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리더라는 이름에 걸맞게 비 오는 날에도 정신을 차려 똑바로 길을 걷게 해 주는 너가, 날씨가 맑은 날에도 나태해지지 않도록 끝까지 잡아 주고 지켜 주는 너가, 나의 못다한 정신력에 힘을 보태 주면서 생색 내지 않는 너가 참 많이 대단했고, 신기했고, 존경스러웠고, 그리고 많이 미안했고, 감사했고, 하지만 일일이 표현해 줄 수 없어서 안타까웠고, 가끔은 이런 나를 눈치 채 주길 바랐고, 때로는 내가 널 왜 내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하길 바랐다. 그래서 네 옆에 머무르는 날이 많았고, 너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고 싶은 날은 더 많았고, 나의 사랑하는 진심 하나로 너와 나는 곧 하나가 됐으면 했다. “그럼 켄 씨는 누군가를 아주 크게 좋아한 적 있는 거네요?” “...네! 전 있어요.” “와, 이거 팬분들 항의가 크겠는데요!” 연예계 쪽의 선배였던 진행자 분은 세트장에서 녹화 현장을 보고 계신 실장 님을 힐끗 보더니 머쓱하게 웃으며 나의 대답에 놀라워하는 듯 했다. 나는 예상대로 실장 님께 아주 크게 혼이 났다. 여느 때 같았으면 너가 불려 갔겠지만 나는 멤버들과 상의 없이 나 혼자 얘기한 거라며 스스로 먼저 죄송하다고 선수를 쳤다. 실장 님은 한숨을 쉬며 아직 데뷔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그런 이야기를 해 버리면 어떻게 하자는 거냐고 닦달하셨다. 나는 거듭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문 밖에서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는 너가 꼭 나중에 그 방송을 보게 됐을 때 그 말을 한 당시의 내가 너를 쳐다보고 있었음을 알아 줬으면 했다. “재환아.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마.” “거짓말은 안 돼.” “...어?” “나쁜 거야. 난 솔직한 게 좋아.” “...” “형이 이렇게 말했잖아요.” 한순간 굳은 너의 표정. 소소하고 작은 나의 고백이 담긴 여름도,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