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 하지마세요, C발.
(정국 시점)
슬럼프가 왔다. 노래하는 사람에겐 지옥과도 같은 슬럼프가. 더 이상 목소리를 내기도 무서웠고, 내 목소리를 듣는 것도 끔찍했다. 아 내가 이러려고 음악을 시작했나 싶을 정도로. 모두가 내 목소리를 듣기 싫어하면 어떡하지? 너 마저도 내 노래를 싫어하게 된다면? 네 목소리를 듣는다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질거 같았던 나는 너에게 전화를 걸었고,
"정국아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너는 무척이나 바빠보였다. 아마 곧 다가 올 실기 시험에 시달리는 중이겠지. 안그래도 시험 준비에 바쁠 너에게 나라는 짐을 주고 싶지 않았다, 너라면 내 걱정에 한숨도 자지 못할걸 알기에. 나는 결국 악보를 덮고, 내일 올 너의 연락을 기다리며 눈을 감았다.
나중에 전화한다는 너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는지 내일도 그 다음날도 너에게서 온 연락은 한통 없었다. 네가 없는 나는 혼자였고, 외로웠으며, 슬럼프는 깊어져가 나를 우울의 끝자락까지 밀어 넣었다. 이름이가 보고싶다.
나는 며칠째 연락이 되질 않는 너를 결국 찾아 나섰고, 동기에게 너를 물으면
"아, 아까 윤기 선배랑 같이 가던데?"
네 옆엔 항상 윤기 선배가 있었다.
***
"안녕하세요 선배!"
그 아이와의 첫만남이 아직도 기억난다. 긴생머리에 한손에는 '무용의 이해' 라는 책을 들고 나에게 인사를 건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와의 첫인상과 묘하게 닮아있었기에. 그런데,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무용과가 나를?
"저, 선배 노래 엄청 좋아해요!"
'정국아, 나는 니가 불러주는 노래가 제일 좋아.'
내가 그토록 듣고싶던 말이 그 아이의 입에서 나왔고, 전에 네가 내게 해준 말과 순간 겹쳐 보였다. 그 아이는 너와 비슷한 점이 꽤 많았고,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바쁜 너를 대신할 사람이 그 아이, 김아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영이와 있는 시간은 늘었고, 내 삶에서 너의 비중보다 아영이의 비중이 더 커져만 갔다.
너의 시험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영이를 계속해서 만났고, 오히려 이젠 너의 연락, 또 너의 존재가 나에겐 귀찮음으로 다가왔다. 너와 데이트를 할때는 아영이와 카톡 하기 바빴고, 너의 연락엔 말끝마다 붙여대던 하트는 어느순간 사라졌고 단답으로 너와의 모든 대화를 끝내버렸다. 너는 이런 나의 행동을 더이상 참지 못한것인지 장문의 카톡으로 나에게 이별을 얘기했고, 나는 '그래' 라는 짧은 답으로 우리의 삼년이란 시간을 마무리했다. 솔직히 그 때는 너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줄 몰랐으니까.
성이름과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생각보다 너의 빈자리는 너무 컸고, 너를 대신 할 사람도 없다는걸 이제서야 느꼈다. 아영이는 너와 닮은점이 많았던게 아니였다, 그 아이에게서 나는 나도 모르게 너와 비슷한 점을 찾고 있었던것 뿐.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 백번이고 돌리고 싶었다.
***
과회식이 있던 날, 네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영이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약속 장소로 달려나갔다. 그런데, 멍청하게 너는 김상준에게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받아먹고 있었고, 결국 참지 못한 나는 네 술잔을 뺏어들었다.
"아 그게 좀 빨리 끝나서요. 어떤 병신이 또 혼자 술 쳐먹고 길바닥에 누워 있을까봐 왔어요."
전정국 병신새끼, 마음과는 다른 모진말들이 튀어나왔다. 머리로는 제발 좀 닥치라고 소리치지만, 제 멋대로 움직이는 입은 멈추질 않았다. 그런 나의 태도에 화가 난건지 성이름이는 술을 계속해서 털어넣었다. 아, 쟤 이제 한곈데.
어째 좀 많이 마신다고 했더니 역시나 너는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엎어져 있었고, 너를 챙기려 일어나는 순간 옆에 있던 윤기 선배가 널 챙기겠다고 했다. 윤기 선배가 왜? 너는 챙겨도 내가 챙겨야 하는데 왜? 선배에게 내가 데려다 주겠다 고집을 부렸지만,
"니가 무슨 자격으로 얠 데려다줘, 너 이제 남자친구 아니잖아, 인간적으로 성이름이한테 신경꺼야 되는거 아니냐?"
선배의 말에 입이 다물어졌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더 이상 널 데려다 줄 자격도 없었고, 내가 너에게 준 상처는 엄청 컸기에 널 챙길 수 있는 자격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데, 윤기 선배는 전부터 왜 그렇게 거슬리고 성이름 옆에서 알짱대는지
참 여러모로 맘에 안드는 선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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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상황을 정리하자면, 망했다. 아주 망했다고 할 수 있다. 윤기 선배가 이끌고 온 식당은 전정국과 많이 오던 전정국 사촌형네 파스타 집이였다. 물론 윤기 선배가 그 사실을 알 리 없었고, 나는 최대한 사장님, 그러니까 전정국네 사촌형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지만
"어서오,
.
.
.
세요."
