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억
막내PD가 여름이에게 자꾸만 말을 걸어왔고 정국은 촬영을 하다가도 자꾸만 그쪽에 시선을 두었다.
둘이 사소하게 부엌에서 요리하는 장면을 찍다가도 막내PD가 웃으며 여름이에게 장난을치자 정국이 대놓고 그쪽을 보았고
감독은 컷- 소리를 낸다.
"…뭐야 왜 그래?"
주현의 물음에 정국은 고개를 저으며 감독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할게요."
제 23화_
자신의 감정은 애써
부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역시는 역시다. 배주현은 여주인공인지 자꾸만 전정국 옆에 달라붙어 팔짱을 끼면서 좋다는데
전정국은 역시 귀찮은듯 무시하고선 의자에 앉는다. 배주현은 좀이따 봐! 하고 웃으며 자신의 대기실로 가는데
그게 얼마나 또 얄밉게 보이는지 내가 왜 이러러는지 이유를 알아보자면.. 내가 배주현 저 여자가 그냥 싫거나,
전정국을 좋아하거나인데. 전정국은 좋아한다고 인정하기엔 아직은 내 스스로 그렇게 느껴지는 게 딱히 없어 인정할 수 없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느껴본적은.. 김석진 이후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의 뒤에 서서 가만히 그를 바라보면 그는 거울로 나를 보았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싶은데 말이 나오지않아 꾹 입을 다물고선 시선을 돌리자
전정국은 나에게 무신경한 눈을 하고선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았다.
그는 옅은 메이크업을 받고선 평상시에 입는 옷처럼 무난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조금은 생머리었던 머리도 살짝 들어간 펌이
그의 얼굴을 더 밝게 만들어주었다.
도대체 뮤비에서 둘은 어떻게 나올까.. 이미 전정국은 며칠전부터 뮤비의 대해 들어왔는지 별말 없이 촬영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린다.
웬 처음 세트장부터 아늑한 방안인지 벌써부터 짜증날 생각에 스트레스를 한 번에 다 받는 느낌이었다.
"무슨씬이에요? 무슨씬인데 막 침대도 있고.. 아늑하고 막 그래요?"
"……."
"막 이 노래 19금 노래에요?"
"뭔…."
"그럼 저 침대는 뭐고.. 분위기는 뭐에요."
"침대 나오면 다 성인노래냐 넌?"
"그냥 분위기가 야하잖아요."
"퍽이나 야하다?'
세트장 안에는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꽤나 유명한 사람의 노래라 그런지 익숙한 목소리이기에 가만히 듣다가
곧 가사에 귀를 귀울이게 되었다. 노래 가사가 딱 그거였다. 사랑.. 그래.. 아련한 사랑의 노래.
딱 봐도 둘은 좋게 만나다가 헤어지고 그런 노래겠지. 배주현이 편한 옷차림을 하고선 세트장 안으로 들어가자
감독이 전정국의 눈치를 보았고, 전정국도 세트장 안으로 들어선다.
어느새 내 옆으로 온 반디언니가 세트장 안에 있는 전정국과 배주현을 보고선 입을 열었다.
"배주현 너무 예쁘지. 연예계의 탑인 두명이 같이 뮤비를 찍는다.. 조회수 엄청날 게 분명해.
더군다나 두명 다 자기 뮤비 말고는 다른 뮤비에 나온적도 없으니까."
"예쁘긴 하네요."
"다들 이상형 누구냐고 물으면 배주현이라고 하잖아."
"그럴만도 하죠. 예쁜데.."
반디언니는 배주현만 뚫어져라 보며 예쁘다고 계속 칭찬을 하는데. 나도 인정은 한다.. 하지만 그냥 보기 싫은 게
첫인상이 나빠서일까 생각도 해 봤는데. 일단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꽤 크다.
첫장면부터 왜 저 둘은 누워있는 것이며 왜 전정국의 팔을 베고 누워서 미소를 짓고있는 배주현의 표정은 진심같은 걸까.
평소엔 이 가수의 노래를 되게 자주 들었는데.. 오늘만큼은 노래를 확 꺼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둘은 몇년을 만나 권태기도 몇 번이나 온 커플 역이었다. 그러다 둘은 헤어져서 서로를 잊고 살다가
결국 잊지 못 하고 마지막에 다시 만나는 내용이라고 한다.
"치.."
