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종대] Something 번외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b/2/2b2d3f1f0db03a1a5bc01dbbe587944a.jpg)
동아리 뒷풀이. 시작부터 기분이 별로 좋지않았다. 동아리 내에서 알게 모르게 인기가 좋던 징어는 08학번 선배들의 부름에 나와 멀리 떨어져 앉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박찬열이 있었고. 내가 징어를 좋아하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놀려먹는 맛이 있다며 은근히 징어와 잘 붙어있는 사마귀 박찬열.
“김종대 징어 뚫어지겠다.”
“너는 시끄러 임마”
팔꿈치로 내 팔을 톡톡 치며 말하는 박찬열에게 장난스레 헤드락을 걸었다. 감정이 담긴 헤드락 맛이 어떠냐 박찬열. 너도 저번에 우리 징어한테 그랬었지? 그러자 박찬열이 항복항복 하며 내 팔을 잡고 얼굴을 빼냈다. 벌겋게 물든 얼굴로 바보처럼 헤헤 웃더니 술잔에 담긴 술을 원샷했다. 어휴 이 새끼 힘만 더럽게 세서는. 하고는 호탕하게 웃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징어라는 것 얼핏 들은건지 맞은 편에 앉아있던 구희수도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그래서, 고백은 언제 할꺼야? 하고 묻는 구희수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굳이 고백 안 해도 우리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얌마 그건 니 생각이지”
“어휴 저 연애고자!”
나와 징어의 사이를 아는 저 두명이 한다는 소리가 고작 연애고자랜다. 하지만 맞는 말이기에 나는 조용히 있었다.
“너 지금 08학번 선배랑 징어랑 같이 있는거 무진장 마음에 안 들지?”
어느새 맞은 편에서 옆자리로 자리를 옮긴 희수가 소곤소곤 나와 찬열이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옳은 소리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소주만 홀짝거리며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내가 남자친구라도 된다면 징어를 내 옆자리에 앉히고 늑대들이 드글거리는 이런 자리에는 절대로 부르지 않을텐데.. 하지만 나는 징어와 아무런 관계가 아니다. 아직까진. 나와 징어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단어가 아는 오빠동생. 그 뿐이다.
“그럼 고백을 해! 남자친구가 같이 있는거 싫다고 하는데 선배들이 뭐라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하여튼 둔탱이 둘이 만나니까 우리 속이 더 답답하다”
답답함을 알콜로 소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희수와 찬열이가 소주를 들이붓는다. 미친놈들. 그런 둘을 보다가 잔에 남은 술을 마시며 징어가 있는 쪽을 한 번 쳐다보았다. 언제부터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지 활짝 웃으며 술 조금만 마시라는 듯 손가락으로 제스쳐를 취하며 울상을 한다. 진짜 귀여워, 오징어. 내꺼는 아닌데 내꺼같은 오징어.
피식 웃으면서 알았다고 입모양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울상이었던 얼굴을 피더니 손가락 하트를 만드는 오징어. 헐 방금 숨멎을뻔. 아무렇지않은 척 고개를 돌리지만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박찬열과 구희수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았다. 누가 입 안에 안주를 많이 넣나 내기라도 하는 듯 호구짓이란 호구짓은 다 하고 있는 구희수와 박찬열.
고마워 해야될지 저 호구들을 쪽팔려 해야될지..
뒷풀이 3차가 끝나고 4차를 위해 자리를 옮기려는 선배들께 취한 애가 있어서 데려다주고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태연이와 미영이에게 기대서 옹알거리고 있는 징어를 넘겨받았다. 우리 사이를 알고 있는지 얼른 징어를 내게로 건네주며 잘 부탁한다고 신신당부하는 둘의 모습에 알겠다며 걱정말라고 웃어주었다. 그렇게 3차를 마무리 짓고 4차를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다가 기숙사로 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후다닥 달려오는 발걸음소리에 징어를 엎고있던 몸을 돌렸다. 미영이네.
“미영아 왜?”
“선배. 사실 징어가 요즘 걱정하더라구요. 자기만 이렇게 좋아하면 어떡하냐고. 제가 보기에는 둘 다 서로 너무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징어는 계속 불안해하더라구요.”
“그래?”
생각치도 못한 미영이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서 그래?하고는 되물었다. 항상 내 앞에서는 잘 웃고 씩씩하게 행동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몰랐는데..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고. 나랑 같은 생각을 하면서 불안해했을 징어를 생각하니 사랑스럽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에 내 등에 엎혀 잠들어있는 징어의 얼굴을 보기 위해 살짝 고개를 돌려 눈을 감고 있는 징어의 얼굴을 확인했다. 으이구. 귀여워.
“저는 선배랑 징어랑 잘 됐으면 좋겠어요.”
“걱정 마.”
