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씨에 00은 입고 있던 얇은 교복을 단단히 여미었다. 오랜 시간 골목에 서있던
탓에 손과 발에는 더 이상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 오늘은 꼭 건져야 하는데,”
어제 만났던 아저씨가 자신을 근처 모텔로 억지로 데려가려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그리곤 비장한 표정으로, 00 는 다시 골목 입구를 바라봤다.
이때, 하얀 얼굴에 잘생긴 남자가 00 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잘생겼는데 돈도 많을 것 같고,,,,,,’
혼자 중얼 거리며, 00 는 빠르게 다가가 그 남자의 앞을 막아섰다.
“오빠.”
“ 네?”
자신의 말에 놀라 커진 눈을 보니 더 잘생긴 것 같기도 하고, 오늘은 운이 좋은 것 같다.
“ 오빠 나 하루만 재워 줄래요?”
가장 예쁘게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남자에게 유혹을 던졌다. 이러면 당황하면서 반응이 오겠지.
“ ......”
“ 물론 맨입으로 재워달라고는 안 해요.”
“ 그럼?”
당황할 거라는 자신의 예상과 달리 남자는 여유롭게 되물었다.
“ 뭘 해 줄 수 있어요?”
당당하게 자신에게 되묻으며 말하는 남자의 말에 말을 살짝 더듬으며 대답했다.
“ 내... 내가 줄 건 하나라서요. 보다시피.”
대답을 들은 남자가 '흐음‘ 하며 노골적으로 자신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추위에 언 붉은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왜,,,왜요? 싫어요?”
00 는 불안한 표정으로 남자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몇 살이에요?”
“19살이요”
“왜 집에 안 들어가고, 큰일 날 소리를 해요. 예쁜 학생이.”
“아,,, 어차피 집도 없고, 싫으면 갈게요.”
자신을 걱정하는 것 같은 눈빛을 보자, 왠지 모르게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서둘러 골목을 벗어나려 몸을 틀었다. 하지만,
“ 잠깐만”
남자가 00 의 손목을 잡아 세웠다.
“ 오늘 우리 집에 가요. 재워줄게요. 아 물론 이상한 짓 안 해요!”
“ 아니에요. 그냥 갈게요.”
잡힌 손목을 빼내려 하자 남자가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실었다.
“ 정말로 나 나쁜 사람 아니에요. 성당도 열심히 다니고, 봉사도 자주가고.”
여유롭게 되묻던 아까와 달리 횡설수설 하는 남자를 보며 00 는 살짝 웃었다. 그 모습을 본
남자의 귀는 붉어졌다.
“ 친구네 갈게요. 실례했습니다. 이만”
처음 받는 순수한 호의에 더욱 부끄러운 마음이 든 00는 잡힌 손목을 풀어내고 골목을 끝으로 빠르게 걸어 나갔다.
“ 잠시 만요!”
자신을 불러 세우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자신에게 달려 온 남자가 자신의 목을 감고 있던
흰 목도리를 풀러 00의 목에 감아주면서 말을 이었다.
“ 초면에 이런 말 하면 이상할 수 있는데, 그쪽 이대로 보내면 못 만날 것 같아요.”
“ 네?”
“ 그러니깐, 나랑 앞으로 더 만나달라는 말이에요. 우선 늦었으니깐 지금 우리 집 가요. 비어있는 방도 있어요.”
“ 그게 무슨,,, 그냥 찜질방 가면”
“ 큰일 날 소리 하고 있어요. 오빠 말 들어. 혼나기 전에.”
그렇게 남자는 당황해서 머뭇거리는 00 의 손을 잡고 자신의 집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멍하니 끌려가던 00 는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빼내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 갑자기 손잡아 미안해요. 오늘만 그러고 다음부터는 허락 받을게요. 손 차갑잖아.”
“ 왜 저한테 이러는 거 에요? 저,,, 안 이상해요?”
잡혀진 손에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저도 모르게 울컥하여 울먹이듯 말을 했다.
남자는 그런 00의 손을 더욱 잡아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그런 말을 왜 해요. 예쁘기만 한 대”
“......”
손을 마주잡은 채 십분 정도 걸었을 까. 작지만 아늑해 보이는, 남자를 닮은 그런 집 앞에 섰다.
“ 짠,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근데 학생이 약속해 줘야 할 게 있어요.”
“ 네,,,?”
남자는 자신을 굳은 얼굴로 바라보는 00의 눈을 바라보며 밝게 웃어 보였다.
“ 내가 오늘 저녁 맛있게 해주면, 우리 집에서 계속 있어주기.”
“......”
“ 제가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요. 이렇게 안하면 후회할거에요. 나”
“......”
“ 약속 한 거 에요? 우선 내 이름은 김 준 면. 나이는 24살. 덧붙이자면, 앞으로 네가 가장 의지할 사람이자. 지금부터 너와 쭉 사랑하게 될 사람.”
“ 앞으로 잘 부탁해요.”
평생을 같이 할 사랑을 찾은 두 사람의 모습과 그 순간을 지켜보고 있던 하늘에서는 두 사람을 닮아 하얗고 깨끗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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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망글을 투척하고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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