전정국 쟤는 싫다는 애가 집에도 부르고.. 진짜 연인처럼 장난치라는 말에 전정국이 책상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있자
배주현은 다가와 전정국의 볼에 뽀뽀를 한다. 전정국은 그런 배주현을 웃으며 올려다본다.
어쭈.. 웃어? 웃으면서 지금! 기분나빠 하지도 않아?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게 되었다.
그러다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검지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기에 뒤를 돌아보자..
"정국씨 매니저시죠? 아침부터 배고프실텐데 이거 좀 드세요."
딱 봐도 이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는지 어리숙한 모습이 보이는 남자는 나에게 김밥 한줄을 건내주었고,
옆에 있던 반디언니에게도 김밥을 한줄 건낸다. 모든 스태프분들에게 건내주고 왔는지 스태프분들이 김밥을 들어보이고선
이 남자에게 고마워- 하고 웃어보였다. 역시 어디든간에 막내는 엄청 힘들지..
다음 세트장으로 넘어갔을까 다음 세트장은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연애하는 곳이 아닌데.
저 둘은 양치를 하고 있었고, 배주현은 물을 틀어 전정국에게 손에 가득 물을 담아 전정국에게 뿌린다.
얼씨구.. 저 웃음 저거 저거 저것도 진심일 거야. 전정국은 또 그게 좋다고 웃으면서 배주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와, 근데 저 둘.. 생황연기 되게 잘한다. 뭐 어떻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되게 진짜 연애하듯이 행동하고 그러네.. 진짜 사귄 것 처럼 말이야.
"……."
옷장을 열어 전정국의 옷을 골라주는 배주현은 예뻤고, 전정국을 올려다보는 배주현은 또 예뻤다.
전정국의 사소한 장난에 삐진듯 입술을 내미는 배주현은 또 예뻤으며, 전정국을 뒤에서 껴안는 배주현은 또 또 예쁘다.
포스트잇에는 '담배피지 않기' '술 마시지않기'라는 글씨가 적혀있었고, 카메라는 그 포스트잇을 찍고있다.
근데 이거 뮤비 만들어지면 예쁘기야 하겠다..
그 막내 스태프는 내일 찍을 씬을 위해 세트장을 어지럽힌다. 내일은 둘이 싸우나봐?
물건들을 다 바닥에 엎어놓는 거 보면.. 막내 스태프가 힘들게 다 정리하고, 치우고선 티 안나게 한숨을 내쉬기에
다들 촬영에 신경쓸 때 나는 그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뭐 도와드릴까요?"
웬 큰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들을 담는 그는 많이 힘들어보였다. 그 옆에 다가가 쓰레기같은 것들은 봉투에 담아주자
남자는 허리를 숙여 감사합니다!- 한다.
"막내 맞죠?"
"아, 네. 맞습니다!"
"짬이 있어야 산다는 게 다 맞는 소리죠? 혼자서 땀 빼고 일 하는데 아무도 신경 안 쓰고.
아무도 여기 신경 안 써요."
내 말에 남자는 주변 눈치를 한 번 보더니 곧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딱 봐도 나보다 어린 남자는 조금은 귀여워보였다.
말도 마세요.. 하고 쌓였던 것들을 조금씩 털어놓는 남자가 왜 이렇게 귀여운지 내 동생이 떠올랐다.
내 동생도 여태 내 곁에 있었다면 이쯤 컸겠지? 괜히 동생을 떠오르면 가슴 한켠이 아파왔다.
"저.."
"…네?"
"죄송해요. 흥분해서 말을 너무 많이했죠.."
"아, 아니에요! 더 하셔도 되는데."
"아니에요. 이러다 감독님 귀에 들어가면 저 바로 짤려요."
"그건 인정합니다."
"그.."
"네?"
"되게 부러워요. 전정국님 매니저! 저 정국님 팬이거든요!"
정국님이래.. 새삼 또 귀여워서 큭큭 웃었더니 남자는 왜요..? 하고 따라 웃는다. 그냥요 자꾸 제 동생이 생각나서요.
몇살이에요? 내 말에 남자는 스물세살이라고 대답했다. 아, 내 동생이랑 동갑이다..
반디는 갑자기 옆에서 사라진 여름에 한참을 지나서야 고개를 돌려 저 구석에 있는 세트장을 보았고
막내PD와 같이 웃으며 얘기하는 여름을 보고 따라 웃어보였다.
"여름이도 참 친화력 좋다니까?"