그렇게 미영이를 보내고 징어가 지내는 기숙사로 돌아왔다. 곤히 잠든 징어때문에 멀리 돌아온다고 돌아왔는데도 아직까지 자고 있는 징어다. 하여튼가 잠 되게많네. 처음에 봤을때도 잠이 많아서 한 소리했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떠오른 징어와의 첫만남을 회상하며 기숙사 주변을 걸었다. 첫만남은 동아리 두번 째 모임때었다. 룸메이트의 태연이이의 권유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늦게 든 동아리에서 징어는 유난히 종대의 눈에 자주 띄던 아이었다. 새로운 얼굴이기도 하고 왠 일인지 자꾸만 시선이 가길래 옆자리에 앉아서 동아리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작게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한 번 쳐다보았더니 글쎄. 사탕을 까먹고 있었다. 하얀 볼따구가 자꾸만 오물오물 거리며 움직이길래 뭔가 해서 봤더니. 귀엽기도 하고 웃음도 나서 그거 먹으면 안됀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민망한지 오물거리던 입을 멈추고 사탕 하나를 더 꺼내서 조용히 권한다. 드실래요? 됐다고 거절하니 무안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회장의 말에 집중한다. 한참을 집중하던 징어가 꾸벅꾸벅 눈이 감기기 시작하더니 잠이든다. 그런 징어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종대의 입가에 웃음이 띄었다. 사탕좋아하고. 잠도 많은 것 같고. 애기네. 분명 처음에는 애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던 징어가 어느순간부터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뭔가 아는 오빠동생이라기에는 미묘한 감정을 품기 시작했다.
“징어야, 깼어?”
살짝 뒤척이는 느낌에 웃으며 등에 엎힌 징어를 확인했다. 일어났는지 편하게 얼굴을 등에 묻고 잠들어있던 징어가 보이지않게 얼굴을 숨겼다. 언제부터 엎고계셔써여.. 저 무거운데.. 잠에서 덜깬듯 옹알거리며 등에다 대고 이야기를 하자 목소리가 울린다. 기분 좋은 울림에 종대가 웃었다. 얼마 안 됐어. 엎혀있던 징어가 내려주세요. 하길래 아쉬운 마음으로 징어를 내려주었다. 별로 무겁지도 않은데. 머리를 긁적이며 주머니에 들어있던 휴대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3시가 넘어간다. 도착한지 꽤 되어보이는 듯한 카톡을 확인해보자 박찬열과 구희수다.
![[EXO/종대] Something 번외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9/4/994e8b6bccf23175732f21d25263e29d.png)
응원 덕분일까. 아니면 잠든 징어를 엎고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기숙사로 가는 길에 자꾸만 맞닿았다가 떨어지고 다시 맞닿는 징어의 손가락 덕분일까. 자꾸만 얼굴은 빨개지고 온 신경이 손가락에 집중된다. 김종대. 조금만 용기를 내 봐! 너 남자잖아! 대전이 낳고 시흥이 기른 대한의 건아 김종대! 용기를 내! 마음 속에서 자꾸만 작은 요정이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내라고. 자꾸만 맞닿는 징어의 손을 살짝 쳐다보고 발갛게 물든 징어의 두 뺨을 쳐다보았다. 미영아. 니가 본게 맞아. 징어랑 나. 우리는 서로 너무 좋아해.
“..”
용기를 내서 징어의 손을 마주 잡았다. 많이 긴장했는지 차갑게 언 손을 맞잡자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지며 고개를 숙인다. 그런 징어를 살짝 곁눈질로 쳐다보다가 나도 자꾸만 설레어오는 마음에 웃음이 터질 것 같아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꾸만 입꼬리가 비죽비죽 올라가고 광대가 승천할 것 만 같지만. 애써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했다. 어떡하지. 너무 좋다. 손만 잡았을 뿐인데도 너무 좋아. 징어도 나랑 같은 마음일까.
징어와 손을 잡고오니 벌써 기숙사 앞까지 도착했다. 놓기 아쉬웠다. 손이 떼어지고 기숙사 계단 한 칸 위로 올라선 징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선배.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발갛게 물든 얼굴로 눈을 마주치지않길래 또 그 모습이 귀여워서 일부로 허리를 숙여 나보다 위에 있는 징어를 올려다보았다. 깜짝 놀랐는지 뒷걸음 치다가 계단에서 넘어질 것 같아 징어의 손을 잡았다.
“너도 자꾸 두근거려?”
잡힌 손을 얼른 빼내고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는 징어. 새빨갛게 물든 얼굴이 뜨거운지 손으로 열기를 식힌다.
“사실 나도 그래.”
그런 징어의 얼굴에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열기를 식혀주었다. 내 말에 네? 하고 되묻는 징어.
“나도 너랑 같은 마음이야. 나는 니가 너무 좋아.”
“선배 그러면 우리..!”
“고백은 남자가 하는거야.”
그리고는 큼큼. 하고 목을 가다듬더니 계단 위에 올라서 있는 징어를 살짝 올려다보며 종대가 입을 열었다.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자신을 쳐다보는 징어의 손을 잡았다. 우리 이제 썸 그만타자. 나는 서로 같은 마음이면 사귀지않아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로인 것 같아. 니 주변에서 자꾸만 남자들이 집적거려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우리를 정확하게 정의내릴 단어가 필요해. 그리고 이제는 내가 원해. 너랑 내가 우리가 되기를. 김종대 하면 오징어가 생각나고 오징어 하면 김종대가 생각나기를.
“나는 니 옆에 자꾸 다른 남자들이 집적거리는 것도 싫고, 니가 불안해하는 것도 싫어. 그러니까 우리 사귀자.”
4월의 끝이 머지않은 어느 날 새벽. 나는 썸을 끝냈다.
그리고 우리는 연애를 하고 있다. 나의 연인. 오징어와 함께.
<암호닉은 백현홈마썰 10화에서만 받고있어요~>
제 실화가 절반정도 들어간 이번 글..ㅎㅅㅎ..하지만 저는 새드엔딩으로 끝났지요. 헣ㅎ허헣 너네는 행복하렴! 너희는 햄보케야대!ㅠㅠ
독자분들도 징어와 종대처럼 달달한 연애하시기 바라면서 이번 글은 이 번외를 끝으로 끝! 안녕 시흥피바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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