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운은 특별할 것 없는 뱀파이어야.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즐기지 않아. 다만 피에 대한 욕망은 다른 뱀파이어와 다를 것이 없을 만큼 커.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거나 인간의 피를 마시는 평범한 방법이 있지만 택운은 그렇게 하지 않아.
이왕 죽일 거 해가 되는 놈들을 죽이자 생각하고는 나이트메어를 표적으로 삼아.
나이트메어, 흔히들 알고 있는 몽마라고 생각하면 돼. 몽마 때문에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택운을 찾아와 돈을 줘.
몽마에 걸려든 사람은 매일 악몽을 꾸면서 기력도 몽마에게 빨려. 참다 참다 수소문 끝에 택운을 찾고 부탁하는 거지.
택운은 의뢰가 들어오면 몽마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는 보름달이 뜨는 날 밤에 의뢰인의 침대에서 잠을 청해.
악몽을 꾸는 중간에 눈을 뜨면 자신 위에 올라타 있는 몽마를 잡아 피를 마시는 거지. 모든 피가 흡수된 몽마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택운이 하도 몽마를 잡아먹고 다녀서 그런지 요즘엔 의뢰인이 별로 없어.
의뢰받은 돈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택운은 오늘도 어김없이 카운터에 서 멍하니 기르는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어.
꽤 오랜만에 종소리가 울리고, 얼굴은 홀쭉해선 거의 죽어가는 사람과 같은 행색을 한 학연이 카페로 들어와.
"주문 도와 드리겠습니다."
"저기…. 나이트메어 한 잔이요."
택운과 의뢰인 사이에 암호와 같은 말이야. 나이트메어라는 말을 듣고는 학연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을 건네.
구석진 자리에서 어두침침하게 앉아 있던 학연에게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가 반대편에 앉아.
"초등학생 때부터였어요. 10년이 넘게 하루를 편히 잠든 적이 없어요…."
"…2월 15일 댁으로 찾아갈게요."
별 말 없이 나온 결론에 학연이 놀라선 당황하고 있어.
"끝난 건가요? 정말 당신이 제 악몽을 없애 줄 수 있는 거예요?"
택운이 고개를 끄덕여. 학연은 찝찝한 감이 있지만 묘한 분위기와 은근한 믿음을 주는 목소리에 집 주소가 적힌 종이를 내밀어.
"꼭, 제 삶을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