반디는 흐음.. 하고 팔짱을 낀채로 촬영중인 세트장을 보았고, 방금 막 씬이 끝났는지
끝나자마자 껴안고있던 둘이 번개처럼 떨어지자 반디는 웃어보였다. 물론 먼저 떨어진 건 주현이 아니라 정국이었기에 말이다.
주현은 정국아아- 하고 앙탈부리듯 정국에게 다가가 자꾸만 팔짱을 끼려고 했고, 정국은 왜 이래. 하며 멈춰서서는 어딘가 멀리에 시선을 두었다.
정국이 멈춰서자 주현이 뭔데 뭔데- 하고 정국의 옆에 섰고, 반디는 정국의 시선을 따라 똑같은 곳에 시선을 두었다.
"호오.."
정국이 여름과 막내PD가 있는 쪽을 한참 쳐다보자 반디는 이 상황이 재밌는지 혼자 웃다가 곧 정국과 눈이 마주치면
급하게 표정을 굳히고선 어색하게 웃어보인다.
윤기는 작업실에 도착하자마자 믹싱을 하다가 쇼파에 죽은듯이 잠이 들었고
누군가 노크를 하자 윤기는 눈도 뜨지않은채 '네'하고 건성하게 대답을 한다.
윤기의 대답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 온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는지 윤기는 두눈을 감은채로 작게 말했다.
"문 닫아라."
퍽- 어딘가에 부딪혀 아! 하고 작게 신음소리를 내는 걸 보니 저건 딱 보아도 김태형이기에 윤기는 그제서야 눈을 뜨고선 고개를 돌려
무릎을 부여잡고 아파하는 태형을 보았다.
"야. 너 요즘 일 없냐? 얘는 요즘 밥 먹듯이 작업실 찾아오네."
"다음달부턴 바빠. 바쁘신 이 몸이 할일 없는 분 작업실에 놀러와주겠다는데. 표정이 영?"
"너랑 정호석만 오면 하루종일 시끄러운 기분이야. 제발 작업실에선 그만보면 안 되냐?"
"같은 회사 식구끼리 서운하게 하네?"
윤기는 귀찮은듯 상체를 일으켰고, 태형이 윤기가 매일 앉는 의자에 앉아서는 말했다.
"나 활동 없으면 집에서 잘 안 나오잖아."
"엉."
"내가 요즘 꽤 재미있는 일이 생겨서 밖에 안 나올 수가 없어. 궁금하지!"
"딱히 막 궁금해서 미칠 정도는 아니야. 오늘 안 들어도 될 것 같아."
"아! 궁금해 해줘라."
"그래. 궁금하네. 무슨 일이니?"
"내 이상형을 찾았걸랑."
"너 그 말 저번달에도 했어. 뭐 운동선수 누구?"
"아니! 우리쪽 사람 말고."
"에? 그럼.. 뭐.."
"그냥 알바하는 사람인데. 아, 이게 문제가 아니고! 형! 이 여자가 완전 철벽 치는데 나 어떡하냐?"
"너인 걸 알면서도 철벽을 쳐?"
"응!"
"그건 그냥 네가 싫은 거야. 포기해."
"아니 이 형은!!"
태형이 일어나서는 화내듯이 윤기에게 소리쳤다.
"도움이 안 돼! 도움이!"
태형이 그 말을 하고선 으휴 !! 하며 작업실에서 나가자 윤기는 허.. 하고 콧방귀를 꼈다.
"저 새끼는 멋대로 들어와서는 이상한 거에 화내고 나가고 그러냐? 내가 동네북이야?"
점심시간이 되어서 대충 도시락으로 배를 채우고 있었을까, 주현이 정국의 대기실까지 들어와서는 자꾸만 말을 걸기에
여름이는 심기가 불편한지 살짝 인상을 쓴채로 있었고, 정국은 역시나 옆에서 쫑알쫑알 얘기하는 주현을 무시한다.
주현도 체면이 있는지라 무시당하는 게 창피한지 좀 이따 보자- 하고 대기실에서 나가보였고
반디,여름,정국 이렇게 셋이 남게 되자 반디는 어색하게 정국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되게 저분이랑 친한가보다..? 둘이 친분이 있는지 몰랐는데.. 되게 의외다. 사이 되게 좋아보이는 것 같기도.."
"안 친해."
"아, 그래..?"
"아니던데. 엄청 친해보이던데. 스킨쉽도 엄청 자연스럽고, 진짜 연애 하는줄 알았는데."
