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된 거냐며 묻는 학연을 밀치고 집을 나왔어. 악몽을 꾼 이후로 마음이 편치 않아.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사실에 도저히 화가 풀리지 않아.
힘이 강한 몽마인가. 아니, 뱀파이어를 이런 식으로 엿을 먹이는 몽마 이야기는 못 들었어. 오히려 몽마가 당하면 당했지 말이야.
아마 수면제 때문이겠거늘 생각하고 애써 기억에서 지워. 학연은 상관할 바 아니야. 애초에 목적은 피였으니 말이야. 책임감 같은 건 없었어.
택운은 일상으로 돌아왔고 여전히 잠을 청하지 않고 있어. 여전히 잠을 청할 이유가 없었고 그 날 꾼 악몽에 대한 두려움도 잠을 자지 못하는 영향을 줬어.
고양이 미아가 울음을 뱉으며 하품을 해. 그러다 꼬리를 세우며 주위를 경계해. 무슨 일이야. 보드란 털을 조심히 쓰다듬어.
"택운 씨!"
갑자기 나타난 학연에 놀라 택운이 소리를 질렀어. 뛰는 심장을 잡고 눈을 감으며 숨을 고르는 택운이 학연을 노려봐.
"지난번엔 말도 없이 가시길래 사기당했나 생각했는데…. 덕분에 한결 편해졌어요! 난생처음 편히 자보기도 하고."
택운의 인상이 더욱 깊어졌어. 무슨 말이지? 나는 몽마를 잡지 않았는데? 택운의 대꾸가 없이도 학연은 말을 쏟아 냈어.
지난번 보다는 훨씬 생기가 돌아 있었어.
"사례금은 어떻게 드릴까요? 계좌 주시면 제가 보내 드릴게요."
택운이 고개를 저었어.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례를 받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야.
완강히 거부하는 택운에 학연이 결국 꼬리를 내렸어. 공짜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 신 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학연은 카페를 나갔어
"미아…."
미아는 아까부터 정신없이 가게를 돌아다녔어. 무언가 불안해 보이기도 했어. 학연이 문을 열고 나가면서 한기가 들어 왔는지 카페 안이 썰렁해졌어.
난방기 온도를 최대로 올리곤 팔을 쓸고 따뜻한 커피를 내렸어. 손님이 없어 더욱 썰렁한 가게의 노랫소리를 키웠어.
악몽을 꾼 이후로 택운의 감정선이 많이 무너졌어. 두려움, 놀람, 공포감을 잘 느끼기 시작했고. 냉정했던 뱀파이어와는 거리가 멀어졌어.
탁자 위로 얼굴을 묻었어. 눈을 감고 포근한 공기에 눈을 감고 잠이 들었어.
다시 악몽을 꾸기 시작했어. 저번과 같이 불길에 휩싸인 남자 쫓기는 자신. 늘 죽음으로써 택운은 잠에서 깼어. 땀으로 등이 축축해졌어.
"뱀파이어 별거 아니네."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가자 택운이 고개를 돌렸어. 어느새 어둑해진 바깥에 한 남자가 서서 택운을 쳐다보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