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를 보시면 아실지 모르겠지만 다른멤버와 다르게 호야는 주인공과 친구라는 설정이 하나 추가되어 있어요.
그리고 어제 우현이 이야기랑 이어지니까 보고오시는걸 추천 :) 정주행!
9# 호야 |
잠귀가 밝은 나는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에 살짝 눈을 떴다. 호원이 이미 일어난 채 방 밖으로 나서던 중이다. 나는 항상 해가 충분히 떠 맑은 빛 창문을 바라보며 일어났지만 오늘의 창문은 탁했다. 해가 덜 떠 노란 빛의 하늘도 아닌 회색 빛 하늘이 회색 빛 창문이 되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왔다. 호원이 나간 방 문 밖으로 좋지 않은 기운이 슬그머니 들어오는 중이다. " 호원아. " 푹 잠긴 목소리가 들릴듯 말듯 했으나 이름의 주인은 마치 주인에게 이름을 불린 충실한 개처럼 빠르게 찾아왔다. " 어.. " 그는 어두운 방 안 때문에 조명을 켰으나 창문을 치진 않았다. 갑자기 밝아진 내부에 난 눈부심을 참지 못하고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어 써 버렸다. " 오늘... 아니다. " 머뭇머뭇한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채 마무리 됐다. 난 그 이상한 낌새를 모른체 할 수 없었다. 이불을 걷어버리고 어느새 거실로 나가버린 호원을 쫓았다. 그 이상한 낌새는 몇 걸음 지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걷어진 창문 밖으로는 흐린 하늘이 가득히 채워져있고, 투두둑 하는 소리가 연신 들려올 뿐이었다. 내가 이 집에 들어온지 5일 째. 항상 맑던 날씨가 처음으로 변했다. 추적추적하게 내리는 비에 쌀쌀함을 느낀 나는 양손으로 팔을 비볐다. 난 말없이 거실 소파에 풀썩 앉았으나, 소파는 거실의 냉기를 다 집어먹은 듯 차가웠다. 소름이 돋아 난 몸을 더욱 웅크렸다. 그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싶더니 담요를 하나 가져와 나에게 감싸주었다. 민무늬에 보라색인 두툼한 담요는, 예전에도 호원이 자주 써오던 것임을 난 알고있었다. 가끔 나에게 빌려주기도 했었지. 웅크러진 나에게 담요를 꼼꼼히 둘러준 그는 역시나 말없이 내 옆에 풀썩 앉았다. 얇은 민소매 차림에 자신도 조금 쌀쌀한지 팔짱을 끼고 있다. " 밖에 비 온다. " 이미 다 뻔하게 밝혀진 사실을 확인사살하듯 알고싶진 않았다. 난 소파위에서 무릎을 몸통까지 당겼고 고개까지 푹 숙여버렸다. " 아마... 하루종일 올거래. " 평소에 비를 좋아했던 나였지만 이렇게 비가 끔찍하게 보인적은 처음이었다. 난 며칠전부터 밤잠까지 설쳐가며 나들이를 고대하던 아이처럼 실망했다. 아무 대꾸없이 고개를 무릎에 파묻어 버린 나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내 옆에 머물러 있던 온기가 내 앞으로 옮겨온 것을 느끼자 고개를 서서히 들었다. 내 앞에 뻣뻣히 서있던 호원이 무릎을 꿇고 다가와 내 무릎을 끌어 안았다. " 미안. " 책상에 엎드리듯 내 무릎에 엎드린 그는 고개를 살짝 들더니 내 무릎에 입맞춤했다. 그 애잔한 사과의 마음이 내 마음 깊숙히 까지 와닿았다. 그러나 난 가슴 깊숙히 부터 잠들어 있던 감정들이 끓어오름을 느끼며 그를 밀쳐냈고, 그는 순순히 물러났다. 북받친 감정들이 눈물로 터져나왔다. 지금까지 무감각으로 지내왔던 모든 감정들이 다 쏟아져 나오는 듯 했다. 벌써 5일째. 바깥에서 내가 없어진지 5일이 지났다. 눈을 뜨면 스토커가 보이고, 들리고.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워져버린 공포감과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욕망. 두려움. 미움과 분노. 난 오열하듯 소리질렀다. 고요하던 거실이 내 목소리만으로 시끄러워졌다. " 미안해. 미안. 00아.. " 호원은 발버둥치는 나를 끌어 안으며 다독였지만 나는 그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터져버렸다. " 가만히 있어. 부탁이야. 제발! " 그는 결국 내 입을 막으려 들었고, 나는 끝까지 반항했으나 금새 제압당했다. 내가 이 집으로 오게 된 그 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듯 했다. 입이 막힌 얼굴 위로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내 입을 꽉 막아버린 손가락 사이로 뿜어지는 거친 숨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그제야 큰 손이 내 입에서 떨어졌다. " ..미안해. " 그 말에 겨우 멎었던 눈물은 다시 흘렀다. 흐느끼는 젖은 얼굴을 닦으려 손을 올리는데, 그의 손이 이미 내 눈가를 닦아주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 입을 틀어막았던 손이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그런 비참함과 그에 대한 분노가 마음에 쌓여감을 느꼈다. 나는 왜인지 내 친구였던 그에게 더럽다는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생각을 멈추고 눈을 감아버렸다. 얼굴을 닦아주던 손은 사라졌고, 내 얼굴이 그의 가슴에 묻히는것이 느껴질 뿐이었다. 쌀쌀한 거실의 온도에 그의 몸에도 소름이 약간 돋아있었으나, 그저 따뜻하다고 밖에 난 느끼지 않았다. 큰 손바닥이 내 등을 토닥,토닥, 하며 달래고 있었다. 난 자신이 원하던것이 뜻대로 되지않아 앵앵거리던 아이처럼 달래지며 울음을 멈추었다. 난 아직도 그를 나에게 좋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
모르는척해줘요 |
이번 내용은 처음 스토리잡기가 참 힘들었어요.... 새로 쓰려니까 참 고역이네요 ㅋㅋㅋ 업데이트 주기가 점점 느려져도.. 이해해주세요 TT 다음은 뭐쓰지? |