정국은 여름이의 말에 반찬을 젓가락으로 괜히 건드리다가 여름을 쳐다보았고, 여름이는 괜히 또 그 눈에 쫄아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금 고개를 들어 정국을 똑같이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서 이상한 공기가 흐르는 것 같아 반디는 그 사이에 껴서는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자
여름이 언니 괜찮아요!? 하고 반디의 등을 토닥여주자 반디는 괜찮다며 웃어주었다.
여기 있는 세트장은 꽤나 많았다. 이 건물에 있는 것들은 다 세트장이었고, 화장실 다녀오는 김에 세트장을 구경하던 여름을 본
정국은 대기실에서 나왔다. 키도 작은게 총총 어디로 가는지 저러다 길 잃어서 또 찡찡 거릴 걸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정국이 대기실에서 나오자 주현이 밥을 먹다가 급히 나왔는지 오물오물 무언갈 씹으며 정국의 팔을 잡는다.
"……."
"너. 남들 앞에서까지 날 그렇게 무시해야 되냐? 사람들 다 보는데."
"그럼 네가 나한테 아는척 안 하면 그만이잖아."
"한 번 잔 사이에 어떻게 아는척을 안 해?"
"네 입으로 그럴 수 있다고 했어."
"그건 예전이잖아. 지금은 달라."
"웃기지마. 괜히 남들 앞에서 친한척 그만해. 이래봤자 더 불리해지는 건 그쪽이야."
"솔직히 우리 찍힌 사진도 없을 건데. 왜 이렇게 겁내?"
"……."
"야! 어디가는데!"
정국이 팔을 밀어내고선 윗층으로 올라가자 주현은 야! 하고 정국을 불러대기 바빴고, 그러다 PD들과 눈이 마주쳐
최대한 예뻐보이게 웃으며 고개숙여 작게 인사를 한다. 정국이 1층을 둘러보았고, 그 짧은 다리로 어딜 그렇게 빨리 갔는지
어디에도 보이지않자 정국이 그냥 대기실로 가려고 뒤를 돌아보았을까
자신의 앞에 덩그라니 서있는 여름에 정국은 조금은 놀란듯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금 표정을 굳혔다.
"왜 나와있어요? 아직 시작 안 했나?"
"좀 이따."
"…아하."
"어디 갔다오냐."
"아아, 저 세트장 좀 둘러보고 왔는데. 괜히 구경하면 안에 들어가보고 싶을 것 같아서 나왔어요."
"괜히 들어가서 사고쳤다가 혼나지말고 가만히 앉아있어.
침대 생각보다 약해. 다리 부러져."
"네. 안 그래도 그럴려구요! 치.. 제가 침대 올라가서 다리 부러졌으면 아까 그쪽이랑 배주현씨 올라가서 꽁냥꽁냥 했을 때
진작에 부러져야 했어요."
"……."
"둘이 진짜 연.애.하.는.사.람.들 처럼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주시니까. 방해 안 하려고
침대 다리가 버텨줬나보다. 그쵸."
정국이 그 말을 무시하고선 대기실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여름이는 다리를 쩔뚝이며 정국을 쫒는다.
정국이 갑자기 멈추자 바닥만 보며 걷던 여름이 정국의 등에 이마를 콩- 박았고, 여름이 이마를 부여잡고 고개를 들어 정국을 보았다.
"왜 갑자기 멈춰요.."
"다리 깁스 언제 푸냐."
"음.. 의사쌤 말로는 뼈 빨리 붙는대요! 아마 1,2주 뒤에? 왜요? 걱정 돼요?"
"너 쩔뚝이는 소리 듣기 짜증나."
"아…."
그 말을 하고서는 웃음기 없는 얼굴을 하고 대기실로 들어가는 정국의 모습은 마치 처음 봤던 그 순간 같았다.
웃어주다가도 저렇게 나오면 아직 전정국이 달라진 게 하나도 안 보여서 헷갈리고 그렇다.
여름이는 콧방귀를 끼고선 대기실에 따라 들어갔다. 아, 이 지겨운 촬영은 언제 끝난대요.
4분정도 되는 노래를 언제 다 장면을 채워넣어요. 오늘 찍은 것만 해도 1분도 안 되는 것 같던데.
내일도, 모레도 나오는 거라면 짜증나서 못 나올 것 같단 말이에요.
이번엔 부엌에서 서로 얼굴에 밀가루도 묻히고 온갖 꽁냥 거림이란 꽁냥거림은 다 찍자
여름이 입을 떡 벌린채로 그 둘을 바라보았고, 반디는 그런 여름이의 표정을 보고선 혼자서 안 들리게끔 웃어보였다.