입구에서 부터 나를 맞이하는 김석진 덕에 망해버렸다. 김석진은 나와 윤기 선배를 번갈아 보며 눈이 휘둥그레 해졌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전정국 외에 남자를 데려오는 일은 없었으니까. 게다가 아직 우리가 헤어진 사실을 김석진은 아직 모르는 눈치였다.
"바람 현장 목격?"
"그런거 아니거든요? 아 그리고 나 아는척 하지 마요. 전정국한테 나 여기 온 것도 말하지 말고."
윤기 선배가 잠깐 화장실을 간 사이 김석진은 내게 슬금슬금 다가왔고 '바람 현장 목격' 이냐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짓껄였다. 참나, 바람은 나 말고 전정국이 피는거고. 나는 김석진에게 발끈하며 말했고, 전정국에게 내가 온 것을 말하지 말라며 신신당부했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자기 사촌형네 가게에 다른 남자를 데리고 간 걸 알면 나 같아도 어이가 없겠네.
"너 여기 와 본 적 있냐. 애들이 추천해줘서 오긴 했는데 맛있을지 모르겠네."
".....없어요. 저도 처음 와요 여기"
전정국이랑 거의 매일같이 찾았던 곳인데 거짓말을 했다. 양심에 조금 찔리긴 하지만 아마 내가 여기서 사실대로 말했다간 그 만큼 어색해질 것도 없을거다. 아직까지 다들 전정국 얘기만 나오면 내 눈치를 보기에.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나는 지금 파스타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아까부터 우리 쪽을 뚫어져라 째려보는 젠장할 김석진 덕분에. 눈이 마주치면 자기 두 손가락으로 눈을 가르키며 우리를 보고 있다는 표시를 해왔다. 진짜 저 싸이코 저거. 김석진 덕에 파스타를 후딱 해치우고 계산을 하려 일어날 때,
"어? 왜 선배가 계산해요!"
윤기 선배가 계산을 선수쳐버렸다.
"선배한테 빚 갚으려고 제가 사려고 한건데!"
"됐어 임마, 나랑 밥 먹어준걸로 충분히 갚았어."
"그래도...."
"그리고, 너 하나 먹여 살릴만한 저작권료는 들어와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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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수업이 있는 나는 그렇게 선배와 헤어지고 남은 강의를 듣고 예대 건물을 나오려 할 때, 툭 툭 하고 얼굴에 작은 물방울들이 떨어졌고 작은 물방울들은 이내 비가 되어 내렸다. 염병 우산 없는데 어쩌지. 택시 타러 가려고 해도 정문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같이 쓰고 가."
전정국이었다. 한 손에는 검은색 우산을 든 채로.
"뭐....?"
"같이 쓰고 가자고. 괜히 비 맞아서 감기 걸리지 말고. "
전정국은 내가 대답 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무작정 내 어깨를 감싸안고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전정국을 몰래 올려다보면 아무 표정없이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헤어진 남녀가 우산을 나눠쓰고 걷고 있는 꼴이라니 참 웃기지 않은가.
우리 집에 가는 동안,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비가 우산에 맞아 나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오가지 않았고, 정말 어색한 공기만이 우리를 감쌌다. 이대로 가다간 숨막혀 죽을지도 몰라. 평소엔 학교에서 걸어서 십오분 거리인 자취방이 오늘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다 젠장할.
"야.... 다왔어."
평생 도착 못 할거 같은 우리 집 앞에 도착했고, 어느새 비는 그쳐있었다. 뭐야, 비 그쳤는데도 같이 우산 쓰고 온거야? 우리 집에 다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정국은 돌아갈 생각이 없는건지 가만히 자리에 서서 날 내려다 보았다.
"ㄴ,나 간다."
" 성이름."
어색하게 뒤를 돌아 가려는 나를 전정국이 붙잡았다.
"나 김아영이랑 사귀는거 아니야."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지. 김아영이랑 사귀는게 아니라고? 근데 그게 이제와서 나랑 무슨 상관인데,
"....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니가 알고있는게, 보고있는게, 다가 아닐수도 있다고. 이제 와서 이런 얘기하는거 내가 생각해도 병신같은데, 그냥 나도
힘들었다고"
"........"
"괜한 얘길했네, 들어가. 춥다."
그렇게 전정국은 나를 또 다시 흔들기 시작했다.
-
여러분 안녕.....! 오늘은 석진이가 나오고 또 정국이가 그동안 왜 아영이를 만났는지를 좀 풀어봤는데 정말 이렇게 노잼일 수 없습니다.....★
저번편에서 댓글에 어남윤이 너무 많아서 사실 조쿰 당황했어요 ㅋㅋㅋㅋ 우리 꾸기도 예뻐해주시라....
그리고 저번편에서 말했던 것 처럼 서브남주를 윤기로 잡아두긴 했는데 저는 계획 없는 사람이라 남주가 윤기가 될 수도 있어요 아직 몰라 힝
여러분 댓글로 어남윤 어남국 갈리는거 너무 꿀잼이에욬ㅋㅋㅋㅋㅋ 귀여운 분덜,,,,,
아, 조만간 아영이도 나올건데 저는 아영이가 제일 싫습니다 아직 안나왔는데 벌써 재수가 없지 않나요??
그리고오 초록글 첫페이지 현실이냐아앜! 넘 감사드리고 이런 글 읽으시느라 열일 하시는 여러분의 항마력의 박수를....!
AND 저 관종이라 독방가서 노는거 좋아하니까 반겨주시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큐티뽀짝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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