정국 네 덕분이야"
"...알면 좀 혼나자 일로 와"
"아아! 전정국 이거 놔"
전정국은 나를 꽉 품에 안고서는 놓아주지 않았다.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꿈에도 모르는 녀석이라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안았다. 덕분에 죽어나는건 나였다. 연습을 할 때보다 더욱더 심장이 뛰고 호흡이 빨라졌다.
"그러게 왜 나 피해. 왜 연락 안 받아. 왜 연락 안해"
"... 너 피한거 아니고 연락 안 받은건 실수고 연락 안하는건 내 마음이야"
"씨- 말 예쁘게 안하지"
"... 내 맘이야"
"... 내일 쇼트 잘하고"
"잘 할게"
"내 생각 좀 하고"
"... 네 생각을 왜 하냐?"
"좋아해"
"... 알겠으니... 뭐?"
"좋아한다고- 들어가라"
"야! 전정국!"
그러니까. 전정국은 좋아한다는 말만 달랑 던져놓고 자기네 선수촌으로 뛰어갔다. 내가 이렇게 심장이 뛰었던 적이 있어나 싶을 정도로 심장이 뛰었다. 그러니까 전정국이 나를 좋아한다. 나처럼 전정국도 나를 좋아한다. 심장이 떨렸다. 죽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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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전정국 선수~ "
"지금 여자 작가들 다 소리지르고 난리 났네 났어"
"자자 저 뒤로 뭐 없었어요? 전정국 선수랑 같이 방 쓰는 선수분들. 뭐 없었어요?"
"아... 여주 쇼트 전 날이면 그 날이네요. 전정국 미쳐서 온 숙소 안을 뛰던 날"
"저는 그 날 전정국 무슨 복분자에 장어까지 다 먹은 줄 알았어요. 막 난리치길래"
▼
촬영 중 쉬는 시간이었다. 평소에 인터뷰를 하느라고 많은 카메라를 봤었지만 이렇게 긴장되는 순간은 처음이었다. 환경이 너무 낯설어서 잠시 촬영장 구석에 가서 앉았다. 그때 전정국이 나를 향해 걸어왔다.
"안 떨려?"
"...떨리지"
"내가 고백했을 때는?"
"제일 떨렸지"
내 말에 전정국은 내가 앉아있는 의자 쪽으로 걸어와서 나를 일어나게 한 뒤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나를 끌고서 촬영장에 있는 커튼 뒤로 가서 나의 입술에 '쪽쪽' 소리를 내면서 뽀뽀를 하였다. 처음에는 튕겼지만 나도 좋아서 전정국의 입술에 뽀뽀를 하였다. 그러자 커튼이 걷혀졌고 우리 둘은 금새 떨어졌다. 그 행동에 주인인 태형 오빠는 전정국과 나인 줄 몰라보고서 90도로 사과를 하다가 이내 우리인 것을 발견하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요~ 전정국이랑 김여주 뽀뽀해요!~"
김태형 오빠의 말에 쉬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감독님이 카메라를 들고 우리 앞으로 뛰어왔다. 태형 오빠는 그 날 숙소에서 손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
얼음사탕입니다!
제가 쓰면서도 막 오글거리고 나름 설레네요...핳하하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ㅎㅎㅎ
아! 그리고 암호닉은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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