"이거 먹을래요? 감독님이 드시고싶다고 해서 요 앞에서 핫도그 사왔는데요.
오늘 도시락 드셨다고 하길래.. 출출하면 드시라구. 사왔거든요!"
"아, 고마워요! 저 핫도그 엄청 좋아하는데."
"어쩐지! 그럴 것 같이 생기셔서!"
"뭐에요! 그럴 것 같이 생긴 건?"
"그냥 딱 ! 인스턴트 좋아하게 생긴!"
막내PD가 여름이에게 자꾸만 말을 걸어왔고 정국은 촬영을 하다가도 자꾸만 그쪽에 시선을 두었다.
둘이 사소하게 부엌에서 요리하는 장면을 찍다가도 막내PD가 웃으며 여름이에게 장난을치자 정국이 대놓고 그쪽을 보았고
감독은 컷- 소리를 낸다.
"…뭐야 왜 그래?"
주현의 물음에 정국은 고개를 저으며 감독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할게요."
"아니에요. 에이.. 정국씨가 저희 때문에 귀한시간 내줬는데.. 좀 쉬었다가 할까요?"
"아니요."
주현이 정국의 시선을 따라 여름을 보았다. 정국이 아까부터 자꾸만 여름이의 쪽을 바라보는 건 주현도 다 눈치를 챘다.
한 없이 무신경할줄만 알았던 애가 누굴 봐줄 수도 있다는 게 신기해 살짝 입을 벌리고 보았다가도
정국이 자신만 봐줬음 하는 바램에 정국에게 팔짱을 끼고선 감독에게 말했다.
"다시 자연스럽게! 갈까요?"
"……?"
"우리 이거 연기야, 연기."
내일까지는 촬영을 해야 끝낼 수 있다고 했다. 길면 모레까지 말이다.
촬영이 끝나고, 반디언니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갔고
나는 전정국의 차에 올라타 차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다. 그는 피곤한지 차에 타자마자 먼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기대어보인다.
눈을 감고있는 그의 모습을 한참 뚫어져라 보자, 잠이라도 들 것 같기에 나는 작게 말했다.
"졸려요?"
"……."
"졸리면 조금 눈 붙였다가 가요. 저는 널린 게 시간이라.."
"…조용."
"넴?"
"알았으니까 조용히 좀 해봐."
나는 또 네에- 하고 나도 그 따라 등받이에 등을 기대어 보았다.
벌써 시간은 7시가 다 되어갔고, 배가 고파서 그런지 꼬르륵 소리가 들려온다.
다행이도 밖에선 퇴근하시느라 다들 큰 소리로 인사를 해주는 바람에 이 소리는 묻혔다.
사람들의 차들이 하나둘씩 빠지고 이제 남은 건 전정국의 차 뿐이었다. 몇분이나 지나고 그가 아무말도 없이 조용하기에
조심스레 고개를 천천히 돌려 그를 보면.. 그는 눈을 감고 잠에 든듯 하다.
조금은 갈색인 머리카락은 아직도 펌이 조금 들어간 상태였고, 높은 코를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
안 어울리게 예쁜 입술이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 가면 톡- 하고 튀어나온 목젖이 신기해서 목젖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다 시선이 느껴져서 천천히 시선을 위로 두자.. 전정국은 언제 일어났는지 눈을 살짝 뜨고선 나를 본다.
"목젖이!"
"……."
"상당히 남자같아서.."
"……."
"다른 이유는 없..없는데."
"말은 왜 더듬어."
"그러게요….."
또 이상하게 꼬르륵- 거리는 배에 소리를 들었을 게 분명해 그를 당황스러운 눈을 하고 올려다보면
그는 차를 출발 시켜 핸들을 꺾으며 무심하게 말을 내뱉는다.
"배고파?"
"…조금요."
"아까 그렇게 먹고 베고프냐."
"아까 별로 안 먹었어요! 왜요? 사주시게요? 아침에 말했던 그 레스토랑?"
"너 핫도그도 먹었잖아."
"그건 후식이죠."
"살 빼."
나 참.. 살 빼래! 그거 먹고 저녁을 어떻게 버티라는 거야.. 퉁명스럽게 말 하는 전정국이 얄미워서 치.. 하고 창밖을 보았다.
"그냥 나 같음 사주겠다. 사람이 정도 없어라!"
"어디 가봐야 돼."
"어디 안 가봐야 됐으면 사줬어요?"
"아니."
"참나! 뭐야아.. 설마 그 어디 가본다는 거. 배주현씨 만나러?"
"여기서 개 얘기는 왜 나오냐."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에요?"
"뭔 개소리야."
"개소리..? 개...?"
솔직히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그의 입에서 '개'소리라는 말이 나올줄 몰라서.. 누군가 나에게 바보라고 해도
서러워지는 나로서 저 말은 되게 무서운 말이었다.
"이젠 욕도 하고.."
"욕?"
"'개'소리라면서요.."
"그게 욕이야?"
"욕이잖아요."
"참나…."
"그래서 누구 만나러 가요? 진짜 배주현 아니에요?"
"내가 걔를 왜 만나."
"어제도 막 집에 불러냈길래.. 사이 좋아진줄 알았죠."
이 말에 대답도 안 하고 운전을 하는 거 보니 아닌 게 맞나보다. 웃음기 없는 얼굴로 운전을 하는 그의 얼굴이 또
새삼 잘생겼다고 느껴져 한참 또 홀린듯이 바라본 것 같다. 그래도.. 배주현 안 만나는 거라니까 괜히 또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아서
살짝 웃으며 앞을 보았더니 그의 입에서 예상치 못 했던 말이 나온다.
"다혈질이냐?"
"…에?"
"조울증."
"에에에?"
"기분파."
"제가요? 어딜 봐서요!"
"아침엔 째려보고, 제대로 쳐다본적도 없더니. 지금은 또 평소처럼."
"……."
그야.. 미우니까 그랬죠, 미우니까.. 이 말을 꺼내지도 못 한채 입술만 삐죽 내밀고선 창밖을 보았다.
아직은요. 제가 확신을 못 했어요. 저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다음에."
"……."
"다음에 가자. 레스토랑."
그 다음이 언제인진 모르겠지만.. 저 말이 이상하게 내 심장을 간지럽혔다.
촬영장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이상하게 쓰레기통에 하나씩 넣어지면서 나의 기억을 조작한다.
나는 또 그에게서
"좋아요."
졌다.
그가 집 앞까지 가려는 것 같아서 그냥 아무데서나 내려달라고 하자 그는 갓길에 차를 세워주었다.
내리면서 안녕히가십쇼- 하고 장난스레 손을 흔들어도 그는 인사조차 해주지도 않는다.
기대도 않았지만, 그냥 살짝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다. 골목을 지나 집에 거의 다 왔을까
빌라 앞에 화영이가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있기에
괜히 썸남과 얘기하는 건가 싶어서 조심조심 티 안나게 다가가서는 화영이의 등을 검지손가락으로 꾹- 찔렀다.
"뭐해?! 추운데 밖에 왜 나와있어?"
"아, 여름아. 네 손님 오셨길래. 너 금방 올 거라고 했는데.."
손님이라는 말에 나는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그 사람을 보았다.
"……"
"반가워요. 요즘에 일이 좀 일찍 끝나나봐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저 알죠?"
"……."
"정국이 엄마요."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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ㄲ -[꾹후][꾹잼이][꾸꾸꾹꾹][꾸가][꾸기여밍][꾸기넌나의꾹이][꾸꾸태태][꾹쿠][꾹화][꼬취꼬춰][끌로에][꿀꾹이][꾸기붐붐][꾸리][꾸엥][꾹꾸]
[꾸꾸의쿠키][꾸애][꾸깆꾹][꾸꾸][꽁냥꽁냥][꾸애][꾸아바]
ㄴ -[낸내코코][노츄껌뜌][날라][넌슈가난솔트][뉸기찌][녹차][늉본싱어♥][늘봄][녹차]
ㄷ -[둑흔둑흔][동상이몽][듀크][담이][데스페][다니단이][돼지고기만두][담이][드림캐처][디어heart][돈김나베]
ㄸ -[땅위][딸기야]
ㄹ -[롤롤][롸아미][랩모니모닝][롸?][리치][레나][루나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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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다음편에 수정할게여!-! 흐하 어제 잠을 3시간 자고 출근해떠니
죨려쥬금쥬금...깨꼬닭...(치킨이닭)
거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서 그런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타도 좀 있을 것 같구..ㅠ_ㅠ
내일이면 기억이 안날 것 같아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내일 일어나서 한 번 봐야겠옇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